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224
제224화
224.
다시 찾아온 정적에 라테르탄은 난감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시비드에게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고 있었다.
아무리 시비드라 해도 이건 너무한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이런 불만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내색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라테르탄이 할 수 있는 것은 잠자코 시비드의 말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 라테르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이번 정적은 길지 않았다.
-의뢰를 하나 하지.
라테르탄이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죠.”
의뢰라는 단어에 라테르탄은 눈을 번뜩이며 답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시비드의 의뢰였다.
시비드는 보수가 후하기로 유명했다.
어떤 의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보수가 무척 기대됐다.
-강림을 죽일 수 있나?
“……예?”
라테르탄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일이 아닐 것이라 짐작하기는 했다.
그런데 강림을 죽이라니?
“혹시 이곳 지구의 지성체 강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시비드가 말한 ‘강림’이 라테르탄이 아는 ‘강림’이 아닐 수도 있다.
라테르탄은 확인차 시비드에게 물었다.
-그래.
“…….”
역시나 다른 강림이 아니었다.
라테르탄이 알고 있는 그 강림이었다.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만약 1년 전이었다면 라테르탄은 시비드의 의뢰를 재지 않고 바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라테르탄은 강림에 대해 너무나 잘 알게 됐다.
물론 직접 본 것은 아니다.
전부 전해 들은 정보 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강림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지금 라테르탄이 강림과 전투를 벌인다?
필패다.
라테르탄이 승리할 확률은 0에 수렴했다.
-역시 그렇군. 발로그나 무들린이 함께 한다고 해도 불가능한가?
“음…….”
시비드의 말에 라테르탄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투신 발로그.
노래하는 무들린.
두 존재는 사냥 포지션 참가자 중 독보적으로 강한 존재들이었다.
그 둘과 함께 한다면 강림을 죽일 수 있을까?
‘힘들 것 같은데.’
가능성이 0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0에 가까워 보였다.
그 정도로 강림이 보여준 힘은 강력했다.
“가능성이 0인 것은 아니지만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둘이 협력할 가능성이 없으니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요.”
애초에 발로그나 무들린이 시비드의 의뢰를 받을 가능성은 없다.
라테르탄이기에 의뢰를 받는 것이지 사냥 포지션 참가자가 침략 포지션 참가자들의 수장에게 의뢰를 받는다?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내 권능 일부를 떼어준다고 해도 불가능할 것 같나?
“……!”
이어진 시비드의 말에 라테르탄은 경악했다.
“고, 공허의 권능을 떼어주신단 말입니까?”
시비드는 공허의 법칙이었다.
즉, 시비드가 떼어준다고 한 권능은 ‘공허’의 권능이 분명했다.
시비드의 공허 권능은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 파괴적인 권능이었다.
-그래.
“그럼 가능합니다.”
얼마나 떼어줄지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떼어준다고 해도 공허의 권능을 이용하면 강림을 죽일 수 있다.
‘근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강림이 강해도 죽이기 위해 권능을 소모한다고?’
강림이 시비드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것은 안다.
자신의 수하들이 강림의 손에 죽었는데 어찌 가만히 두겠는가?
그러나 권능을 소모해가며 죽일 정도인가 생각해보면 아니었다.
법칙들에게 권능의 가치가 어떤지 라테르탄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즉, 권능을 소모하면서 강림을 죽이려 하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특별한 이유는 매우 위험한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하지만 위험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다른 권능도 아니고 공허의 권능이다.
라테르탄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었다.
바로 라테르탄의 ‘특성’이었다.
라테르탄의 특성을 주변 존재들은 ‘공간’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니다.
라테르탄의 특성은 ‘공허’였다.
물론 시비드의 공허와는 다르다.
시비드의 공허가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면 라테르탄의 공허는 모든 것을 ‘동화’시킨다.
당연히 동화의 기준은 라테르탄이었다.
‘격을 받는 것보다 훨씬 남는 장사야.’
라테르탄은 시비드의 답을 기다렸다.
-좋다. 권능을 줄 테니 강림을 죽여라.
시비드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시비드의 앞에 동그란 구슬이 나타났다.
구슬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포털 건너편이기 때문이다.
구슬이 포털을 지나 이곳에 등장한다면?
라테르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받거라.
그리고 시비드가 말하며 구슬을 보내왔다.
이내 포털을 통해 구슬이 등장했다.
지지직!
허용되지 않은 힘이 담겨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나 막대한 힘이 담겨 있기 때문일까?
구슬의 등장과 함께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며 스파크가 튀었다.
물론 공간의 일그러짐이나 스파크는 오래가지 않았다.
구슬에서 보라색 빛이 번쩍였고 일그러짐과 스파크가 사라졌다.
라테르탄은 구슬을 손에 쥐었고 담겨 있는 권능 크기를 확인했다.
‘이 정도나?’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권능이 담겨 있었다.
라테르탄은 놀란 얼굴로 시비드를 보았다.
-기한은 지구 기준으로 3개월 주겠다. 충분하겠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걱정 마시길.”
구슬에 담긴 권능의 크기를 보면 3개월이나 걸릴까?
아니, 그렇게 걸리지 않을 것이다.
라테르탄은 자신이 있었다.
만나면 바로 죽일 자신이.
-그럼 좋은 소식 기대하지.
시비드의 답을 끝으로 포털이 사라졌다.
포털이 사라지고 라테르탄은 다시 구슬을 보았다.
