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5
00005 4. 1일차의 밤 =========================
이태식과 김천수는 바벨의 탑에 끌려오기 전 부산에서부터 서로 죽마고우의 사이었다.
처음에 그들은 당황했지만 그래도 처한 상황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다.
그 덕에 튜토리얼(튜토리얼 스테이지 속 최초의 3시간)을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
그들은 운성을 만나고 그와 함께 하려 했으나 운성의 단호한 거절로 나름의 방법을 모색하여 살길을 찾아 나서려고 했다.
그러던 중, 으슥한 골목에서 성폭행을 당하려던 한혜진을 보고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혜진은 바벨의 탑에 오르며 힐러계열의 스킬을 얻었기에 무력적으로 끔찍한 일을 당할 뻔했으나,
난입한 태식과 천수가 2대 4라는 수적 열세에도 용감하게 혜진을 구해내며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그 뒤부터 그들은 마음이 맞아 같이 다니게 되었고, 밤에 이루어질 몬스터의 침략을 대비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 쉽지 않네요.”
“그라게 말입니다.”
김천수와 한혜진은 한숨을 쉬었다.
대체 여기 모인 사람들은 밤에 괴물놈들이 쳐들어오는데 자신들만의 편 가르기에 빠져서 벌써 분열하고 있다.
“솔직히 이 정도면 대단하다고도 생각해요.”
“내 참 지금 판국에 니편내편이러고 있다는게 가탕키나 합니까?”
지금 그들이 머무르는 튜토리얼 섹터에서는 여러 그룹들로 나뉘어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하태원을 필두로 뭉친 그룹인데, 이들은 자신의 그룹이 아니면 묘하게 텃새를 부렸다.
“그나마 태식씨가 말한 그 사람과 함께 했으면 좀 나았을텐데..”
“금마 에게 뭘 바란게 저거 잘못 아이겠습니까.”
그들은 한숨을 빽빽 쉬었다.
그리고 그것을 듣고 있던 한태식은 무척이나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었다.
“자신있게 구해오겠다고 나설 때는 언제고.”
“저희는 뭐 자기소개도 못했죠.”
푹!
푹!
등뒤로 강렬하게 박히는 말들이 따가웠다.
그래도 나름 자신의 비장 무기를 선보일 때는 통할 거라고 믿었는데,
그의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마! 시끄릅다! 그 아재도 다 사정이 있었겠지”
듣다가 뻘쭘해진 태식은 오히려 역정을 냈다.
하지만 그것은 역효과였다.
“그럴까요..”
“집어치워라 마 . 그냥 딱봐도 니강내캉 귀차나가지고 가시삔거가튼데.”
투덜투덜.
그들은 그렇게 계속 공동의 한 귀퉁이에서 투덜댔다.
어차피 몬스터들의 습격까지는 채 한 시간도 안 남은 바.
그나마 이렇게 긴장이라도 풀려는 게 사실 그들의 본심이었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투닥거리는 그들의 뒤에서 운성이 나타났다.
“어랍쇼?”
“아!!”
참 다양하게도 놀라는 그 모습.
그 모습에서 운성은 문득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인간의 순수성을 느꼈다.
“아재요!!!!”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태식이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혹시 저희랑 함께하시는 거요?!”
마치 처음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뛰어다니는 개처럼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운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니요.”
“아..”
운성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단호한 대답에 태식은 시무룩하며 축 늘어져 버렸다.
혜진은 그 모습이 덩치 큰 곰이 시무룩해하는 것 같아 굉장히 귀여워 보였다.
‘우아.. 귀엽다.. 아니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혜진은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떨쳐버리며 나섰다.
“저… 운성씨?”
“네?”
“그러면 혹시 어쩐 일이신지 알 수 있을까요?”
운성은 혜진을 바라봤다.
기억이 맞다면 분명 태식이 말로 Red를 줄 때 뒤에 서 있었던 병풍 중 하나였다.
“예, 뭐 별 건 아니고. 오늘 밤 여기서 이동하지마세요.”
