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152
사상 최강의 오빠 153화
55장 원정(4)
에일린이 건넨 제비를 확인한 김세 훈이 중얼거렸다.
“필연(必然)? 누나, 이게 뭐야?”
“다음 제비를 뽑아봐.”
김세훈은 두 번째 제비를 확인했 다. 그곳에는 운명이라는 글자가 검 은 먹물로 쓰여있었다.
“뭐야, 누나의 천기 어빌은 길흉화 복을 점치는 게 끝 아니었어? 대길 이라던가 대흉이라던가… 그런데 뜬 금없이 왜 운명 같은 게 튀어나와?”
에일린은 김세훈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제비.”
그녀의 목소리와 표정이 주는 은밀 한 압박감 때문일까? 결국, 에일린 이 이르는 대로 마지막 제비를 뽑은 김세훈이 제비에 적혀 있는 글을 읊 조렸다.
“가지 않으면… 길은 없다? 뭐야 이게?”
“세훈아. 우린 이곳으로 왔어야만 했어. 오늘을 놓치면… 너는 머지않 은 시기에 분명 죽었을 테니까.”
김세훈이 에일린의 말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죽어? 내가? 누나. 나는 그렇게 약해빠지지 않았어. 누나도 알잖아? 마나 각성도 못 한 채 중간계에 떨 어졌어도 악착같이 살아남은 게 나 야. 그런데 궤도에 오른 지금. 내가 그리 쉽게 당할 것 같아?”
김세훈의 호언장담에 에일린이 서 글픈 얼굴로 말했다.
“세훈아. 네가 중간계에 온 지 벌 써 3년이야. 3년…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이 시간 동안, 네가 버텍스 라는 사실은 중간계에 서서히 퍼져 나갔어.”
“…그렇겠지.”
“그래서야. 세훈아. 여태까지 널 노 렸던 건 피라미들에 불과했어. 그리 고 지금에 와선… 거물들이 너를 노 리기 시작했어. 김세훈. 저열이 정말 재미로 아틸라를 멸망시켰다고 생각 해?”
에일린의 말이 암시하는 바를 알아 차린 김세훈의 낯빛이 차갑게 굳었 다. 아틸라. 원정대 등대의 거점 도 시였던 곳. 그렇기에 만약 이번에 원정을 나서지 않았다면, 그들 또한 저열의 침략에 휘말렸을 게 분명했 다.
“그게 무슨… 설마?”
“맞아. 놈이, 사황이 널 노리고 있 어. 그리고 사황이 움직인 이상… 나에게 선택지 따위는 없었어.”
사황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잠시 말을 잃었던 김세훈이 퍼뜩 정 신을 차리고 말했다.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고…? 잠깐! 누나. 이건 나에 대한 점괘지? 누 나! 누나에 대한 점을 쳐봐. 당… 장!”
흥분한 김세훈의 말에 에일린이 고 개를 천천히 저었다. 자신의 점괘는 이미 수도 없이 봤다.
그제, 어제, 오늘. 혹여라도 바뀔까 싶어 보고 또 본 것이다. 그리고 열 번을 뽑든, 백번을 뽑든, 점괘의 결 과는 같았다.
대흉(大凶).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점괘.
에일린의 그늘진 얼굴에서 점괘의 결과를 유추한 김세훈이 이를 빠득 갈더니 소리쳤다.
“카라스!”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라스가 달려와 부동자세를 취했다.
“네, 대장님.”
“지금 당장 철수한다!”
“네? 대장님. 본대 전부 말입니 까?”
“그래, 지체할 시간 없으니까 서둘 러! 이곳은 사지다!”
김세훈의 말에 안색이 변한 카라스 가 철수 준비를 위해 뛰어가자, 에 일린이 뒤에서 말했다.
“세훈아, 그만해. 오늘 우리는 이곳 에서 있어야 해. 안 그럼… 네가 죽 어.”
“누나! 답답한 소리 그만해! 평소 에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지 금은 왜 이리 멍청하게 구는 거야?! 빌어먹을, 누나 없이 혼자 살면? 내 가 그걸 기뻐하기라도 할 것 같아?”
“…이곳에서 철수하면? 도망가면? 그럼 우리에게 내일은 있니? 세훈 아. 저열… 그가 우리를 쫓고 있다 는 걸 잊지 마.”
