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64
사상 최강의 오빠 063화
21장 어울리지 않는 짓
암매섬에서 돌아온 다음 날, 김세 훈이 클랜으로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행동은 이춘수에게 어빌 스 톤 두 개를 섭취시킨 것이다.
김세훈이 무슨 어빌 스톤인지 말도 하지 않고 건네자, 의심할 줄 모르 는 이춘수는 날름 받아먹었다. 그걸 본 지강혁과 김세정이 기겁해 선 저게 뭐냐고 김세훈에게 캐물었 지만, 김세훈은 중지를 선사해 그들 을 조용히 시켰다. 나름의 보안을 위해서였다.
그럴 만도 했다. 스페셜 어빌리티 인 전투본능과 보호 본능을 얻은 이 춘수는 이제 막말로 2천억짜리 헌터 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스폐셜 어빌리 티 2개를 익힌 이춘수를 클랜이 가 만 놔두겠는가. 당연히 그 경위를 샅샅이 조사하지.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귀찮은 플랜이 산발적으로 터질 걸 김세훈은 직감 했다.
그래서 그는 이춘수에게 앞으론 자 신의 허락 없이 스캔과 갱신은 절대 하지 말라며 두 번, 세 번 당부했 다.
심지어 그렇게 말하고도 이춘수가 미덥지 않았는지, 머저리 같이 굴면 네 엄마 머리털 다 뽑아서 대머리로 만들어버릴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협박까지 일삼았다.
그 말을 들은 이춘수는 안색이 새 하얗게 질려선 김세훈의 다리를 붙 든 채 엄마 머리털 살려달라며 질질 짜기까지 했으니, 역시 패드립의 효
과는 위대했다.
그런 김세훈의 행동에 김세정과 지 강혁이 그의 인간성에 대해 심각한 토론을 하며 성토했으나, 김세훈은 개소리는 개집에 가서 지껄이라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패악과 독 재에도 불구하고 김세정과 지강혁은 찍소리도 못한 채 찌그러져 있었다.
애초에 김세정은 김세훈에게 찍소 리도 못하는 신세였고, 지강혁은 부 들부들했으나 이미 김세훈을 떠나면 호기심에 깔려 죽을 판이라 참을 인 자만 새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헤프닝은 차치해두고 서라도, 스페셜 어빌리티 두 개를 얻은 이춘수의 기량은 과연 놀라웠 다.
“우와…….”
재차 찾은 오크 부락 던전의 필드 에서 오크 세 마리를 상대로 밀리지 않고 5분이 넘게 버티는 이춘수가 신기했는지, 김세정이 입을 쩍 벌렷 다.
완력 어빌로 인한 근력 상승, 그리 고 보호 본능과 전투본능 두 개의 뛰어난 보조 능력, 마지막으로 이춘 수가 타고난 우수한 피지컬. 이 모든 게 맞물려 이춘수는 오크 3마리를 상대로 어그로 탱킹을 거뜬 히 해냈다.
그걸 보며 김세훈은 팔짱을 끼고 선, 썩은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 다.
“이제야 저 모지리가 좀 쓸만해 졌 네.”
“으이그…… 오빠는 말 좀 곱게 못 해? 동료한테 모지리가 뭐야 모지리 가.
“내가 틀린 말 했냐? 맞잖아. 모지 리. 그리고 나는 막말 좀 해도 돼. 나 아니었으면 저 새끼는 등골 무료 나눔 하다가 골로 갔을 거거든. 아 니〜 어빌 스톤 구해서 처먹여줘. 엄 마도 구해줘. 파티에 넣어줘. 저 자 식은 김세훈 교를 섬겨도 모자라.”
사실 말이 험해서 그렇지 구구절절 다 맞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속사정 을 알 리 없는 김세정은 자신의 오 빠가 자뻑에 빠져선 헛소리를 한다 생각하곤 구시렁거렸다.
“어휴. 내가 오빠한테 뭔 말을 하 겠어…… 알았어요. 그렇게 혼자만 의 세상에서 사세요.”
그런 김세정의 옆에서 지강혁이 오 크 3마리를 상대로 숫제 날아다니고 있는 이춘수를 보며 기막혀했다.
“아니…… 대체 뭘 먹인 거야? 어 떻게 하면 하루아침에 저 친구를 저 렇게 만들어?”
지강혁이 기막힐 만도 한 것이, 헌 터의 기량이란 게 저렇게 하루아침 에 변모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 었기 때문이다.
어빌리티 2개를 얻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이춘수가 특이 케이스라 할 수 있었다.
