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315
황혼의 잔존 세력들이 텔레포트 게이트로 도주하였을 때, 그들과 맞서 싸워 보하미르를 수호했던 플레이어들의 머릿속에 그런 알람이 울려 퍼졌다.
‘레벨이 올랐어?’
레이크는 흠칫 놀라서 자신의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랭킹 1위인 레이크의 현재 레벨은 166. 얼마 전에 레벨이 올라, 다음 레벨까지는 경험치가 까마득했다.
그런데도 레벨이 2나 올랐다. 언제나 침착하던 레이크였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놀라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보상으로 떨어진 경험치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레이크의 레벨이 2나 올랐을 정도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레벨은 못해도 3, 4는 넘게 올랐을 것이다.
“레벨이 올랐어!”
“특수 타이틀?”
전투가 끝났다는 것에 한 숨 돌리기도 전에, 플레이어들은 급하게 새로 주어진 특수 타이틀을 확인했다. 보하미르의 수호자. 스탯 증가치도 높고, 보하미르에서 아이템을 구입할 때에 30%의 할인이 옵션으로 붙어 있다.
-보하미르의 텔레포트 게이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옵션은 이것이었다. 보하미르의 텔레포트 게이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텔레포트 게이트의 이용비가 비싸다는 것은 저레벨이나 고레벨이나 똑같다. 보하미르에 한해서 무료라는 제한이 붙기는 하지만, 그것만 해도 어딘가. 편도행 티켓을
무조건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인데.
‘퀘스트를 받은 것도 아닌데 보상이 나왔어.’
이벤트다. 보하미르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공통적으로 그것을 떠올렸다. 이 정도로 대규모 공격이 일어났다는 것은 이벤트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뭐야 이건?’
에클레어는 올라간 레벨을 확인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녀를 필두로 한 홀리데이 길드는 루카스의 길드 연합에서 떨어져 나와, 보하미르 공격에 손을 땠다. 대신에 홀리데이는 부상을 입은 보하미르의 NPC와 플레이어들을 치료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었다.
그런 의료 행위도 보하미르 방어로서 작용되었다. 에클레어는 갑자기 들어 온 보상에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고서 홀리데이 길드원들에게 명령했다.
“구호소를 세우고 부상자들을 치료해. 부상이 너무 심하다싶은 NPC에게는 엘릭서도 사용해 주고.”
“플레이어는 어떻게 할까요?”
“놈들은 죽어도 상관없잖아!”
에클레어의 목소리에 뾰족하니 날이 섰다. 그런 외침에 홀리데이의 길드원들은 양뺨을 붉히면서 머리를 끄덕거렸다. 이런 와중에도 그들은 자신의 여왕님의 터프함에 가슴을 떨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하늘에서 빛이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 구름을 뚫고 떨어진 빛은 주변을 환하게 밝히면서 먼지폭풍을 일으켰다. 근처에 있던 플레이어와 NPC들이 크게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내리 꽂힌 빛은 공격이 아니었다.
연출이었을 뿐이다.
라덴은 일렁거리는 빛무리 한 가운데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딘에게 부탁해서 보하미르로 바로 이동했다. 보하미르가 공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받은 탓이었다.
“…뭐야? 끝났잖아?”
라덴은 어리둥절해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투의 흔적은 진하게 남아 있었지만, 전투는 끝났다. 얼떨떨해 하는 라덴의 주변으로 플레이어와 NPC들이 모여 들었다.
“누구야?”
“라덴 아니야?”
“방금 그거, 텔레포트도 아니었는데… 대체 뭐야?”
플레이어들이 수군거렸다. 라덴은 이쪽에 쏠리는 이목에 헛기침을 뱉으면서 주변을 휙 둘러 보았다. 가장 먼저 라덴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에클레어가 세운 구호소였다. 라덴은 구호소의 앞에 서있는 에클레어를 보면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라덴이 당황하여 그렇게 물었다. 에클레어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길드 연합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배신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클레어가 라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라덴님!”
레이크를 필두로 하여 라덴과 친분이 있는 플레이어들이 다가왔다. 라덴은 에클레어를 보던 시선을 돌려 레이크를 바라보았다.
