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20
사상 최강의 오빠 020화
6장 인조 던전(6)
먹이를 노리는 상어처럼, 늑대들은 그들의 주변을 맴돌며 초록빛 안광 을 뿌리고 있었다.
응시자들은 패닉에 가까운 정신상 태임에도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전투태세를 정비했다.
대여섯 개의 파티가 운집되었고, 묻혀 있는 생존자들을 중심으로 원 형의 진형이 짜였다.
소속 클랜 없이 홀로 남은 이들은 불안감에 도주하려 했으나, 이내 울 며 겨자 먹기로 진형에 참가해야만 했다.
늑대들이 퇴로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면초가.
이미 도망갈 곳은 없었다.
“젠장……! 최악이군! 일단 모두 플래시 바닥에 뿌려! 너무 어두워!”
연지훈의 말에 무수한 플래시가 사 방에 흩어지며 빛을 뿌렸다. 그러자 어둠의 장막이 걷히며 은은한 플래 시의 빛이 그들의 시야를 밝혀준다.
그 행동이 늑대들을 자극했던가, 놈들이 아가리를 벌리며 덮쳐온다.
빛을 벗 삼아 연지훈이 앞으로 나 섰다. 강체술로 강화된 그의 몸이 매섭게 움직인다. 그리고 쏟아내는 잽.
프로 권투선수 출신답게 깔끔한 그 의 잽이 늑대들의 옆구리와 복부를 연타했다.
퍼벅.
잽이라곤 하나, 숙련된 프로답게 공격력 자체가 웬만한 응시자의 체 중이 실린 일격이나 다름없었다. 아 차 하는 순간에 늑대 3마리가 내부 를 진동시키는 경기의 여파에 오장 육부가 터져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후우우.”
단숨에 잽을 쏟아낸 연지훈이 심호 흡과 함께 숨을 고르자, 그 틈을 놓 칠세라 다른 늑대가 틈을 노리고 옆 에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연지훈이 빙글 돌며 날린 철퇴와 같은 훅이 우직 하는 타격음 과 함께 늑대의 두개골을 박살 내버 린다.
일개 응시자답지 않은 무력. 프리 미어 클랜의 데뷔 조를 맡은 리더다 웠다.
“리더! 우리도 갑니다!”
흑봉회가 움직이자 분쇄기에 갈리 는 고기처럼, 덮쳐오던 늑대들이 거 침없이 죽어 나간다.
그 움직임에 힘을 얻은 응시자들이 진형을 유지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늑대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철마 클랜의 김정철, 리고 클랜의 유소영 또한 남다른 무력을 과시하 며 늑대 3마리 정도는 아무렇지 않 은 듯 상대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격 언이 말해주듯, 한 개 파티로 이 수 많은 늑대를 상대하는 건 어불성설 이나, 30명이 넘는 응시자들이 모이 자 설사 늑대가 천마리가 있다 하더 라도 가망이 없어 보이진 않았다.
아우우-!
길게 찢어지는 울음소리. 늑대들의 대가리를 주먹으로 부수며 클랜원들 을 지원하던 연지훈은 늑대들의 행 동이 이상한 걸 알아차리자, 한 걸 음 물러서서 놈들을 살폈다.
늑대들이 좌우로 갈라진다. 마치 길을 트는 것만 같은 움직임.
그리고, 어둠 속에서 검청색 갈기 의 왕들이 포효와 함께 나타났다.
바람처럼 달려든 다이어 울프의 앞 발이 연지훈의 크로스 가드 위에 작 렬한다.
묵직한 일격.
평범한 늑대와는 차원이 다른 무게 감에 연지훈이 신음과 함께 속절없 이 뒤로 물러선다.
쾅쾅쾅!
체구가 2m는 넘을듯한 이 늑대의 왕은 거침없이 연지훈을 몰아쳤다. 채찍처럼 후려치는 꼬리, 오함마처 럼 내려치는 앞발의 공격에 연지훈 이 연신 물러나며 간간이 잽을 뿌린 다.
하나 다이어 울프는 그의 잽을 가 소롭다는 듯 가볍게 회피하며 빙글 돌더니 꼬리로 연지훈의 허벅지를 후렸다.
빠직.
단 일격. 단 한 번의 공격만 허용 했을 뿐인데 허벅지 뼈가 산산조각 이 났다. 숫제 쇠로 된 채찍에 얻어 맞은 것만 같은 충격. 연지훈은 신 음을 흘렸다.
“큭.”
연지훈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쉽사 리 쓰러지지 않았다. 그의 스트레이 트 펀치가 다이어 울프의 미간에 적 중했다.
퍽.
