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392
사상 최강의 오빠 396화
독수리, 뱀, 늑대(1)
장쩌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공사가 다망하실 텐데 이 누추한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원 님.”
알프스가 과례는 거두라는 듯 손을 휘저으며 답했다.
“됐으니 앉게. 어차피 프로젝트에 관련된 인사는 나를 필히 거치라 신 신당부한 만큼, 이 정도 번거로움은 당연한 것이니.”
“그래도 제 편의를 위해 위원님을 여기까지 모시자니 마음이 불편해 서….”
알프스가 눈매를 가늘게 좁히며 차 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 본 사이에 정치가 늘었군. 괜 히 안 어울리게 비위 맞추려 들지 말고 연구나 잘하게. 요즘 진척이 아예 없지 않은가.” “…면목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알프스가 석상처럼 굳어 있는 에일 린과 식탁 밑 그늘 속에서 폰을 만 지작거리며 문자를 보내고 있던 김 세훈을 응시했다.
묘하게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무언 의 눈빛에 김세훈이 눈알만 굴리고 있는 에일린의 옆구리를 찌르며 자 리에서 일어났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위원 님. 최요한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에일린이라고 합니다.”
알프스가 식탁 상석에 앉으며 서 있는 김세훈들에게 앉으라는 제스처 를 보냈다.
조심스레 자리에 앉는 최요한에게 알프스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최요한 교수는 시온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데?”
“네. 아직 보름도 되지 않았습니 다.”
“보름도 되기 전에 이 자리에 앉다 니… 수완이 대단하군.”
“운이 좋았던 덕분이지요.”
장쩌우의 아내가 가져온 차를 건네 받으며 알프스가 말했다.
“나는 운처럼 추상적인 건 믿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아.”
“…그렇습니까?”
“운이 좋았다, 라는 말만큼, 무책임 하면서 자기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 는 말이 어디 있을까? 그래. 자네는 운 따위가 있어야지만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을 만큼 모자란 사람이던 가?”
김세훈이 따뜻한 차로 마른 혀를 달랜 후 입을 열었다.
“아뇨. 운이 없었다면 좀 늦어지긴 했겠으나… 그래도 결국 저는 이곳 으로 왔겠지요.”
“그럼 운이 좋은 게 아니라 능력이 뛰어난 거군.”
“맞습니다. 전 꽤 유능한 편이죠.”
언뜻 보면 덕담을 주고받는 것 같 았지만, 눈치가 있는 이라면 둘의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떠돈다는 걸 모를 수 없었다.
이 기묘한 분위기에 부담스러웠는 지, 장쩌우가 냉수를 연신 들이켰다.
‘이상하군. 위원님은 본래 말이 많 으신 분이 아닌데 오늘은….’
에일린은 바짝 긴장을 한 채 식탁 아래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어떻게 알프스가 이곳에? 분명 레 이븐을 통해 스케줄을 확인했는데?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으… 미치겠네.’
안절부절못하는 장쩌우와 에일린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알프스는 김세 훈만 지그시 바라봤다.
“장쩌우 교수에게 자네에 대한 얘 기는 많이 들었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이런 생각이 들더군. 이런 친구가 어떻게 여태까지 두각을 나 타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
“KR돔은 멀지요.”
“멀지. 아주 멀어. 하나… 내 시야 를 벗어날 정도로 멀진 않지.”
김세훈은 알프스와 주신의 모습이 겹치는 것 같았다.
주신은 항상 그랬다. 첨탑에 앉아 만 리를 내다보는 수리처럼.
소리 없이 모든 걸 들여다보았다. 그래서 가끔 숨이 막히곤 했다.
언제, 어느 곳에 있더라도 그의 시 선이 자신의 곁에 머무는 느낌을 받 았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독수리였다.
말없이 지켜보다, 방심한 먹잇감이 움직이면 발톱으로 낚아채는 독수 리.
“그럼 저에 대해서도 잘 아시겠군 요. 본인 입으로 말하긴 살짝 남사 스럽습니다만, 제가 그쪽에서 꽤나 날렸거든요.”
레이븐은 녹록한 위인이 아니다.
그러니 믿어야 했다.
최요한은 실존 인물이었고, 뛰어난 인물이다. 설사, 조사를 하더라도 김 세훈과 그가 동일인물이라는 걸 믿 어 의심치 않을 정도로 충분히.
“뛰어나더군. 물론, 그러니 시온에 올 수 있었겠지만….”
알프스가 테이블을 검지로 두드렸 다. 톡톡거리는 정돈된 박자가 싱승 생숭하게 다가왔다. 그가 말을 이었 다.
