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219)
제219화
219. 칭찬 들으려고 시간 내드린 게 아닙니다.
오르트 클라우드(Oort cloud).
북미 헌터들 사이에선 줄여서 O.C.라고 불렸다.
오르트 클라우드는 원래 먼지와 얼음이 태양계 가장 바깥쪽을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는 가상의 천체집단을 말하는 용어이다.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장주기혜성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혜성의 공전 주기는 200년 이상으로 일반적인 소혱성보다 훨씬 빨랐다.
프리랜서 헌터들이 회원인 정규 공격대, 통칭 클랜이 힘을 합친 조직의 이름이 과학책자에서나 볼 법한 이름으로 명명된 데에는 여러 소문이 돌았다.
O.C.의 창설자가 원래 천문학자 출신이라던가, 천문학 마니아였던 프리랜서 헌터가 지었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조직명의 기원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O.C.라는 명칭이 왜 붙었는지는 상당히 상세한 편이었다.
“프리랜서 헌터들이란 게 오르트 클라우드의 먼지나 얼음과 별반 다를 게 없지. 쓸모가 없어. 그런데 아무리 얼음과 먼지라도 가끔 그중에서 툭 하고 튀어나오는 게 있기 마련이거든. 거기서 나온 혜성은 특히 빨라서 어딘가에 충돌하면 큰 영향을 주게 돼. O.C.의 창립자는 이 조직이 그런 인재를 나올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지. 프리랜서라고 쓸모없는 패배자가 아니라면서.”
O.C.의 로스앤젤레스 지부장인 제임스 울벗은 조직에 새롭게 가입한 두 정규 공격대 대장을 상대로 O.C.의 창설 이념에 대해 강론 중이었다.
거구의 헌터 셋이 들어찬 것만으로도 가득 차는 좁은 사무실이었지만, 분위기는 그 어떤 대형 길드보다도 진중했다.
울벗은 텅 빈 책상에 걸터앉아 부러지지 않은 게 용한 낡은 의자에 앉은 두 헌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새로운 형제들이 기억할 건 단 두 가지야. O.C.의 이념대로 열심히 사냥하고 성장해서 최고의 헌터로 거듭나는 것. 그리고 O.C.에 들어온 이상 더는 프리랜서 때 놀던 것처럼 쪽팔린 짓을 하지 말라는 것.”
“쪽팔릴 짓을 할 게 뭐가 있다고요?”
두 헌터 중 껌을 질겅거리며 씹던 헌터가 물었다.
울벗은 그의 양 볼을 한 손에 움켜쥐었다. 피할 틈도 없이 안면을 붙들린 헌터는 기겁하며 항의했으나 입이 손바닥에 막힌 탓에 발음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수치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 헌터가 참지 못하고 힘을 끌어올려 대응하려는 순간, 울벗이 등 뒤의 벽을 가리키며 경고했다.
그의 목소리엔 살기가 실려 있었다.
“저거 보이나?”
벽에는 액자 하나가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액자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검푸른 색 원에 그 주변을 두른 둥근 띠, 한가운데 ‘O.C.’라고 적힌 오르트 클라우드의 로고였다.
“저게 O.C.의 상징이다. 이 아래에선 껌 씹지 마. 담배도 피우지 말고. 그게 예의라는 거다. 예의를 지키지 않는 놈한텐 쪽팔린 짓이 뭔지 내 친히 보여주지. 알아들었나?”
헌터는 끌어올리려던 힘을 흩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얌전히 있다가 졸지에 울벗의 살벌한 눈빛을 맞은 헌터 역시 마른침을 삼키며 머리를 끄덕거렸다.
“알아들었으면 껌 뱉어.”
울벗이 얼굴에서 손을 떼자 헌터는 허겁지겁 자기 손에 껌을 뱉었다.
‘처음엔 신사적이길래 방심했어. 이 자가 그 유명한 O.C.의 광신도!‘
찰나였지만, 헌터는 울벗의 강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A+와 A 랭크.
단순히 랭크 하나 차이에서 오는 격차가 아니었다. 같은 랭크라도 특성과 소유 스킬, 아이템의 등급에 따라 종합 전투력은 천차만별이었다.
껌을 뱉은 헌터는 자신이 A+랭크에 올라가더라도 울벗을 당해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만큼 둘 사이엔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뭐해? 얘기 다 들었으면 나가봐. 프리랜서라고 느긋하게 굴지 말고. 열심히 사냥하란 말이야.”
