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421
사상 최강의 오빠 425화
종막 (2)
시온의 손이 라온의 얼굴을 덮고 밑으로 내려찍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뒤통수가 바닥에 파묻힌 라온 이 발로 시온의 복부를 걷어찼다.
시온이 복부를 움켜잡고 뒤로 물러 서더니, 눈을 초록빛으로 빛내며 검 지로 라온의 왼팔을 가리켰다. 금세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 은 긴장감이 둘의 사이를 스쳐지나 갔으나, 허탈하게도 아무일도 일어 나지 않았다.
시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라온의 코드를 읽고, 그의 아이디 에 접속해 왼팔을 삭제하려던 시도 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라온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소용없습니다. 아버지. 제 코드는 이미 보이드에 의해 변질됐으니까 요. 그러니 아무리 마스터 코드랄지 라도… 저를 어찌할 순 없습니다.”
라온의 말에 코웃음 친 시온이 허 공을 움켜쥐더니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기는 모션을 취했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손에 등을 떠밀린 것처 럼 라온이 시온에게 끌려왔다.
하나, 라온이 보이드에 감염된 왼 손으로 주변을 휘젓자, 보이지 않는 힘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자신의 수단이 통하지 않는다는 생 각에 시온이 아미를 찌푸렸다. 그리 고 마스터 코드를 이용해 온갖 무기 를 소환해 라온을 공격했다.
롱기누스와 괴리검, 심지어 라온이 즐겨쓰던 필중의 활 페일노트 마저 등장했다.
하지만 어떤 수단을 써도, 라온의 왼팔 앞에선 무산됐다.
그가 왼팔을 휘두를 때마다 검과 창은 부러졌고, 화살은 튕겨나갔으 니까.
그런데 왜일까?
시종일관 공격이 통하지 않음에도 시온의 표정에선 불안감을 읽을 수 없었다.
문득, 시온의 시선이 라온의 왼팔 로 향했다.
처음과 달리 유독 검은빛이 진해진 왼팔. 게다가 구정물에 오염된 샘물 마냥 거무튀튀한 색채가 팔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왼팔을 쓰면 쓸수록 보 이드의 침식이 빨라지는 것 같았다.
“그거. 위험한 거 아닌가?”
라온은 시온의 물음에 답하는 대 신, 자신의 종에게 명했다.
“시니제시스. 김세정을 죽여.”
라온의 명령에 여태껏 버려진 캔마 냥 구석에서 찌그러져 있던 시니제 시스가 움직였다. 그녀의 팔이 수십 가닥의 촉수로 화해 김세정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그러나, 왕들의 싸움에 움츠린 채 숨죽이고 있던 건 시니제시스만이
아니었다.
“막아라. 규율.” 거체로 촉수를 받아낸 규율이 입을 쩍 벌린 채 포효하자, 울음소리가 음파가 되어 시니제시스를 덮쳤다.
음파에 휩쓸린 시니제시스의 육신 이 바람에 움찔한 액체처럼 일그러 졌다. 포효가 그치자마자 수은 방울 처럼 원래의 형태를 되찾은 시니제 시스의 전신이 수천 가닥의 촉수로 화해 규율을 덮쳤다.
쿠웅!
거대 말미잘과 같은 형태로 변모한 시니제시스와 규율이 엎치락 뒤치락 하며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들의 격전에 대지가 갈라지고,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한 쪽에선 시온과 라온이. 다른 한 쪽에선 규율과 시니제시스가 격전을 벌이는 지금.
지저 도시의 주민들은 겁에 질린 채 숨소리도 내지 못 하고 있었고, 김세정은 넋이 나가선 주저앉아 있 었다.
아직도 박정숙의 죽음에서 헤어나 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김세정의 바로 근처에 이그 드라실과 최아라가 홀연히 나타났 다.
“언니….”
안타깝다는 듯, 자신의 어깨를 부 드럽게 쓰다듬는 최아라를 김세정이 올려다보았다.
“아라…?”
최아라가 눈물기 젖은 눈매를 팔등 으로 훔치며 연신 사죄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최아라의 등장에 간신히 정신을 차 린 김세정이 뜨거운 이마의 열을 손 등으로 식히며 물었다.
“너… 어떻게 된거야? 살아 있으면 서 연락은 왜 안된거고? 죽은 줄 알았잖아.”
“그게….” 하얀 토끼, 이그드라실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최아라의 말을 끊었다.
“시간이 없으니 용건만 간단히. 최 아라. 당신도 알고 있겠죠? 이대로 라면 골든 타임을 넘겨버릴거란 걸. 그때 가선 김세훈이 시온을 제압해 도 늦습니다. 그러니 설득하려면 한 시라도 빨리 해야 됩니다.”
