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197
제197화
197화
인간의 흔적은 착실하게 지워지고 있었다.
대자연의 재생력에 의해 인간이 관리하던 모든 것들은 부서진다.
“지진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산맥 아래로 내려가 해안가에 접근하면서 본 광경들은 처참했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라면 어느 정도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일반 벽돌로 지어진 집들은 흔적도 남지 않은 채로 무너져 있었다.
한때는 도시였던 곳인 듯했지만 모든 것이 주저앉아 폐허가 되어 있었다.
“아리가 인근에 지진이 다시 온 모양인데.”
“여기 불의 고리라고 지진 다발 구역이지 않습니까?”
“맞아. 일본도 그렇지만 여기도 꽤나 지진이 자주 발생을 해.”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 인간의 힘은 미약하기만 했다.
“그런데 이 정도면 우리가 왜 못 느꼈던 거죠? 분명 통신이 끊겼을 때쯤이면 아리가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을 텐데.”
“아니. 꽤나 거리가 있었어. 더욱이 군용차들 승차감 최악이잖아. 느끼지 못한 것인지도 몰라.”
“그럴 수도 있겠네요. 승차감 안 좋은 건 알고 있었으니. 그렇게 승차감이 안 좋아도 잠만 잘 오던데.”
뮤턴트는커녕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도시에 남아있었다면 폐허 속에 파묻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사람이 없는데.’
창수는 아리가 때의 대지진보다 규모가 더 클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너무 없다는 것에 의아해했다.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그다지 오래 있지는 않았다.
크르르릉!
“다들 조심해! 여진이다!”
본진이 터진 지 며칠 되지 않았다.
앞으로 몇 달 동안은 크고 작은 여진들이 계속될 것이었다.
그렇게 특전사 대원들은 흔들리는 땅에서 길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미확인 생존자 발견.”
기본적으로 인간형 개체를 발견하면 생존자로 칭한다.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뮤턴트라고 칭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폭탄 인간 상태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생존자도 안심할 수가 없게 되었다.
“뮤턴트인지 확인해 봐.”
“거리가 멀어서 확인 불가입니다. 일단 형태는 인간형인 1형입니다.”
“단독 개체인가?”
“아닙니다. 3명. 집단입니다.”
집단이라는 말에 일단 폭탄 인간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지금까지 발견된 폭탄 인간은 단독으로 존재했다.
접촉에 의한 폭발이었기에 두 명 이상이 모여 있는 경우는 없었다.
“안심하지 마. 뮤턴트의 생태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어.”
창수는 자신들이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을 했다.
“망원경 줘 봐.”
“예. 최 원사님.”
창수는 망원경으로 미확인 생존자들을 살펴보았다.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부상자군.”
“부상자요?”
“그래. 1형 뮤턴트의 움직임과는 달라. 생존자다.”
“접촉하실 겁니까?”
인간 생존자임을 예상하게 되었지만 접촉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세 사람 정도야 부담이 없을 수도 있었지만 생존자들이 더 늘어날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을 다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우회할 길 없어.”
“아.”
창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생존자들을 우회할 길은 없다고 말을 했다.
결국 접촉을 해야만 했다.
“지금 우리가 우회를 할 만큼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고.”
폐허 속에서 그나마 길다운 곳을 통해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는 것은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운이 좋아야만 했다.
“확실히 우회를 할 만한 곳은 없군요. 온통 건물들이 무너져 버려서 몸을 숨길 곳도 없고.”
장 팀장도 자신들에게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심스럽게 접근해. 상대가 피한다면 굳이 붙잡을 필요는 없다.”
“알겠습니다.”
특전사 대원들은 세 명의 생존자들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생존자들도 특전사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특전사들이 전원 무기를 쥐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는 겁에 질린 것인지 도망을 치려고 하는 듯했다.
이미 정부가 붕괴되면서 보호를 해 줄 공권력이 사라져 있었다.