울벗이 축객령을 내리자 두 헌터는 후다닥 방을 나갔다. 그는 뒤로 돌아 O.C. 로고에 묵례하며 중얼거렸다.
“오늘도 길잃은 어린 친구들을 교화했습니다. 부디 저 둘이 사고 치지 않고 S랭크가 되길 O.C.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그리고 사냥으로 돈 많이 벌어 회비가 밀리지 않도록 기원…….”
“지부장님!”
“기도 중엔 방해하지 말랬지, 빌리!”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빌리 존버크는 울벗이 유일하게 기도 중에도 방해해도 이를 용인하는 심복이었다.
물론 울벗이 기도 방해를 허용한다고 해도 빌리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가 방해할 때는 정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뿐이었다. 그걸 알기에 울벗도 더는 나무라지 않고 기도를 끝냈다.
“무슨 일인데 급하게 굴어?”
“라스베이거스에서 온 메시지입니다.”
“거긴 왜? 또 누가 술 먹고 도박하다가 돈 다 잃고 깽판 쳤대? 설마 카지노 하나 초토화시킨 건 아니겠지?”
“예전에 로드킬 클랜이 그랬다가 지부장님께 박살이 난 이후로 거기서 난리 치는 놈은 이제 없습니다.”
“그게 아니면 뭔데 내 기도까지 방해하는 거야?”
“혹시 라이더 울프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들었지. 뉴스에서. 동양 어디서 기른다고 하던데?”
“한국에서입니다.”
“그래, 거기. 그런데 그게 왜?”
“라스베이거스에 그 라이더 울프 사업을 하는 길드 책임자가 나타났답니다.”
빌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힘을 주고 말했음에도 울벗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안 놀라십니까?”
“그게 놀랄 일이야? 휴가라도 왔나 보지.”
“휴가 아닙니다.”
“휴가가 아니면? 어디 늑대라도 팔러 왔대?”
“예. 샌디에고 소재 길드에서 접촉해왔답니다. 미국에 판매한다고요. 그 탓에 샌디에고 지부도 바쁘게 움직인다더군요. 저희 O.C.에서 들여올 수 있는지 협상한다고 합니다.”
“뭐? 샌디에고가?!”
그제야 울벗은 기함을 토해냈다. 그는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아니, 뉴욕도 아니고 마이애미도 아니고 왜 하필 샌디에고야? 차라리 샌프란시스코라면 말을 안… 아니다. 그놈들도 안돼.”
빌리는 울벗의 과한 반응을 이해했다.
캘리포니아 주를 관장하는 총책임자 자리를 두고 로스앤젤레스, 샌디에고, 샌프란시스코의 세 개 도시 지부장이 다투고 있기 때문이었다.
울벗은 분개했다.
“라스베이거스는 우리 코앞인데, 왜 그놈들이 관심을 가져?!”
“그런 식으로 따지면 라스베이거스는 네바다 주입니다. 카슨 시티 지부장한테 우선권이…….”
“자기 앞가림도 겨우 하는 카슨 시티 촌놈이 뭘 안다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 즐기는 프리랜서들을 괜히 우리 쪽에서 관리하는 줄 알아?”
“그건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권리를 따지고 들어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그쪽 지부장도 카슨 시티에서 좀 더 메이저 시티로 탈출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요.”
“다들 애가 탔군. 자리 하나 제대로 잡겠다고 관할도 무시하고 말이야. 아무튼, 그냥 그 늑대 소식만 달랑 들고 온 건 아니지? 책임자 인적사항이나 묵는 호텔 같은 거 알아왔어?”
“그건 좀…….”
“뭐야? 모른다는 거야?”
“이름이나 소속 같은 기본 정보는 알아왔지만, 기거하는 곳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 한국 책임자 곁에 상당히 실력 좋은 헌터가 붙어있답니다. 뒤쫓다가 걸려서 죄다 무장해제당하고 기절했다더군요. 물론 샌디에고 애들도 같은 꼴이라고 하고요.”
울벗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미행하는 것만으로 선제 조치를 취했다고? 이쪽 소속이 누군지도 파악하지 않고? 과하게 대응하는데? 그렇다는 건 이번 건수가 그만큼 비밀을 요한다는 뜻인데. 정말 큰 건인가 보군.’
