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338
교주 – 4
피가 크게 솟구친다. 교주의 다리가 바르르 떨리더니 몸이 휘청거리며 앞으로 숙여진다. 얕지 않았다.
충분히 깊었다. 검왕은 창백한 얼굴을 하고서 그를 확신했다.
검왕의 생각대로였다. 그가 휘두른 검은 교주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치명상이 되었다. 하지만 교주는 죽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서 통증을 견뎌냈다. 척추가 갈라졌나. 보통사람이라면 전신이 마비되겠지만… 교주에게는 아니었다.
쿠와아앙! 교주를 중심으로 하여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재차 교주의 몸을 베어내려던 검왕이 폭발의 위력에 뒤로 크게 밀려난다.
검왕을 떨쳐낸 즉시 교주의 몸을 휘감고 있던 네브람의 신력이 교주의 몸 안으로 들어간다. 급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함이었다.
부러진 오른팔, 베어진 척추, 진탕된 내장.
‘더뎌…!’
교주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황검, 빌어먹을 듀랜드. 교주의 왼팔을 베어내고 교주의 가슴을 갈랐던 황검의 힘은 교주에게 있어서 떨쳐낼 수 없는 저주와 같았다.
치유가 더디다. 이 정도 상처쯤 눈 한번 깜빡하는 순간에 치유되어야하는 것이 정상인데…! 몸 안에 깊이 파고들었던 황검의 힘이 교주의 치유력을 억제하고 있었다.
‘제국의 적이라고…! 이미 죽었고, 버려진 주제에 방해를 하다니…!’
듀랜드는 교주의 손에 죽었다. 황검은 공간의 틈에 버려두었다. 그런데 설마 그것들에 의해 발목이 잡힐 줄이야.
‘반격이 늦다. 왜…?’
검왕은 목구멍에서 솟구쳐 오르는 핏물을 삼키면서 교주를 노려 보았다. 등을 베어낸 참격. 깊게 들어가기는 하였지만 교주를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
‘치유력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 왼팔이 잘려있었지. 치유력을… 갖고 있지 않은건가?’
그것은 검왕에게 있어서 희망이 되었다. 교주가 괴물처럼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바이나, 만약 교주가 치유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
가능성이 있다. 검왕은 호흡을 고르면서 발을 움직였다. 백설은… 죽었나? 아니, 죽지 않았다.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 있다. 다행이라고.
검왕은 그렇게 생각했다. 서량에서 백설과 치고 박으면서 그 자신도 모르게 정이라도 들었던 모양이다.
“후… 후후후!”
폭발이 일으킨 흙먼지가 가라앉는다. 그속에서 교주가 비틀거리면서 섰다. 상처에 대한 치유는… 그만둔다. 충분히 시간을 들인다면 치유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리 할 수가 없다.
도망친다면, 혹시 모를까.
그것은 교주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선택지였다. 도망? 웃기지 마라. 교주는 낮게 웃으면서 부러진 오른 팔을 붙잡았다. 모두가 얕잡아 볼 수 없는 상처다.
흐르는 피가 신력에 의해 막힌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가 신력의 움직임에 따라 억지로 움직인다. 움직일 수 있다. 문제되는 것은 통증.
익숙해질… 까. 모르겠다. 이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어본 기억이 없어서.
“정말로… 애먹이는군…!”
교주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웃었다. 상처는 중상. 하지만.. 상처입었다고는 해도 괴물은 괴물. 검왕은 숨을 몰아쉬면서 패천을 쥐었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다. 교주는 중상이다. 서있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런데… 이 검으로, 교주를 죽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뭐하고 있나.”
교주가 비틀거리면서 다가온다. 교주의 오른팔이 들렸다. 쿠오오오오! 하늘을 향해 활짝 펼치고 있던 오른손 위에 시커먼 구체가 만들어졌다.
교주는 만들어낸 구체에 네브람의 신력을 아낌없이 쏟아 붇었다.
“네가 피하면.”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아니면 고통이 한도를 넘었는가. 정신이 조금 몽롱했다.
