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344
“싫습니다.”
라덴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서 라덴의 앞에 앉아있던 드루고라 공작, 아니, 새로운 제국의 황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가로 저었다.
“부와 명예, 모든것을 가질 수 있는 자리네. 그런데 싫다고?”
“저를 잘못 봐도 한참 잘못보셨는데. 저는 그런것 별로 안 좋아합니다. 아니, 좋아하기는 좋아하는데. 나는 지금 가진것으로도 충분해요. 게다가 로얄나이트의 단장이라니. 그 귀찮은 자리를 제가 왜합니까?”
“…으음…!”
환룡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사실 환룡은 아직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봉인에서 풀려났다 싶었더니, 갑자기 제국의 황제가 되어버렸다.
황제가 된‘과정’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아있다. 약식의 즉위식을 거쳤고… 수도 귀족들의 동의와 백성들의 지지하에 황제가 되었다.
문제는 그것이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패치를 통해 갑작스레 황제가 된것이니 어쩔 수 없다. 다만, 분명한것은 있었다. 황혼교주를 쓰러트린 것은 라덴이다.
“…백성들은 불안에 떨고 있고, 제국은 크게 뒤흔들린 직후일세. 황혼의 세뇌는 풀렸지만, 그들에게 지배되었던 도시의 주민들은 거대한 불안감을 품고있어.”
“그건 황제폐하가 알아서 하셔야죠.”
“당연히. 알아서 할 것일세. …황제라니… 내가 황제라니. 절대로 앉고 싶지 않은 자리이지만, 안타깝게도 물릴 수도 없고 나를 대신할 사람도 없어.”
환룡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긴 탄식을 흘렸다. 제국의 공작. 기껏 제약이 풀려 자유를 얻었는데도, 제국을 위해 교주를 가로막았다가 봉인당했다.
그런데 봉인에서 풀리고 나니 이번에는 제국의 황제란다.
“…위치에는 충실할 생각일세. 하지만… 여러가지로 도움이 필요해. 자네가 도와준다면…”
“싫습니다.”
라덴은 다시 한번 머리를 가로저었다.
“나는 플레이어에요. NPC가 아니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황제폐하가 나한테 뭘 기대하는지도 모르겠고. 플레이어인 내가 황제폐하를 도와봐야 모양새만 나빠질 뿐이잖습니까.”
“그렇지 않네. 자네는 제국의 영웅이야.”
“영웅은 무슨. 다 죽어가는 놈 막타친 것이 전부인데.”
라덴은 헛웃음을 흘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이래서 수도로 오고 싶지 않았다. 이런 귀찮은 일에 엮이게 될 것이 뻔할 뻔자였기 때문이다.
“…용린도 잘 썼고, 저한테 준 힘도 잘 썼습니다. 그러니 돌려드리죠.”
“돌려주지 않아도 돼.”
“아니. 진짜로 필요가 없어서 그래요. 이런 것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요.”
라덴은 투덜거리면서 피부를 덮은 용린을 긁었다. 용린의 덕을 많이 보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용린의 성능이 너무 좋았다.
계속해서 용린의 보호를 받게 된다면, 전투에서 절박감을 느끼기 힘들어진다. 동조율을 위해서라도 용린은 돌려주는 편이 좋다.
“…정말로 받아들여주지 않을 셈인가?”
“난 영웅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영웅이라는 감투는… 거, 뭐냐. 멀쩡하게 살아있는 제가 아닌, 미련하게 혼자 덤벼서 죽어버린 그 등신한테 씌워주십시오. 그리고. 제노미아에도 영주대리 보내주시기로 한것 잊지 마시고.”
황제는 일어선 라덴을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렇게 싫다고 하는데 붙잡을 방법은 없다. 잠자코 라덴을 보던 환룡이 다시 한번 기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할텐가?”
“바다를 건널 방법을 찾아봐야죠.”
라덴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신대륙. 우선 목표는 그곳이다. 이곳 대륙에서도 아직 탐색하지 않은 지역이 있기는 하였지만, 던전공략이나 미개척 지역공략은 라덴의 관심분야가 아니었다.
‘루카스 그 자식이 제대로 엿을 먹었던데.’
루카스가 마론드에서 출항하고, 반나절이 채 안되어 크라켄에게 침몰당하였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이었다. 그 일로 인하여 루카스는 배와 함께 완전히 침몰했다.
놈의 길드인 불칸은 분해되었고, 샤오만도 루카스와의 동맹을 파기했다. 신대륙으로의 항해에 가진 자금을 몽땅 털어 넣었던 루카스는 배가 침몰해버리면서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래도 쌓아 놓은 것이 있으니 완전히 망하지는 않겠지만, 재기하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바다, 바다라… 신대륙. 하하! 이럴때면 이 세상이 게임이고, 내가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이 실감나. 살면서 단한번도 신대륙이라는 것은 들어 본적이 없는데…”
“우리도 똑같아요.”
라덴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갑작스레 신대륙을 맞닥트리게 된 것은 플레이어나 NPC나 마찬가지죠. 그곳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것도 똑같고.”
라덴은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돌렸다.
“다음에 마음이 동한다면 놀러 오겠습니다. 황제폐하. 그때에는 부디 저한테 귀찮은 제안을 하지 말아주시기를.”
“예전이라면 힘을 써서 억지로라도 옆에 두었을텐데.”
“지금은 안될걸요. 내가 너무 강해져서.”
“알고 있네. 다섯 괴물이라는 이름도 무색해졌군.”
환룡은 끌끌 혀를 차면서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는 마음속에 뭇내 남은 미련을 완전히 떨쳐냈다.
“배웅하지는 않겠네.”
“황제폐하가 배웅하러 나오는것도 우습죠.”
“그래. 나는 제국의 황제니까. …다음에는 이렇게 쉽게 만나주지 않을것이야.”
“그럼 안와야지.”
라덴은 히죽웃으면서 환룡의 말을 받아냈고, 환룡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라덴은 활짝 열려 있던 창문 난간에 발을 걸치더니 그대로 위로 뛰어올랐다.
공중에 떠있던 라덴의 몸이 텔레포트 링의 빛에 휘감겨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