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361)
361화 대막황룡 (2)
달마와 대막황룡의 만남을 평지에서 지켜보기는 힘들었다.
너무 거대한 두 존재를 보려면 고개를 꽤 치켜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강은 언덕을 찾아 올라갔다.
관람을 위한, 특등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천년 묵은 이무기와 사막의 황룡이 겨루는 것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관객은 이강뿐이었다.
퀘에에에엑-
모습을 드러낸 대막황룡의 외양은 정말이지 끔찍한 것이었다.
그것은 용이 아닌 모래벌레였다.
저 사막에 산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생물, 땅속을 헤엄치고 다니면서 마을 하나를 통째로 삼켜 버린다는 죽음의 벌레.
몸의 대부분이 아직 지하에 잠겨 있을 텐데도, 놈의 덩치는 달마보다 거대했다.
이강이 살면서 본 가장 거대한 생물체가 달마의 본체였는데, 모래벌레는 그 달마마저 한입에 집어삼킬 수 있을 듯했다.
뻥 뚫린 원형의 아가리에 꿈틀거리는 칼날 같은 이빨들.
그것이 달마를 집어삼키려는 순간이었다.
푸화악!
달마의 만다라가 빛나면서 모래벌레의 대가리가 반으로 갈라졌다.
동산만큼 거대한 것이 갈라지자, 쏟아지는 피는 마치 비가 내리는 듯했다.
천재지변에 가까운 이적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푸화아악!
반으로 쪼개졌음에도 여전히 거대한 놈의 대가리가 또 한 번 갈라졌다.
다시 한번 피의 비가 쏟아졌다.
이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염동……력?’
저 거대한 괴물을 쪼개 버린 방법은 무엇일까. 그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염동력은 아니다.’
달마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염동력만으로 저런 일을 벌일 수는 없다.
그런 것이 가능했다면 이강도 이기어검술 같은 복잡한 방법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방을 찢었겠지.
이강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무진뇌정경을 외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압도적인 것이었다.
‘……믿기지 않는군.’
달마의 머리가 있는 곳에서 기의 아지랑이가 사방으로 뻗쳐 나가고 있었다.
그 예전 숭산, 절대고수 서문재를 제압했던 그 방식이었다.
다만, 영력과 기(氣)를 이용해 자아낸 실들은 마음껏 물리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모래벌레의 몸뚱이를 산산 조각냈다.
후두둑-
크고 작은 고깃덩어리들이 피로 뒤덮인 땅에 떨어졌다.
이강은 전율했다.
달마는 진정 대단한 인물이었다.
인과율의 제약에서 벗어난, 인간을 초월한 자의 힘이었다.
다만 문제가 생겼다.
사람이든 요괴든 용이든, 머리가 쪼개진다면 죽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모래벌레의 몸통은 여전히 꼿꼿하게 서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바닥에 고여 있는 핏물이 기이하게 찰랑 댔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파도가 일더니, 서서히 핏물 방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핏물이 중력을 거슬러 오른다.
쏟아졌을 때의 궤도를 따라 위로 치솟았다.
피의 비가 내리는 것 이상으로 초현실적인 광경.
조각난 고깃덩이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모래벌레의 육신이 재생되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놈은 거의 멀쩡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의 일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듯 달마의 몸통에 돌진했다.
꽈아아앙-
놈이 달마의 모가지를 뜯은 듯 보였다.
시뻘건 선혈이 푸확 솟았다.
“미물아……!”
그러나 그것은 달마의 피가 아니었다.
놈이 달마의 몸통을 물어뜯기 직전, 달마가 다시 한번 놈의 머리통을 쪼개 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쏟아진 피는 거짓말처럼 다시 빨려 들어갔다.
놈은 조금 전과 다른 방식으로 재생했다.
머리가 반쪽 난 상태로 상처가 아문 것이다.
그러자 갈라진 머리통이 거대한 교룡의 아가리처럼 변했다.
칼날 같은 이빨들이 기어코 달마의 몸통을 스쳤다.
이빨은 비늘을 찢고 달마의 피를 지상에 떨구었다.
이무기는 일천 년 만에 처음으로 피를 흘렸다.
달마는 꿈틀, 치솟는 분노를 느꼈다.
조금 전까지 그의 마음을 뒤덮었던 허무감에 붉은 분노가 덧칠되었다.
그 분노는 고통 탓이 아니었다.
처음 이질감을 느꼈던 것은 놈의 몸통을 조각조각 냈을 때였다.
자욱하게 깔린 핏방울 속에서 달마는 기묘한 향을 맡았다.
