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170
00170 암흑교단 =========================
타르곤이 심연에 드는 방식은 신의 가호 덕이었다.
심연은 결코 살아있는 것이, 그리고 정해진 형체가 존재하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비정형의 무생물만이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은 이면에 존재하는 찌거기이자 이면에 존재하는 본체이다.
모든 정해진 것을 부정하는 이 공간은 그렇기에 인간을 부정한다.
타르곤이 이 곳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현재 그의 존재가 그의 본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의 가호로서 짜여진 형체에 그의 사념의 파편을 담는다.
일종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진신은 이 곳에 존재하지 않고 가상의 육체를 그의 정신이 존재한다.
사실상 육체라하기도 힘든 것이나 그 껍데기 덕에 타르곤은 심연에 존재할 수 있다.
이 껍데기는 심연의 수 많은 정보의 흐름과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타르곤을 보호한다.
그런데 그런 보호도 없이 이 곳에 들어설 수 있는 이가 있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상대는 거기서 더욱 놀라운 행위를 계속하고 있었다.
‘공간을 다뤄? 말도 안 되는..!’
상대는 자신처럼 심연의 일부를 조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행위가 말도 안된다.
자신의 공격은 비유하자면 운동장에 공을 굴리는 것과 같다.
바닥의 지형에 따라 그 방향이 틀어질 수 있다.
그런데 상대는 그 공이 갑작스레 높게 튀어오른다.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냥 가능성만 존재하는 일을 일으켰다.
물론 갑자기 공이 차원을 넘나들거나 4차원벡터로 이동하는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부자연스러운 행위를 일어나게 했다는 것이다.
신의 가호를 받은 자신이 고작 일어날 수 있는 수 많은 가지 수의 일 중 하나를 행할뿐임에도.
‘그렇다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자신의 해야할 일과 이단의 최후.
그것은 불변이리라.***콰직!콰지직!
아더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창끝의 점은 흐르고 흘러 선이되고 공간을 체워 입체적인 도형을 그렸다.
걸리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갈려나갔다.
그 움직임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시간감각이 다른 곳인가.’
이 곳에 들어선 이래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도 마찬가지.
이 곳은 공간의 왜곡에 의한 시간의 왜곡이 존재했다.
그가 베어나가는 심연의 찌거기들이 많아지고 그 잔재들이 쌓일수록 왜곡된 공간의 질량이 높아지며 시간축이 뒤틀어진다.
밖은 고작 1시간인데 이 곳의 시차는 이미 그 10배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 차이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그것이 계속 된다면 끝없이 쏟아지는 물량에 깔려죽을 수 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아더는 그렇게 수십시간동안 창을 휘둘렀으나 처음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신창합일身槍合一.
용화의 신검합일과도 같은 경지다.
창이 다하지 않는 한 그 육신이 다하지 않고
육신이 다하지 않는 한 창이 다하지 않는다.
창과 주인이 하나로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를 보한다.
창이 적을 찢어발기며 예기가 살아난다면 그것은 주인또한 마찬가지고, 그것은 주인이 강해지는 만큼 창도 강해진다.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무언가를 죽이며 오히려 체력등이 회복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펭귄 입안을 보는 듯한 원형으로 수십개의 이빨이 돋은 괴수가 아더의 반경 10M를 통째로 덮쳤다.
“흡!”
머리 위로 덮쳐드는 괴물을 직시하며 아더가 힘껏 창을 찔어올렸다.
쿠드드득!
그러자 창의 길이와 크기라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난 일이 일어났다.
그의 머리 직상공으로 짓쳐드는 놈을 제외하고도 주변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나며 휩쓸었다.
우웅!
창이 울었다.
병기란 결국 다른 것을 해하기 위해 태어난 것.
다른 것을 해하며 그 끝을 가져오는 것이 반복되면 무구는 강해진다.
흔히 요검妖劍이라 불리는 것들은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다.