“네?”
“오늘 밤 이곳에서 몬스터들이랑 싸우세요. 다른데로 가지 말고.”
저게 무슨 소리일까.
혜진을 포함한 3인은 고민했다.
여기서 이동하지 말라니?
하지만 그들의 의문을 풀기도전에 운성은 곧장 지난번처럼 제 갈 길로 가버렸다.
“…허허..”
“거 참…”
“바람같은 분이시네요.”
자기 마음대로 왔다가 마음대로 사라진다.
하지만 묘하게도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뭐랄까, 너무 먼 느낌이지요?”
“예.. 뭐..”
멀다.
그냥 멀게 느껴졌다. 감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기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저희 어떡하죠?”
“뭐를 말입니까?”
“저 분 말대로 여기서 머무를까요?”
“그러자. 마, 저 아재가 작당꾼도 아인거 같은데 고마 여 있는게 좋지 않겠나”
“뭐? 니 미친나. 저 아재 말을 우야 믿고.”
태식과 천수는 티격태격했다.
태식은 그냥 왠지 운성이란 사람이 믿을 만하다는 본능적인 감각으로 행동했지만
천수는 조금 더 이성적인 판단을 선호했다.
하지만,
“그렇지만, 사실 저희 갈 곳도 없잖아요.”
“아..”
“아… 맞다..”
그렇다.
태원일파는 자기들의 밑이 아니면 배척한다.
그것은 다른 쪽 무리도 마찬가지다.
그런 태식과 일행들은 사실 운성이 뭐라고 하지 않았던들 여기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에고, 뭐 디비 누운김에 잠도 잔다고, 마 여 있자.”
“에휴, 그래 마 그래라.”
천수는 결국 백기를 들고 자리를 잡았다.***
1층 튜토리얼 구역을 위에서 보자면 십자가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앞쪽 입구가 뒤쪽입구보다 4배쯤 크고, 양옆의 입구는 뒤쪽보다 3배 정도 크다.
그렇기에 밤의 침략의 경우 앞쪽에서 가장 많은 적을 맞이해야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High Lisk High Return
가장 많은 위협을 받는 앞쪽이 가장 많은 포인트를 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하태원은 앞쪽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자신의 능력도 믿었거니와 자신의 밑에 모인 세력이면 충분히 포인트를 벌고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다.
“10분인가…”
흘낏 남은 시간을 본 태원은 앞쪽을 보며 긴장한 마음을 풀어갔다.
“오빠! 긴장하는 거야?”
팔 뚝에 안기면서 닿는 가슴의 감촉이 태원을 짜릿하게 했다.
C컵인가 D컵인가, 수술인지 자연인지는 몰라도 풍만한 감촉에 붕 떠오르는 것 같다.
“아니야 희진아. 설마 오빠가 이딴 걸로 긴장하겠냐.”
태원을 떨리는 팔에 힘을 꽉 주어서 근육을 부풀어 오르게 하며 자랑을 했다.
마음속으론 여기서 뒈져버리면 어쩌지 하면서도 여자 앞에서는 세 보이고 싶은 슬픈 남자의 본능이었다.
“헤헤! 역시 오빠가 최고야!”
서희진은 가슴으로 팔뚝을 꽉 감싼 채로 더욱 태원에게 안겨들었다.
그 와중에 파인 옷 사이로 뽀얀 목덜미와 쇄골, 그리고 살짝 드러난 젖가슴의 모습이 태원에게 유혹적으로 다가왔다.
‘츄릅! 하, 고년 빨리 따묵고싶네.’
아직은 아니다.
저 천사의 말로는 포인트로는 천막도 벌 수 있고 하니까, 이 밤의 습격인가 나발인가만 지나가면 밑에 놈들을 시켜서
꽤 그럴싸한 공간에서 충분히 굴러다닐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태원을 보는 희진은,
‘후, 멍청한 놈.’
금방이라도 사랑에 빠진 소녀같은 눈빛과는 달리 마음속은 독사와 같이 차갑게 비웃고 있었다.