‘……그럴 리 없다.’
대막황룡의 정체는 모래벌레였다.
황룡이라는 표현을 감히 사용할 수 없을 그저 징그러운 벌레.
달마가 찾던 용들이 사실은 전부 이런 사악한 미물이라는 것에 허무감을 느꼈건만, 놈의 몸을 갈랐을 때 분명 느꼈다.
‘왜, 용의 기운이…….’
여태까지 느껴졌던 기이한 불쾌감이 더 명확해졌다,
모래벌레에게서는 용의 기운이 느껴졌다.
화룡의 허물에서 느껴졌던 것보다 더 명확한.
놈이 자신의 피를 조종하는 것 역시 그랬다.
피의 근본은 물이다.
용은 물을 다룬다.
물은 곧 재생(再生)의 힘을 지니고 있다.
건조한 사막에서 저 크기의 동물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조차 사실은 말이 안 된다.
아무리 요괴라도 물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허나 놈의 몸을 조각낼 때마다, 핏물은 펑펑 터져 나온다.
마치 몸에 피로서 물을 저장하고 다니는 것처럼.
쿠에에에에엑!
그러나 괴성만 지를 줄 아는 한심한 미물 따위가 용일 리 없었다.
그 인식의 충돌 속에서 달마는 결심했다.
“끈질기구나!”
이번에는 놈의 몸을 조각내는 대신 칭칭 구속했다.
어찌나 괴력인지 달마의 힘으로도 오래 묶어 둘 수는 없을 정도.
하지만 짧은 틈만 있어도 상관없었다.
달마는 화룡의 허물을 씹어 삼킴으로써 소화해 낸 능력을 발휘했다.
그의 목 아래에 있는 비늘들이 붉게 달아올랐다.
잔뜩 튀어 묻은 핏물들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매캐하게 타올랐다.
그리고 달마의 거대한 입에서 업화(業火)의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불꽃이라기보다는 빛에 가까웠다.
희다시피 한 불길이 모래벌레를 휘감았다.
열풍이 사방을 휩쓸었다.
조금 떨어져 있던 이강은 괜찮았지만, 대지에 남아 있던 핏물이며 이슬은 일제히 증발했다.
공기가 전방위로 부풀었다.
팽창한 대기가 충격파를 터뜨렸다.
쿠구궁!
그리고 새카맣게 불타 버린 모래벌레의 형상이 드러났다.
놈은 이전처럼 쉽게 재생하지 못했다.
화룡의 불꽃은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지옥의 죄인들을 불태우는 업화(業火)와 같은 성질이기 때문이었다.
허나, 분명 조금씩 재생되고 있었다.
달마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놈의 각질 같았던 피부에 새살이 돋으며,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돋아났다.
“비늘……!”
누런 비늘이다.
새로 돋아나 아직 투명하고 여리지만, 분명 그것은 파충류의 비늘이었다.
오랫동안 사막의 지하를 누비면서 모래벌레의 피부는 환경에 맞게 적응했을 것이다.
찬란하게 빛나던 용의 비늘은 거친 모래알에 마모되고, 마침내는 질긴 각질로 대체되었을 것이다.
수염과 털은 뽑혀 나가고 뿔은 부러졌을 것이고, 아가리는 흙을 파먹기 좋게 둥글어지고 이빨이 새로 돋았으리라.
“아아!”
여전히 추하기 그지없는 몰골이었지만, 모래벌래, 아니 대막황룡에게는 용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달마는 복잡하고 끈적이는 감정을 느꼈다.
“네놈이 용인가!”
이런 것이 용이란 말인가.
그가 지향했던 용이 정말 이런 것이란 말인가.
신선 장삼봉이 악룡을 잡았다는 말에 본디 악룡이란 없다고 설파했던 달마였다.
이무기의 육신에 갇혀 용에 집착했던 달마에게 대막황룡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찌 그리 영락했나!”
퀘에에엑!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러 대는 대막황룡의 머리가 다시 한번 터져 나갔다.
“승천을 했으면 하늘로 올라가야지. 왜 지하의 흙을 파먹는 벌레가 되었는가!”
용납할 수 없었다.
일천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달마는 여전히 한낱 이무기였는데, 어찌 멀쩡한 용이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되어 있을까.
달마는 분노하여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냈다.
두두두두두-
땅속에 절반은 묻혀 있었던 대막황룡의 몸이 강제로 끌어올려지기 시작했다.
빛의 실.