뮤턴트도 무섭지만 같은 인간도 만만치 않게 무서웠다.
“델리! 빨리 도망쳐야 해! 빨리!”
“군인들 같아요!”
“군인이고 뭐고 누구 하나 믿어서는 안 돼!”
“아으!”
“이…… 이런!”
특전사 대원들을 보고서는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부상자가 있었다.
무척이나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친 동료의 걸음으로는 벗어나기 어려워 보였다.
“하아! 아무래도 나는 안 될 것 같아. 너희들만이라도 도망쳐.”
“그럴 수 없어! 델리!”
“그래! 조금만 힘을 내! 우리가 도와줄 테니까!”
“아니야. 이러다가 셋 다 위험해질 거야. 먼저 가.”
두 명의 동료는 부상을 입은 자신의 동료를 바라보다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한국 군인들을 보았다.
자신들에게 안심을 하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듣고 있었지만 그걸 믿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한국군 국제평화유지군 소속의 군인들입니다!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들을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뮤턴트가 아니라면 이름과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호적인 말을 하고 있었지만 총구는 정확하게 자신들을 향해 겨누어지고 있었다.
무기를 꺼낸다거나 적대적인 행위를 하게 된다면 즉시 총알이 날아들어 올 것이 분명했다.
“제길! 닐! 가자고!”
“하지만!”
“다 함께 죽을 수는 없잖아! 빨리 와!”
“델리! 미안해!”
“하하! 아니야! 미안해할 필요 없어.”
부상을 입은 델리는 미안해하는 동료 아니 친구들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세상이 망해버렸지만 아직 우정이나 사랑과 같은 가치는 존재했다.
그렇게 다친 델리를 놔둔 채로 두 명은 몸을 피했다.
굳이 도망을 가는 남자 둘을 쫓지는 않는 특전사들이었다.
그렇게 부상자에게로 향하는 특전사들은 이내 자신들을 향해 흉기로 보이는 것을 들어 보이는 것에 황급히 자세를 낮추었다.
눈먼 총알이라도 맞는다면 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상대가 적대적인 행위를 하는 것에 즉시 사살이 원칙이었기에 사살을 하려고 했다.
“최 원사님!”
“대기!”
다만 자신들을 앞질러 가는 창수의 모습에 사격을 하지 못한 특전사들이었다.
순식간에 흉기를 든 남자에게 접근한 창수는 흉기를 간단하게 빼앗았다.
“굳이 그렇게 죽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헉!”
제법 거리가 있었음에도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자신의 옆에 와서는 손에 든 칼을 빼앗아 든 군인에 델리는 깜짝 놀랐다.
동료들이 도망을 갈 때까지 조금이나마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식량을 찾기 위해 도시 쪽으로 내려온 겁니까?”
“당신들 뭐야?”
“한국군 국제평화유지군 소속이자 전 유엔군 소속의 군인인 최창수 원사라고 합니다. 위협할 생각 없으니 걱정 마십시오.”
“유…… 유엔군?”
델리는 창수가 유엔군 소속이라는 말에 몸의 긴장을 풀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칠레군 소속인 줄 알았습니다.”
“칠레군이요?”
창수는 자신들을 지킬 군대가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아리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국군이라고 해서 다르진 않겠지. 공권력이 완전히 붕괴가 된다면.’
군대는 가장 강력한 무력 집단이었다.
평시와 전시에는 자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력이 되지만 무한 생존 상황이 된다면 가장 위험한 무력 집단이 될 수 있었다.
창수는 델리의 부상이 최근에 생긴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폐허 속에서도 쓸만한 것은 있기 마련이었으니 생필품을 뒤지다가 예상치 못한 부상을 입은 것일 터였다.
“최 원사님.”
“엔젤.”
“예?”
창수의 뒤로 어느덧 특전사 대원들이 다가왔다.
