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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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은 게 맞나?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유은호는 티비를 틀었다.
‘오늘이 마지막 회라고 했었나······.’
사실 그는 동생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공감성 수치를 느낀다기보다는 친혈육도 감당 못할 발연기 때문에 집중 자체를 못 해서 그랬다.
그래도 나름 생각나면 찾아보기는 했다. 끝까지 못 봐서 그렇지······.
[연서, 걔는 연기에 재능이 없어. 왜 계속 붙들고 있는지 원······ 어서 회사 일이나 도우라고 해야겠어.]할아버지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안 그런 척하면서 꼬박 챙겨본 것 같았다.
[아버지, 우리 애 연기가 뭐가 어때서요? 카메라 수십 대 앞에 서 있는 것만 해도 재능이에요. 그 앞에서 대사는 치잖아요. 훌륭하지.] [여보, 그건 좀······.]듣다 못 한 어머니가 끼어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친 아버지는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게다가 본방송을 보고 재방송까지 재탕한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솔직히 아버지는 아들 사랑 깍지가 단단히 꼈다. 동생뿐만 아니라 자신한테도 회사에서 마주치면 근엄한 부회장은 어디 가고 아들! 하고 치대니 가끔 피곤할 정도였다.
시청률이 잘 나온 만큼 보는 사람도 많았는지 직원들의 대화 소리도 본방 사수에 한몫했다. 얼마나 달라졌길래 주위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걸까.
(내가 강제로 내보내기 전에.)
“잘하네.”
오랜만에 화면으로 본 동생은 눈빛부터가 달라져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진짜 다른 사람이 됐나······.’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동생이 사고로 기억을 잃고 나서 바뀐 성격만 보면 그렇게 생각해도 충분히 이해 가능했다. 늘 갈아치우던 수행 비서와 매니저가 1년째 같이 하고 있는 거만 봐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은호는 동생의 변화가 꽤 기꺼웠다.
‘그게 연서한테 좋은 소리는 아니지.’
유은호는 제 아랫입술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요즘 들어 생각이 바뀌었다. 동생의 변화로 집안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그게 한 사람이 기억을 잃어서 얻은 평화라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나라면 답답할 거 같은데.’
잠시 잊은 거로 생각했는데 가족 친지에 대한 기억도 전혀 없어서 형한테 은근히 물어보는 모습이 꽤 심각하게 다가왔다.
문득 무언가 생각난 유은호는 미간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정말 자살했다고 생각해?]유연서가 그 얘기를 한 지 얼마 안 돼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유은호는 얘기를 들을 당시만 해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일부러 말을 끊었다. 어린 유연서가 이희서를 생각할 때마다 발작하던 것이 기억나서였다.
하지만 제 동생이 이유 없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얘기를 잘 들어줄 걸 그랬나······.’
마침 화면에서 춘백이 박시환을 백도어로 밀어 넣는 장면이 나왔다. 유은호는 손을 움찔 떨었다.
(이만 가. 형의 현실을 살아.)
안도와 기쁨 등이 뒤섞여 희미하게 웃는 동생의 모습은 극 중 춘백이 아니라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 속 어린 동생의 모습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유연서, 너 대체 왜 그랬냐.’
그 정신 없는 와중에 나는 왜 챙겨서······ 차라리 같이 봤으면 고통을 나눌 수라도 있었지.
유은호는 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드라마가 끝나면 동생한테 전화해야겠다 생각하면서.
***
‘드리밍’ 시청률 23.7% 자체 최고 시청률 종영
‘드리밍’ 춘백의 정체는 진수호의 동생···진수호X유연서 믿고 보는 배우 듀오
휘몰아친 ‘드리밍’, 최고 시청률 달성···시즌 2 나오나
-내가 반전요소 있을거라고 했잖아
-근데 춘백이한테 너무 서사 몰빵한거아님?
