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32)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워낙 시청률과 화제성이 잘 나온 드라마라 공항 출국부터 취재진이 꽤 많았다. 하지만, 공항 내부는 꽤 한산했다.
“이상하네······.”
취재진이 온 것은 제작진이 미리 흘린 것이다. 우리 이렇게 흥한 드라마고 전 스태프 포상 휴가 간다고 요란하게 홍보한 셈 치더라도 공항 내부에 사람이 예상외로 많지 않았다.
다른 배우면 몰라도 유연서 쯤 되는 팬덤이라면 항공권 정보가 밖으로 새서 사람이 몰릴 만했는데 카메라를 든 몇몇 사람 빼고는 없었다.
“연서 씨 있어서 어수선할 줄 알았는데 사람 별로 없네요?”
“그러게요. 시작이 좋은데요?”
그렇게 말하던 구도현 감독과 민주경 작가는 그들 앞에 선 정장의 남자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국새 팀, 맞으시죠?”
“네, 맞는데요······?”
“아, 저기 계시네. 이쪽으로 오시죠.”
그의 시선이 뒤쪽에 있는 유연서에게로 향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무슨 상황인지 아직 파악도 못 하겠다. ‘국새’팀은 일단 남자의 뒤를 따라갔다.
‘아, 설마······.’
갑자기 죽은 최남윤, 그리고 범인에 대해 생각에 잠겼던 유연서가 상황을 파악하고 곤란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뭐, 뭐야.”
“우리 어디로 가요?”
원래 탑승 수속을 받으려던 곳에서 반대쪽으로 향하는 것을 눈치챈 몇몇 사람이 수군거렸다. 얼떨결에 출국 심사대 근처로 온 그들을 미리 대기하고 있던 공항 직원들이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탑승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 짐은 저에게 맡겨 주세요.”
“어······ 여기서요?”
“네.”
그제야 이상함을 눈치챈 스태프들의 시선이 하나둘 유연서에게로 향했다. 워낙 안 그런 척하면서 스태프들과 잘 어울리고, 소탈해서 잊고 있었다. 그도 재벌가의 일원이라는 것을.
“연서야. 너 뭐 했니?”
신예원의 물음에 유연서는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또 어떤 걸 준비했을지 벌써 피곤하다. 하지만 그만큼 심장은 기분 좋게 두근거렸다. 조금 전까지 범인을 생각하느라 조마조마했던 심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제가 한 건 아니고······.”
사실 유연서는 포상 휴가를 안 가려고 했다. 하지만 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마침 울리는 핸드폰 알림에 화면을 쳐다봤다.
(아버지) 우리 아들 재밌게 놀다 와
“아, 진짜······.”
그가 못 말린다는 듯 웃자, 신예원을 비롯한 몇 사람이 유연서에게로 모였다. 그는 말없이 화면을 내밀었다.
“와······ 아버님 스윗하시네.”
“그럼 이 티켓은 뭐야?”
“그거 아마 가짜 티켓일 거에요.”
스태프들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짐과 여권을 건네고 하나둘 출국 심사대로 들어갔다. 신예원이 항의하듯 귓속말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런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거 또 커플 팬들이 난리 나겠군.
“아니 넌 그런 얘기를 지금 해?”
“저도 오늘 아침에 알아서.”
“뭐야, 서프라이즈야?”
“그런 거죠. 우리 아버지가 이런 거 좋아하거든요.”
회사 전세기는 논란이 많을 테니 아마 전용기를 태울 모양이다. 어쩐지 팔불출 아버지가 조용하다 싶더라니, 몰래 이런 것을 준비할 줄은 몰랐다. 유연서는 계속 헛웃음이 나왔다.
“도련님.”
“일단, 들어가죠?”
유연서를 대신해 이태겸이 짐과 여권을 넘겼다. 공항 직원의 도움을 받아 쉽게 탑승 수속을 마친 ‘국새’ 팀은 곧바로 공 내로 들어갔다. 몇십 분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다.
“방금 들었어? 도련님이래.”
“대박이다 진짜. 우리 비즈니스 타는 거야?”
안 그래도 포상 휴가는 기분이 좋은데, 대우받는다는 느낌이 들자 스태프들의 얼굴이 화색이 됐다. 유연서는 자신을 부른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 얼굴이 낯이 익은 게, 주성의 전략기획실 직원인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을 박지원이라 소개했다.
