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62
62. 트레이드
트레이드.
사실 이 트레이드는 서로 승리를 점칠 수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승자와 패자로 나뉜다.
대전 호크스 같은 경우는 한 차례 말고는 트레이드로 성과를 낸 적이 없었다.
그 한 차례 성과도 ‘길터주기’였다.
즉 다른 팀에 가면 주전급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현재 팀에서는 백업으로도 기용하기 쉽지 않은 포지션을 ‘길터주기’ 개념으로 받은 거다.
대전 호크스가 승리했던 트레이드는 귀한 포수였고, 그 포수는 현재도 대전의 안방마님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재원이가 부산 간다고?”
이 트레이드는 당연히 1군에서도 화제였다.
홈 개막전을 코앞에 두고 터진 트레이드.
이영호는 빠르게 카드를 맞추었고 예전부터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던 투수 이정우를 냉큼 물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전이 손해 보는 장사였다.
“잘됐네!”
하지만 분위기가 오히려 좋아졌다.
“정우, 아직도 야구하는구나.”
“근데 트레이드가 무게가 안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다음 대화는 이정우였다.
유행운 역시도 뒤늦게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고 처음에는 유재원을 치운다는 생각에 좋았다.
그다음은 이정우에 대해서였다.
확실히 이정우는 투수로서는 생명이 끊긴 상태였다.
어깨 부상 이후, 구속은 물론 구위까지 가벼워졌다. 2군에서도 배팅볼 수준이었는데, 대체 이영호는 뭘 보고 그를 선택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타자라면 모르지.’
투수 생명이 끝난 이정우의 선수 생명이 끊겼는가?
그건 아니었다. 지난 1회차에서 이정우는 재기에 성공한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부산에서 방출당한 이정우는 새로운 구단에서 투수를 그만두게 된다.
그게 시작이었다.
야구 천재의 귀환은.
‘근데 대전이 그럴 능력이 될까?’
유행운은 심각해졌다.
현재 유행운이라는 존재 때문에 역사가 바뀌고 있었다. 원래 이정우는 부산에서 벗어나 광주 아이언스로 간다.
거기서 타격의 재능을 발견했었는데, 과연 대전 호크스에서도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괜히 나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인생은 각자도생이었다. 이정우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지, 그건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현재 주전 2루수 이승현이 이탈하고 은퇴 선언을 한 이상, 내야진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유행운이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고 기존 내야 백업을 돌 예정이었던 임지혁이 2루수 자리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내야 멀티 백업 자리가 애매해졌다. 만년 유망주 최진영은 한 방이 있는 타자라는 소리를 듣지만, 공수 전반에 걸쳐 애매한 선수였다.
그렇다면 서산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 서산에는 작년 유격수 주전이었던 유재원이 있었고 그의 인성과 상관없이, 여름이 오면 어쩔 수 없이 백업을 골라야 한다.
운이 좋지 않으면 임지혁이 밀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유재원이 트레이드로 대전을 떠나며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됐다!’
임지혁이 속으로 웃는다.
차마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입가가 자꾸 실룩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지혁이 좋단다.”
그걸 또 조석찬이 발견한다.
조석찬은 올 시즌 대전에 합류한 선수였지만, 인성이 바로잡힌 선수였다.
대전은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일단 인성이 바로잡힌 선수를 선호했다.
팀의 주장인 지선호도 젊었고 전체적으로 팀의 구심점이 되어 줄 선수가 부족했다.
그걸 채우기 위해 FA를 진행했고 조석찬은 기존 몸값보다 20억을 부풀려 대전에 왔다.
“지혁아. 지금 당장은 네가 주전인 거 같고, 막 그렇지?”
임지혁은 확실히 주전을 확보한 후에 조금 풀어졌다.
예전에는 긴장을 하고 있었고, 언제 경기를 뛸지 몰라 항상 준비하던 임지혁이었다.
지금은 연달아 2루수 선발 출장을 하니 조금씩 마음을 놓고 있다.
“유재원이 갔다니까, 이제 경쟁자도 없는 거 같고. 그렇지?”
뜨끔.
임지혁은 순간, 아니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기회는 말이야, 주어질 때 잡는 게 중요한 거야. 지금 당장 감독님이 너에게 기회를 준다고 해서, 그게 주전으로 기용한다는 뜻은 아니거든?”
조석찬은 육성 선수 출신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한 선수였다.
그 누구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선 조석찬이었기에, 지금 하고 있는 조언은 굉장히 중요했다.
“언제 어디서 좋은 선수가 툭 튀어나올지 몰라. 네 선배, 진영이도 조금만 깨우치면 엄청나게 성장할 유형이거든?”
맞다.