지구상의 현대에서야 물리적 제약에 부딪쳐 전투가 계속된다면 부서져 나갔을 테지만, 이 곳에서는 운성의 갈취의 검이 그러했듯이 변해가고 있었다.
“..!”
쉐엑!
날카로운 날붙이가 날아들었다.
미쳐피하지 못하고 스친 옆구리가 찢어지며 그 틈새로 어둠이 짖쳐들었다.
그것에 담긴 것은 짙고 농밀한 기억.
살아있던 것들의 끔찍한 최후가 담긴 악몽과 그로부터 이루어진 저주다.
스치는 것만으로 즉사에 처할 저주가 스며들었다.
그러나,
“하!”
쿠웅!
일진광풍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기합을 질러 체내의 기를 터트림과 동시에 단번에 저주를 몰아낸 것이다.
콰아아!
그리고 빗살같이 자신의 심부를 찔러오던 것을 창대를 휘둘러 통째로 짖이겼다.
슈각!
어느 틈엔가 날아든 공격이 그의 오른쪽 종아리를 그었다.
핏물이 튀지는 않았다.
그의 의지하에 놓인 신체는 그 순간의 출혈조차 허용치 않았다.
‘얕다.’
상처는 얕았다.
어둠, 그 너머의 공간을 왜곡하는 심연이 그의 감각을 속여 불의의 일격을 허용키는 했으나 그 상처는 얕았다.
어쩌면 애초에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기에 그의 감각에 포착되지 않았음일 수 도 있다.
그러나 그 상처는 만만히 볼 것이 못된다.
그 얕음으로도 일반사람이 아닌 그의 목숨을 빼앗기에는 충분했으니까.
그의 기합이 그의 투기가 그 상황을 무시했을뿐이다.
그런데,
‘익숙하구나.’
콰직! 쾅!
끊임없이 창을 휘두르는 멀랭 아더.
그의 머리속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쯔각! 피슛!
이족보행하는 사자의 모습을 한 형태를 터트리니 그 파편이 튀어 관자놀이위를 스친다.
핏물이 튀고 살점이 흩어지나 이내 빠르게 재생됬디.
그로부터 검은 환상이 일순간 시야와 사고를 막으나 그 와중에도 그의 육신은 거침없이 움직여 이어지는 심연의 찌꺼기들을 찢고 갈랐다.
“그래, 익숙해.”
적들은 분명 위험하다.
그들의 일격일격은 그가 대응하지 못한다면 단번에 그를 죽음으로 내몰기에 충분하다.
아더의 강함은 압도적이라 벌써 부숴버린 찌꺼기의 머릿수가 수천을 내달리지만 그럼에도 적들의 송곳니가 날카롭다는 것에 변함은 없다.
이 순간, 익숙하다.
바로 자신이 어릴 때와.
‘그 때도 마찬가지였지.’
이 어둠, 심연.
위도 아래도 단 한순간의 안정처도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선 곳만이 자신의 영역인 이 순간이 너무나 익숙하다.
그의 어릴 때도 마찬가지.
그가 살던 곳은 문명의 틈바구니속에서 존재하던 야만의 대지.
법이라는 인류가 쌓은 울타리를 무시하고 각종 마약과 폭력, 섹스가 난립하는 온갖 더러움의 군상이 모인 곳이었다.
그 곳에서 그는 자랐다.
그를 지켜주던 이들은 잃은지 오래였으며 오로지 그 혼자였다.
그는 분명 타고난 맹수였다.
어린 몸이었으나 타고난 기골은 강대하고 투기는 이미 인간의 것을 벗어난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바벨에 의해 지구가 가지던 세계의 격은 낮았기에 발할 수 있는 힘 자체는 한정되어있었다.
거기다 어리고 덜 여문 육신은 타고난 강대한 기골일지라도 일반적인 어른, 그것도 야성의 대지에서 뒹구는 이들이 흉기를 들고 찔러온다면 그 목숨을 잃기 쉽상이었다.