– 이름: 서희진
속성: 미열
체력: 7 힘: 5 민첩: 6 지능: 11 행운:10 매력: 16
스킬: 매혹(E랭크 COMMON)
‘킥킥, 멍청한 놈은 부려먹기도 쉽지.’
이 생에 오기전부터 그녀는 많은 남자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고 다녔다.
남자가 아무리 힘이 쎄든 싸움을 잘하든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매번 줄듯이 말듯이 밀당을 하면 남자들은 애가 닳아서 제얼 아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고는 했다.
그런 멍청한 놈은 모두가 자신의 손바닥 위였다.
그런 능력은 희진이 이 세계에 와서 스킬로 정형화되었다.
스킬의 이름은 매혹. 자신의 매력으로 상대를 매혹하고 부려 먹을 수 있다.
물론 한 번에 걸면 100프로 걸리는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경험과 기술이 합쳐지면 그 위력은 대단했다.
당장 이 구역에서 제일 큰 세력을 형성한 놈도 당장 자신의 가슴골만 보고도 침을 삼키며 혈안이 되어 있지 않은가?
“역시! 난 오빠만 믿을께!”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순수한 소녀의 모습.
그러한 모습에 만족감을 느끼던 태원의 눈에 저쪽에서 담배를 피는 한 인영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이번에 새로 구한 고기 방패였던 걸로 기억한다.
듣기론 거대한 괴물놈도 혼자서 해치웠다는데 설마 그럴리가 있겠나 싶었다.
보나 마나 밑에 있는 허약한 놈들이 자기의 못난 것을 숨기려고 갖은 허세와 과장을 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행동에도 나서봤다.
그 결과 녀석은 자신의 악력에 밀려 겨우 아픈 것을 숨기고 그대로 형님이라 부르며 굴종의 표시를 보였다.
‘거 담배하나 맛있게 빠네.’
“여어, 신입!”
“아, 형님!”
새로 들어온 놈은 부르자마자 마치 주인 만난 개처럼 뛰어왔다.
완벽히 자신의 밑에 꼬리를 만 모습이다.
“한까치 피시겠습니까?”
‘짜식 센스 있기는.’
“그럴까?”
태원은 운성이 내미는 담배를 받아 입에 물었다.
곧 녀석이 불을 붙여 주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오, 이거 꽤 좋은데?’
자신이 피던 것은 이곳으로 와서 다 핀지 오래였다.
나름 깡패로 전전하며 꼴초의 인생을 살던 중이라, 반나절이면 담배가 동나기는 충분했다.
그 와중에 이런 맛있는 담배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야, 동생 이거 꽤 맛있다?”
또 없냐.
그런 의미를 담아서 묻자 녀석은 눈치도 빠르게 한 값을 통째로 내밀었다.
“하하, 이거 저기 악마가 팔더군요.
여기 형님을 위해 제가 미리 준비했습니다.”
“크, 역시 동생이 뭘 좀 알아. 내 동생의 성의를 거부할수야 있나.”
“헤헤, 이 정도야 뭐..!”
태원은 받아든 담배를 끝까지 빨아재꼇다.
폐부를 가득 채우는 이 연기 내음이 너무나 달콤했다.
어느새 보니 신입 녀석은 저기 다른 동생놈들에게도 담배를 돌리고 있었다.
‘새끼, 사회생활 좀 했나보네.’
허리가 부러져라. 숙이며 이곳저곳 다니던 운성을 보던 태원은 곧 고개를 돌리며 정면을 바라봤다.
남은 시간은 5분, 타오르는 담배를 보다 보니 왠지 긴장이 좀 풀리는 느낌이었다.
‘자 와라!’**’제대로 낚였네.’
태원 일당을 가득 채운 연기를 보며 새로 한 까치를 물며 운성은 생각했다.
그가 만든 것은 라파테가 파는 풀 ‘감래’를 적절히 제조해서 만든 담배였다.
나중에서야 알게 될 것이지만, 악마들과의 거래는 적절한 딜이 된다.
