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61
00361 망량군도 =========================
마력은 세계를 자신의 색체로 물들이는 힘.
굳이 물들인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딱히 정해진 무언가를 긋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내공은 자신이 담을 수 있는 만큼만 딱 선을 긋기에 알맞으나 마력은 그렇지 못하다.
그 마력을 이용해 마법을 쓰는 자들은 세계라는 네트워크에 접하는데, 이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곳에 접할 때의 마법은 상당히 보안에 취약하다.
처음 홀로 마력을 사역하는 자가 마법을 부려 세계라는 네트워크에 접할 때 그 보안은 여러모로 위험에 노출된다.
그래서 전생에서는 마법을 쓸 수 있는, 진정 마법사라 불린 자들은 모두 별에 별 보안에 함정을 다 심어놨다.
허나 현생에 있어서 진정한 마법사라 불릴 만한 자는 소피아가 끝이다.
그녀는 함선의 전체에 코텍스기가스와 연동해 자신만의 감지망을 깔아놨다.
망량의 안개가 끼어들기는 했으나 그래봐야 지구전역으로도 힘들지 않게 감지망을 끄는 소피아에게 겨우 함선 범위에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도 않다.
완전히 망량들을 때려잡아 침범조차 하지 못하게 하면 모르지만 겨우 감지망에 불과하니까.
그 감지망에 사무엘 체리안이 처음 홀로 세계에 접하려는 것이 감지됬다.
무아無我.
처음 세계와 접하며 자신이라는 개체의 모든 것을 처음으로 느낀 고통 다음에는 주변의 세계를 인식한다.
세계는 순간에 자신이 느꼇던 그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 단면에 느껴지는 압도적인 정보량에 순간적으로 스스로를 잃어버린다.
물론, 그렇게 쉽게 훅 가버리지는 않는다.
그 옛날 츠바사는 정말 처음이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경지를 걷다가 제 자신을 잃어버릴 뻔 했지만 비록 지금까진 시스템의 도움을 받았어도 세계라는 단면을 느꼇던 사무엘이었기에 빠르게 자신을 찾았다.
다만 문제는 그 다음.
자신은 찾았는데, 자신이 어디로 가는 지를 모른다.
이게 수영장인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인지.
자폐증에 빠진 아이가, 외부를 차단하고 오직 제 자신 내부만의 세상에 빠져 지 멋대로 가서 죽을 위기에 처한다.
할 수 있는 곳 까지만 걸어야하는데, 자격이 되지 않는 ‘미래’에 닿을려 한다.
‘멈춰.’
우뚝!
어디선가 들려오는 강한 의념에 사무엘이 멈춰섰다.
무언가가 흘러들어 그의 눈을 막는다.
그가 나서려던 방향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형상이 일렁이고 미혹하듯이 움직이다 사그라든다.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가능한 무수한 가능성이 나타났다가, 매 순간의 결정으로 사그라들고 또 다른 것이 나타난다.
그것이 긍정적이라면, 그 꿈같은 시간에 취해 정신을 놓아버리다가 부정적으로 치닿고, 부정적이라면 1초도 안되는 시간에 수억가지 방법으로 죽어나가는 자신과, 자신의 소중한 이들의 모습에 또 정신을 놓아버리고 부정적으로 치닿는다.
아쉽게도 꿈과 희망의 미래라는 것은 없다.
설혹 순간에 본 것이 꿈과 희망일지라도, 미래를 보는 행위는 그 사람으로 하여금 파멸로 치닿게 한다.
소피아는 그렇기에 의식적으로 스스로의 미래를 가렸다.
관측하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한 번 관측된 미래는 그 쪽으로 쏠릴 확률이 늘어난다.
이게 좋은 쪽만 보면 참 좋지만, 아쉽게도 사람은 좋은 쪽 보다는 부정적으로 관심이 쓸릴 수 밖에 없다.
그건 소피아라도 마찬가지,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소피아라서, 현 상황이 자신에게 선사할 미래가 얼마나 부정적일 지 아는 소피아이기에 당연히 그 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
정신의 방벽을 견고히한 소피아는 사무엘을 그가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끌었다, 라고 하면 긍정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여리디 여린 어린 아이와 같은 사무엘이 세계와 접하는 것은 무엇하나 고통스럽다.
어느 순간에나 자신을 증명해야 되는데, 그건 최초에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다시 느낀다는 것이다.
그게 익숙해지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차단하고 선 그을 수 있다면 모를까, 그건 스스로 해야된다는 생각에 굳이 도와주지 않고 이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체험시키기위해 움직이는 소피아덕에 사무엘은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렸다.
그리고 그건, 그 고통을 공유하던 바랑마다 역시 마찬가지.
“————!!!!!!!!!!!”
말로 표현도 못할 비명을 지르는 둘을 보며 다른 이들은 불안에 차 수근거렸다.