“장쩌우 교수가 관심이 많은 분야 에 관한 깊은 지식. 알게 모르게 자 신의 유능함을 어필하던 행동. 은근 슬쩍 도움이 필요하지 않냐는 듯 사 람을 유도하는 화술. 최요한 교수… 난 말일세, 아까도 말했다시피 운을 믿지 않아.”
알프스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김세훈을 바 라보았다.
“그래서 알프스 교수의 까다로운 구미에 딱 맞는 인재상이 회유와 대 가도 마다치 않고 다가오는 현실도 믿지 않지. 묻지. 자네가 장쩌우 교 수와 만난 건… 정말 우연인가?” “운을 믿지 않으셔도 좋지만, 불신 은 금물이지요. 음, 갑작스럽게 이런 의심을 사게 되어 상당히 당황스럽 습니다만… 위원님. 당신께서 신을 믿지 않아도 신이 존재하듯, 당신께 서 믿지 않아도 세상엔 운과 우연이 존재하는 법입니다.”
알프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 다.
“그런가? 그럼 자네가 시기적절하 게 나타난 이 모든 게 정말 우연이 고 운이란 말인가?”
“누군가는 그걸 인연이라고도 하지 요.” “그렇군. 그럼 이건 어떨까? 자랑 은 아니네만, 난 사람을 보는 안목 이 제법 있다고 생각하네. 그래서인 지… 한번 본 사람은 절대로 잊지 않지.”
“그러시군요.”
맞장구를 치며 차를 마시는 김세훈 의 귀 뒤로 땀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반면, 평온하기 짝이 없는 낯빛은 언뜻 보면 직장 상사와 담소를 나누 는 듯했다.
김세훈의 사소한 표정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 던 알프스가 입을 열었다.
“사람에겐 말일세. 기질이란 게 있 어. 그리고 이 기질이 유난히 튀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이들은 아무 리 오랫동안 보지 않아도 쉬이 잊혀 지질 않지.”
“그렇군요.”
김세훈은 대답을 하면서 주먹을 쥐 락펴락했다. 마치, 혈액순환이 안 돼 서 답답하다는 것처럼.
“중요한 건 이 기질이란 게 외양이 어떻게 변하든 변치 않는다는 거지. 그래서 말인데… 자네는 내가 아는 누군가와 기질이 아주 닮았군.” “세상에는 닮은 외모의 사람들이 많지요. 그렇다면, 기질 또한 닮은 사람이 제법 있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간 수없이 많은 군상을 봐 왔네. 많은 인재를 봤고, 많은 적을 봤으며, 많은 친구를 보았지. 하나, 그럼에도 그만큼 내게 강한 인상을 남긴 이는 없었지.”
“뛰어난 사람이군요.”
“뛰어나다? 그런 말로는 부족하지. 그는 내가 본 가장 우수한 이였으 며, 동시에… 내가 위협을 느낀 유 일한 이였으니까. 그래. 처음에는 이 용해 보려 했지. 하지만, 머지않아 깨달았네. 태양을 품으려 하면 재가 되리란 걸.”
알프스가 찻잔을 식탁에 내려놓으 며 고저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김세훈. 자네가 살아 있고, 내 앞 에 있다는 것에 놀랍네. 그리고 감 사하네. 자네가… 내 손아귀에 다시 한번 들어온 것을.”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저릿함이 허 벅지를 타고 올라와 등줄기를 쓰윽 하고 스쳐 지나간다.
알프스를 본 순간부터, 김세훈의 뇌리엔 앙그라가 떠올랐다.
그래. 처음부터 말 몇 마디로 앙그 라를 농락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 지 않았다.
그 뱀과 같은 자에게 수작을 부린 다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나 마찬가지 였으니 까.
‘그렇다 해도, 일주일은 넘길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 믿었다. 앙그 라가 나를 절대 해하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잊었다. 파충류를, 뱀의 행동을 예 상하는 건 금물이라는 걸.
배고프면 십 년을 돌봐준 주인의 목덜미도 무는 게 뱀이거늘, 하물며 적이었으며, 악신이었던 그의 행동 을 섣불리 예단해선 안 됐다.
기질이라고? 헛소리.
알프스는 확신 없이는 절대 움직이 지 않는다. 또한, 추상적인 감에만 의존해 확신을 가질 만큼 어설프지 도 않고.
김세훈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길을 돌아가려 하니, 길을 막아버 렸는가? 앙그라. 제법 머리를 쓰는 구나. 결국, 내가 알프스를 적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어.’
하지만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이 대로라면 자신은 독 안에 든 쥐처럼 알프스에게 밟혀 죽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앙그라가 원하는 게 그런 결말일까?
아니, 그는 절대 자신이 죽게 놔두 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오랜만입니다, 알프스 님. 그래서 아쉽군요. 허심탄회하게 차라도 한 잔할 시간이 있었음 좋았을 텐데… 제가 꽤 바쁜 사람이라서요.”