이무기의 상태로도 달마가 발휘하고 있는 것은 본디 그가 생전에 얻어낸 초극절기였다.
실들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선명해지더니 서로 얽히고 얽혀 그물처럼 되었다.
그 빛의 그물이 대막황룡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꾸구구국-
대막황룡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천만 근? 일억 근?
도저히 짐작할 수 없지만 어마어마할 터.
그런데 그 거대한 몸체가 빛의 그물에 의해 떠올랐다.
초월적 존재가 펼치는 초극절기란 그만치 대단한 것이었다.
제석천(帝釋天)이 머무는 하늘의 궁전 위에 끝없이 펼쳐졌다는 그물.
그것을 상상하며 구현해 낸 초극절기라.
이름하여-
인다라망(因陀羅網).
달마는 자신의 의지로 그 그물을 옥죄었다.
한계까지 조여진 몸에서.
후두두두둑-
피가 쏟아지더니.
콰자자작!
허공에 떠 있던 대막황룡이 수백 조각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쿵- 쿵- 쿠궁-
영력이 깃든 초극절기의 힘에 의해 전신이 조각난 것이다.
대막황룡은 더 이상 몸을 재생하지 못했다.
“후우우욱.”
달마는 뜨거운 콧김을 뿜었다.
그의 머리 뒤편에서 맴돌던 수십 개의 만다라는 대부분이 힘을 잃고 흩어졌다.
그로서도 인다라망을 이 정도로 펼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포달랍궁과 달뢰라마로부터 넘겨받은 인과율도 이것으로 전부 소진했다.
지상에는 한때 용이었던 생물의 고기며 피가 널려 있었다.
그리고, 달마는 그 잔해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변색되어 있지만, 여전히 범상찮은 빛을 뿜고 있는 보석 같은 것.
사람의 머리통만 한 둥근 붉은 구슬.
‘……여의주!’
용의 심장, 내단, 혹은 여의주(如意珠).
모두 하나를 뜻하는 말이다.
대막황룡에게서 느껴졌던 용의 기운이 바로 저것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달마는 자신이 선택의 기로에 섰음을 깨달았다.
‘저것을 삼키면.’
지금 막 떨어진 대막황룡의 여의주.
본디, 이무기가 용이 될 방법 중 하나에는 여의주를 얻는 것 또한 있다고 했다.
비록 영락했기에 빛깔이 범상치 않다고 하나, 달마라면 그것에 깃들어 있는 악기 역시 소화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저것을 삼키면 달마 역시 용으로 승천 수 있는 것 아닐까.
달마는 마치 동상처럼 굳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억겁같이 길게 느껴지는 고민.
“고생하셨습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달마는 고개를 돌려 이강을 내려다보았다.
이강은 창백해진 얼굴로 달마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끔찍한 괴물이더군요. 저게 용이라니.”
달마는 조용히 이강을 보았다.
이강의 상세는 가볍지 않다.
세수역근경으로 몸을 단련했다지만, 사실 옆구리의 상처만 해도 꽤 오래 정양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달마의 옆을 지켰다.
“돌아가시죠. 저도 대사님도 좀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담현 사형도 구해 와야 하고.”
이강은 달마의 고민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달마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는 이강과 약조했다.
환골탈태를 도와 절맥증을 고쳐 주겠다고.
그런데 순간 저 영락한 용의 심장을 먹고 승천할 욕망에 이강과 다른 일은 모조리 잊어버렸다.
“여전히…… 나는 고해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구나.”
욕망과 집착은 일천 년이 지난 지금도 흩어 놓지 못한 것인가.
“아니다.”
달마는 몸의 크기를 줄였다.
그는 곧,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가자꾸나.”
그리 말하는 달마의 얼굴에는 쓴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이강과 달마는 대막황룡의 심장을 챙겨 포달랍궁으로 돌아갔다.
라마들과 이강, 달마는 힘을 합쳐 미궁의 무너진 입구를 수복했다.
천천히 위에서부터 잔해를 들어 올리니, 꼬박 닷새 만에 들어갔던 입구가 뚫렸다.
처음으로 빠져나온 것은 담현과 체링, 청호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갈동탁이 빠져나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허억, 헉. 나, 나를 잡아먹으려고 했어.”
라마승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담현을 쳐다봤다.
하지만 담현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갈동탁의 정신적 충격이 큰 듯하여, 라마들은 그들을 데리고 가 쉬게 했다.
상황이 조금 진정되고.
이강은 담현과 함께 대막황룡의 심장을 살펴보았다.
“어 이거…….”
그리고 담현이 용의 심장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