전투본능과 보호본능은 말 그대로, 본능 계열 패시브였다. 쉽게 말해 스파이더맨의 스파이더 센스 같은 거랄까?
누군가가 자신을 공격했을 때 순간 적으로 자신과 적의 기량을 판단, 이것을 피할지 아니면 막고서 반격 할지에 대한 판단력이 중요한데, 이 두 개 어빌리티는 그것을 대신해 준 다. 일종의 인공두뇌의 역할을 해준 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보통 헌터가 이 어빌리티를 얻었을 때, 제일 적응하는 데 문제 를 겪는 것이 어빌리티의 판단과 헌 터 본인의 판단이 다른 경우였다.
베테랑 헌터들은 전투가 벌어졌을 때 설계를 중요시한다. 그래서 피해 야 할 것도 맞아주는 것이다. 방심을 유도해서 틈을 드러나게 하 고 그 틈을 동료가 공격하도록 이끌 기 위해서.
하지만 아무리 본능 계열 어빌리티 가 뛰어나도 만능은 아니니 그런 설 계는 무리였다.
그러니 적응이 필요한 것이다. 걸 러낼 건 걸러내고 이용할 건 이용하 는 식의.
하지만 이춘수는 그럴 필요가 없었 다. 아니 애초에 설계는커녕 제대로 된 판단을 할 만한 지적 능력이 없 는 그에게 이 두 개의 어빌리티는 천생연분의 짝꿍이었다. 안 그래도 생각할 줄 몰라 매사가 수동적인 이춘수한테, 이거 해라 저 거 해라 지시를 내려주는 어빌리티 의 존재는 완벽한 코치 그 자체였으 니까.
단지 이 두 개 어빌리티의 특성상 작전능력이 좀 떨어지는 게 흠이었 다.
다만 그럴 땐 이춘수에게 절대적인 우선순위에 있는 김세정과 김세훈이 지시를 내려 커버 치면 그만이었다.
“우와, 춘수 신난다! 강하다! 막 잘 피하고 잘 막고 잘 때린다! 춘수 엄청 세다!” 오크의 반월도를 방패로 막고 밀치 고, 피할 건 피하며 간간이 주먹질 이나 발길질로 반격도 해내는 이춘 수의 모습에 만족한 김세훈이 말했 다.
“좋아. 여기까지. 김세정. 출격해.”
“……왜 나만 부려먹어? 강혁 씨 는‘?”
“네가 지강혁은 귀족 클래스라 잘 모셔야 한다며? 고급인력 아껴 써야 하니까 네가 대신 일해.”
“우씨! 나도 고급인력이거든? 와, 천하의 메이지를 이리 찬밥 취급해 도 되는 거야?”
“놀고 있네. 네가 메이지 나부랭이 아니라 대통령이었어도 내 동생인 이상 시급 10원짜리야 인마. 아씨, 야. 이춘수. 스태미너 다 떨어져 가 잖아. 빨랑 가서 정리해. 던전 클리 어하고 나가게.”
김세훈의 노동인권 따윈 개나 줘버 린 것 같은 폭압에, 김세정은 사 과 ■n이 섞인 단어로 언어의 마술을 부 렸다.
욱한 김세훈이 그녀의 뒤통수를 응 징하자 김세정은 입이 댓 발이나 튀 어나와선, 콜 라이트닝을 뿌려 엄한 오크에게 화풀이했다. 이춘수의 어그로 탱킹에 김세정이 후방지원을 곁들이자, 사실 김세훈 과 지강혁이 없더라도 던전 클리어 는 무난하다 생각될 정도였다.
자신들이 없어도 쾌적한 던전 레이 드의 현황에 만족한 지강혁과 김세 훈은 급기야 노가리를 까며 김세정 에게 훈수질을 일삼았다.
그런 밉상 듀오의 신선놀음과 참견 질에 약이 올라서일까, 도저히 못 참겠는지 김세정이 도끼눈을 한 채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쓱 긋 는 시늉을 했다.
그런 그녀의 리액션은 뻔뻔 그 자 체인 김세훈에겐 소용없었지만, 지 강혁에겐 직빵이었는지 그는 자체적 입단속을 시행해 그녀의 눈치를 살 폈다.
김세훈〉김세정〉지강혁〉이춘 수로 이어지는 암묵적인 먹이사슬이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김세정의 뚜껑이 슬슬 열릴 무렵, 오크의 본대가 튀어나왔다.
