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09)
갑작스러운 물음에 유 회장은 얘가 왜 또 이러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제 손자를 바라봤다.
“뭐, 다른 은퇴한 노인네들이랑 골프나 치지 않겠어?”
“골프는 늘 치셨잖아요. 맨날 치면 지루하실 텐데.”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거야?”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하라는 재촉에 유연서가 큼큼, 목을 가다듬더니 본론을 내뱉었다.
“할아버지, 저랑 예능 프로그램 찍는 거 어때요?”
“뭐?”
식탁에 앉은 모든 사람이 놀란 눈으로 유연서를 쳐다보았다. 예능? 설마 우리가 아는 그 예능을? 저 유 회장한테?
“예, 예능?”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같이 여행을 간다거나 어디 시골 가서 한 달 정도 생활하는 거요. 요즘 그런 예능 많잖아요.”
이미 차윤호를 통해 할아버지가 그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는 걸 안다. 게다가 제법 신세대 용어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고. 은퇴하고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은근히 어필했는데, 딱 좋은 기회 아닌가. 여행 가는 길에 카메라만 몇 대 추가되는 것뿐이다.
“내가 왜 그런 데를 나가?”
“은퇴하시고 적적하실 거 아니에요.”
“적적하다니, 나 할 거 많다.”
유연서는 할아버지의 표정 변화를 살폈다. 광대가 살짝 솟은 걸 보니 기분이 나쁜 건 아닌 거 같고. 오히려······.
‘좋은데 튕기는 거 같단 말이지?’
어떻게 밀어야 할아버지가 흔쾌히 수락해 주실까. 그가 고민하는 가운데, 유건민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아버지, 해 보세요. 재밌을 거 같은데······.”
“너나 재밌겠지. 다 늙은이가 나가서 뭐 해?”
유 회장은 계속 투덜댔다. 유연서는 일단 제 아버지를 향해 씨익 웃었다.
“아빠. 아빠는 필수로 출연해야 해.”
“그래?”
유건민이 헤벌쭉 웃었다. 그도 아들과 함께 방송을 나가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도 같이 나와달라고 했을 때는, 최유진이 나도? 라고 눈을 크게 떴다.
유 회장은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나한테만 제안한 게 아니라 가족 전부를 부를 계획인가 보지? 심술이 났다.
“곧 회장 될 얘가 무슨 예능을 나가?”
“믿을만한 사람들 많잖아요. 며칠 정도는 자리를 비워도 되지 않겠어요?”
“아이고······ 회사 꼴 잘 돌아간다.”
유 회장이 제 목덜미를 문질렀다. 하지만 저것도 다 엄살이라는 걸 안다. 자신만 부르는 게 아닌 거 같아서 삐친 거 같은데······ 연세가 있어서 그런가 그렇게 안 읽힐 것 같은 할아버지도 이젠 잘 읽혔다.
“형! 형! 나도 나가면 안 돼?”
“밥상머리에서 유난 떨지 마라.”
“넵.”
지금까지 밥상머리에서 큰 소리를 낸 건 유 회장이다. 하지만 박선우는 입을 꾹 다물고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눈은 반짝 빛나 보였다. 유연서가 꾸미는 일에 자신도 꼭 합류하고 싶은 의지가 불타올랐다.
일단 예능 얘기는 제쳐두고 식사를 마친 뒤, 다 같이 모여 다과를 먹던 와중에 유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 예능 얘기는 왜 꺼낸 거야? 무슨 생각으로 제안하는 거냐?”
“무작정 하자는 거 아닌데요.”
“그래? 어디 나를 한 번 설득해 보려무나.”
사실 유 회장은 유연서의 제안이 제법 솔깃했다. 손자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생각이 트인 것도 한몫했다.
게다가 누가 주성을 일군 그에게 채신머리없다고 손가락질하겠나. 역시 유 회장님이다. 손자와 함께 방송하는 모습 보기 좋다. 젊게 사신다고 좋아하겠지. 그리고 이상한 글이나 댓글이 있다면 고소장을 날리면 해결된다.
“이게 다 회사 이미지를 생각하는 저의 노력이라고 봐야죠.”
“고작 예능 나간다고 회사 이미지가 그렇게 오르겠어?”
“당연하죠. 아빠가 SNS 활동하면서 젊은 세대들한테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요.”