“네 뒤에있는 도시가 날아간다… 피할텐가?”
“아니.”
검왕은 조금의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저 도시와… 무언가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검왕은 그런 인간이었다. 그는 방랑벽이 심했고,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서 떠도는 것을 즐겼다.
북적거리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도시가 아닌 초원에 거처를 두고 사는 것이 좋았다.
서량은 예외였다. 허나, 검왕의 뒤에 있는 도시는 서량이 아니다. 저 곳은 제노미아. 검왕이 지킬 이유따위는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검왕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서량에서… 청성을 두고왔다. 그 늙은 몸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말하였다.
거둘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제자를 거두었다.
검왕에게 있어서 저 도시는 의미가 없는 곳이지만. 제자에게는 다르다.
미혹, 연심. 검왕은 그런 것에 인연이 없다. 싫어한다. 제자가 품고 있는 연심이 보답받기 힘들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저 도시가 사라진다면. 제자는 슬퍼할 것이다. 제자가 슬퍼한다면 서량에 두고 온 청성을 볼 면목이 없다. 그래. 피하지 않는 것, 막아서는 것에는 그 정도의 이유면 족하다.
‘나란 녀석은 참, 훌륭하군.’
시라도 한 수 읊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만.”
교주의 손이 멈췄다. 그는 천천히 머리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제노미아의 성벽 앞, 거대한 구명. 본래 제노미아 성벽 앞의 평원에 저런 거대한 구멍은 없었다.
방금 전에 생긴 구멍이다. 검왕은 자신이 말했던 대로, 교주가 쏘아낸 구체를 피하지 않았다.
그는 정면으로 구체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검왕이 살아 온 길고 긴 세월동안 단한번도 부러지지 않고 무뎌진 적이 없던 패천은 박살났다.
하지만 공격은 가로막았다.
“…뭘 그만하라는 거지?”
교주가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라덴은 거대한 구멍을 훌쩍 뛰어넘었다. 최대한 빠르게 올 생각이었는데, 늦어버렸나? 검왕은? 라덴은 구멍아래를 내려 보았다.
박살난 패천의 파편과 슬레이프니르가 보였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죽었나.
괜찮다. 검왕은 죽지 않는다. 심각한 피해를 입긴 했겠지만, 머지 않아 다시 부활할 것이다. 다섯 괴물이 가진 불사성에 대해서는, 악희와 직접 싸워본 라덴도 잘 알고 있었다.
“전부 다.”
백설이 보인다. 미약한 숨소리, 들썩거리는 등. 아직 살아 있다. 라덴은 그것에 안도하였다. 불사성을 갖지 못한 백설은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내가 너무 늦었나.”
“네가 조금 더 빨리 온다고 해봤자 변하는 것은 없었을 거다.”
라덴의 중얼거림에 교주가 대답했다. 상처는 여전하다. 통증은 지독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런 몸뚱이로도 전쟁을 끝낼 여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육체 전체를 소멸시켜버렸으니 검왕이 부활하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충분하다. 이 전장에서 검왕과 백설을 제외한다면 교주를 막을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백설은 치명상에 정신을 잃고 있고, 그를 죽이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다.
신기를 가진 플레이어들? 문제될 것없다. 그들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플레이어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라덴… 님.”
교주를 막아 서고 있던 레이크가 숨을 헐떡거리며 라덴을 불렀다. 레이크는 백설의 숨통을 끊어두기 위해 접근하던 교주를 가로막고 있었다.
라덴은 자신을 부르는 레이크쪽으로 시선을 주면서 머리를 끄덕거렸다.
“… 관주님을 부탁합니다.”
“예, 예.”
레이크가 머리를 끄덕거리면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교주는 당장은 그런 레이크를 쫓지 않고서, 라덴을 빤히 보며 물었다.
“묘하군.”
교주가 중얼거렸다.
“저 플레이어. 나를 가로막으면서 시간 끌기라고 했었지. 처음에는 검왕과 백호 무술관주가 올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어.”