이그드라실의 말에 최아라가 아랫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결연한 눈동 자로 김세정을 바라봤다.
“언니. 부탁이 있어요.” “…미안한데, 나 지금 너무 혼란스 럽거든? 어떻게…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 좀 해주면 안될까? 오빠는 왜 저러고… 왜 영웅왕이 오 빠의 아들일 수 있는거고… 왜… 엄 마는….”
박정숙의 최후를 떠올린 김세정의 표정이 무너져내렸다. 최아라가 그 녀의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눈 물을 검지로 달래며 말했다.
“모르는 게 많으신 거 알아요. 혼 란스러운 것도 알아요. 하지만, 죄송 해요. 그 많은 걸 일일이 설명하기 엔 시간이 부족해요. 그저 제가 말 씀드릴 수 있는 건 하나. 모든 게 언니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거예 요.”
“뭐가? 대체 뭐가 내 손에 달렸는 데?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 라도 있긴 하니? 아니, 내가 지금 내 의지로 숨을 쉬고 있긴 한거니?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오빠의 생각도, 앨리스가 죽은 것도, 엄마가 죽은 것도 전부 모르겠다 고….”
자기 자신도 자기가 뭐라는 지 모 르는 것처럼 미친 듯이 중얼거리는 김세정에게 최아라가 말했다.
“언니도 알죠? 아저씨가 누구보다 언니를 아낀다는 거.”
최아라의 뜬금없는 말에 김세정이 흐린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되 물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데?”
“할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시온의 정신은 무너지지 않았어요. 그러 니… 한 명의 희생이 더 필요해요.”
김세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떨리 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너… 설마….”
최아라가 오래 된 상처가 덧난 것 처럼 쓰라린 얼굴로 말했다.
“네. 언니. 언니가… 죽어줘야 해 요. 그래야만 아저씨가 이길 수 있 어요.”
어지럼증을 느낀 김세정이 최아라 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엉덩이를 질 질 끌었다. 그렇게 아끼고 신뢰했던 최아라가 자신의 죽음을 바란단 사 실이 실낱같이 남아 있던 그녀의 평 정심을 와장창 깨부순 것이다.
최아라가 자신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떨어지기 위해 애쓰는 김세정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아세요? 저… 아빠와 언니의 유전자를 합성해 만들어진 아이예 요.” 청천벽력이나 다름 없는 그 말에 김세정은 벙찔 수 밖에 없었다. 그 녀가 황망한 얼굴로 최아라를 올려 다보았다.
“…뭐? 방금… 너 뭐라고 했어?”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다든 듯 묻는 김세정에게 최아라가 답했다.
“믿어지지 않으시겠죠. 두 분은 관 계를 맺으신 적이 없고, 그래서 절 아빠와 이혼한 전처의 딸이라 생각 하셨을테니까요. 하지만, 사실이에 요. 저는 이그드라실의 기억을 지닌 채, 두 분의 유전자를 거름 삼아 태 어났어요.”
항상 김세정은 궁금했다. 어째서 자신이 처음 보는 이 소녀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는지.
어째서 항상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 고, 아껴주고 싶었던걸까?
그래. 그게 궁금했었다.
하나, 그 이유가 이런 것일거라곤 상상도 못 했고, 인정하기도 힘들었 고, 믿기도 싫었다.
“최아라! 장난치지 마! 너… 아니, 애초에 그럴 이유가 없잖아. 뭐하 러? 네가 뭐하러… 나와 최강혁의 유전자를… 아니 왜?”
자기 자신조차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 모르겠는듯한 혼란스런 그녀의 반응에 이그드라실이 입을 열었다.
“제가 그러길 원했으니까요. 또한, 필요했으니까요.”
김세정이 이그드라실을 향해 고개 를 휙 돌렸다.
“이그드라실… 당신이?”
“묻고 싶은 게 많다는 건 이해합니 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시시 콜콜한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는 건 너무 번거롭군요. 무엇보다, 그렇게 까지 과민반응하실 거 없습니다. 최 아라는 당신이 배아파 나은 아이도, 진정한 의미의 혈육도 아닙니다. 그 저, 제가 당신의 유전자를 연구해 만든 실험체일 뿐이죠.”
하얀 토끼의 붉그스름한 눈동자가 김세정을 직시했다.
“그러니, 최아라는 명백한 타인입 니다. 당신의 피와 체모를 허락없이 뽑아간 누군가가 그걸로 생명체를 만들었다 해서, 그게 당신의 핏줄일 순 없으니까요. 그도 그럴게… 당신 들에게 중요한 건 관계에서 비롯된 교감이지. 유전자가 아니잖습니까?”