“내가 너무 늦게 온 겁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습격 방어에는 성공했으니까요.”
레이크가 쓰게 웃으면서 말했다. 라덴은 에클레어를 힐긋거리면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왜 저 여자가 여기에 있는 거에요? 그리고 황혼 처형대랑 루카스, 그 새끼는…?”
라덴의 질문에 레이크가 보하미르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에클레어가 길드 연합과는 다르게 보하미르의 NPC와 플레이어들을 지원해 주었다는 것. 황혼과 길드 연합의 플레이어들이 전투를 그만두고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도주했고, 그것을 굳이 막지
않았다는 점까지.
‘교주는 오지 않았어.’
황혼의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교주는 보하미르에 오지 않았다. 다른 처형대들도 오지 않은 모양이다. 얘기를 듣자 하니 이곳에 왔던 처형대는 둘이다. 암검과 적야. 그리고 길드연합이 그들을 도왔다.
‘에클레어가 길드 연합을 배신했다고? 대체 왜?’
라덴은 의문스러운 눈을 하고서 에클레어를 보았다. 에클레어가 그렇듯이, 라덴도 에클레어에게 호감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다. 루카스에게 죽었을 때에 에클레어와도 싸웠기 때문이다.
“암검과 적야의 대주는 오지 않았던 겁니까?”
의문은 더 있었다. 흑월과 한센. 멸풍 대주가 그랬던 것처럼, 놈들도 신기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신기를 사용하는 처형대의 대주는 플레이어의 수준을 아득하게 상회한다. 당장 수도에서만 해도 멸풍 대주 하나에게 카란과 레이크를 비롯한 상위 랭커들이 압도되지
않았나.
“그들은…”
“왔냐?”
레이크가 말하기도 전이었다. 라덴은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 소리가 들린 방향을 돌아보았다. 피투성이의 백설과 라덴의 눈이 마주쳤다.
“관주님?”
라덴이 놀란 목소리를 냈다. 어떻게 이곳에? 그렇게 질문하려다가, NPC가 가진 제약이 사라졌다는 것이 라덴의 뇌리를 스쳤다. 백설이 가진 제약은 서량을 나가지 못하는 것. 제약이 사라지면서 백설은 자유를 얻었다.
“네가 그 새끼 잡아 올 기미가 안 보여서 말이야.”
“그 새끼? 누구 말하는 겁니까?”
“유의 세뇌했던 새끼.”
백설이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을 하고서 대답했다. 라덴의 입이 반쯤 벌어졌다.
“관주님이 잡은 겁니까?”
“보이길래.”
“죽였습니까?”
“어.”
“내가 죽이려고 했는데!”
라덴이 가슴을 쿵쿵 두드리면서 울분을 토했다. 한센에게 빚이 있는 것은 라덴도 똑같았다. 마주칠 기회가 없었을 뿐, 한센에게 당했던 일에 대해서는 잊은 적이 없었다. 이번에 황혼과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서 한센을 잡아 백설과 유의의 앞으로 끌고 가겠노라고 벼르
고 있었는데, 설마 백설이 직접 나서서 한센을 잡아버렸을 줄이야.
“누가 늦게 오래?”
“흑월은? 설마 흑월도 관주님이 잡은 것은 아니겠죠?”
“흑월이라는 놈이 칼쓰는 놈이지? 그 놈은 도망쳤어.”
백설은 그렇게 말하면서 히죽 웃었다. 뒤편에 서있던 검왕이 슬며시 앞으로 나오면서 헛기침을 내뱉었다.
“난 제대로 죽였는데, 저 늙은이는 놓쳐버렸지.”
“치어穉魚를 잡아봤자 무엇이 즐겁겠나?”
검왕은 그렇게 항변했지만, 백설은 그를 듣지 않았다. 라덴은 검왕까지 이곳에 와 있다는 것에 가볍게 놀랐지만, 라덴의 놀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염화를 비롯한 백호 무술관의 제자들도 있었고, 보하미르에 은거하고 있던 유성도 나와 있었다. 이 정도 전력이 모여 있으니 처형대 두 개 전력과 길드 연합은 패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교주가 왔다면 이야기가 달라겠지만.’
