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0
제20화
20화
도시 전체가 총소리에 뒤덮였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서는 자신들의 집에 숨어들려고 했지만 지진으로 인해 아직 몸을 숨길 수 있을 만큼 튼튼하고 안전한 집들은 많지 않았다.
“엄마! 무…… 무서워.”
유리창이 깨진 창문으로 도망을 치는 사람들에게 좀비처럼 달려드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끔찍한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튄다.
그렇게 사람을 죽인 좀비 같은 이들은 다시 희생양을 찾아 돌아다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좀비 같은 이들에게 습격을 받은 이들이 좀비 같이 변하지는 않았다.
온 사방에 시체들이 널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계속 숨어 있어야 할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도움을 구할 이들을 찾아야 할지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내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와장창!
좀비 같은 이들이 문을 부수고서는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내 집 안에서 비명과 함께 도망쳐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좀비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물어 뜯겨서는 싸늘한 시체가 될 뿐이었다.
가만히 숨어 있는다고 해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져 버렸다.
“도망가야 해. 하지만 어디로?”
어디로 도망을 가야 살 수 있을까 고민을 오래 할 수는 없었지만 한 곳이 떠올랐다.
당연히 강력한 무력을 가진 경찰이나 군대였다.
수많은 영화에서 보면 그 군대도 별수 없어 보였지만 그나마 기대를 할 수 있는 곳은 군대였다.
“거기로 가야 해! 그곳이라면 우릴 지켜 줄 수 있을지도 몰라.”
“엄마. 어디 가?”
“빨리 가자. 엄마 손 꼬옥 잡아야 해! 알았지? 절대 소리 내서도 안 돼! 알았지?”
겁에 질려 있는 아이에게 몇 번이고 다짐을 받고서는 온몸에 힘을 주는 여인은 좀비 같은 이들이 보이지 않자 바로 허술한 집을 빠져나와 달렸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을 때쯤 그녀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는 곳을 볼 수 있었다.
“아! 아아!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오!”
이미 그녀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살려 달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는 곳이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찾아왔던 곳이었다.
그녀의 손을 꼬옥 쥐고 있던 아이도 몇 차례 왔던 곳이었다.
몸이 아플 때나 배가 고플 때 찾아오면 도움의 손길을 주었던 곳.
대한민국 국제평화유지단의 주둔지가 있는 곳이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경계 초소의 위로는 군인들이 중무장을 한 채로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당황한 모습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선배님! 저 사람들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좀 닥쳐! 도와주기는 어떻게 도와준다는 거야! 제길!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하루를 시작했다.
알통 구보도 했고 단장님 앞에서 힘찬 구호도 했으며 오늘도 재난에 힘겨워할 사람들을 도울 준비가 되었다.
그렇게 준비가 다 되어서는 오늘의 일과만 하면 되었는데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칠레가 다른 남미 국가들보다는 치안이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지진 때문인지 간간이 총소리는 들려왔다.
그렇게 범죄 조직 간의 발포 정도로 생각을 했지만 이번에는 틀렸다.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쉴 사이 없이 발포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달려온 것이다.
사령부에서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칠레 정부와 아리가 시청뿐만 아니라 UN 지원 사령부와 각국 지원군 주둔지에 연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락을 한 곳에서도 제대로 상황 파악이 되지 않고 있었다.
고작해야 대규모 폭도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정확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으니 주둔지 입구를 굳게 닫고 있어야 할 뿐이었다.
점점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주둔지의 입구는 부서질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더 이상 버티기 힘듭니다!”
주둔지 입구에 몰려온 이들을 해산시킬지 아니면 주둔지 안으로 받아들일지 알려 달라며 무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계속 기다리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그나마 절대 주둔지 안으로 그 누구도 들이지 말라는 지시는 내려오고 있었다.
“엘비!”
“차스! 살려 줘요! 좀비! 좀비가 우릴 공격해요!”
“좀비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엘비!”
창수는 얼굴을 알고 지내던 청년을 발견해서는 밖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물었다.
엘비라는 청년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알아들을 수 없게 말했다.
좀비가 나타났다는 소리와 함께 좀비들이 자신들을 죽이러 달려든다는 이야기였다.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좀비가 현실상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는 건 상식이었다.
의학자들이나 생물학자들은 죽은 시체가 되살아나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설령 움직인다고 한들 살아 있는 사람을 좀비로 감염시키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창수를 포함한 한국군 장병들은 좀비는 아니어도 좀비와 흡사한 존재들을 본 뒤였다.
“정말 좀비야? 좀비가 나타났다고?”
“차스! 제발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내 줘! 좀비들이 몰려오면 우리들 전부 죽을 거야! 우리는 좀비가 되고 싶지 않아!”
“엘비! 좀비에게 물린 사람이 좀비가 되는 것을 봤어?”
“모…… 몰라! 하지만 좀비들이 엄청나게 많아! 다 좀비가 되었다고!”
창수는 자신의 팀장과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팀장인 김만춘 대위와 팀의 담당관인 임청주 상사도 창수와 엘비의 대화를 들은 것인지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은 채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좀비라니. 임 상사님.”
“중대장님. 일단 보고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경험 많은 임 상사의 조언에 김만춘 대위는 무전으로 자신들이 알아낸 정보를 보고했다.
자신들 또한 믿기지 않는 일이었기에 보고를 받은 상부에서 고운 소리가 들릴 가능성은 없었다.
-야! 이 새끼야! 좀비 같은 소리 하네! 정신 안 차리지! 너 이름하고 소속 뭐야! 이 자식이 좀비는 무슨 좀비야!-
“3팀 김만춘 대위입니다! 현지인들에게서 들은 정보입니다. 주둔지 밖의 도시에 좀비와 같은 존재들이 들끓고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이! 이!…….-
무전기 너머에서는 하고자 하는 말은 굴뚝같았지만 차마 하지는 못하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일비 부대 수뇌부에서도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폭도들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은 뒤였다.