“그런데 도련님, 임승현 씨는 없네요?”
“일을 좀 시켜서요, 그나저나······ 너무 과한데.”
“저희 부회장님의 소소한 즐거움이시죠.”
전용기를 띄우는 게 소소하다? 유연서는 피식 웃었다. 기분 좋아하는 게 보여서 직원도 웃었다. 그가 태블릿 패드를 내밀었다. 유건민의 아들 사랑은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 정도로 유명했다.
주성 유건민 부회장, 아들 유연서 위해 ‘국새’ 포상 휴가 전격 지원···역시 팔불출 끝판왕
주성 유건민, SNS서 아들 향한 애정 드러내···드라마 ‘국새’팀에 통 큰 전용기 지원
유연서는 화면에 뜬 기사를 보고 혀를 쯧 찼다. 아마 주성의 홍보실 작품이겠지. 유건민이 아들들을 위해 돈을 쓸수록 이상하게도 주성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
-국새 포상 휴가 기사 긁어옴
···또 유 부회장은 ‘국새’ 제작진을 위해 전용기뿐만 아니라 호화 리조트 숙박, 크루즈선, 선물 등을 준비했다고 해 누리꾼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역시 우리 아버님♥
└아 역시ㅋㅋㅋㅋ관종 아버님이 가만있을리 없지
└와 미쳤다ㅋㅋㅋㅋ
└우리드 포상휴가 전세기타고감ㅋㅋㅋ엌ㅋㅋㅋㅋ
└아버님ㅠㅠㅠ 4698번째 며느리 인사드립니다ㅠㅠ 아드님은 제가 잘 챙길게요
-국새 우리드 진짜 뽕찬다ㅠㅠ
배우들 오지는 조합이랑 단역까지 연기력 구멍 없었는데 청률도 처음부터 잘나왔고
엔딩까지 갓벽하고 중간중간 떡밥 찾는 재미도있었고 게다가 촬영장 분위기 좋아서 매주 스탭 슨스에 사진 올라오는거 찾아보는 재미까지 있었음
감독이 블레 딥디 감독판까지 적극 추진하고
이번에 포상휴가까지 배우 전원 참가에다가 방금 뜬 기사ㅠㅠㅠ
└드덕질 꽃길 ㅇㅈ
└ㄹㅇ 글 다 받는다ㅠㅠ
└아 나도 실시간으로 달릴걸
└아 근데 JSTV 시상식 없는게 좀 아쉽네ㅠ
└└백산 가보자고
└└└2222
-아니 내가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기분 좋지?
고생많이했으니 잘 쉬고 왔으면
└드라마 잘됐고 호화여행이니까ㅋㅋㅋ
└와 진짜 전용기는 예측못했다
└헐 나 기사 지금봄ㅠㅠ 배우들 다 가는구나!
이번에는 유연서의 팔불출 아버지가 뭘 할까? 예측하고 스포츠 보듯이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유건민의 이런 행동이 잠시 식었던 ‘국새’의 팬들을 깨웠다.
“휴가 가실 동안 제가 도련님 곁에서 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매니저만 있어도 되는데요.”
“무를 수는 없습니다. 이건 부회장님 지시라서요.”
“그럼······ 하아, 네. 잘 부탁해요.”
직원은 묘한 표정으로 유연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 도련님이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어쩐지 임승현이 바로 짤리지 않는다 싶더라니······ 이럴 줄 알았다면 나도 유연서 전담 비서 지원해볼걸이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유 회장의 저택까지 가 봤지만, 이 정도 스케일을 예상 못 한 이태겸이 속삭였다.
“그런데, 우리가 오늘 간다는 건 어떻게 아신 거지?”
“어머니가 손을 쓰셨나 보지.”
“어머니? 아······.”
‘국새’의 포상 휴가는 제작사에서 보내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유건민과 최유진의 합작이다.
“면세점은 나중에 이용하실 수 있으니 우선 탑승부터 할까요?”
탑승구를 지나쳐 비행기로 향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얼굴이 점점 밝아졌다. 사실 기대를 안 한 건 아니다. ‘국새’는 JSTV 창사 이래 최고 시청률 다섯 손가락 안에 들면서, 본사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는 OTT 사업의 주역이었다.
게다가 주연 배우인 유연서도 안 그런 척하면서 주변을 꽤 잘 챙겼었다. 사실, 임승현과 이태겸이 다 했지만.