최진영은 재능은 타고났다. 다만, 그 재능이 언제 개화할지는 알 수 없었다.
“너만 지금 주전 생각하겠냐? 진영이도 마찬가지야. 걔도 지금 내야 경쟁이 헐거워졌다고 생각할 거라고. 승현이 형이 은퇴하고 유재원이 부산 갔는데, 당연히 헐겁지. 너 제대로 못 하면 기회는 다음 사람에게 간다.”
아주 당연한 논리다.
팀 스포츠에서 경쟁은 필수였다.
* * *
“이모. 행운이가 4번 타자야?”
“얘는, 저기 전광판 안 보이니? 9번 타자잖아.”
홈 개막전에 맞춰 유행운이 엄마를 위해 티켓을 준비했다.
테이블석이었고 4명이서 앉을 수 있는 자리였다.
사실 오늘 경기에 가족과 함께 올 생각이 없었던 이선영이었다. 하지만 요즘 아들이 유명해지면서 자꾸 가족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예전에는 남편이 죽고 난 후에는 아들은 물론, 이선영에게도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이 죽은 후에 부담스러워서 연락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전에는 남편의 사업도 잘되었고 이선영도 은행을 다니며 풍족한 생활이 가능했다.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도 있었으며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부가 있는 건 물론이고, 아들이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풍족한 지원도 가능했다.
그랬던 집안이 한순간에 풍비박산이 되니, 자연스럽게 가족과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선영은 여유가 없었다. 그저 일을 하며 사라진 재산을 다시 축적하는 데 몰두했고 그 과정에서 언니나 동생에게 연락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도 모셔올 걸 그랬다, 선영아.”
“다음에. 대전은 멀잖아.”
사실 오늘도 일방적이었다.
아들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작년 여름이었다. 그 전에도 소소하게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여름부터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그때부터 친인척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당연히 부담스러웠다. 잘 안될 때는 아들이 야구를 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던 사람들이었기에.
“근데 진짜 자리 좋다. 뒤에 연예인이지? 어? 엄마, 뒤에 봐 봐. 이모도 봐 봐. 연예인 있어. 배우.”
이선영의 조카는 신났다.
좋은 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도 좋았고 뒤에 유명인이 앉아 있는 것도 좋았다.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야알못이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 뒤늦게 관심을 가진 야구였다.
사촌 동생이 야구로 유명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야알못이었다.
“근데 내가 지금 인터넷 검색하니까, 9번 타자면 못하는 선수 같은데?”
눈치 없는 조카가 핸드폰을 보며 이선영에게 말을 걸었다.
“4번 타자가 잘하는 선수래. 행운이는 혹시 못하는 선수야?”
그 순간.
주변에 있던 대전 팬들이 조카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당연하다.
대전에서는 절대 유행운에 대해 나쁘게 말하면 안 된다. 지금 대전 호크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는 유행운이었다.
“뭐라는겨?”
“우리 황태자가 못한다고?”
테이블석은 중앙에 위치한다.
소란스러운 야구장에서 가장 적막한 자리라고 할 수 있었는데, 위치가 좋아서 투수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잘 볼 수 있었고 전체적인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기 좋은 자리였다.
해서, 눈치 없는 야알못이 말하는 소리가 다 들린다. 다 듣게 된다.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조카의 등 뒤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윤해원은 연예인이었기에 주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애를 깎아내리는 말에는 참을 수 없다.
윤해원은 첫 시구를 만족스럽게 하고 바로 유행운 유니폼을 챙겨 자리로 왔다.
구단에서는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스카이박스를 권했지만, 윤해원은 테이블석을 고집했다.
높은 곳에 위치한 스카이박스보다 테이블석에서 현장감 있게 관람하는 걸 좋아해서다.
물론 부작용은 지나가는 사람이 자꾸 쳐다본다는 것.
다행인 건, 야구를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연예인보다 중요한 게 야구선수였다.
“얘, 영은아. 조용히 해.”
이선영도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너 이러다 암살당해.”
“네? 무슨 소리야, 이모?”
“너 지금 주변 파악 안 되니? 우리 아들 까면 그 순간 암살감이야. 너 말이야, 너.”
요즘 이선영도 변했다.
하도 주변에서 아들 칭찬을 자주 듣다 보니, 슬슬 아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현재 귀한 아들은 대전 호크스의 황태자이자, 간판스타였다.
21억이 아깝지 않다는 말까지 들었고 지금 하위 타순에 놓은 이유도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었다.
따악!
그 순간, 오늘의 선발 투수 강우성의 공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소리만 들어도 안타였다.
“어?”
그러나.
“우와아아아악!”
대전 팬들이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지른다.
