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64)
폭발의 여파로 정신을 잃었던 한유준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빠른 대처로 많은 사람을 살렸다며 시민 영웅이 되어 있었고, 병원은 병원비를 일절 받지 않겠다면서 그를 1인실에 입원시켰었다.
“윽······.”
눈을 뜬 그가 힘겹게 상체를 들어 올렸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들었고, 장례를 치르러 고향에 오는 길에······ 지금이 며칠이지? 얼마나 지났지? 그는 탁상 위에 놓인 제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건들지 마!)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핸드폰을 떨어뜨린 그가 숨을 삼켰다.
“뭐, 뭐야······.”
물건의 소리를 인식하자마자 사방에서 웅성거렸다.
(자······ 어서 날 마셔.)
(얘는 언제 퇴원하나? 무거운데.)
(오, 눈 뜨니까 더 잘생겼는데? 간호사들 좋아하겠다.)
“윽······.”
소리는 핸드폰뿐만 아니라 그가 누워있는 침대, 이불 그리고 링겔 등등 심지어 벽면에서도 음성이 들렸다. 갑작스러운 소리의 범람에 삐, 이명이 귀를 찔렀다. 한유준은 반사적으로 두 귀를 막고 고개를 숙였다.
(나 열린다아아아아······.)
그 소리와 동시에 병실의 문이 열렸다. 한유준이 고개를 홱 들어 올렸다.
“유준이 깼니? 다행이다.”
“안색이 별론데······ 다시 누워있지. 등받이 올려줄까?”
들어온 사람은 그를 보살피러 왔던 친척들이었다. 한유준은 오랜만에 보는 고모와 삼촌을 멍하니 바라봤다.
“물 마실래?”
한유준은 됐다며 손을 휘저었다. 어서 자기를 마시라고 끈적한 소리를 내뱉던 소리는 저 물컵에서 들려왔으니까.
“네 아버지 장례는 우리가 잘 치렀다.”
(그래, 차라리 얘는 모르는 게 낫겠어.)
소리가 겹쳐 들렸다. 한유준이 눈을 크게 떴다. 나는 모르는 게 낫겠다는 소리는 분명 고모의 목소리가 맞았다.
정황상 상대의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은데, 한 편으로는 내가 사고 이후 머리를 다친 게 아닐까? 그래서 정신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닐까? 혼란스러웠다.
‘근데 뭘 모르는 게 낫다는 거지?’
아버지는 단순 심근경색이 아니었나?
“네?”
“장례 잘 치렀다고.”
“아뇨, 그거 말고······.”
또다시 소리가 들렸다. 건들지 말라던 핸드폰에서 그리고 왜 날 안 마시냐고 항의하는 물컵 그리고 자신을 염려하는 친척, 하지만 아버지의 유산을 탐내는 것 같은 속마음······ 처음 겪는 느낌에 공황 상태가 와서 심장이 저절로 크게 뛰었다.
“아직 많이 아프니? 사고 후유증 오래간다더라.”
“······헉.”
“유준아?”
(장례 비용에 생각보다 많은 돈을 썼어.)
“허억······.”
결국 숨을 격하게 들이쉰 그가 몸의 중심을 잃었다.
“어머, 유준아!”
(사망 보험금 빨리 타야 하는데!)
마지막으로 들린 소리는 친척의 탐욕스러운 속마음이었다.
한유준은 며칠의 입원 끝에 내린 결론을 내렸다. 사고 이후 머리를 다친 거든 아니든, 내가 미친 건지 아닌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모든 만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사실이었다. 심지어 사람의 속마음까지도. 몇 번의 시험 끝에 얻어낸 결론이었다.
다행인 건 고난도의 임무 수행을 해야 했던 직업 덕분인지 감정적 동요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거다.
“괜찮으세요?”
(잘생겼다고 인터넷에서 난리더니, 실물이 더 괜찮네.)
“네, 머리가 좀 아파서.”
“저런······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아쉽다. 번호 딸까?)
“네, 감사합니다.”
다만, 소리를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었다. 이 상태로는 정상적인 임무 수행을 할 수 없을 거다. 한유준은 고민에 빠졌다.
‘그럼 뭘 해야 할까······.’
***
“어? 진호, 어쩐 일이냐? 아직 휴가 중 아니었어?”
“선배님 복귀하세요?”
