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130)
제130화
130. 예. 가능합니다.
신의주에 몰래 잠입한 미스터 조는 교도소촌 근처까지 접근했다.
교도소촌 주변은 현정건의 말대로 감시가 삼엄했다. 각종 감시 스킬을 두른 헌터들과 길목마다 지키고 있는 헌터들이 한가득이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값비싼 탐지 장치와 부비트랩도 깔려있었다.
‘어쭈, 이건 최소 A급 길드에서나 사용하는 것들이잖아? 돈이 아주 썩어나는구먼.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달랑 두 명 잡는다고 저 난리래? 얼라리요. 저건 또 뭐야? 들창코 두더지?’
미스터 조가 발견한 것은 몬스터였다.
들창코 두더지.
두더지를 닮은 외형에 돼지코처럼 들린 코를 지닌 사족보행의 2미터 길이 괴물.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코는 생긴 그대로의 기능을 했다.
‘저놈들 냄새 하난 기가 막히게 맡는데. 이거 그냥 들어갔다가는 바로 걸렸겠는데?’
미스터 조는 허리띠에 찬 앰플킷 세트의 반대편 가죽 주머니를 열었다. 거기서 작은 스프레이 병을 꺼내 몸에 뿌렸다. 몬스터들의 후각을 방해하는 특제 호르몬 액기스였다. 시중에선 팔지 않는 미스터 조 메이드 레시피였다.
‘현 씨가 말한 것보다 더 심하네. 만만한 놈들이 아니야. 몬스터 조련까지 할 정도라니.’
몬스터를 테이밍해서 다루는 헌터들이 있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었다. 한국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특성이기에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알려진 바는 거의 없었지만, 몬스터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헌팅에서 굉장한 메리트를 가졌다.
‘몬스터마다 가진 특성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것만큼 편리한 게 없지. 이론적으로는 수십 가지 특성을 다루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경계심을 바짝 올린 미스터 조는 주변을 좀 더 자세히 살펴 위험 요소를 모두 숙지한 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노린 곳은 헌터들이 근무 교대 후 휴식을 취하는 숙소였다.
모텔 하나를 빌려 돌아가며 쉬는 곳이었는데, 방이 여럿 있다 보니 굳이 한군데 모여 부대끼지 않고 쉬었다.
설마 포위망을 뚫고 후방에 있는 숙소까지 적이 들어오리라곤 생각 못 했는지 경계도 부실했다.
미스터 조는 적당히 낮은 랭크의 여성 헌터가 홀로 자고 있는 방에 잠입했다.
들어가기 전 미리 특제 수면가스를 집어넣었다. C랭크는 절대 버티지 못하는 독한 연기가 방에 가득 찼다.
5분 정도 가스가 사라지길 기다렸다가 방문을 열었다. 헌터는 세상모르고 완전히 잠에 빠져있었다.
“적당히 예쁘장하네. 딱 써먹기 좋게.”
미스터 조는 여성 헌터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침대에 누워 있는 헌터와 같은 얼굴의 헌터가 위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참, 옷도 카피해야지?”
미스터 조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에 왼손을 올리고, 침대에 있는 헌터의 옷에 오른손을 가져다 댔다.
찰나의 시간이 흐르자 미스터 조가 입고 있는 옷이 오른손을 댄 옷과 똑같이 바뀌었다.
“이거 제작하느라 고생한 보람이 있네.”
미스터 조가 입고 있는 옷은 겉으론 평범해 보였지만, 사실은 어디서도 구하기 힘든 아티팩트였다. 도플갱어 특성을 가진 자신의 머리카락과 특수 섬유를 더해 만든 걸작이었다.
이 아티팩트의 능력은 바로 ‘의상 카피’였다.
‘이거 만드느라 무진장 고생했지. 머리카락 모으느라.’
머리 감을 때 빠진 머리카락들을 모으고, 방을 뒹굴뒹굴할 때 떨어진 머리카락 살펴서 꼼꼼히 그러모았다.
미용실에 가서도 자른 머리카락을 봉지에 담아 오는가 하면, 머리카락 빨리 자란다고 야한 잡지도 사서 봤다. 그러다가 업무 파트너들에게 걸려서 얼마나 놀림을 받았던지.
‘이게 다 강무혁 때문이야.’
의상 카피 아티팩트를 만들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강무혁 때문이었다.
슬레이어 길드의 추적을 피해 위장 취업한 타이탄에서, 설마 자신이 입었던 옷을 모조리 다 기억하고 있는 변태를 만나게 될 줄이야.