그 말에 유건민이 히죽 웃었다. 립 서비스가 아니라 실제로도 유건민이 올리는 아들들을 향한 사랑 그리고 능력 있는 아내에 대한 응원 글을 볼 때마다 여론 반응이 좋았다.
“마침 외국에서도 비슷한 예능이 있었는데······.”
외국의 사례를 들어 예능이 방영되었을 때 얼마나 회사 이미지가 올라갈지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건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나 마찬가지라고요. 수억을 들여도 이미지 쇄신 못 하는 기업이 널렸는데, 우리는 가족 예능 하나로 호감을 사는 거죠.”
“흠······ 그러냐?”
이미지는 쌓아 두면 좋다. 유연서는 가족에 관한 팬을 만들고 더 나아가 ‘빠’를 만들 생각이었다. 특히 주성 같은 거대 기업이면 나중에 문제 될 일이 생길 때 덮어 놓고 쉴드를 칠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심드렁했다. 어, 이거 설마······ 유연서는 혹시나 해서 다른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냥 할아버지랑 같이 출연하고 싶은데요. 같이 여행 한번 가보고 싶고······.”
“흠흠, 그렇단 말이지?”
이거구나.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손자의 애정 어린 요청이 듣고 싶었던 거구나. 유연서는 광대뼈가 한껏 솟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걸 영상으로도 남기고 싶다 이거죠. 이제 연세도 있으시니까······ 기록으로 남기면 좋잖아요.”
“그러니까······ 방송을 가족 사진관처럼 쓰겠다고?”
“뭐 어때요. 편집 같은 거야 방송 내보내기 전에 저희가 검토해 보면 되는 거고.”
다른 방송인들은 단독 예능 하고 싶어서 난리인데 우리는 그냥 가족의 추억 박제용으로 쓰겠다는 거다. 이것도 유연서니까 가능한 발상이었다.
유 회장은 손자의 설득에 넘어간 척 입꼬리를 씰룩였다.
“어쩔 수 없구나.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야······ 한 번쯤은 출연해 줄 수는 있다.”
“됐다. 할머니도 나오실 거죠?”
곧바로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에 유 회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까지?”
“그럼요. 가족 예능이니까요. 불편하시면 안 하셔도 되고요. 강제는 아니니까.”
사실 부모님과 형만 나와도 시청률과 화제성은 보장된다. 하지만 베일에 휩싸인 주성의 친인척들이 모두 나온다면? 효과는 배 이상 뛸 것이다.
“아니, 불편하지 않다. 나도 괜찮을 것 같구나.”
자신에게만 제안한 게 아니라 살짝 삐친 유 회장은 불편한 듯 한숨을 쉬었지만, 그래도 제 할머니도 챙기는 모습이 기특했다. 그동안 둘 사이가 사이좋은 조손은 아니지 않았는가. 방송을 통해 더욱 가까워지면 유 회장으로서도 좋은 일이다.
“고모들, 고모부도 의향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우리도?”
“가족 예능이라니까요. 당연히 해당하시죠.”
큰고모의 막내딸, 이세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오빠, 나는? 나는?”
“음······ 글쎄.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했으면 좋겠어.”
“뭐야. 차별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선우야 이미 얼굴이 팔렸고, 준연예인급이니까 방송 나와도 괜찮은데······.”
“음, 그런가?”
유은호나 박선우야 유연서로 인해 더욱 알려진 거지만, 다른 사촌들은 일반인이나 다름없어서 기사 사진이 찍혀도 주성의 요청대로 얼굴을 가린 채 올라왔었다. 방송이 나간다면 마냥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거도 아니고.
“연서야, 우리는 별로 신경 안 써. 재밌겠네.”
“맞아. 난 이미 선우 방송에도 몇 번 나왔고.”
이서윤과 박유정은 그게 뭐 대수냐며 되레 유연서에게 넌 걱정이 너무 많다고 한소리를 했다.
다들 호의적인 반응에 박금주가 웃으며 유 회장을 쳐다봤다.
“만약 다 모이게 된다면, 오랜만이네요. 그렇죠?”
“음······ 그렇네요.”
“이런 황혼도 좋군요.”
유 회장의 집안은 제법 화목한 편이었다. 실제로 이희서가 죽기 전에는 유 회장의 저택에 자주 모이기도 했었고. 그 사건 이후 유연서의 치료와 회사 일이 겹쳐 바쁜 탓에 흐지부지됐었다. 게다가 그의 사촌들은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었고.