이그드라실의 냉정한 말에 김세정 은 헛웃음을 흘렸다.
미쳤다. 모든 게 미쳐돌아가고 있 었다.
그래서일까?
자신도 돌아버릴 것 같았다.
최아라가 그늘진 낯빛으로 말했다.
“맞아요. 언니. 저는 언니와 아무런 관계도 아니에요. 딸도 아니고, 동생 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렇지만요. 저는… 언니에게 아무것 도 아닌 존재가 되기 싫었어요. 좀 더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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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심호흡한 최아라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질척거렸어요. 김세훈 아 저씨에게 친근하게 굴기 위해 노력 했고, 언니의 관심을 독차지하려 애 썼어요. 그렇게 교감을 나누며 착각 하고 싶었어요. 아, 우리는 역시 피 가 이어져 있구나… 역시 가족이구 나… 하는 착각.”
최아라의 말에서 느껴지는 절절한 감정 앞에서, 김세정은 차마 심한 말을 할 수 없었다.
물론, 그녀도 혼란스러웠다.
친구가 전처의 딸이라며 데려온 아 이가 자신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아 이라는데, 그 누가 제 정신일 수 있 겠는가?
하나, 그럼에도 김세정은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그것은 경험에서 비롯된 확신 덕분이었다.
그래. 최아라가 자신을 정말로 좋 아했으며, 같이 하고 싶어했다는 걸 알고 있기에 품을 수 있는 확신.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당장 최아라 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건 무리였다.
방금 어머니를 여읜 김세정에게 그 런 여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겠 는데… 난… 하아… 게다가 넌 지금 내게 무리한 부탁을 하고 있잖니 “네. 알아요. 당황스러우시다는 거. 그리고 가족이었으면 좋겠다고 한 주제에 죽어달라 하는 부탁을 하는 제가 이해 안된다는것도. 하지만… . 언니가 아니면 안돼요. 물론, 제가 죽어서 해결된다면 얼마든지 언니 대신 제가 죽었을거예요. 하지만 이 그드라실의 말대로, 아저씨에게 있 어 전 언니의 유전자를 가진 타인에 불과해요. 저로는… 안돼요.”
“대체… 오빠 상황이 지금 어떻길 래 이러는 거야?” “지금 아저씨의 무의식 속에서 시 온의 인격과 아저씨의 인격이 싸우 고 있어요. 여기서 이기는 사람이 육신과 자아를 차지할거예요. 그리 고 여기서 시온이 이기면… 모든 게 끝이고요.”
김세정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 었다. 초조함과 불안감이 수면위의 먹잇감을 노리는 상어처럼 가슴 근 저에서 떠돌았다.
좋아. 죽어주는 거?
까짓거 어려울 거 없었다. 어머니 도 죽었고, 앨리스도 죽었다.
뿐이랴?
시니제시스에 의해 등대지기들도 날라가는 판에, 주민들은 어찌 살것 이며, 자신은 어찌 살랴?
그러니 이제와서 목숨을 지키기 위 해 목 멜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생각해도 이 개판에서 살아 남는 건 요원한 일이었으니.
하나, 그렇다해도 개죽음은 사양이 었다.
이 목숨은 김세훈이 벌레처럼 발버 둥치며 지켜준 것이었다.
그렇기에, 절대 함부로 다룰 수도, 그래서도 안됐기 때문이다.
“시온이 이기면 벌어질 일. 오빠가 이기면 벌어질 일. 읊어봐.” 김세정의 차분한 물음에 최아라가 답했다.
“시온은 이 가상현실 세계, 아우터 를 유지하려 할 거예요. 하지만 그 건 불가능해요. 이미 외부 프레임 대부분이 보이드에 감염됐어요. 그 가 어찌 생각하든간에… 아우터는 이미 끝났다는거죠. 하지만 시온은 절대 미련을 버리지 않고 매달리겠 죠. 그러다 보면… 골든 타임이 지 나버릴거고요.”
“골든타임. 그게 얼마나 남았는 데‘?”
“3시간. 3시간안에 마무리 지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아우터의 출구 마저 보이드에 잠식될거예요. 그러 면….”
이그드라실이 입을 열었다.
“로그아웃도 불가능해집니다. 그리 되면 생존자의 숫자를 셀 필요는 없 어지겠죠. 제로. 모두가 죽을테니 까.”
김세정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 사실을 시온에게 말하면 설득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고집은 이미 아집이 된지 오 래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은 이 미 집착에 가깝습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믿기에, 혼자서 어떻게 해보 려고 할겁니다.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요.”