김세훈의 능청스러운 말에 알프스 가 느긋하게 답했다.
“곧 한가해질걸세. 죽은 자는 노동 하지 않아도 되는 법이니.”
김세훈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여기서 죽기엔… 제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말입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김세훈이 식탁을 걷어차며 뒤로 달 리자 에일린이 급히 그를 뒤따랐다.
하지만 알프스는 김세훈의 돌발행 동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차 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알프스를 뒤로하고 장쩌우의 자택 을 나선 김세훈은 그제야 그가 왜 미동도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 다.
이미 주변이 기사단에 의해 물샐틈 없이 포위되어 있었던 것이다.
에일린이 낙담한 얼굴로 말했다.
“…갑주도 없는데 기사단이 3개 나…. 틀렸어요. 도망갈 곳이 없어 요.”
좌절하는 에일린과 달리 김세훈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마. 틈은 있다. 아니, 생 겨.”
“네? 그게 무슨…”
위잉위잉.
그때, 돔 전체에 사이렌이 울리며 시스템이 경고해 왔다.
-경고, 경고. H 17 구역에서 불로 세포 감지. 차단막을 올립니다.
자택 주변에서 쉴새 없이 올라오는 차단막의 행렬을 본 에일린이 황급 히 대기의 불로 세포 농도를 확인한 후 말했다.
“어? 뭐지? 불로 세포 없는데?”
“그럼… 아주 운이 좋은 거겠군. 시기적절하게 시스템이 오류가 나준 거니까. 에일린, 움직여. 기회를 놓 치면 끝이다.”
쿵 쿵! 쿵!
밖에서 기사들이 들이박고 있는지, 충차가 들이박는 것처럼 거세게 흔 들리는 차단막을 본 김세훈이 옆으 로 움직였다.
이쪽이라는 듯 차단막이 올라가 있 지 않은 길목을 본 김세훈이 입가를 비틀었다.
‘앙그라. 이 망할 놈이 사람 한번 제대로 가지고 노는군.’
그때, 그들이 향하던 길목 옆에 있 는 불량 차단막이 무너지며 기사 두 명이 튀어나왔다.
김세훈을 발견한 그들이 쥐를 잡으 려는 고양이처럼 달려왔다.
갑주의 육중한 무게가 실린 쿵쾅거 리는 걸음을 본 김세훈이 이를 악물 었다.
갑주가 없는 지금 저들을 맞상대하 는 건 자살행위였던 탓이다.
끼야아악-!
길목 저편에서 날아온 박쥐 그림자 의 가슴에서 쏟아져 나온 초음파가 기사 둘을 덮쳤다.
초음파에 뇌와 고막이 곤죽이 된 그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박 쥐 형태의 비행형 갑주를 입은 이가 소리쳤다.
“대장! 이쪽입니다. 이쪽으로 오세 요.”
골드 랭크 갑주, 뱃(Bat)의 주인이 이정협이라는 걸 확인한 김세훈이 그의 인도를 따라 길목을 내달렸다.
뒤쪽의 차단막이 밑동이 잘린 나무 처럼 쓰러지고, 그 사이로 기사들이 우수수 쏟아져나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 이정협 이 두 팔로 김세훈과 에일린을 잡아 채더니, 날개를 넓게 펼치며 날아올 랐다.
“퇴로는 확보됐어?”
“네, 앙그라가 준비했으니 완벽할 겁니다. 대장도 아시다시피 그는….”
이정협이 말꼬리를 흐리자 김세훈 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래. 놈은 내가 죽는 걸 원치 않 으니… 딱 이 정도 선에서 살려주려 하겠지. 그래야 나를 추적하는 알프 스와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내가 격돌할 테니.”
“…대장. 죄송합니다. 전….”
“괜찮아. 이해한다. 어쩔 수 없었겠 지.”
“그보다 너는 상황이 어떻지?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알프스가 가만 히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네. 저도 앙그라가 아니었으면 죽 은 목숨이었습니다. 지금은… 뭐, 대 장과 같은 도망자 신세지요.”
“이런 일을 벌이는 건 몽블랑의 껍 데기를 뒤집어쓴 앙그라도 부담스러 웠을 텐데?”
“아무래도 대장한테 놀아나느니 그 정도 위험은 기꺼이 감수하려고 하 는 것 같… 크윽!”
뒤쪽에서 날아온 와류가 이정협의 날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날개 없이 추락하던 이정협이 김세 훈과 에일린은 소중하게 끌어안은 채 바닥에 처박혔다.
트드드득.
콘크리트 도로에 쭈욱 미끄러지던 이정협의 육신이 우뚝 멈추자, 그의
품에서 미어캣처럼 고개를 든 에일 린이 뒤쪽을 돌아봤다.