그 곳에서 그는 자랐다.
어떤 법의 보호도 없이 혼자 싸웠다.
그가 서 있는 곳이 그 자신의 영역이었다.
이후라면 몰라도 그 당시에는 어느 순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이들이 몰려오면 피해다녔기에 정해진 거처가 없었다.
그저 서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싸워왔을뿐이다.
못 박힌 각목, 개조된 총기, 관리를 개판으로 한 덕에 베이는 순간 파상풍에 이를 날붙이들.
모두가 그의 목숨을 뺏기에는 충분했다.
그럼에도 그는 싸워 이겼다.
자신은 강했고 적들은 자신보다 약했다.
하지만 적들의 송곳니는 자신을 죽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자신 또한 상대를 짓이길 수 있었다.
적들의 머릿수는 끝이 없고 자신의 목숨은 하나 일 뿐이고, 그 일격에 하나 뿐인 자신의 목숨이 날아가기도 충분했으나 그런 것이 그의 의지를 무디게 하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그래, 익숙하구나.”
콰직.콰직!
몰려오는 심연속에서 아더는 웃었다.
아무리 그라도 전투가 즐거울 수는 없었다.
끊임없이 다가오는 전투는 그에게 일상이란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을 앗아갔다.
그저 싸우고 또 싸웠다.
죽이며 또 죽였다.
그 곳이 제아무리 야성의 대지인들 문명의 틈바구니이기에 아더는 보통의 세상 사람들이 자신과는 다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부러움을 느끼고 세상을 한탄할정도로 약한 이는 아니었으나 그 상대적임이 오랜시간에 걸친다면 그를 무디게 할 수는 있었다.
그가 살아갔던 것은 그의 삶이 살 가치가 넘쳐서가 아니라 겨우 그런 것에 죽음으로써의 본능인 타나토스를 느낄만큼 그가 약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참으로 지루한 삶이다.
만약 지구의 삶이 그대로 갔다면 언젠가 그가 맞이할 종말이란 정말 어이없는 그런 것이었을 수 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길어져가는 싸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검은 물결.
쌓이는 질량에 왜곡되는 시공간은 그에게 아득한 고독을 선사하지만 지금의 그는 웃을 수 있었다.
느끼는 것은 익숙함이지만 그 익숙함이 오히려 그에게 상대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과거의 그의 싸움은 그저 반복되는 변질된 일상이었지만, 현재의 이 싸움은 충분하고도 넘치는 목적성이 있었다.
‘소피아.’
누군가들은 마녀라 손가락질하는 소녀.
그러나 자신에게는 삶의 목적을 선물해준 존재다.
이 싸움은 그녀를 위한 것.
그녀가 자신에게 가진 감정이 무엇임을 안다.
자신때문에 스스로를 부정해왔던 그녀가 스스로를 인정하며 나선 일이다.
손발을 맞추느라 운성의 지시에 따라 이것저것 한 일은 여럿있었으나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하려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렇다면 이 전투자체가 그로써는 실로 즐거움이다.
“큭, 크크크크”
사납고 낮은 웃음을 터트린다.
그 와중에도 육체는 끊임없이 움직여 몰려오는 적들을 베어가른다.
이제는 개개인의 개체를 넘어 어둠이 물결이 되고 파도가 되어 휩쓸려오지만 그의 육체는 그를 정면으로 관통해 짖이겨 스스로를 발한다.
실로 즐겁다.
“크하하하하”
사납고 커다란 웃음을 터트린다.
광소이며 포효다.
야만에서 자란 존재의 야성이 터져나간다.
그 속에 깃든 감정은 분명, ‘즐거움’이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입니다 ㅠ
지금도 눈이 잘 보이지는 않네요.
많은 분들이 제 글을 떠나셨겠지만 그럼에도 완결을 향해 빠르게 달리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