“엔젤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그것이라면 부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뮤턴트가 될 수도 있으니 변이 유발 물질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인 상태로 복용하십시오.”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별것 아닌 부상일 터였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수도 있었다.
마치 야생에서 작은 상처나 부상으로도 죽임을 당하는 것과 비슷했다.
창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엔젤 한 알을 델리에게 주었다.
“엔젤. 가…… 감사합니다.”
델리도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약품이 사라진 세상에서 엔젤은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의약품이기도 했다.
“지진이 난 겁니까?”
“예. 북쪽에서 지진이 났습니다.”
공짜는 아니었다.
창수의 질문에 델리는 창수의 손에 있는 엔젤을 짚으려다가 지진이 났음을 알려 주었다.
창수는 진원이 이곳에서 북쪽이라는 것에 표정이 굳어졌다.
자신들이 가야 할 아리가 쪽에서 또다시 지진이 난 것이다.
“다들 무사하신 겁니까?”
“우리 캠프의 위치를 알고 싶은 것이라면 그냥 나를 죽이시오.”
델리는 군인들이 자신들의 캠프를 알고자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창수를 노려보았다.
유엔군 소속이라고 해도 이런 세상에서 믿을 수는 없었다.
자신들의 생존자 캠프에 몰려가 어떤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걱정 마십시오. 당신들의 캠프에 대해서 알아낼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이군요. 생존자분들이 계시다는 것에.”
창수는 델리와의 대화를 통해 아직 생존자들이 남아있었고 각자의 집단으로 모여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에 안심이 되었다.
다행히 생존자 캠프가 있다면 델리를 데리고 갈 필요는 없었다.
‘도망치던 이들도 동료가 걱정되는지 멀리서 지켜보고 있군.’
창수는 도망간 두 명의 사람들도 멀리서 자신들이 있는 곳을 보고 있음을 확인했다.
“저기.”
“궁금하신 것이 있습니까?”
“세상이 멸망한 겁니까?”
폐쇄된 세계였다.
물리적으로 이동 거리의 제약으로 인해 먼 곳의 정보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알 수 있는 것은 자신들과 같은 생존자 집단과 간간이 보이는 뮤턴트들.
그리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떠돌이 약탈자들뿐이었다.
한때는 미국으로 가면 안전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믿기 어려웠다.
창수는 델리의 질문에 뭐라 대답을 해 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직 멸망한 것은 아니지만.’
멸망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창수도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다시 본래의 세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창수는 모든 절망의 시발점인 엔젤을 델리의 손에 쥐여주고서는 일어섰다.
“생존자 캠프의 소속이라고 하니 우리는 이대로 간다.”
“알겠습니다.”
생존자 캠프가 끝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우리조차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특전사들은 델리를 그대로 지나쳐 북쪽으로 향했다.
창수와 특전사들이 사라지고 나자 델리의 동료들이 다시 달려왔다.
“델리! 괜찮아?”
“그놈들 누구야?”
“유엔군이래. 아니 한국군이라고 했나?”
“한국? 한국이면 아시아 국가 아니야? 아시아 국가가 왜 여기까지 와 있어?”
“그러니까 유엔군이라고 했잖아. 아리가 때도 한국군 들어왔었고.”
“아! 그랬지. 뭐야? 그럼 유엔군이면 우리 구조해 줄 수 있던 거 아니야?”
“구조는 무슨. 그쪽도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던데. 그리고 유엔군이라고 해서 어떻게 믿어! 그놈들도 유엔군이라면서 사람들 털어댔었는데.”
“아! 맞다. 그 약탈자 놈들.”
군대를 사칭해서 생존자 캠프를 약탈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마냥 군인들을 믿을 수는 없었다.
“걸을 수 있겠어?”
“끄응! 해 봐야지. 조금 돌아서 가자. 그놈들이 쫓아올 수도 있으니까.”
“그래. 그러자. 그런데 들키지 않은 거지?”
“그래. 안 들켰어.”
세 사람의 신체 일부가 기이하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