오죽하면 총에 맞고도 그대로 달려드는 폭도들이 가득하다는 연락이 오고 있었다.
아무리 5.56mm NATO 소총탄의 대인 저지력이 약하다는 평이 있다지만 사람이 맞고 멀쩡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폭도들은 소총 탄환에 맞고도 아무런 문제 없이 달려와 공격을 했다고 한다.
좀비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처 방안을 빨리 알려주십시오! 좀비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폭도들이 접근했을 때 발포 권한을 주십시오!”
-발포는 안 돼! 절대!-
“그럼 여기서 다 뒈지라는 겁니까! 우리 애들보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다 뒈지라구요!”
-크으! 일단 기다리게. 상부의 허가가 필요해.-
사령관도 해외에서 민간인에게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금쯤 한밤중일 한국에 보고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차라리 모든 장병이 전멸할지언정 국익을 위해 할 수 없는 것은 해서는 안 되었다.
꽤나 답답한 일이었지만 그것이 재난 복구를 위해 파병된 파병군의 한계였다.
현지 정부에서의 요청과 허가가 있었다면 총기 사용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었겠지만 그것이 아닌 상태였다.
“총기 사용은 불가다! 대기해!”
“중대장님. 그러면 피난민들은 어떻게 합니까? 받아들이는 겁니까?”
대민 지원을 하면서 얼굴을 익힌 이들이 상당수였다.
처음에는 특전사들을 경계했지만 지금은 서로 농담도 나누며 친밀해진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외면하기란 쉽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창수에게는 어려웠다.
눈앞에서 연신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에 창수의 몸은 열이 오르는 듯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창수의 모습을 경험 많은 임청주 상사는 바로 알아보았다.
특전사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첫 파병 임무였다.
실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고 중사! 최 하사하고 바로 예비 탄환 수령 할 수 있게 탄약고로 가!”
“예? 예비 탄환을요?”
고 중사는 임 상사의 지시에 놀란 표정을 짓다가 임 상사의 눈빛이 창수에게 가 있자 창수가 사고 치지 못하도록 후방으로 빠지라는 의미인 것을 알아차렸다.
창수는 육체적으로는 완벽했다.
하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했다고는 볼 수 없었다.
자칫 실전과 같은 일이 벌어질 상황에서 실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창수가 그런 실수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대비해서 나쁠 일은 없었다.
“최 하사! 따라…….”
“좀비다!”
창수를 데리고 후방에 있는 탄약고로 가려던 중에 좀비가 나타났다며 고함이 들렸다.
경계탑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특전사들도 지향 사격 자세를 취하며 경계를 드러냈다.
“사…… 살려 줘! 제발!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세요!”
“우리 아이만이라도! 제발! 우리 아이만이라도 들여 보내 줘요! 제발!”
영화 속에서 보던 장면들에서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눈앞에서 실제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사람들에 이성은 마비가 될 지경이었다.
“본부! 신원 미상의 적대 세력이 다수 접근 중이다! 대처 방안을 지시해 달라!”
김만춘 대위는 지휘본부에 곧장 대처 방안을 요청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라도 좀비로 보이는 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오는 것이 보였다.
“뭐가 저리 빨라?”
“정말 좀비인가? 발포합니까? 좀비면 머리 맞춰야 하는 거지? 제길! 쉽지 않겠는데?”
몸에 총이 맞아 봐야 좀비에게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정보였다.
물론 확실히 좀비인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하려면 머리를 날려버려야 했다.
문제는 생각보다 머리를 맞히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빠르게 뛰어오면서 세차게 흔들리는 머리는 특전사들이라고 해서 단번에 맞힐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었다.
저격수들도 영화에서와는 달리 사람의 머리를 저격하는 일은 드물었다.
사살을 할 때도 대부분은 심장을 포함한 몸통을 조준했고 비살상일 때는 다리를 조준한다.
그렇게 최대한 머리를 조준하며 발포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무전기에서는 아무런 지시도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칠레 반대편에 있는 군 수뇌부와 정치인들이 발포 후의 여파를 쉽사리 감당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퇴각 준비해라.-
이미 의료지원단은 퇴각 준비가 끝난 것인지 무전기에서 퇴각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무전기를 통해 내려왔다.
물론 현 상황에서 어디로 퇴각을 할 것인지도 결정된 것도 없었기에 퇴각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물론 주둔지를 만들고 퇴각 훈련은 몇 차례나 실시를 했다.
주둔지 뒤로 해서 공항까지 이동하는 비상 대비 훈련은 실시되었다.
하지만 상대가 좀비라면 공항까지 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무전기에서도 퇴각을 말하지 않고 준비를 하라는 다소 모호한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본대가 퇴각을 준비한다면 누군가는 남아서 퇴각을 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그것이 주둔지 입구를 지키고 있는 22 특전대대 3팀이 되는 것이다.
“본대가 퇴각할 때까지 시간을 번다! 임 상사!”
“예! 전원 위치로!”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인 터였다.
하지만 특전사들은 자신의 임무가 그것이라면 무조건 완수를 해야 한다고 믿었다.
“창수야.”
“예?”
“너는 본대로 합류해라.”
막내인 창수에게는 본대와 합류해 퇴각하라는 말을 하는 임 상사였다.
다른 특전사들도 임 상사의 말을 들었을 터였지만 아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다들 미동도 하지 않은 모습에 임 상사의 뜻에 동의를 하는 듯했다.
창수는 죽음을 각오한 자신의 팀원들에 감동보다는 짜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