└뭔소리임 서사는 박시환한테 몰빵이지
└└ㄹㅇ 분량도 진수호가 더 많은데 막화 좀 챙겨줬다고 분량무새ㅋㅋ
└어쨌든 진수호가 압도적 1롤아님? 열폭할 이유가 없는데
-춘백=박시우 떡밥정리 ㅅㅍㅈㅇ
-1회랑 막회 비교하면 에코 불들어오는게 좀 다름
1회는 파란불 세번인데 막회는 파란불 두번에 흰 불 한번. 마침 춘백이 머리색도 은색이잖아
단순 ppl인줄 알았는데 너무 오래보여줘서 아 주성전자 거라서 그런갑다 했는데
└ㅁㅊ
└그럼 춘백이 살아서 형찾아간거임?
드라마가 끝나자 마치 드라마 감상문과 같은 기사와 함께 여러 가지 추측 글이 올라왔다.
‘진수호 연기 잘하긴 하네.’
유연서는 마지막 회의 대본을 살펴봤다. 마지막 장면에 쓰여 있던 지문은 ‘울면서 웃는다’가 다였다. 짧은 시간에 복잡한 감정을 담아내다니.
유연서도 비슷한 장면을 찍었지만, 몇 번의 NG 끝에 얻어냈던 표정 변화 연기를 진수호는 단 한 번에 끝냈었다.
(이수지 감독) 여러분 저희 최고 시청률이래요!
(진수호)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조유미) 진짜요? 우리 드라마 진짜 최고ㅋㅋ
(이선자) 종방연에서 봅시다
마침 ‘드리밍’의 단체 톡방이 시끄럽게 울렸다. 원세븐에 이어서 두번 째 단체 톡방이었다. 유연서는 이런 시끄러운 분위기가 아직 적응이 안 됐다.
그 와중에 늘 답장이 칼 같았던 정다희 작가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마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잠잠한 것 같은데······.
-근데 유연서 연기 뭐냐
진짜 약빤거 아님? 사람이 바뀐 수준인데;
└ㄹㅇ
└성격도 바뀌었다며 촬영 분위기도 좋았다던데
-그래서 춘백이는 어떻게 된거야?
그렇게 죽고싶어했는데 다시 산거야?
└양주희가 자기는 복구 못한다고했으니까 자기가 스스로 복구해서 형 찾아온거 아님?
└└2222
└그럼 산거야? 계속 거기서 살아있는거면 좀 짠한데
└즌2 떡밥일수도
└└즌2 나온대?
└└└아니 내 희망사항ㅎ
└내생각에는 에코를 통해서 마지막 유언 남기고 죽었다 9화에서 뇌사자 유언 전하는 장면에서 춘백이 표정 봐봐
└└헐 나는 유연서가 연기 못한줄 알았는데 알고보니까 표정 슬퍼보이네
유연서는 정다희 작가에게서 춘백의 정체가 박시우라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제 촬영이 아닌 날에도 촬영장에 찾아가 박시우의 아역 배우로 나올 한도율을 관찰했다.
[애가 촬영 직전에 날아오는 공에 맞아서 다쳤는데······ 그 때문에 오른쪽 눈을 습관적으로 깜빡이거든요, 고쳐야 하는데······.] [아뇨, 괜찮습니다. 지금 고칠 필요 있나요 나중에 고쳐지겠죠.]한도율의 사소한 습관을 눈치챈 유연서는 그대로 춘백에게 버릇을 녹여냈다. 그 섬세함에 감독이 엄지를 척 내밀 정도였다.
유연서는 시끄럽게 울리는 단체 톡방의 알림을 꺼버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화면이 바뀌는 것을 멍하니 쳐다봤다.
“역시······.”
전화할 줄 알았어.
“어, 형.”
(연서야. 드라마 잘 봤다.)
“형도 드라마 본방사수를 해?”
(시간 날 때 너 나오는 것만.)
앗, 그러면 전에 했던 발연기도 다 봤다는 소리인가. 그건 좀 민망한데.
유연서는 소파에 뒤통수를 기대고 천장을 바라봤다.
“무슨 일로 전화했는데?”
(그냥, 촬영 끝났으니 시간 괜찮은가 해서.)
“다음 작품 들어가기 전까진 쉬겠지. 뭐,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그러면 더 좋고.)
형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는데 어쩐지 침울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연서는 작게 웃었다. 그는 유은호가 전화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유연서가 ‘드리밍’의 마지막 회 분량을 촬영할 때였다. 극 중 춘백이 백도어의 문을 열고 박시환을 밀어 넣는 장면이었다.