아직 기사를 보지 못한 스태프들은 끽해야 배우들만 앉던 비즈니스석을 같이 타는 줄 알았지만, 탑승구를 지나쳐 비행기 내부로 들어서고 나서야 이변을 눈치챘다.
“어······.”
비행기 내부가 그들이 알던 것과는 달랐다.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죽 소파와 넓은 좌석 간격, 나무 테이블이 마치 호텔의 거실을 보는 것 같았다. 입을 쩌억 벌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박지원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희 부회장님께서 도련님과 고생하신 ‘국새’ 배우 스태프분들을 위해 개인 전용기를 내어주셨습니다.”
“허억······.”
“우와.”
잠시 얼었던 스태프들은 신나서 좌석에 앉았다. 사방에서 찰칵거리며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렸다.
“와이파이도 되네요?”
“헉, 이 샴페인······!”
“대박.”
“연서 씨 덕분에 호강하네요.”
“아버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실래요?”
다들 유연서에게 한마디씩 전했다. 스태프들과 함께 사진을 찍던 신예원은 유연서의 맞은 편에 앉았다.
“첫 포상 휴가 너 덕분에 진짜 호강한다.”
“누나가요?”
신예원이면 이런 휴가 정도는 몇 번 가봤을 거 같은데······ 그 정도로 필모그래피가 화려했으니까. 유연서의 반응에 신예원이 미소 지었다. 조금 쓸쓸해 보였다.
“계속 스케쥴이 안 맞았거든. 이번에는 꼭 가고 싶어서 조절했는데, 이렇게 얻어걸리네? 너도 처음이지?”
“네.”
예전에는 포상 휴가 갈 정도로 흥한 드라마가 없었다. ‘드리밍’이나 ‘악귀’는 스케쥴이 맞지 않았다.
(아버지) 우리 아들 드라마 잘 보고 있어~~
(아버지) 포상 휴가 얘기도 있다며?
‘이 메시지를 왜 보냈나 했더니······.’
지금도 유건민과 최유진이 밀어붙이지 않았더라면 아마 백서준과 임승현이 있을 곳으로 향했을지 모른다. 그들의 생각이 나자, 유연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조급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것을 안다.
‘잠시 쉴까······.’
안 그래도 부족한 기억을 메꾸고, 다시 보느라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였다. 아마 이런 기억을 계속 본 것 때문에 더욱 조급한 마음이 생긴 것이다.
아버지의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어서 유연서는 몸의 긴장을 풀었다.
‘그쪽에서 잘 조사 하겠지.’
백서준은 아직 모르겠지만, 임승현이라면 믿을 만했다. 지금도 간단한 조사 결과를 메시지로 보내고 있었다.
“이제 스케쥴 조정해서 억지로 따라갈까 봐. 안 가면 엄청 후회된다?”
“그래요?”
“다들 재밌게 노는 사진 올라올 때마다 소외감 느꼈지.”
신예원의 감사 인사를 한 귀로 흘린 그는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기장의 인사를 받고, 인원 체크를 한 뒤 비행기는 사이판으로 향했다.
***
“원래 첫 일정은 낮에 쉬고 밤에 시장 둘러보고 이러려고 했는데······.”
“다들 괜찮으시죠?”
전용기의 효과는 굉장했다. 다들 뒷자리 걱정 없이 발을 쭉 뻗고 잔 덕에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일단 숙소로 먼저 가죠.”
공항에서 벗어난 스태프들의 입이 귀에 걸렸다. 안 그래도 주도적인 신예원에 군말 없이 따르는 유연서까지 있어서 제작진과 배우들 분위기는 더 좋았는데, 생각지 못한 호화 여행이었다.
“우와······.”
“더 놀랄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유건민이 준비한 호화 리조트까지 보자마자 그들은 다시 얼어붙었다. 그 사이에서 구도현 감독이 멍하니 말했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연서 씨 아버님은 정말······.”
“씀씀이가 크시네요.”
그렇게 대답하는 민주경 작가의 눈이 과할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아마 다음 작품 주인공을 재벌로 쓸지도 모른다.
첫날은 리조트의 프라이빗 비치를 이용했다. 저녁은 호화 크루즈선에서 식사하며 스태프 중 한 명이 진행을 맡아 여러 가지의 게임을 할 예정이었다.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해변 파라솔 밑에서 사람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유연서는 갑자기 인상 쓰며 자리를 피하는 이태겸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