구슬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공허 권능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라테르탄은 입을 벌렸다.
그리고 구슬을 삼켰다.
구슬을 삼킨 뒤 라테르탄은 향후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델카이랑 인연이 있는 것 같던데.’
라테르탄은 델카이를 떠올렸다.
‘델카이 통해서 접근하는 게 좋겠지?’
* * *
강림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모령산에 있던 두 멸망의 근원이 남긴 권능의 핵이 날아왔다.
강림은 아공간에 권능의 핵을 넣은 뒤 법칙체를 확인했다.
기존 기능 2개가 강화됐다.
물론 그 중 강림이 기대하던 ‘예지’는 강화되지 않았다.
강화된 기능은 ‘불’과 ‘뇌전’이었다.
‘역시 이 둘이구나.’
조금 전 죽인 두 멸망의 근원 외형을 보고 예상했기에 강림은 아쉬움을 빠르게 털어내고 기감을 확장했다.
수많은 요수들의 기운이 느껴졌다.
‘온 김에 싹 정리해야겠지.’
강림은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그리고 여섯 무신기가 사방으로 퍼져 모령산에 있는 요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령산은 매우 큰 산이었다.
무신기만으로 정리하기에는 시간이 꽤 걸리기에 강림도 직접 움직이며 요수들을 정리했다.
요수들을 정리하며 강림은 생각했다.
‘지금 정보가 준비됐으려나?’
무림맹에서 새외에 있는 멸망의 근원들을 조사해주겠다고 했다.
‘안 됐겠지?’
그러나 강림이 무림맹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리 무림맹이 전력을 다해 조사를 했어도 정보가 들어왔을 것 같지 않았다.
‘사황련에 한 번 들러볼까.’
강림은 사황련을 떠올렸다.
무림맹 만큼은 아니지만 사황련의 정보력도 무시할 수 없다.
거기다 사황련의 정보력은 무림맹과 다른 분야였다.
즉, 무림맹이 모르는 정보가 사황련에 있을 수 있다.
‘그래, 마침 가깝기도 하고.’
결정을 내린 강림은 모령산 요수들을 전부 처리한 뒤 사황련으로 향했다.
‘포털 이용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사황련으로 향하며 강림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강림은 법칙체를 통해 이제 포털을 만들 수 있었다.
자세히 기억만 하고 있으면 가능했다.
문제는 ‘포털’ 기능이 생긴 이후 한번은 해당 장소에 직접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한 번만 가면 언제든 가능하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강림은 사황련에 도착했다.
도착과 동시에 강림은 기운을 발산했다.
사황련주 마성운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기운을 발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성운이 나타났다.
“헛, 강림 님이셨군요.”
마성운은 강림을 보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와 달리 표정에는 안도감이 가득했다.
‘멸망의 근원들 때문인가?’
마성운은 무장을 갖춘 상태였다.
사황련 본부에서 무장을 갖추고 있는 이유는 멸망의 근원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정보가 있을 수 있겠는데.’
강림은 기대감을 높이며 마성운에게 말했다.
“물어볼 게 있는데.”
“말씀하시지요.”
“특이한 요수들에 대해 알고 있나?”
“……역시 그 녀석들 때문에 오신 거군요.”
마성운이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여섯 파악했지요.”
사황련에서 파악한 멸망의 근원 숫자는 무림맹과 같았다.
강림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자운산, 서련호, 모령산에 있는 녀석들인가?”
무림맹과 사황련에서 파악한 멸망의 근원이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엇, 자운산과 모령산은 맞습니다만 서련호는 아닙니다.”
“……!”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무림맹에서 파악한 여섯과 같은 줄 알았다.
다행히 둘은 다른 듯했다.
“대령 산맥에 자리를 잡은 녀석들인데 하나는…….”
마성운이 설명했다.
그리고 설명을 들으며 강림은 확신했다.
‘다른 녀석들이다.’
외형, 능력이 달랐다.
강림이 앞서 잡은 여섯과 다른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강림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마성운이 이어 말했다.
“상마골 기억하십니까?”
“대령 산맥 중앙에 있는 그 상마골?”
“예.”
“거긴 왜?”
“그곳에 배교의 신물 중 하나가 숨겨져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습니다. 물론 확실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상마골의 환경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작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
이어진 마성운의 말에 강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상마골에 배교의 신물 중 하나가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이내 정신을 차린 강림이 말했다.
“지금 당장 대령 산맥에 갈 거야.”
“대령 산맥에 있는 녀석들을 죽이기 위함이신지 아니면 배교의 신물 때문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둘 다.”
멸망의 근원을 죽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배교의 신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있다면 파괴해야 한다.
그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녀석들이 신물을 들고 빠져나가기라도 하면…….’
문득 든 생각에 강림은 마성운에게 말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지. 그리고 자운산, 모령산에 있던 녀석들은 처리했어.”
“……!”
마성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강림은 마성운의 놀란 표정을 보며 곧장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대령 산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대령 산맥 상마골 입구.
“이곳에 있는 거 맞아?”
데크라마가 로드겐에게 물었다.
로드겐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천기가 이곳을 가리키고 있다.”
“그놈의 천기. 너나 모글이나 참 편하겠어. 하늘만 보면 족족 알 수 있으니.”
“천기를 읽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와 모글은 다른 천기를 읽…….”
“예, 예, 알겠습니다. 근데 여기 좀 위험한 거 아냐? 그냥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