크게 허용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런 간단한 변형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수위한도였다.
– 감래 甘來
풀의 향을 맡으면 감각이 활성화되고 정신이 고양된다.
설명만 보면 정말 완벽한 버프형 포션이다.
하지만,
‘감각의 활성화? 정신의 고양? 웃기는 일이지.’
감각이 좋아지고 정신이 고양되려면 뼈를 깎는 수련을 해야 한다.
그것은 더 나은 단계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다.
갑자기 얻는 힘 따위는 파멸로 가기 딱 좋은 단계다.
당장 어린이 에게 운전교육도 안 시키고 차에 태워봐라.
어린애는 평소 5km정도의 속도를 내다가 차를 타면 100km의 속도도 밟을 수 있다.
그리고? 그대로 죽는 거다.
어디를 받든가 어디에 받히든가.
물론 효과를 알고 있는 이들이 저 풀을 쓰면 나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저들이 저 설명을 보고 그것을 알 리가 있나.
당장 저 효과만 풀리면 한단계 높았었던 자신의 감각에 대한 여운에 또다시 저 풀을 찾게 될 것이다.
‘마약이지. 풀 자체의 중독성은 없지만, 그 효과를 잊지를 못해.’
게다가,
‘1일차에 나오던 놈들은 ‘하루도’ 였지.’
하루도는 개의 변종형 몬스터다.
일반 들개보다 더욱 커서 사람의 몸통 절반까지 온다.
생긴 것답게 개처럼 짖고 개처럼 달리며 개의 감각을 가진다.
그러니까, 인간보다 더욱 감래에 잘 취해버린다.
감각이 살아나 몸을 휘두르고 싶은 욕구의 인간과, 그것보다 더욱 약효에 물들어 버린 하루도의 잔치가 벌어질 거다.
‘그렇게 피에 취해버리는 거지.’
갓 들어온 사람들이 가장 쉽게 취해버리는 것이 바로 혈향 血香 이다.
그 마력을 저 단순무식한 놈들이 이겨나갈 리가 있나.
“후~”
운성은 준비해 두었던 새로운 담배를 피웠다.
포장지는 똑같지만, 재질은 다르다.
– 고진 苦盡
심신을 안정시킨다. 떠오르는 정신을 차분히 한다.
당연하지만 천사 쪽이 파는 풀이다.
‘떫다.’
그 이름대로 고진으로 만든 담배는 매우 떫고 맛이 없다.
하지만 운성은 최대한 표정을 관리하며 고진으로 만든 담배를 피웠다.
이렇게 자욱하게 깔린 연기는 잘못하면 운성에게도 독이 될지도 모른다.
거기다 이 고진은 또 하나의 효과가 있으니,
‘그래도 저 하루도 놈들도 이 냄새를 싫어하지.’
고진의 향은 인간이 맡을 수 없는 범위 대의 향이다.
그리고 감각이 예민한 하루도는 이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본능에 따라 굉장히 싫어한다.
너무 가까우면 덤벼들지 모르지만, 주위에 감래의 향이 뭉실뭉실 피어로는 이상 웬만하면 자신을 피해 가리라.
‘큭큭..’
웃음이 났다.
입에는 떫은맛이 가득할지언정 와 닿는 감정은 ‘달콤함’이었다.
조금 있으면 축제가 벌어질 것이다.
자신이 잘난 줄 알고 남을 부려 먹으려던 놈들이 인형 놀이판의 광대가 되는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운성은 인형놀이를 연주하는 인형 꾼이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괴뢰인형일 뿐이다.
밤의 습격은 튜토리얼과 같이 한 시간을 이어진다.
‘최고의 한 시간을 만끽하게 해주마!’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찬 곳, 그곳에서 각자가 다른 마음을 가지며 웃고 있었다.
그것은 아직 1일차 밤의 이야기였다.
========== 작품 후기 ==========
어색한 부분 지적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진감래의 마음가짐으로!
즐겁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선작부탁드립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