“그럼 대부분 참여하시는 거로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연서야, 이미 진행이 많이 된 거로 알고 있는데?”
“앗.”
이미 이재학 피디와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건 소식통에게 전해 들었다. 최유진의 장난스러운 말에 유연서는 민망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회장은 속일 수 없나.
“그런 거였어?”
“뭐야 다 계획하고 던진 말이었어?”
“형, 은근 무서운 사람이었네.”
다들 웃음기를 띄며 말했다. 이런 단란한 분위기도 오랜만이었다. 유연서는 잠시 눈을 감았다.
***
설날이 지나고 얼마 안 돼서 유 회장은 선대 회장으로, 그냥 할아버지 유창호가 되었다.
유건민 주성 그룹 수석 부회장, 회장 선임
유건민 주성그룹 회장 취임···“선대의 경영 철학 이어받아 미래를 선도하겠다.”
유건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주성 총수’ 공인
전문가 주성 지배 구조 예측···유은호 전무, 사장 승진 가능성 높다
-아버님 취임사 존멋
-진지한 아버님 낯설다 맨날 아들 팔불출짓만 보다가ㅋㅋ
-회장 취임 기념이라고 주성 그룹 인센 ㅎㄷㄷ하다던데
-아버님 회장 취임 축하드려요! 이제 아드님 장가 보내셔야죠
나한테~ㅎ
└아 진짜 별
└염병떠네
└뭔 개소리야 나 이미 취임식 가서 상견례하고 있는데?
-유연서 이제 회장 손자가 아니라 회장 아들이네
└이미 회장 아들 아니었음?
└부모가 둘다 회장이라니ㄷㄷ
└그럼 쌍회장 아들임?
└└어감 존나 이상하다ㅋㅋ
그 사이 이희서 사망 사건과 관련된 범죄자들의 재판이 빠르게 이루어졌고, 다들 법정 최고형을 받았다.
박경석은 이희서뿐만 아니라 최남윤 살인 교사도 적용돼 무기 징역에 가까운 형벌을 받았고, 다른 세 명의 형량도 20년에 가까운 형을 받았다.
“저는, 저는 증거를 제출했는데······!”
“그래서 이 형량인 겁니다. 이것도 많이 봐준 거라는 거, 아시죠?”
내부 밀고자인 박경석의 비서, 황승준도 형을 선고받았다. 박경석을 대신해 이런저런 일에 관여되어 있어서 그랬다.
그는 박금주가 자신을 보호해주는 줄 알았지만,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라는 주성의 보복을 피할 순 없었다. 그나마도 참작해서 10년 형이었다.
그렇게 죄를 지은 사람은 죄에 걸맞은 형벌을 받아 교도소에 갇혔다. 아마 그렇게 형을 살고 나와도 주성의 감시망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사람들의 관심이 흩어질 때니 아예 거기서 계속 썩게 둘 수도 있다.
유연서는 후련한 마음으로 아버지의 회장 취임식에 참석했다. 주성 호텔에서 성대하게 열린 취임식과 회장 선임 기념 연회에는 정계와 재계 인사들이 모였다. 듣기로는 역대 최대라고 한다.
“도련님.”
그 와중에 임승현이 조용히 그의 뒤로 다가와 귓속말을 건넸다.
“교도소에 수감된 민성철이 수감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받았답니다.”
“······언제요?”
“오늘 아침 9시 경입니다.”
“혹시 다른 사람들도?”
“네, 누군가에게 폭행당해 의사 진료를 받았답니다.”
민성철은 구치소에 수감되어 공판에 나서면서 당당한 태도 때문에 뭇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었다. 그래서 달걀에도 맞았었고.
하지만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동시에 폭행당했다? 수감자 중에서 이희서의 팬이 그렇게 많나? 아닐 것이다. 유연서는 저절로 고개가 제 아버지에게 돌아갔다. 설마, 혹시?
유건민은 제 둘째 아들의 시선을 느끼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아들, 아빠한테 무슨 할 말 있어?”
아까부터 기분이 좋아 보이는 유건민. 단순히 회장직을 물려받았다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았는데······.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축하한다고.”
유연서는 일단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헤벌쭉해도 역시 유창호의 피를 이은 사람인가. 우리 아버지도 무서운 사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