여러 달에 걸쳐 가끔 입었던 옷을 다른 얼굴을 하고 몇 차례나 겹치게 입고 다니는 모습을 수상히 여긴 강무혁에게 꼬리를 밟히는 바람에 지금의 인연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미스터 조가 아직 미숙할 때이기도 했지만, 설마 길드 직원들의 복장까지 모두 체크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었다.
이후 미스터 조는 언제 어디서든 갑자기 모습을 바꾸더라도 복장까지 위장할 수 있는 아티팩트 제작에 돌입했고, 최근에서야 겨우 완성한 참이었다.
“자, 이제 들어가 볼까?”
미스터 조는 헌터의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이름을 확인한 후 과감하게 모텔을 나섰다. 복도에선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밖에 나오자마자 다른 헌터를 맞닥뜨렸다.
“헤이, 쉬징레이.”
손을 흔드는 남자를 보는 순간 미스터 조의 얼굴이 굳었다.
‘아씨, 중국어.’
결정적인 오류를 발견한 것이다.
‘나 병신인가? 얼굴도 바꾸고, 복장도 카피했는데. 언어를 까먹고 있었다니.’
그녀의 활동지가 국내에 한정되다 보니 외국인으로 변신할 일이 없어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뭐야? 왜 그래? 혹시 지난번 일 때문에 삐진 거야? 그거 진짜 나 아니라니까. 나 바람 안 피웠다고. 오해야. 내 말 좀 들어봐. 응?”
여전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미스터 조는 애매하게 미소로 대응했다.
‘웃자, 웃어. 웃는 얼굴에 침 못 뱉지. 암.’
그녀의 미소에 남자 역시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용서해주는 거야? 와아, 역시 여장부. 진짜 이번에 내가 잘못했어. 내가 앞으로 더 잘할게. 우리 그런 의미에서. 흐흐, 어때? 저기서 말이야.”
으슥한 골목길을 가리키며 웃는 남자에게 미스터 조 역시 마주 웃어줬다.
‘이놈은 왜 이렇게 징그럽게 웃지?’
남자가 미스터 조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잡아끌었다. 미스터 조는 그저 웃으며 따라갈 수밖에.
그리고.
“이 새뀌가!”
“쉬징레이? 너 지금 한국어… 컥!”
미스터 조는 당수 한방에 혼절해버린 남자를 몇 번 더 자근자근 밟았다.
“이 자식, 이거 알고 보니 아주 변태였구만. 어디서 감히 주둥이를 들이대?”
반사적으로 공격해버린 탓에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미스터 조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이내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하마터면 변태 때문에 작전 초 칠뻔했네. 쯧. 내가 진짜 이번 일 끝나면 번역 아이템 꼭 사고 만다.”
미스터 조는 남자의 몸에 손을 댔다. 그녀의 얼굴은 곧 그의 얼굴이 되었다. 덩치도 커지고 볼륨감 있는 몸이 근육질로 변했다.
모텔에서와 같이 그의 품을 뒤져 신분증을 확인한 미스터 조는 기절한 남자를 질질 끌어 쓰레기통에 넣어버린 후 몇 시간은 일어나지 못하게 수면제를 코로 흡입시켰다.
“어디 보자. 이놈 이름이…. 이 한자는 뭐라 읽는 거야? 아놔, 이놈 건 영어 표기도 없고. 여긴 폰도 안 터져서 검색도 안 되고. 이거 옥편이라도 들고 다녀야 하나? 누가 요즘 한자 배우다고. 아? 이놈 중국인이지?”
걸걸한 목소리로 투덜거리는 미스터 조는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황동수가 다락에서 내려오자 마루와 안방을 차지하고 있던 청년 헌터들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네까?!”
황동수가 인사를 받지 않자 헌터들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응?’
모두가 같은 심정으로 황동수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가 부축하고 있는 남자를 확인했다.
‘저놈은 누구래?’
‘병 든 닭마냥 비실대선 형님이 저 아를 왜 저리 챙기네?’
‘사냥꾼도 아닌 것 같구만 기래.’
모두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오를 즈음 강무혁을 부축해 내려온 황동수가 말했다.
“내가 모시는 분이다.”
그 한마디로 장내에 있던 이들 모두가 뜨악한 표정이 되었다.
“내래 지금 잘못 들었네?”
“형님, 어캅네까? 내래 귀가 병신 꼴 났나 봅네다.”
황동수가 자신들을 이끌어주리란 기대로 모인 청년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혼란에 빠져있었다.