그제야 슬금슬금 기어 나온 김세훈 과 지강혁의 지원에 힘입은 일행은, 2성 던전인 오크 부락 던전을 불과 3시간 만에 클리어해내는 기염을 토 했다.
성과는 겨우 마석 4개. 아쉬운 실 적이었지만 그래도 수수료 제외하면 두당 50씩은 가져갈 수 있기에 그 런대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였다.
신입 C급 헌터들로 구성된 파티가 2성 던전을 클리어하는데 3시간이 라? 사실 클리어 타임만 봐도 이미 그들을 신입 헌터라 보는 건 무리가 있었다.
“오_케이.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정 산금은 제가 나중에 이체해 드릴게 요. 이춘수 씨는 어머니한테, 지강혁 씨는 본인 계좌로. 그리고 오빠 돈 은 내 거! 헤헷.” 오빠의 돈을 갈취해가면서 행복했 는지 강아지 애교 떨 듯 혀를 내민 채 헤헤거리는 김세정의 정수리에 딱밤을 선사한 김세훈이 말했다.
“돈 뺏어가면서 귀척하지 마. 죽여 버리고 싶네.”
“우씨, 툭하면 때려!”
“됐고. 다들 나중에 보자고. 그리고 이춘수 너는 오늘 나랑 같이 퇴근하 자. 너희 집에 볼 일이 좀 있으니 까.”
“응? 오빠가 춘수 씨네를 왜 가?”
“꼬봉 집에 보스가 꼭 이유가 있어 야 가냐? 겸사겸사 뒷정리할 게 있 어.”
“우와〜 세훈이랑 춘수! 같이 집에 간다! 춘수 안 외롭다! 세훈이 가면 서 과자 사주기로 했다!”
이춘수의 뒤통수를 후린 김세훈이 껄렁거리며 구시렁거렸다.
“내가 언제 과자 사주기로 했어 인 마. 아, 이 새끼 모자란 거 맞아? 가끔 대가리 굴리는 게 심상치가 않 단 말이지.”
“세훈! 춘수 아프다! 때리지 마 라!”
“이걸 확, 그냥 확. 자꾸 개기면 케이크 없다.”
케이크를 인질로 잡힌 이춘수가 만 세 삼창을 하며 김세훈의 주변을 빙 글빙글 돌았다.
“춘수! 갑자기 안 아프다! 멀쩡하 다! 오!’〜/〜w
귀찮은 잡무는 김세정에게 깡그리 떠넘긴 김세훈은 이춘수의 집으로 향했다.
기실 오늘 이렇게 그의 집에 찾게 된 이유는, 이제 슬슬 단속이 필요 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택시를 탄 지 얼마 안 되어 이춘 수의 삼촌 최병철의 집이었으나 지 금은 최혜란의 소유가 돼버린 전원 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일전에 거창한 홍역을 치르고 난 후 최병철이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그의 누나이자 이춘수의 어미인 최 혜란에게 넘긴 것이다.
하기야 이춘수를 착취해 얻었던 재 산인 만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 이었다.
도착하자마자 김세훈은 자기네 집 안방을 드나들 듯 현관을 열고 들어 섰다.
“누구세…… 아, 아니 헌터님이 여긴 어쩐 일로…….” 최병철은 김세훈의 얼굴을 보자 벌 벌 떨며 꼬리를 말았고, 김세훈은 그런 그를 본체만체하며 집안에 들 어갔다.
“김세훈…… 씨?”
자신을 보자마자 최병철 못지않게 놀라는 최혜란을 보며 김세훈이 씩 웃었다.
“안녕하세요. 춘수 어머니. 오늘 레 이드도 순조롭게 끝난 김에 잠시 들 렀습니다. 불쾌하진 않으시겠죠?”
불청객의 방문에 최혜란은 떨떠름 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리 뻔뻔한 면전에 어찌 불쾌하다 말하 겠는가?
“네. 어서 오세요. 반갑다고는 차마 말씀 못 드려도…… 그렇게까지 싫 은 손님도 아닙니다. 불편한 건 사 실이지만요.”
김세훈이 아니었으면 벌어졌을 일 을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했 기에 최혜란은 실제로 김세훈에 대 해 깊은 악감정까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호감이 생기지도 않았다.
그녀의 판단에 김세훈은 위험한 인 물이었고, 그렇기에 하루라도 빨리 그의 근처에서 이춘수를 빼내고 싶 었으니까.
“어디 조용한 데서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어떠십니까?”