라스베이거스에 파견 나간 LA지부 O.C. 요원들은 누구보다도 울벗이 엄선해 보낸 헌터들이었다. 추격에 관한 스킬과 경험이 풍부해 레이드 때도 일선 정찰조로 활용할 정도였다. 개중엔 A랭크도 있었다. 그런데 제압당했다는 건 상대가 훨씬 강하다는 뜻. A+랭크가 분명했다.
“라스베이거스 어디서 놓쳤대?”
“왜 그러십니까? 혹시 직접 가시려고요?”
“이런 건 밑에 애들 시키다간 굽던 빵이 타버린다고. 내가 나서서 빠르게 해치워야지. 조만간 캘리포니아 주 마스터가 은퇴한다. 이번에 놓치면 언제가 될지 몰라.”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알아볼 건 알아보고. 난 지금 출발하지. 그쪽 애들 대기시켜. 비번도 싹 다 불러들이고.”
* * *
O.C.의 LA 지부가 바쁘게 움직이는 그 시각.
강무혁은 LA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처음 뵙겠습니다. 건파우더의 총괄 매니저 케이런 피셔입니다.”
LA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대형 길드 관계자였다.
“꼬리는 다 잘랐는데. 생각보다 능력이 좋으시네요. 이렇게 금방 찾아오시고.”
“라스베이거스에서 LA로 들어오는 길목은 뻔하니까요.”
“제가 LA에 거처를 둘 것이라고 생각한 겁니까?”
“소문이 퍼졌더군요. 샌디에고 길드와 거래하신다고. 라스베이거스는 샌디에고 출신들에게 여러모로 꺼려지는 곳이거든요. 거기 프리 헌터들과 범죄자 놈들이 하도 극성이라. 차라리 LA에서 만나는 게 낫죠.”
“좋은 판단이네요.”
“이렇게 바로 찾아온 게 실례가 아니었기를. 이 역시 좋은 판단이길 바랍니다.”
강무혁은 피셔를 방으로 데려왔다. 비밀스러운 대화를 위해 마련한 특실이었다.
방 컨디션도 최상급이지만, 스킬을 이용한 염탐까지 막는 시설이 설치된 곳이었다.
방에 먼저 들어간 장득구와 노송린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강무혁은 피셔에게 자리를 권했다.
“자, 찾아오신 이유가 있으실 것 같은데. 무슨 일이십니까?”
“강무혁 단장님에 대해 좀 알아봤습니다. 굉장히 뛰어난 분이시더군요.”
“칭찬 들으려고 시간 내드린 게 아닙니다. 이 룸, 상당히 비쌉니다. 본전이라도 찾으려면, 좋은 건수를 들고 오셨어야 할 겁니다.”
“예상하셨겠지만. 라이더 울프. 저희에게 파십시오. 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습니다. 아마 샌디에고 떨거지들보단 나을 겁니다.”
강무혁은 냉막한 표정을 지었다. 겉으로만 보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보일 터였다.
하지만 이는 의도된 연기였다. 겉과 다르게 속으로는 현 상황을 계산하기 바빴다.
‘일부러 LA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샌디에고를 언급하긴 했는데. 아일라 님에게 듣던 것보다 두 지역 간에 라이벌리가 심한 것 같은데?’
강무혁은 미국행 전에 아일라로부터 LA 헌터계에 관련된 정보를 입수한 상태였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계획을 수립했는데, 그의 예상보다 반응이 빠른 것에 놀랐다. 그만큼 마음이 조급하다는 뜻이리라.
강무혁은 조금 더 상대를 조이기로 마음먹었다.
“저보고 사업 상대를 만나기도 전에 판을 접으라고 하다니. 아무리 헌터계가 상도덕 없는 바닥이라지만, 이건 업계 관례도 무시하라는 건데. 좀 기분이 나쁘군요.”
“상도덕 없는 바닥엔 돈이 떨어져 있기 마련입니다. 돈을 얼마나 잘 줍는지에 따라 관례가 바뀌기도 하죠. 단언컨대 현재 미국에서 라이더 울프의 가치를 제대로 책정해줄 수 있는 길드는 몇 없을 겁니다. 그나마 LA에선 저희 건파우더가 유일할 거고요.”
강무혁은 일부러 비웃으며 말했다.
“건파우더 길드만 한 곳은 LA에도 여럿 있지 않습니까? 가령 예를 들자면, 콜 마이 네임이나 이타카 길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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