“그래도 해봐야지! 그리고 누나, 나는 점괘 따위 애초에 믿지 않았 어. 미래는 우리가 개척….”
에일린을 설득하기 위해 격정을 쏟 아내던 김세훈의 뒤쪽에서 산새가 지저귀는 듯한 맑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어머? 제가 온 타이밍이 별로였나 봐요. 어쩌죠?”
김세훈과 에일린 사이에 흐르는 심 상찮은 기류를 읽은 심병수가 천혜 수의 옆에서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저… 혜수 씨 아무래도 다음에 오 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병수 씨. 그래도 이렇게 찾아뵌 김에 인사는 드려야죠. 안녕하세요. 저는 천혜수라고 해요. 흐응, 혹시 두 분이 원정대의 대장님과 성녀님 이신가요?”
불청객의 등장이 불쾌했는지, 김세 훈이 겨울 삭풍처럼 싸늘한 목소리 로 답했다.
“맞습니다만… 지금 사적인 얘기를 나누는 중이라서요. 죄송하지만, 그 쪽과의 대화는 나중으로 미루는 게 좋겠습니다. 심병수. 모시고 가도 록.”
“네, 대장님. 혜수 씨. 들으셨죠? 아무래도 지금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으니 나중을 기약하는 게….” 천혜수가 싱긋 웃더니, 심병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어머나, 그건 곤란한걸요? 사실, 제 입장에서는요. 대장님과 성녀님 간에 어떤 용무가 있든지 간에 전혀 상관이 없거든요. 그렇잖아요? 손님 은 어디까지나 그쪽이지. 제가 아닌 걸요. 그런데 왜 제가 가야 해요? 그쪽이 와서 인사를 해도 모자랄 마 당에.”
“네? 혜수 씨 방금 뭐라고….”
천혜수는 심병수가 옆에서 뭐라 하 든지 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리고 김세훈은 그녀가 걸어오는 걸 보면서도 마치,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처럼 발끝 하나 움직일 수 없 었다.
모공의 털이 정전기라도 일어난 듯 바짝 섰으며, 입안은 모래를 씹은 듯 급속도로 말라붙었다. 이윽고, 간 신히 입을 연 김세훈이 말했다.
“누나. 확인해 봐. 인외종…이야?”
에일린이 도리질을 치며 답했다.
“아니야, 이럴 리가 없는데. 아무리 봐도… 인간이야. 왜 이러지? 저 런… 저런 존재가 절대 인간일 리 는….” 천혜수가 립스틱을 바른 듯 붉은 입술을 손바닥으로 가린 채 웃음을 터뜨렸다. 귀부인의 그것처럼 고혹 적인 웃음소리였다.
“아이〜 너무하신다. 그럼, 우리가 명색이 그쪽의 천적인데, 식스 센스 라던가, 성녀의 안목을 피하는 방법 따위도 없을까 봐요? 흐응… 물론,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됐긴 했지만 요. 근래 우리는 그럴싸한 술법을 하나 창안했답니다. 이름하여! 괴뢰 가면의 술이라는 거지요〜”
천혜수가 김세훈과 에일린의 주변 을 떠돌며 즐거운 듯 말했다.
“우후후… 이 술법은 말이죠. 자랑 하자면! 무려! 영혼의 껍데기를 뒤 집어쓸 수 있는 비술이랍니다. 뭐 비록〜 자아가 뒤섞인다거나 하는 사소한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효 과는 아주 놀랍답니다! 식스 센스 도! 성녀도! 우리를 구별하지 못하 거든요〜 이런, 어쩌죠? 이제 인간 들은 아주 큰 일 난 것 같은걸요?”
상큼발랄하게 설명하던 천혜수가 가늘고 기다란 검지로 김세훈의 턱 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당신… 꽤 내 스타일이네 요? 눈매도 그렇고, 생긴 것도 그렇 고… 무엇보다, 몸매가 잘 빠졌어요. 에잇! 아쉽네요. 버텍스만 아니었다 면… 시커로 만들어 내 종으로 부렸 을 텐데.”