“모신다니요.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말하니까 분위기가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단장님.”
허리를 굽혀 사과하는 황동수의 모습에 청년들이 다시 한번 놀랐다. 아예 말도 나오지 않았다. 황동수가 어떤 형님인데. 이 마을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병주가 아끼던 동생이었다. 실력도 출중했다. 어머니의 병환만 아니었다면, 김병주가 자신의 뒤를 이어서 마을을 이끌 인재라고 장담하기까지 했었다.
그런 인물이 이제 기지개를 켜고 나오나 싶었는데, 갑자기 헌터도 아닌 놈에게 허리를 굽힌다?
충격, 대충격이었다.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기도 전에 강무혁이 입을 열었다.
“저기 아래, 북포천에서 왔습니다. 주세아 헌터가 길드장으로 있는 아이언윌 길드 단장, 강무혁이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였지만, 이곳 헌터들에겐 충분히 임팩트를 주었다.
“주, 주세아?”
“한반도 땅 최고 사냥꾼!”
“거서 여를 왜……?”
“조용!”
황동수의 한마디에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계속 말씀하십시오.”
이젠 황동수의 존댓말이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헌터들은 강무혁의 이어지는 말에 귀 기울였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 마을에 사는 분들 모두에게 주민등록증이 발급되도록 할 겁니다.”
““!!””
“헌터들은 대한민국 헌터라는 국가 소속이 적힌 증서도 발급받게 할 겁니다.”
““!!””
“아이들에겐 교육의 기회를, 노인분들에겐 의료 혜택을, 모두가 자기 권리를 찾고 국가 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부터 당신들은 소속 없는 헌터들이 아닙니다. 원하신다면 아이언윌이 자릴 마련해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아이언윌 길드의 단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 그게…. 가능합네까?”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들이 염원하던 일이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보증한다.”
“아무리 형님이래도 이기 가당키나 한 일입네까?”
황동수의 보증조차 믿을 수 없다는 태도.
당연했다. 수십 년을 소외당하고, 불평등과 외면 속에서 버텨내야 했던 배신자들의 후손. 누가 믿어줄까?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이고, 당장 옛 비극을 기억하는 국민들도 반발할 터였다.
그걸 잘 알기에 여기 있는 헌터들 누구도 꿈도 꾸지 않던 일이었다.
한 개인의 호언장담만으론 이룰 수 없는 꿈이었기에.
“그쪽이 말해보라우. 진짜 가능하네?”
강무혁은 질문한 헌터를 향해 말했다.
“예. 가능합니다.”
* * *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황동수는 아침 닭이 우는 때에 맞춰 천덕수와 련정문 양 측에 사람을 보냈다.
“뭐래? 동수가 뭘 만들어?!”
“우리도 이제 당파를 짓겠다는 겁네다.”
“니놈들이 아주 미쳤구나야! 지금 주둥이라고 말 함부로 내뱉는 거네?”
“일단 형님 말씀은 전했습네다. 그래도 첫날이니까 얼굴 붉히지 말고 아침이나 함께 하잡네다. 일곱 시에 병주 형님 댁으로 오시면 됩네다.”
전령이란 놈이 물러간 뒤 천덕수는 고민에 빠졌다.
홀로 지내던 녀석이 난데없이 패거리를 만들겠다니?
황동수의 소식은 삽시간에 천둑수 패거리 사이로 퍼져나갔다.
“아니, 이놈이 미쳤나? 현정건이하고 서울놈 죽이라고 보냈더니. 지금 무슨 짓을 벌이는 거야?”
황동수에게 현정건과 강무혁의 암살을 의뢰했던 남자가 버럭 소리쳤다.
그 목소리를 마침 머리를 식히러 나왔던 천덕수가 들었다.
“뭐?! 동수한테 현정건이를 죽이라고 했어?”
“아, 아니. 형님. 그게 아니라.”
퍽!
“어억!”
“이 아새끼! 내 말 무시하네? 내 동수는 건드리지 말랬디? 어떤 일이 있어도 그냥 내버려 두라 하지 않았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 피 흘리지 않고 현 가 놈을 처리할라믄…. 카학!”
“이 새끼가 끝까지?!”
천덕수는 몇 차례 더 수하를 쥐어팼다. 겉으론 살벌했지만, 골병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부하라고 하더라도 부모며 형제며 다 아는 얼굴. 적당히 본보기만 보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힘을 쓰고 난 그는 머리가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리곤 따로 부하를 불렀다.
“넌 당장 달려가서 련정문이한테 전하라우. 지금 좀 만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