그의 말에 최혜란은 안에 있는 사 랑방으로 그를 안내했다. 최혜란이 준 방석에 엉덩이를 얹은 김세훈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바보도 아니고, 제가 그리 반가운 손님 아 니란 거 잘 압니다. 그러니 거두절 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네? 아, 네. 말씀하시죠.”
“지금 하고 계신 작업. 멈추세요. 좋은 생각 아니니까.” 김세훈의 뜬금없는 말에 최혜란이 눈을 치켜뜨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반문했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요? 무 슨 말씀이신지?”
“흠. 모르는 척하시는 겁니까? 헌 터 법무소 찾아다니시면서 헌터 탈 퇴에 대해서 알아보고 다니시잖습니 까? 뭐, 오라클에 대해서도 알아보 시는 것 같고.”
김세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최혜란 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었다. 그녀의 떨리는 눈동자를 보며 김세훈이 싸 늘한 어투로 쏘아붙였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거 같아 단속도 할 겸, 오늘 귀찮지만 잠깐 들렀습니다. 하기야…… 불안도 하 겠지요. 내 첫인상이 꽤 더러웠으니 까. 하지만 이러면 곤란합니다. 우리 는 거래를 한 거 아니었습니까? 나 는 최혜란 씨를 살려드렸고 춘수 또 한 구렁텅이에서 꺼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뒤통 수 친다라……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습니다.”
최혜란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 매를 떨며 김세훈의 시선을 피해 고 개를 돌렸다.
“어, 어떻게…… 그리, 그리 조심했 는데…….”
김세훈에 대한 두려움. 혹은 김세 훈이 이제 어찌 행동할지에 대한 불 안감에서 우러나온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서 배어 나오자 김세훈이 짜 증이 나는지 새집 같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울지 마세요. 나 여자 눈물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흐윽…… 흡.”
흐느끼던 최혜란이 애써 숨과 눈물 을 삼키는 걸 보며 김세훈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오버하실 거 없습니다. 오 늘은 간단히 경고만 하러 온 거니까. 어차피 이런 일이 한 번도 안 생길 거라 생각진 않았거든요. 다만 명심 하세요. 나는 귀찮은 걸 아주 싫어하 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그딴 꿍꿍이 를 또 꾸민다면…… 모든 걸 제자리 에 돌려드리겠습니다. 당신 동생이 아주 좋아하겠네요. 그렇죠? 아, 그 의 아내도 말입니다. 깜빡했네. 아직 살아 있죠?”
김세훈의 협박에 최혜란은 정신없 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급한 어조로 말을 쏟아냈다.
“그, 그러지 마세요. 저, 저도 실제 로 실행에 옮기려는 게 아니라…… 그냥 알아본 거예요. 너, 너무 불안 해서…….”
최혜란의 질척거리는 변명을 들을 생각이 없던 김세훈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됐습니다. 그리고…… 후우, 내가 너무 나쁜 새끼처럼 보이는 이 상황 이 날 아주 짜증 나게 만드는데…… 내가 언제 당신 아들을 도살장에 팔 아먹기라도 했습니까? 내가 말했지 요? 나는 그저 믿을 만한 친구가 필요할 뿐이라고. 춘수는 당신도 아 시다시피 아주 순수한 친구입니다. 그래서 찍은 겁니다. 나는 내 동생 에게 믿을 만한 동료를 붙여주고 싶 었고 춘수는 그런 면에서 꽤나 적합 했으니까요. 그러니…… 쯧, 너무 불 안해하는 것 같으니 못 박아드리죠. 춘수랑 내 동생은 동료입니다. 게다 가 같이 한 시간은 얼마 안 됐지만 제 동생이 춘수를 제법 마음에 들어 하고요. 그러니 춘수한테 해가 될 일 따위를 제가 할 리는 없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김세훈이 최혜란의 눈치를 잠시 살폈다.
그래도 마지막엔 좀 달래본답시고 안 어울리게 약도 좀 쳐봤거늘, 끅 끅거리면서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최혜란을 보니 딱히 효과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김세훈은 그런 그녀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다, 짜증 묻은 한숨과 함께 이춘수를 불렀다.
“야, 이춘수. 이리 와봐.”
근처에서 노닥거리고 있던 이춘수 는 김세훈이 부르자 낼름 달려왔다.
“세훈! 나 불렀나? 어! 엄마 운다. 엄마 어디 아파? 아프지 마라 그럼 춘수도 아프다!”
“이춘수. 너희 엄마 안 아파. 그냥 눈에 티 들어갔어.”
“어? 그랬나? 눈에 티 들어가면 눈물 나긴 한다. 진짜〜 진짜! 짜증 난다. 엄마 눈 봐봐라. 춘수가 호〜 해준다.”