맹렬한 기세로 자신을 추격해 오는 백마의 갑주.
그가 누군지 알아본 에일린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칸…!”
유서 깊은 기사단, 페가수스의 단 장이자 시온의 버텍스. 그리고 명실 상부한 시온 최고의 파일럿.
스페셜리스트 칸이 그들을 쫓고 있 었다.
칸의 뇌파지수인 BV는 90으로, 유 수한 파일럿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이 랄 수 있었다.
뇌파가 비상식적으로 높아서일까?
그는 상식을 벗어난 스킬을 구사하 기로 유명했는데, 그중 제일 잘 알 려져 있는 것이 멀티 컨트롤.
즉, 두 개의 갑주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와 함께 먼지가 피어올 랐다.
먼지구름을 밟고 달려오는 강철의 백마 위에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 고 7m가 넘는 거창을 든 갑주, 캐 볼리(Cavalry)를 입은 칸이 올라타 있었다.
넘버링 9 캐볼리와 골드 랭크의 기동계열 갑주, 화이트 호스(Whke Horse)를 동시에 다루는 그의 모습 은 압도적, 그 자체였다.
드르르륵.
랜서가 드릴처럼 회전하며 대기를 빨아들였다.
거기에서 형성된 와류에 이끌린 먼 지와 시멘트 가루가 어지럽게 흩날 렸다.
마치, 토네이도를 자아내는 듯한 그 광경에 이정협이 중얼거렸다.
“대장. 이대로는 우리 모두 죽습니 다. 대장이라도 먼저….”
김세훈이 단호한 어투로 그의 말을 칼처럼 잘랐다.
“아니, 갑주가 없는 이상 뛰어봤자 벼룩이야. 의미 없어.”
“…빌어먹을.”
욕지기를 뱉는 이정협과 달리 김세 훈은 침착한 눈동자로 칸을 노려봤 다.
이내, 그가 자아낸 토네이도가 그 의 창을 떠나기 직전, 도로에 나 있 는 작은 구멍들 수천 개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치이이익!
주전자 물이 끓으면 나오는 중기처 럼 엄청난 기세로 땅에서 뿜어져 나 온 소독 연기가 사방을 물들였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시야 속에 서 김세훈이 소리쳤다.
“옆으로 굴러!”
김세훈의 경고에 이정협이 그와 에 일린을 끌어안고 옆으로 정신없이 굴렀다.
톱날이 땅을 긁는 것 같은 불쾌한 소음과 함께 토네이도가 그들을 스 쳐 지나갔다.
길게 고랑이 파인 땅을 보며 이정 협이 침을 꿀꺽 삼키고 있을 때, 도 로 바닥이 쩌억 갈라지며 비밀 통로 가 드러났다.
김세훈이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들어가자.”
이정협이 김세훈과 에일린을 품에 안고 통로 안으로 들어가자, 말발굽 소리와 함께 그들이 있던 자리에 기 병이 우뚝 섰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칸이 이를 빠 득 갈더니, 거창을 거수한 뒤 앞으 로 쏘아져 나갔다. 한발 늦었다 생 각하고 추격하려는 것이다. 시온에서도 손에 꼽는 이들밖에 모 르는 비밀 통로 안에 들어선 이정협 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찌어찌 잘 도망친 것 같네요.”
다리가 풀린 에일린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우와… 태어나서 제일 스펙타클한 하루였어요. 말도 안 돼. 산 게 이 상해! 우와… 진짜 나 어떻게 살았 지?”
안심하는 그들과 달리, 김세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을 감은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이정협이 그런 김세훈을 재촉했다.
“대장. 가시죠. 지금은 안전해 보일 지 몰라도 혹시 모릅니다. 빨리 안 전한 곳으로 가야 해요.”
김세훈이 뒤집어쓰고 있던 인피면 구를 찢어버리며 말했다.
“아니. 너희들끼리 가. 난 안 갈 거니까.”
“대, 대장?!”
“네?! 제정신이에요?”
대경실색하는 이정협에게 김세훈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정협. 에일린을 잘 부탁한다. 그 리고… 믿으마 네가 에일린을 잘 지켜주리라고.”
“…대장은요?”
“난 돌아간다.”
“대장! 무슨 소립니까! 이대로 나 가면 대장은 죽어요!”
“맞아. 죽겠지.”
김세훈이 입꼬리를 비틀며 말을 이 었다.
“그러니… 앙그라에게 전해. 죽고 싶어 환장한 놈. 어디 한번 살리기 위해 제대로 발악해 보라고.”
이정협이 손으로 입을 덮으며 덜덜 떨었다.
그래. 이 남자는 이런 사람이었다.
죽으면 죽었지. 절대 남에게 휘둘 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앙그라는 알았어야 했다.
늑대는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