이번이 겨우 두번째 보는 것이지만, 레아 아스티나 때 보다 몇 십배는 긴 시간 동안 고통에 차서 바둥거리는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큰일난거 아냐?”
“단장 정말 죽을려하는데?!”
“닥쳐!”
불안에 차서 수근거리는 이들에게 레아 아스티나가 분노에 차서 일갈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스트랭스로 강화된 그녀의 작은 두 주먹이 꽉 쥐어지자 주변 공간이 아그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씩씩 거리며 돌아보는 그녀의 눈에서는 무슨 광선이라도 쏘아질 것 같아 다른 이들은 급히 눈을 내리깔며 시선을 돌렸다.
타오를 듯한 눈빛으로 그들의 시선을 돌린 그녀지만, 정작 그 후에는 레아 아스티나도 걱정에 찬 눈으로 바랑마다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빠…’
사무엘이야 어찌되든 자신이 알바는 아니지만 바랑마다가 잘 못 되면 저 비의를 알려준 운성의 선단에 당장이라도 쳐들어갈 생각으로 가득했다.
물론, 그게 정말 한 줌의 영향도 없을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 쪽은, 따라와버린 건가?’
한편 제 정신 못차리를 사무엘에게 온갖 기적을 체험시키던 소피아는 따라 끌려나온 바랑마다를 보고 고민했다.
그녀가 보기에 바랑마다는 아직 이 곳에 오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로 보는 바랑마다기에 깨달음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링크를 끊으려했다. 헌데,
‘아니, 어쩌면.’
소피아는 또 다른 가정을 세웠다.
마법을 정말 도구로 보는 그이기에,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에 깊이 파고들다 빠질 수 있는 매너리즘에서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억측이라 할 수 있지만 소피아는 결정했다.
운성이 준 유의해야 할 인물리스트 중에서도 바랑마다는 꽤 큰 가능성을 가진 남자.
그가 그리 판단했다면 한 번 그 가능성에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영웅이 타고나는 천명은, 영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아무에게나 내려지는 것은 아니니까.
뚜둑.
그녀의 손이 하얗게 백열하더니 사무엘과 바랑마다의 링크를 끊어버렸다.
그 전 까지는 비슷하게 고통에 몸부림치던 둘은, 이제 각기 다르게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니까, 고통은 변함없다는 소리다.
‘달아 태양아 도와줘.’
별의 소피아는 달과 태양의 소피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달의 태양의 소피아는 별의 소피아가 사무엘의 손을 잡아끌며 이리저리 생지옥으로 안내하는 와중에 바랑마다가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분석했다.
우선 그의 한계를 결정짓는 것이 첫번째였다.
일반적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와, 바랑마다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바탕으로 그가 버틸 수 있는 근성의 한계를 시험했다.
그러다 결정했다.
‘이건 실험이 필요하겠어.’
‘꼭 필요해?’
‘응.’
태양의 결정에 그래도 따스한 마음을 가진 별이 물었고 태양은 단호하게 답했다.
별은 태양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였고 태양은 행동에 나섰다.
이런 작업에 겨우 기록상의 수치를 믿을 수 없었기에 태양은 마법으로 특정 공간을 만들고 시간배율을 어그러뜨린 후 바랑마다의 자아를 집어넣었다.
그리곤 지구 상에서 조련사라 불릴 시간 동안 해오던 작업을 수행했다.
그 와중에 효율을 추구하겠다고 바랑마다의 정신을 쪼개서 각종 상황에 던지는 시험까지 실행했다.
얼떨결에 고문장에 끌려든 바랑마다는 고통에 몸부림쳤고, 지켜보던 별이 그래도 걱정됬는지 태양에게 물었다.
‘이거 괜찮을까?’
‘괜찮아.’
‘응, 알겠어.’
보기에는 정말 불안해 보이지만 별은 태양을 믿었다.
이 쪽의 전문분야는 무엇보다 태양이니까.
그렇게 책으로 쓰자면 3권 반 쯤 될만한 이야기를 겪은 바랑마다의 너덜너덜해진 정신을 달의 소피아가 잡아끌며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그 순간은 분명 온갖 고통과 시련의 현장이었으나, 바랑마다와 사무엘은 정말 폭발적으로 성장해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영혼에 각인 시킬 정도로 반복과정으로 교육받고 그 할 수 있는 것을 미친 듯이 숙련시켜갔다.
이 작업이 끝난들 그들에게 남는 기억으론 당장 마법을 사용할 수 없지만, 이미 그들의 의식이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자신의 한계 전부를 체험 했기에 익히는 속도는 월등히 빠를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소피아가 코덱스기가스를 보는 모습에서 일어났고, 아더는 그저 그녀가 뭘 하는 구나 생각하며 그 외견을 흐뭇하게 웃으며 지켜보았다.
========== 작품 후기 ==========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