집에 찾아온 서장의 말을 듣고 곧장 인포경찰서로 향한 손진호는 자신을 알아보는 동료 경찰이 귀찮은 듯 한숨을 쉬었다.
“어, 그렇게 됐어. 혹시 여기에 한유준 경장 있어?”
“그 또라이는 왜 찾아?”
“그런 게 있어, 어디 있는데?”
마침 서로 돌아오던 한유준이 손진호의 등 뒤에서 외쳤다.
“제가 한유준입니다.”
“잘됐네, 따라와.”
그렇게 두 주인공은 경찰서 뒤편에 인적 드문 곳에서 첫인사를 한다.
“너, 뭐가 들리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 사고 이후 한유준에게로 옮겨갔다고 짐작한 손진호는 나름대로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은 통과다. 내일부터 우리 팀으로 출근해.”
“윽, 갑자기 이게 무슨.”
손진호가 속으로 내뱉은 고함 때문에 귀가 따가운 한유준이 상체를 숙여 제 무릎을 짚었다. 그는 고개 숙인 한유준을 보며 기가 막힌다는 듯 혀를 찼다.
그날, 자신을 말렸던 한유준에게 원망은 없었다. 어차피 그가 딸을 데리러 다시 터널 안으로 들어갔더라면 자신의 목숨마저 잃어버리고 복수의 기회조차도 없었을 것이다.
(이게 이렇게 엮이네.)
경찰서 건물에서 들리는 소리 그리고 주변 가로수나 그 밑에서 빵 부스러기를 옮기고 있는 개미의 소리까지 들리는 가운데, 손진호의 속마음이 한유준의 뇌리에 박혔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뭐가? 네가 잘못 들었겠지.”
(맞다. 속마음이 들리지, 조심해야겠어.)
“······당연히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눈에 깃든 반항을 보고 손진호는 피식 웃었다. 마치 소싯적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는 능력을 갖춘 게 자신밖에 없어서 몸으로 직접 부딪쳐 깨우쳐야 했지만, 한유준은 혼자가 아니었다.
(잘만 가르치면 쓸만하겠어.)
속마음이 들리는 한유준에게는 그 웃음이 같잖다는 뜻으로 보였다. 갑자기 자신을 불러내서 면접이랍시고 귀를 따갑게 하질 않나 갑자기 자기 팀으로 오라고 하지 않나. 그 강압적인 태도가 부친을 보는 것 같아서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다.
“내가 능력 쓰는 법을 알려주마.”
“······선배님이 말이십니까?”
“그래, 못마땅해?”
“그런데 선배님은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내가 모든 것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지? 보통 사람이라면 얘가 미쳤나? 싶었을 거다. 하지만 손진호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게다가 능력을 잘 쓰는 법까지 알려주겠다 하니 저절로 이 사람도 혹시? 하는 마음이 들었다.
“너, 네가 미친 줄 알았지? 별의별 시답잖은 소리가 들리니까.”
“······네.”
“처음에는 갑자기 모든 소리가 들리니 귀가 가려웠을 거야, 두통도 가시지 않았을 거고.”
손진호는 너무 긁어서 귀에 상처가 난 한유준의 모습을 짧게 훑었다. 한유준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내가 서장이랑 동기동창이야.”
“네, 그건 들었습니다.”
“그런데 걔는 서장 달고 나는 왜 아직 경위일까?”
“어······ 잘 모르겠습니다. 사고 치셨습니까?”
“그래, 너랑 비슷한 거로.”
유용하지만, 남들에게는 왜 애꿎은 사람 잡아서 귀찮게 하냐고 원성을 샀던 능력. 손진호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그럼 선배님도, 들리십니까?”
“지금은 아니야. 그래도 그때는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지, 지금은 이런저런 제약이 많아져서 범인 알아도 그냥 보낸 적 있었지?”
“······그렇죠.”
능력이 있는 것과 그것을 잘 활용하는 건 별개였다. 분명 저 사람의 속마음은 자신이 어떻게 피해자를 해쳤는지, 무슨 사기를 쳤고 어떤 식으로 범행 수법을 짰는지 다 들리는데,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그냥 집으로 돌려보낸 피의자가 더 많았다.
“장담하는데, 너랑 내가 힘을 합치면, 못 잡을 범인 없을 거다.”
“······.”
“같이 나쁜 놈들 좀 잡자.”