“반면 오빠가 이기면?”
이그드라실이 고저없는 어투로 말 했다.
“이 시국에 멍청한 질문을 하는군 요. 김세정. 당신의 오빠입니다. 그 가 어떤 선택을 할지, 굳이 그걸 제 입으로 설명해야겠습니까?”
“…좋아. 그럼 내가 죽는다하여 시 온이 무너질 확률은?”
“큰 충격을 받긴 하겠으나, 완전히 무너지진 않겠지요. 시온은 호락호 락한 위인이 아니니까요.”
그 솔직하다 못해 어이없는 대답에 김세정이 역정을 냈다.
“빌어먹을!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 덨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 보고 뒤지라고 한 주제에… 무너지 지 않을거라니?!”
김세정의 분노는 남일인 양, 이그 드라실은 담담하기 짝이 없는 어조 로 말했다.
“성급하게 성내지 마시길. 마무리 할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
“뭐?”
“아내, 동생, 어머니가 죽었음에도 시온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그에게 아직 잃을 게 남아 있기 때문이겠 죠. 당신도 아시잖습니까? 그리 됐 을 때, 그의 마지막 보류가 누구인 지… 그에게 남은 마지막 혈육이 누 구인지.”
김세정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라온 을 향해 쏠렸다. 둘은 얼핏 치열한 격전을 벌이는 듯 싶었으나, 자세히 살피면 바로 알 수 있었다.
라온을 사로잡는 대신, 그의 목숨 을 취하는 쪽을 택한다면 진작에 끝 날 승부라는 걸.
하나, 승부는 끝날 줄을 몰랐다. 마치, 갈피를 못 잡는 시온 자신의 마음처럼.
이그드라실이 그런 그들을 보며 말 했다.
“당신은 영웅왕과 함께한 바 있었 죠. 하지만, 당신은 모를겁니다. 그 가 어떤 사람인지, 그가 어떤 생각 으로 살아왔고, 보이드에 저항해 발 악해왔는지. 전혀.”
이그드라실이 김세정을 힐끔 바라 보며 말을 이었다.
“그가 왜 영웅왕이라 불리는 지 아 나요? 사실, 그 유치한 명칭은 그 자신이 지은 것도, 사람들이 지어준 것도 아닌, 선조 신들이 지어준 겁 니다.”
“선조 신들…?”
“네. 당신이 버텍스들이라 알고 있 는 그 존재들이지요. 아마, 시온은 이렇게 생각했겠죠. 영웅왕이 선조 신을 전부 배신했다고 말입니다. 하 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그가 배신한 건… 오로지 시온 하나뿐이었으니까 요.”
“버텍스 계획. 그것을 기획한 건 분명 영웅왕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 에 강제적인 요소는 없었습니다. 그 는 허락을 구했고, 동의한 사람들만 계획에 참여시켰으니까요. 하나, 단 한명도 라온의 부탁을 거절한 사람 은 없었습니다. 그들도 알았던 겁니 다. 이대로는 파국이란 걸. 그러니 시온을… 막아야 한다는 걸.”
“그럼 영웅왕은….”
“장담컨대, 그는 미치지 않았습니 다. 그리고 그가 김세훈의 아들이라 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당신 이라면 알겠지요. 만약 김세훈이었 다면… 그가 멀쩡했다면, 인류의 생 명을 담보로 세계를 구하려 했을까 요? 아니면, 그들을 담보잡히는 대 신, 자신의 생명을 거는 걸 택할까 요?”
김세정이 탄식했다.
“그는… 죽을 셈인건가?”
“부전자전이랄까요? 김세훈이나, 라온이나 미련한 건 똑같습니다. 그 들은 참회와 회개로 사할 수 있는 죄는 없다고 생각하죠. 그렇기에, 대 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그드라실이 무표정한 얼굴로 라 온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보이드에 감염된 순간부터, 그의 끝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실에 있는 그의 뇌는 괴 사하고 있는 상태고, 그건 아우터에 서 벗어난다해도 죽음을 피할 수 없 다는 걸 뜻하니까요. 그러니 김세정. 당신이 나와 최아라를 믿을 수 없다 면. 그를 믿으세요.”
“그를…?”
“네. 영웅왕을 믿으세요. 그는 김세 훈의 아들이며, 당신의 핏줄입니다. 그는 당신을 닮았고, 김세훈을 닮았 습니다. 그러니 신뢰해 보세요. 당신 의 핏줄이 품고 있는 그 미련함을. 그러니….” 이그드라실이 하얀 발이 김세정의 목을 부드럽게 더듬었다.
“이제 그만 죽어주세요. 모두를 위
해서… 그리고 인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