호들갑을 떠는 이춘수의 정수리를 최혜란이 보라는 듯 억지로 쓰다듬 으며 김세훈이 억지웃음을 입가에 지었다. 그리고 안 내키는 목소리로 말한다.
“야, 됐고. 그것보다 내가 너한테 나쁜 짓 한 거 있냐?”
“나쁜 짓? 세훈이? 아니, 그런 거 없다. 케이크 먹을 때 그만 처먹으 라고 뒤통수 때리는 거 말고는.”
“이 씨 바…… 후우, 아니야. 춘수 야.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래도 케 이크 사주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 니? 그래 이딴 게 중요한 게 아니 고. 야, 우리랑 다니는 거 어때? 좋 냐?”
김세훈의 질문에 이춘수가 고개를 정신 나간 것처럼 끄덕거리며 말했 다.
“좋다! 춘수 세훈이랑 세정이 깡혁 이까지 너무 좋다! 그전에 있던 파 티에서는 춘수 구박 많이 했는데! 이번 파티에선 세훈 빼곤 아무도 구 박 않는다! 너무 좋다!”
“내, 내가 언제 널 구박했어 인마.”
약간 당황한 김세훈이었지만 이내 티슈로 눈물을 닦으며 자신들을 관 심 있게 쳐다보는 최혜란을 보곤 입 맛을 다시며 말했다.
“쩝, 봤습니까? 이 정도면 내가 이 모지리한테 해코지 안 하고 있다는 건 알겠지요? 그러니 앞으로 쓸데없 는 짓 하지 마십쇼. 알겠어요?”
김세훈의 말에 최혜란은 이춘수를 바라봤다.
솔방울 같은 눈, 두꺼비 같은 입술 에 주근깨 가득한 피부. 잘났다고는 할 수 없는 외모였으나 볼 때마다 항상 웃고 있는 이춘수의 얼굴은 해 맑기 그지없었다. 그런 아들을 보며 최혜란이 물었다.
“……춘수야…… 행복하니?”
“행복? 응…… 맞다. 춘수 너무 행 복하다! 요즘 너무 좋다! 세훈도 세 정도 깡혁도 엄마도 다 좋다! 아, 삼촌은 싫다! 외숙모는 불쌍하다! 맨날 아파한다.”
“……그래? 됐다. 이 어미는 너만 행복하면 더 바라는 게 없단다. 그 러니 앞으로도 세훈 씨랑 같이 친하 게 지내렴”
“응! 나 행복할 거다!”
둘의 모습을 본 김세훈은 대충 이 정도면 단속하고 약도 제대로 친 것 같았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 어 울리는 액션을 취해서일까, 손등에 돋은 닭살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혀 를 찼다.
그런 그가 방을 나가려 할 때 최 혜란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김세훈 씨.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요?”
“뭐…… 얼마든지요.”
“아까 춘수가 동생분의 동료라고 했지요?”
이 아줌마가 갑자기 웬 뜬금없는 질문일까 싶으면서도 김세훈은 순순 히 대꾸했다.
“네. 맞습니다.” “그럼…… 춘수는 김세훈 씨의 동 료도 되겠네요. 그렇지요?”
생각지도 않은 질문이었다. 김세훈 은 그 질문에 잠시 멈칫하며 그 자 리에 우뚝 섰다. 그리고 어이가 없 는 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엄마들이란, 참 피곤한 상대였다. 그들은 왜 자식들의 일에 있어선 이 토록이나 날카로울까?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일이라 생각 하며 김세훈은 씁쓸한 목소리로 그 녀의 질문에 답을 주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춘수는 제 동생의 동료입니다. 뭐, 그건 확실하지요.”
거기까지 말한 김세훈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듯 서둘 러 방을 나섰다.
그리고 방 옆에 둥둥 떠 있는 붉 은 눈동자. 정확히는 나이트메어의 분신체에게 텔레파시로 속삭였다.
-허튼짓 않는지 잘 감시해라. 그리 고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즉시 보 고해.
붉은 눈동자가 알겠다는 듯 눈을 한번 깜빡이고 사라지자 김세훈은 슬쩍 고개를 돌려 뒤돌아봤다. 철없는 아기처럼 달라붙는 이춘수 의 등을 연신 쓰다듬는 최혜란의 시 선이 자신에게서 껌딱지처럼 붙은 채 떨어질 줄 몰랐다.
그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여전한 경 계심에 그는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가식으로 사람에게 믿음 을 주는 일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 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