크르르-
다이어 울프는 옅은 울음소리와 함 께 아프다는 듯 코를 찡그렸지만, 고작 그게 다였다.
혼신의 일격이었으나, 자세가 무너 진 탓에 제대로 힘이 실리지 못했던 것 같다.
“빌어먹을…….”
연지훈이 동급의 응시자 중에선 꽤 힘을 쓰는 축에 들었으나, 이 늑대 의 왕 앞에선 초라한 먹잇감이나 다 름없었다. 적어도, 혼자선 어림도 없 었다.
흘낏 옆을 보자 흑봉회의 동료들과 타 클랜의 응시자들이, 자식인 듯 어미보다 체구가 살짝 더 작은 다이 어 울프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 고 있었다.
응시자들의 급소가 놈의 발톱에 노 출될 때마다 간간이 이창명의 염동 력이 새끼 다이어 울프를 튕겨냈지 만, 전혀 충격받지 않은 듯 오뚝이 처럼 일어나 쏜살같이 달려오는 놈 의 공세에, 응시자들은 차츰차츰, 뒤 로 물러서고 있었다.
문제는 이 자리에 있는 게 보스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원을 해줘야 할 해저드 클랜의 김세정도, 타 응시자들도. 모두 다른 곳에서 덮쳐오는 늑대 떼를 상대하 며 분전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그를 지원할 수 있 는 여력이 있는 사람은 한 명도 보 이지 않는다.
‘끝이군. 한 마리도 버겁건만 두 마리라니…… 승산이 보이지 않아.’
연지훈은 절망했다. 천마리에 달하 는 늑대, 게다가 보스 2마리. 상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들은 분명 이대로 전멸할 것이었다. 천하의 연지훈이 이렇게 가다니, 스타일 구기는군. 쇄도해오는 다이 어 울프를 보며 체념하던 그때, 그 가 참전했다.
“이봐. 정신 차려.”
챙!
다이어 울프의 공격을 가볍게 가드 해내고, 앞을 막아선 든든한 사내의 등이 유난히 크게 다가온다.
좌수와 우수에 롱소드를 꼬나 쥔, 쌍검을 든 실눈의 남자가 그에게 히 죽거리며 말했다.
“다쳤으면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 김세훈이 다이어 울프에게 짓쳐 들 었다.
“오늘 여기서 죽는 사람은 없을 테 니까.”
김세훈은 쌍검을 능숙하게 다루며, 좌수로는 다이어 울프의 꼬리를 막 고 우수로는 앞발 공격을 막았다.
바람과 같은 쌍검의 궤적이 철벽처 럼 다이어 울프의 공격을 가로막는 다.
챙챙!
발톱과 검날이 부딪혀 튄 불똥이 실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김세훈의 얼굴 옆면과 역겨운 누린내가 확 풍 기는 다이어 울프의 커다란 송곳니 를 살짝 비춘다.
숨 막히는 공방.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그 교전에 연지훈은 눈을 크게 치 켜 뜬다.
자신을 단번에 죽기 직전까지 내몬 다이어 울프의 공세를, 김세훈은 쌍 검으로 가볍게 받아내고 있었다.
‘……보스를 혼자서? 범상치 않은 놈인 건 짐작했지만…… 돌아버리겠 군. 어디서 이런 홍두깨 같은 놈 이?’
김세훈은 마치 똥개 훈련하듯 가벼 운 스탭으로 발톱을 피하고, 농락하 듯 춤추는 그의 쌍검이 다이어 울프 의 몸에 상흔을 남긴다.
열 받은 다이어 울프가 앞발로 김 세훈의 옆 통수를 노렸다.
하지만 김세훈은 고개를 숙여 피하 고 몸을 빙글 돌리며 다이어 울프의 복부에 두 번의 검격을 날리고 빠져 나왔다.
마치, 족제비 같은 몸놀림.
크르륵.
깊게 베인 복부에서 피가 주르륵 흐르자, 다이어 울프의 눈빛이 붉게 물든다.
컹컹!
김세훈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자각했는지 다이어 울프가 울음 소릴 흘리자, 다른 응시자들을 공격 하던 늑대 떼가 목표를 바꿔 김세훈 의 뒤를 습격해 왔다.
그 덕분에 응시자들은 잠깐의 여유 를 얻었으나, 덕분에 김세훈의 후방 은 위태로워졌다.
위기.
연지훈은 도와주기 위해 일어나려 했지만, 부상 때문에 여의치 않은지 바로 주저앉아 버린다.
늑대들이 김세훈의 뒷덜미를 물어 뜯으려는 찰나, 김세훈이 히죽 웃었다.