교주의 발이 들렸다. 교주는 저벅거리는 발소리를 내면서 백설에게 향하는 레이크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아닌 것 같아. 마치..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말이야. 저 플레이어가 시간을 끌려던 것이, 네가 오기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던 것 같단 말이지.”
“그건 나도 모르지.”
라덴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중얼거렸다. 교주가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처럼, 라덴도 움직였다.
다만, 라덴은 교주처럼 느리게 걷지는 않았다. 라덴의 몸이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더니, 교주의 바로 앞에서 솟구쳐 올랐다.
흑익 무르시엘라고의 특수 스킬, 그림자 뛰기였다.
“그게 참 이상하단 말이야.”
교주는 바로 앞에 튀어나온 라덴을 보면서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교주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 깔고서 라덴의 얼굴을 보았다.
“이해가 잘 안되는군. 너는. 약한데. 아니, 그때보다는 강해졌겠지. 오딘의 성기사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봐야 성장치에는 한계가 있을 터.”
교주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머리를 좌우로 저었다.
“너는 검왕보다 약하고, 백호관주보다도 약하다. 그런데… 네가 이곳에 온다고 하여 무슨 의미가 있나?”
“…음.”
교주의 질문에 라덴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아마. 그 둘보다 약하지는 않을걸.”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라덴은 입맛을 쩝 다시면서 대답했다. 검왕과는 제대로 싸워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백설과는 싸워 보았다.
동조율의 존재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을 때. 동조율의 상승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서량 백호 무술관으로 찾아가 백설에게 싸움을 걸었었다.
그때의 결과는 라덴의 패배였다.
라덴은 전력을 다하였지만, 백설을 쓰러트리지는 못했다. 종이 한장 차이… 였나? 아니, 백설이 말했었다. 전력의 7할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어쩌면 지금은 내가 더 강할지도 몰라.”
라덴은 교주의 얼굴을 빤히 보면서 말했다. 그때보다 강해졌다. 환룡의 힘을 물려 받았고, 오딘의 성기사가 되었다.
“헛소리.”
라덴의 대답에 교주가 헛웃음을 흘렸다. 검왕과 백설은 교주에게 있어서도 난적이었다.
황검을 쥐었던 듀랜드보다는 약하였지만, 검왕과 백설의 합공은 교주에게 듀랜드가 입혔던 것보다 더한 상처를 남겨 놓았다.
지금도 깊게 배인 등에서 소름끼치는 통증이 올라온다. 부러진 팔이 욱신거리며 쑤신다.
“언제까지 막고 있을 셈이냐.”
“관주님의 몸이 회복될 때까지.”
“내가 그것을 두고 볼 것 같나?”
백설이 회복한다면 교주로서도 일이 귀찮아 진다. 피차 몸도 성치 않은 지금이니, 죽일 수 있을 때에 죽여 놓아야 한다. 교주의 눈에 짜증이 담겼다.
“안 두고 보면 어쩔 건데.”
라덴이 교주를 보면서 물었다. 평소의 교주는 냉정하고 감정에 휩쓸리는 일이 드물었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끊어지질 않는 통증의 연쇄가 교주를 거칠게 만들었다.
“꺼져라!”
교주가 고함을 지르면서 라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교주의 몸을 두르고 있던 네브람의 신력이 일제히 해방되었다.
라덴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상대는 레벨 600의 보스 몬스터. 그 보스 몬스터의 공격이 향하고 있는 것이다.
‘주저하면 죽는다.’
괜히 간 보겠답시고 느슨한 마음으로 대응했다가는 교주의 일격조차 제대로 버티지 못할 지도 모른다.
교주가 얼마나 강한지는 수도에서 직접 대치하게 되었을 때 겪어 보았다. 굳이 수도에서의 일을 들고 올것도 없었다.
정면 충돌했던 각 진영의 선봉에서 죽은 플레이어들보다, 교주 혼자서 죽인 플레이어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 강하던 검왕과 백설조차 교주에게 치명상을 입었다. 라덴은 눈 앞에서 빛이 터지는 것을 보며 두 눈을 부릅 떴다.
강신 스킬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