자신의 코앞에서 잘난 듯 주절거리 는 천혜수를 노려보던 김세훈이 천 둥 같은 기합을 내질러 전신을 짓누 르는 압박감을 떨쳐낸 뒤 허리춤에 서 롱소드를 뽑아 천혜수의 목덜미 를 향해 베었다. 번개 같은 일수였 다.
카앙!
하지만, 김세훈의 혼신의 힘을 다 한 일격은 허망하게도 천혜수의 검 지에 가로막혔다.
백옥으로 만든 나뭇가지처럼 희고 앙상한 손가락 하나 베어 넘기지 못 한 김세훈의 눈매가 부르르 떨릴 때 천혜수가 말했다.
“흥! 생긴 건 내 스타일인데… 하 는 행동은 영 신사답지가 않네요. 그런 의미에서… 벌을 줘야겠는걸 요?”
천혜수가 웅차, 하는 귀여운 기합 과 함께 정권을 내질렀다. 하나, 그 어설프기 짝이 없는 공격에 복부를 맞은 김세훈의 몸은 전속력으로 달 려오는 십 톤 트럭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쏘아져 나갔다.
나무 대여섯 개를 박살 내고도 모 자라 땅속 깊숙이 처박혀버린 김세 훈을 본 천혜수가 난처한 듯이 말했 다.
“에고… 조금 셌나? 그래도 최대한 가지고 놀려고 힘 조절 좀 한 건 데… 에이, 설마 죽어버리진 않았겠 지.”
그때,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땅속에 파묻혀있던 김세훈이 공중으 로 날아올랐고 그가 손에 꼬나쥔 창 이 맹렬히 회전했다.
오의(與義) 철산포(鐵散배).
한 호흡 내쉴 찰나에 철산포를 완 성한 김세훈이 창을 쭉 뻗자, 대기 들 찢어발기는 와류가 요동치며 천 혜수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그녀는 늘어지는 하품과 함께 수도를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일도양단.
단 일격으로 와류를 두 쪽으로 갈 라버린 천혜수의 머릿결이 철산포가 와해된 여파에 깃발처럼 나부꼈다.
“아휴 시원해라〜 버텍스 님. 뭐 다 른 재롱은 없으신가요?”
여유를 있는 대로 부리며 김세훈을 비웃던 천혜수는 무언가 자신의 등 을 강타하는 걸 느끼고 눈썹을 까딱 거렸다.
까아앙! 쇠막대로 철판을 두드린 것 같은 소음과 함께 천혜수의 고개가 서서 히 뒤로 돌았다.
이내, 장난감 로봇의 머리처럼 180 도 돈 그녀의 얼굴이 자신의 등에 롱소드를 후려친 대상, 심병수를 주 시했다.
“…아쉬워라. 하는 행동이 귀여워 서 시커로 삼아줄까 했는데. 꽤 괘 씸한 짓을 해버렸네? 하긴, 먹이랑 교미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긴 하 니까….”
천혜수가 날벌레를 물리치듯 손을 가볍게 휘젓자, 그 경로에 놓여 있 던 심병수의 머리통이 바닥에 떨어 진 수박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이내 슬로우모션이라도 찍듯, 머리를 잃 고 옆으로 서서히 쓰러지는 심병수 의 육신을 본 김세훈이 이를 악물었 다.
‘김세훈. 흥분하지 마라. 침착하고 또 침착해라, 생각하고 또 생각해라. 애도는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 은… 찾는 거다 놈의 약점을. 분명 있을 거다. 아무리 강해도, 아무리 단단해도, 용의 역린처럼 연약한 곳 이 분명 있을 거야.’
김세훈이 허리의 단검 집에서 단검 을 뽑아 던졌다.
염동력이 실린 단검 7개가 대기를 유영하며 그녀의 전신에 틀어박혔 다. 하지만, 단검은 그녀의 피부에 생채기조차 내지 못한 채 힘없이 바 닥으로 떨어졌다.
‘…대체 내구 수치가 몇이길래 박 히지도 않는 거지? 아니, 그전에 껍 데기조차 벗겨내지 못하다니…? 어 디서 이런 괴물이…!’
기본적으로 인외종이 전력을 다한 다고 할 수 있는 건 껍데기를 벗고 본신을 드러낸 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천혜수는 껍데기조차 벗지 않고 자신을 가볍게 상대하고 있었다. 돌연 미로를 헤매다 드높은 철벽을 마주한 것만 같은 절망감이 엄습한 탓인지, 김세훈이 입술에 피가 나도 록 깨물었다.