그의 단검대에 꽂혀 있던 7개의 단검이 부르르 진동하며 반응하더니 유령이라도 씌인 것처럼 쓱 뽑혀, 산개하며 날아갔다.
단검들은 눈이라도 달린 듯, 대기 를 유영하며 늑대들 사이를 쑤시고 다녔다. 단검이 늑대들을 스치고 지 나갈 때마다 늑대들의 다리가 뭉텅 뭉텅 잘려나갔다.
다리를 잃은 늑대들이 절룩거리다 피를 쏟으며 픽, 쓰러진다.
연지훈은 격동했다. 염동력이라니?
그가 알기로 강체술과 염동력. 이 둘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클래스 는 이 세상에 단 하나.
‘이 새끼……! 에이션트 클래스다!’
지구상에 단 3명만이 보유한 명실 상부한 지상 최고의 클래스.
누군가는 올마스터(A11 Master)라 부르기도 하는데, 그건 에이션트 클 래스의 소유자가 4대 클래스의 모든 능력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엽기적이라고까지 생각되는 포텐을 가졌기에, 클래스를 소유한 3명 모 두 프리미어 클랜의 마스터를 영위 하며, 리그의 판도를 들었다 놨다 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들이 대 던전 시대 전에 일개 평범한 학생이나 직장인에 불과한 범인(凡人)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에 이션트 클래스가 얼마나 압도적인 재능인지 알 수 있다.
에이션트 클래스에 비하면, 4대 클 래스 따위는 태양 앞의 반딧불이나 마찬가지.
이 사실이 밖으로 드러날 경우, 전 세계인이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의 대사건이었다.
‘에이션트 클래스라면 저 기량이 말이 되지…….’
연지훈은 단번에 납득했다. 애초에 그들은 상식 밖에서 노는 자들. 태 어나길 왕으로 태어난 이레귤러.
응시자의 신분으로, 1성 던전의 보 스를 가지고 놀아도 괴리감이 없다.
“……여기까지 할까.”
김세훈이 중얼거림과 동시에, 그를 호위라도 하듯 크게 원을 그리며 돌 던 7개의 단검이 일제히 다이어 울 프에게 쏘아져 갔다.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피라미 떼처 럼 일곱 줄기의 단검은 다이어 울프 의 전신을 유린한다.
크허엉-
다이어 울프가 구슬픈 울음을 토하 며 발버둥 쳤지만, 의미 없는 발악 이었다.
4개의 다리에 대못처럼 박힌 단검 이 움직임을 봉하고, 공중제비를 돌 아 다이어 울프 위에 올라탄 김세훈 의 쌍검이 정수리를 꿰뚫자, 그 자 리에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연지훈이 멍하니 중얼거린다.
“잡아버렸나…….”
다이어 울프의 몸 위에서 가벼운 몸놀림으로 폴짝 뛰어내린 김세훈이 연지훈에게 찡긋하며 징그러운 윙크 를 날린다.
그와 함께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 늉을 하는 김세훈. 연지훈은 그를 보며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였다.
김세훈은 입가를 비틀며 썩은 미소 를 지었다. 어차피 이 난리 통에 저 놈만 본 것도 아닐 것이고, 누군가 는 분명 입을 털 게 뻔했다.
그러나 딱히 상관은 없다.
그저 다른 이들의 관심이 귀찮아서 드러내지 않을 뿐, 대단찮은 비밀도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이미 공식적인 스캔 절 차를 통해 나이트 클래스로 지정된 마당에 아무리 잘났어도 데뷔 조에 불과한 쩌리들 몇몇이 ‘저놈 에이션 트 클래스요’라고 해봐야 개소리로 치부할 게 분명했다.
뭐, 개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어쩔 텐가? 본인이 아니라는데.
“ 음. ”
연지훈을 뒤로한 채 김세훈은 다음 타겟을 보았다. 물 만난 고기처럼 응시자들 사이에서 날뛰는 새끼 다 이어 울프가 보인다.
그뿐 아니라, 늑대 떼에 몰린 응시 자들의 전선이 뒤로 물러나며 땅에 묻혀 있는 생존자들의 상태가 위태 로워 졌다.
여유를 부리면 인명피해가 나는 것 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재미 보자고 장난치다 누가 죽어버린다면 꼴이 우스울 것 같았던 김세훈이 혀를 찬 다.
“쯧, 좋아 장난은 여기까지.”
김세훈이 등에 메고 있던 창을 손 에 쥐었다. 그리고 어깨 위로 창을 들어 올리고 허리를 뒤로 젖힌다. 마치 투창이라도 하려는 자세.