여전히 손진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귀찮은 소리를 조절할 방법을 알려주겠다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한유준은 못마땅한 얼굴로 손진호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손진호는 다음 날, 바로 서로 복귀했다. 그를 잘 알고 있던 1팀 사람들이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마약 수사는 처음이라 아직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팀원도 있었다.
“어? 뭐야. 또라이 너도 이 팀으로 왔냐?”
“······안녕하십니까.”
“너는 군 전역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다나까냐?”
한유준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자, 몇몇 팀원이 그를 조롱했다. 그 정도로 그의 기행은 서에서 유명했다.
“자, 다들 모였지?”
“저······ 아직 수사관님 덜 오셨는데요.”
어리숙한 한 팀원이 손을 들고 말했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무실의 문을 열고 정장을 입은 두 명이 들어왔다. 목에 걸고 있는 신분증은 인포지방검찰청의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검찰청에서 오셨습니까?”
“네, 인포지검 박기훈 검사입니다.”
“이아현 검사입니다.”
기본적으로 마약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하지만 경찰들의 시선은 곱지 못했다. 마약 수사권을 두고 검찰과 경찰에서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고, 아직도 수사권 조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원래 1팀에서부터 같이 하셨던 검사님은.”
“그분은 다른 부서로 옮기셨습니다.”
차분히 듣고 있던 손진호가 헛웃음을 지었다.
“검찰에서도 이 사건 포기했나 보지? 원래 오던 사람이 안 오고.”
“······아닙니다. 저희도 뱀들 잡기 위해 자원해서 온 겁니다.”
“그래? 그럼 잘해보자고.”
분위기가 좋지 않은 다른 경찰들과 달리 손진호는 유들유들하게 넘어갔다. 그는 한유준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검사들의 속마음을 읽으라는 지시였다.
박기훈 검사는 적당히 넘어가려던 손진호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손진호 경위님이 저희보다 그쪽을 상대한 경력이 많아서 팀장 대우는 해 드리지만, 수사 지휘는 저희 쪽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한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의문을 표시했다. 당연히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말투가 미묘하게 거슬렸다.
“누구 공적 가리려고 여기 온 거 아니야. 그놈들 잡으려고 온 거지. 다만, 내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손진호는 한유준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팀원들의 대략적인 인사를 마치고, 손진호는 그들의 앞에서 연설했다.
“자, 그럼 우리는 뭐부터 조사해야 할까?”
“······경식 형님 사망 사건입니다.”
“그래, 이 새끼가 감히 우리 경식이를 쓰레기장에다가 버리고 갔지.”
버튼을 누르자, 빔프로젝터가 한 사진을 벽면에 쏘았다. 죽은 김경식의 사진이었다.
“게다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뽕도 아니고 펜타닐이야. 어디 잡아볼 테면 잡아보라는 거지. 그러면 도발에 응해줘야 하지 않겠어?”
김경식의 사망은 명백한 조롱이었다. 자존심을 건 팀원들의 표정에는 전의가 감돌았다.
“내 생각에는······ 경식이가 뭔가 실마리를 잡았고 위험해서 죽인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
“오케이,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독의 컷 사인이 들리고, 스태프들이 크게 외쳤다.
오늘 계획된 촬영을 무사히 마친 유연서는 이태겸이 내민 물을 마셨다. 근처에서 구경 온 사람들이 그의 눈에 들려고 손을 뻗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세요!”
자연스레 골치 아파진 건 ‘스네이크’의 스태프들이었다. 유연서는 그 광경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인기가 많긴 하지만, 이렇게 촬영 현장까지 따라 올 극성 팬이 이렇게 많았던가?”
“그러게. 촬영 현장은 어떻게 알고 왔대?”
이렇게 사람이 모인 건 비정상적이었다. 유연서는 제 뒤편에 있던 임승현을 빤히 쳐다봤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임승현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내 동생이지만 징글징글할 정도로 제 상사를 앓고 있었다. 팬들 사이에서 유출된 게 없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다만 이렇게 먹이를 주다 보면 자꾸 유연서에 대해 캐물을까 봐 그게 걱정이었다. 사실 그것도 오빠인 자신에게만 귀찮게 굴지 딱히 문제는 일으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뭐야? 오빠가 웬일로 전화를 걸었대? 나 차단한 거 아니었어?)
“뭐 하나만 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