왜 교주가 직접 오지 않은 것일까. 수도에 있던 황제는 죽었다. 그렇게 되었으니 새로운 황제가 즉위하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교주의 발이 묶였나? 아니면 보하미르 습격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인가.
“너는 뭐하느라 이렇게 늦은 거야?”
백설이 물었다. 라덴은 주변을 쓱 돌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플레이어와 NPC들. 마침 딱 좋았다. 라덴은 천천히 호흡을 고르고서 입을 열었다.
“오딘을 만나고 왔어요.”
그 말에 사람들은 곧바로 반응하지는 못했다. 그들은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라덴이 말했던 ‘오딘’이라는 이름에 대해 생각했고,
“오딘?!”
누군가가 놀라서 그렇게 외쳤다. NPC들에게 있어서 오딘은 발할라의 주신이었고,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는 발할라를 지탱하고 있는 메인 프로그램이었다. 놀람이 섞인 웅성거림이 퍼져나간다. 라덴은 그들이 조금 진정하는 것을 기다린 뒤에 천천히 머리를 끄덕거렸
다.
“네. 오딘. 저는 오딘을 만났고, 오딘의 성기사가 되었습니다.”
숨길 필요가 없는 일이다. 오히려 모두가 알게끔 널리 소문을 퍼트려야 하는 것이 라덴에게 있어서는 유리한 일이었다.
황혼과의 전쟁이 게임 이벤트가 된다면, 라덴이 해야 할 일은 황혼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전력을 끌어모으는 일이다. 플레이어와 NPC 전체를 아울러서 그들의 지지를 얻고, 그들을 자신의 군대로 만들어야 한다.
“보하미르를 습격한 것은 황혼입니다. NPC에게 있어서는 생소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장 보하미르가 공격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놈들은 난폭해요.”
라덴이 하는 말은 플레이어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었다. 보하미르에 살고 있던 NPC들이 우울한 얼굴을 하고서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들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 아닌가. 습격이 빠르게 진압된 덕분에 사망자는 생각보다 적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가 아
주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놈들은 알라베스 산 너머에서 제노미아를 제외한 모든 도시를 장악했고, 수도 아스가르드도 놈들의 수중에 떨어졌습니다. 당장 새로이 즉위하는 황제의 배후에 있는 것이 황혼이고요.”
“놈들의 목적이 뭡니까?”
질문한 것은 레이크였다. 나이스. 라덴은 레이크를 향해 슬쩍 눈짓을 보냈다. 레이크가 황혼의 목적을 몰라서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니다. 라덴이 원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거들기 위해서 저런 질문을 한 것이다. 라덴은 짐짓 심각한 척 표정을 굳혔다.
“플레이어와 대적하는 것이죠.”
“그럼 NPC와는 상관없는 것 아니야?”
누군가가 그런 목소리를 냈다. 그 말을 들은 즉시, 라덴은 머리를 크게 저었다.
“놈들이 이곳을 공격했을 때, 플레이어만 공격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 말에 NPC의 말문이 막혔다. 슬슬 때가 되었는데. 라덴을 아랫입술을 얇게 핥았다. 라덴의 말주변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주도하면서 라덴 본인이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는 것에는 그리 능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많이 늦은 것도 아니지만, 늦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딘의 성기사가 되면서 타이틀의 효과와 스킬에 대한 조정을 받은 뒤.
라덴은 오딘의 공간에서 앨리스와 만났다. 라덴은 앨리스에게서 이번 일에 대한 GM의 입장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스토리 이벤트, ‘황혼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는 황혼 진영과 오딘 진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황혼 진영을 선택한 플레이어는, 수도로 이동되어 황혼의 군대에 합류합니다.] [각 군대에 합류한 플레이어들에게는 추가 버프가 주어집니다.] [오딘 진영을 선택한 플레이어는, 성기사 라덴과 함께 황혼의 군대와 대적하게 됩니다.] [제노미아 영지에 오딘의 축복이 내려집니다!]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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