-강체술 2단계 김세훈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마나 의 절대량이 폭증하며 피부가 붉은 빛을 띤다. 과도한 신체 능력 활성 화로 인한 피부 적화(赤化) 현상으 로, 강체술 2단계가 전개되고 있다 는 증거였다.
헌터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간단 하다. 각 클래스의 능력을 어디까지 개화시켰는가로 나뉘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이트 클래스의 등 급을 나누는 척도는, 4단계까지 존 재하는 강체술을 몇 단계까지 연마 했는가로 갈린다.
그리고 2단계는 C급을 의미.
D급과 C급, 고작 등급 하나의 차 이일지언정, 그 둘을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
쾅
김세훈의 진각에 흙이 펑 하고 터 진다. 힘껏 팔을 뻗은 그의 손끝에 서 날아간 창이 빨랫줄처럼 뻗어 나 간다.
크릉?
위협을 느낀 어린 다이어 울프가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했을 때, 이 미 창은 놈의 복부에 틀어박힌 후였 다.
쿠당탕-그 누가 반응하기도 전에 다이어 울프의 몸이 골프채에 맞은 골프공 처럼 날아가더니 나무 서너 개를 박 살 내고 나서야 곤죽이 되어 땅에 널브러졌다.
헌터에게 있어 어째서 등급이 절대 적인가?
그것은 그들의 간극이 그저 벽 하 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크기 때 문이다.
일례로 다이어 울프 따위는 c급 헌터에게 귀여운 강아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방금 뭐였어?”
“다이어 울프가?”
모두의 시선이 누구의 짓인지 되짚 어가다 이윽고 김세훈에게 이르렀을 때 그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신 좀 차리지? 아직 정리가 다 안 됐을 텐데? 거기. 한눈파느라 다 리 물렸잖나. 뻘짓 하지 말고, 나머 지 늑대들 정리하고 생존자들이나 구해.”
보스 두 마리가 죽은 이상, 나머지 늑대들을 처리하는 건 시간문제였 다.
김세훈도 다시금 부지런히 움직였 고, 응시자들도 이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중 에선 특히, 김세정의 활약이 두드러 졌다.
“마나 잔량 12개다냥! 11시 방향! 쏴라냥!”
김세정의 어깨에 올라탄 체 꼬리를 살랑거리며 흑묘가 쉴 새 없이 나불 거렸다.
“이 멍청한 계약자 놈, 방금은 힘 이 과했잖느냥, 잔량 10개로 줄었다 냥. 9시 방향 3마리다냥! 바보냥! 하나 빗나갔다냥! 눈으로 보지 말고 상대방의 마나를 느껴라냥! 어휴 속 터진다냥.” 땀을 뻘뻘 흘리며 김세정은 앨리스 의 잔소리에 따라 마나를 쉴 새 없 이 분배하고 라이트닝 에로우를 쏘 았다.
적절한 마나 분배, 그리고 정확도 를 위한 마나 탐지. 앨리스는 메이 지의 전투요령을 끊임없이 김세정에 게 주지시키고 전수했다.
그리고 전투가 끝났을 때, 김세정 은 반탈진 상태가 되어 새들거렸다. 흑묘가 그런 김세정의 머리를 발바 닥으로 토닥토닥해준다.
“홍, 계약자 놈. 고생했다냥. 바보 치고는 제법이었다냥. 앞으로 더 잘 해라냥.”
“으에에…… 토할 것 같아…… 마나 없는 기분 너무 시러어…… 우읍.”
“꺅! 치, 치워라! 이 몸의 털에 토 하지 마라냥! 캬아악!”
몸에 묻은 토사물에 비명을 지르는 앨리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신현영이 욕지기를 뱉었다.
“……X발…….”
신현영은 타는 듯한 눈길로 김세정 과 김세훈을 흘겨보았다. 분했다. 사 역마와 시시덕거리며 마술 자랑하는 김세정도,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쓸 어 버리는 김세훈도 보기 싫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싫은 건 약해빠진 자기 자신이었다.
초라했다. 저 남매의 옆에 있으면, 자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단백질 인형 같았다. 그래, 꼭 그녀의 아버 지가 말하던 것처럼.
‘아아…… 아버지…….’
아버지의 창백한 목덜미를 떠올리 자 신현영은 철봉 위에서 균형을 잃 은 광대처럼 휘청거렸다.
그런 그녀를 임우진이 살짝 부축해 준다. 평소라면 신경 써주는 척하냐 며 욕을 쏘아붙일 신현영은 조용히 그에게 기댄 채 흔들리는 눈으로 자 신의 발끝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X발…” 난…… 쓸모없지 않아”….”
조용히 말끝을 흐리며 눈을 감는 신현영.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녀의 옆에서, 임우진이 씁쓸한 표정 으로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