삼유간을 빠져나갈 것 같았던 타구가 유격수의 글러브 속으로 다이빙했기 때문이었다.
유행운이 직선타를 몸을 날려 건져 냈다. 공을 빼내며 씩 웃는 얼굴이 중계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 외쳐! 유! 행! 운! 럭키럭키럭키보이 유! 행! 운!
멋진 호수비가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 앰프에서 유행운의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물론 아주 짧게. 아무리 홈 경기라 해도 상대 공격 타임에 응원가를 오래 트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아, 나 닥쳐야겠다…….”
뒤늦게 이선영의 조카가 분위기 파악을 한다.
유행운을 소리치는 목소리, 사랑한다며 울부짖는 목소리, 영원히 함께하자며 절을 하는 아저씨까지.
여기서 유행운을 까면 진짜 암살당할지도 모른다.
* * *
연예인이 직관이 오면 카메라가 그 방향을 찍을 수밖에 없다. 윤해원이 방방 뛰며 유행운의 유니폼을 흔드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그 윤해원 씨가 엄청난 대전 팬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안타깝게도 직관할 때 이겨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걸 요즘 말로 패배 요정이라고 하죠?] [오늘 경기는 어떨까요. 저도 결과가 정말 궁금한 게, 지금 대전 호크스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특히 유행운 선수는 21억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해 줍니다.]오늘 경기는 서울 스타즈와의 주말 3연전이다.
서울 스타즈는 현재 3승 2패로 적당하게 스타트를 끊고 있었고 직전 경기를 연장 승부 끝에 잡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긴 하지만, 피로도가 쌓인 상태였다.
하지만 아직 시즌 초.
체력 부담에 대한 우려는 없다.
스타즈의 선발 투수는 저스틴 폴 조나였다. 서울 스타즈의 1선발이자, 대전에게는 무패 기록이 있는 선발 투수였다.
즉, 지금 경기는 투수전 양상을 띠고 있었다.
저스틴은 세 개의 피안타를 맞았다. 첫 피안타를 안긴 상대는 조석찬이었다.
조석찬은 묘하게 저스틴에게 강했는데, 이번에도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쳐 냈지만, 후속 안타가 없어서 득점을 할 수 없었다.
그다음은 프레드릭의 단타였으며 6번 타자 김정환의 병살타로 주자가 삭제되었다.
마지막은 유행운이었다. 유행운은 여전히 심적으로 가장 편한 타순에 위치해 있다. 바로 9번.
3회 선두 타자로 나선 유행운은 처음 만나는 용병 투수였기에 조심스럽게 승부를 이어 갔다.
6구 끝에 배트를 돌렸고 단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그게 끝이다. 선두 타자가 출루했음에도 안타가 터지지 않았다.
직전 경기까지 대전은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침묵하고 있었고 강우성을 맞서는 서울 스타즈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스타즈는 볼넷 하나와 안타 두 개를 가져왔다. 서로 안타를 가끔 치긴 하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명품 투수전이네요, 정말.] [이건 간단해요. 상대 선발을 마운드에서 빨리 내쫓는 팀이 이깁니다.] [현재 5회 초, 강우성의 투구 수는 64구. 아주 효율적인 투구였어요. 저스틴도 60구로 아주 좋습니다.] [사실 강우성 선수가 나이도 있어서 100구 이상은 던지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럼 스타즈가 더 유리해질까요?] [그건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강우성은 마운드에 올라 로진백을 정성껏 손에 문질렀다.
날씨는 참 좋았다. 햇볕도 따스하게 내리쬐고 응원하는 분위기도 흥겹다.
투수전이라 득점이 나지 않고 안타도 몇 개 터지지 않아서 지루할 수도 있지만, 팬들은 ‘삼진’을 외치며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 미치겠네 지선호 왜 이렇게 저스틴한테 약하냐?
└ 원래 전체적으로 애들 저스틴 공략 잘 못했음… 스콧이 운이 좋았지..
└ 스콧도 다음에 만나면 모른다
└ 행운이가 좀 공략하는 거 같은데 조석찬하고 너무 떨어져 있다 라인업 미스임
└ ㅇㅈ 유행운을 조석찬 앞에 두고 4번에 프레드릭을 놨어야 함 ㅇㅇ
└ 돌정환 라인업 존나 안 바뀜 ㅋㅋㅋㅋ 생각 안하는 거 같다
└ 아직 돌이라기엔 초반이라… ㅋㅋㅋ 이 라인업으로 연승했으니까 바꾸기도 좀 글치
└ 이거 설마 패요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 윤해원 잠깐 나가라고 해봐 ㅋ
야구팬에게 패요는 예뻐도 필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