“형마저 여기 갇히면 안 되잖아.”
그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더니 자연스럽게 희미한 미소를 담았다. 이를 지켜보던 스태프 중 몇몇이 감탄했지만, 자신이 의도해서 나온 표정은 절대 아니었다. 그냥, 저절로 나왔다.
‘뭐지······?’
평소보다 연기가 쉬웠다.
‘백호함’을 촬영했을 때 그가 강진후의 경험을 살려 연기했을 때와 같은 감각이었다. 마치 신 들린 것처럼 어떤 표정을, 어떤 행동을 해야 할 지 몸이 저절로 알고 있는 듯한.
형을 대신에 자신을 희생한 춘백, 강진후는 형제가 없었으니 남은 건 하나.
‘본체의 기억이 몸에 남아 있는 건가?’
동기화를 안 해도 몸에 남아있는 잔재가 있었나 보다.
‘그럼 이게 진짜 유연서의 경험에 기반을 둔 몰입인가······.’
어릴 때의 유연서가 이희서의 마지막을 보고 문밖의 형에게 보지 말라고 했던 기억에 기반한······.
그리고 ‘드리밍’의 15회가 끝나고 유연서가 기억 동기화를 했을 때, 그때의 연기가 왜 쉬웠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한 기억 동기화에서는 그가 7살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희서의 사고를 목격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의 다리를 부여잡았던 기억이었다. 그 이후 혼절했던 유연서는 병원에서 눈을 떴다.
[애가 깨어났다고?] [아들······!]며칠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유연서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고모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병실을 채웠다.
[연서야.]작은 고모에게 안겨 들어온 유은호를 보고 유연서는 희미하게 웃었다. 기억 동기화가 25%를 넘어서 당시 유연서의 생각과 감정을 제법 느낄 수 있었던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형은 못 봐서 다행이다.’
아마 유은호도 춘백이 박시환을 백도어로 밀어 넣은 그 장면에서 유연서를 생각했을 것이다. 안 그랬으면 이렇게 바로 전화했을 리가 없다.
‘이런 게 가족인가.’
유연서가 실실 웃었다. 챙김 당하는 것도 꽤 나쁘지 않았다.
“내가 회사로 찾아갈까?”
(연서야.)
“어?”
(너 아직도······.)
아직도 어머니의 죽음에 의심을 하고 있냐라고 물어보려 했던 유은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은 아직 조심스럽다. 나중에 유연서가 기억을 다 찾았을 때 그때 물어봐도 늦지 않을 것이다.
(······아니다.)
“뭐야. 궁금하게. 뭔데!”
(너 목소리 녹음할 생각 없냐?)
갑자기 뭔 뜬금없는 소리지? 유연서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화면을 바라보다가, 다시 귀에 댔다.
“갑자기?”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 ‘에고’ 나왔잖아. 특별 음성으로 춘백 버전 업데이트하면 판매량 괜찮을 것 같은데······.)
“와 거기서 사업 아이템을 찾냐······.”
데이터가 손상된 춘백이 마지막으로 형을 찾아간 나름 감동적인 장면이었는데. 우리 형은 거기서 회사 일이나 생각하고 앉아 있었네.
“아마 될걸?”
주성 전자는 ‘드리밍’의 최대 광고주였다. 제작사도 JSENM이니 아마 문제없이 될 거다. 유연서도 드라마 끝났으니 시간도 충분했고.
“알아서 해. 나한테 돈 많이 주고.”
(야 너······.)
망설이던 유은호가 한 마디 내뱉었다.
(이제 다 괜찮은 거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질문인데 이거······ 유연서는 피식 웃었다.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끊어. 괜찮으니까.”
통화를 끊으려던 유연서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심장이 기분 나쁠 정도로 크게 뛰었다. 요새 들어 몸이 이상하다. 기억 동기화를 하면 그날 피를 쏟아내고 몸 좀 아프고 끝났어야 하는데 나중에 후유증이 또 올 때가 있었다.
‘정말 괜찮은 게 맞나?’
그는 용기를 내 고개를 들었다. 뭔가를 본 것 같았는데,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