소심한 자학이 불러온 날카로운 통 증으로 연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스리 기 위해서였다.
-대장님!
그들의 격전을 넋 놓고 원정대원들 이 정신을 차렸는지 오와 열을 갖춘 채 다가왔다.
카라스의 통솔 아래 20명의 대원 이 타워 실드를 앞세우고 전진하는 모습은 마치 성벽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걸 본 김세훈이 대경실색해선 소 리 쳤다.
“소용없다! 오지 마! 오지 말고… 도망쳐! 명령이다!”
절박함으로 물든 김세훈의 목소리 는 그들에게 닿았지만, 아무리 명령 이라 부르짖어도 그들은 듣지 않았 다.
왜 안 그렇겠는가?
애초에 그들은 태생이 멍청함 그 자체인 부류들이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길 주저앉는 게 그들인데, 가족이자 자 신들의 리더인 김세훈을 버리고 도 망갈 리가 있겠는가?
그저 불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처 럼 망설임 없이 달려들 뿐이었다.
“어머나, 최강의 원정대라더니… 의리가 좋기도 해라. 헤에, 좋아요. 기분이에요. 제가 쬐끔! 힘을 써보 기로 할까요?”
천혜수의 등허리 쪽에서 푸른색 비 늘이 송송 박힌 꼬리가 쑥 튀어나왔 다. 악어의 꼬리를 빼다 박은 듯한 그 꼬리는 애교라도 부리듯 바람을 희롱하며 살랑거리다, 바닥을 가볍 게 쳤다.
그러자, 마치 고래 꼬리가 바닷물 을 후려친 것처럼, 바닥이 펑, 하고 터졌다.
화산이라도 폭발한 것처럼 흙의 분 수가 솟아오르는 그 압도적인 장면 을 본 원정대원들의 걸음이 우뚝 멈 췄다.
방금 그 가벼운 꼬리 짓만으로도 격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제 꼬리 귀엽죠? 이래 봬도… 크 로커다일 중에서 최고 예쁘기로 소 문이 났답니다. 우후후, 다음부터는 리본이라도 달고 을까나…?”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천혜수의 모습이 잔상을 남기고 사 라졌다.
이윽고 원정대원의 방진 앞에 나타 난 그녀가 가볍게 턴을 돌며 3m 남 짓한 꼬리로 원정대의 방패벽을 후 려 쳤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폭죽이 터졌다. 피의 폭죽, 무수한 육편이 사방에 비처럼 흩날리는 것을 보며 김세훈이 절규 했다.
단 한 번의 일격. 그 일격으로 20 명의 원정대원이 폭사라도 당한 것 처럼 방패와 함께 전신이 바스러진 것이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외면하며, 김세훈 은 허리춤에서 검은 가죽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검은 액체가 찰 랑거리는 포션 병의 입구를 딴 김세 훈이 거침없이 들이켰다.
도핑 포션.
30분의 제한 시간 동안 전 스텟을 10 상승시켜주는 대신, 30년의 수명 을 앗아간다는 포션으로, 말이 포션 이지 사실 극독이나 마찬가지인 약 물이었다.
근육이 팽창하고, 뼈가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활력이 혈관을 가득 채우는 느낌을 만끽하며 김세훈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검과 활이 염 동력에 의해 그의 손에 빨려 들어왔 다.
‘김세훈. 슬퍼하지 마라, 분노하지 마라, 오로지 지금 이 순간, 도움이 되는 생각만을 해라. 그래, 완력으로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는 거다. 화공? 아니, 통할 리 없다. 독? 그 래. 독이다. 인외종, 그것도 상급종 의 체액으로 만든 독이라면… 가능 성 있다.’
김세훈의 뇌리에 원정을 오면서 챙 긴 혈독이 스쳐 지나갔다. 혈독, 그 것이라면 놈을 잠시 동안이라도 무 력화시킬 수 있을지 몰랐다.
김세훈의 눈매가 벌어지며 검은 눈 동자가 드러났다. 그의 안광이 불곰 의 숨통을 노리는 회색 늑대의 그것 처럼 번뜩였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