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쾅!
다크 엘프 전사의 곡도에 야현의 걸음이 뒤로 밀려났다. 그 힘이 얼마나 억센지 손목이 시큰할 정도였다.
“크르르르.”
야현은 야월을 움켜잡으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팟!
그리고 다시 다크 엘프 전사에게로 뛰어들었다.
콰앙!
야현의 일격에 다크 엘프 전사의 몸이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그의 목을 일격에 치려는 그 순간.
쑤아아아앙!
묵직한 파음이 야현의 뒷목을 노렸다.
야현은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오는 화살을 야월로 쳐냈다.
손목이 시큰했다.
그러나 그 시큰함을 느낄 사이도 없었다.
쐐애애애액!
몇 자루의 곡도가 야현의 몸을 노리고 들어온 것이었다.
쾅쾅쾅쾅쾅!
기파가 터지며 울창한 숲을 뒤흔들었다.
“쿨럭!”
야현은 뒤로 물러나며 썩은 피를 토해냈다.
고통이 야현의 입가에 미소를 만들었다.
다크 엘프 전사, 아니 그 껍질을 쓴 마계 전사라고 칭해야 하나? 어찌 되었든 다크 엘프 전사 하나, 하나는 쉽다. 문제는 그 수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놀아 볼 재미가 있지.”
야현은 입가에 묻은 핏기로 닦지 않고 신형의 무게를 아래로 낮췄다.
“마계에서 오신 분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본인이 깔끔하게 돌려보내드리지요.”
야현의 눈동자에 검붉은 기운이 들어찼다.
십단공, 이단!
야현의 몸을 가득 채우고 있던 내력이 폭주하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오 갑자의 내력도 중원에서 찾기 힘든 내력이다.
하물며 서방 세계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내력이 두 배가 되었다.
십 갑자.
이 정도 내력이면 무림 역사에서도 찾기 어려울 내력일 것이다.
“크크크크크크.”
그 내력에 야현의 옷은 펄럭이기 시작했고, 머리카락도 내력이 만들어낸 바람에 하늘로 휘날렸다. 가뜩이나 흉폭한 기운인데 그 기운이 더욱 거칠어지고 강해졌다.
서슴없이 야현에게 덤벼들던 마계 전사의 혼, 다크 엘프 전사들도 움찔하며 쉽사리 달려들지 않았다.
“#&%$%#^$^#%$.”
그의 뒤로 주술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득 알아들을 수 없는 그 말이 마계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마계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오로지 하나.
살육!
저들을 죽이는 것이다.
죽이는 것은 쉽다.
그냥 죽이는 것도 아닌 일방적인 살육을 펼쳐야 한다.
천마를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반드시!
“크크크크크크.”
야현은 흉폭한 웃음을 터트리며 야월을 다시 들어 올렸다.
* * *
“뱀파이어가 마나라니…….”
다프니 대족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깟 뱀파이어들이 쳐들어온다고 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물론 그들이 진혈족인 이상 어느 정도 피해는 각오하였지만 말이다.
쳐들어온 뱀파이어 군대의 수가 생각보다 많아 적잖게 당황했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이곳은 자신들의 터였고, 전장이었다.
자신들의 땅에서 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그런데 새로운 왕이라는 자는 뱀파이어 일족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인간의 전유물이라 여긴 마나를 이용한 오러를 만든 까닭이었다.
섬뜩함이 등골을 파고들었다.
그래도 대족장은 어렵지 않게 당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장을 살펴보니 오러를 다스리는 이는 새로운 왕이라는 자밖에 없었다. 그것을 보자 어째서 영원할 뱀파이어 왕국의 왕이 새롭게 바뀌었는지 납득이 되었다.
저자만 죽이면 전쟁은 끝이다.
생각 이상으로 강했지만 그것도 문제는 아니었다.
“주술사들은 전사들의 혼을 깨우라.”
그 명에 다프니 족 주술사들은 마계수의 힘을 빌어 전사들의 육신에 마계 전사들의 혼을 불어넣었다. 더불어 마계의 마기까지도 함께.
진정한 다크 엘프 전사들이 눈을 뜬 것이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대족장의 눈에는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아쉬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일만의 전사 중에 마계 전사의 혼을 담을 수 있는 수는 고작 삼백 남짓.
그 수가 일천 명만 되어도 다크 엘프 족의 통일은 물론, 더 나아가 이름뿐인 왕국이 아닌 진정한 일국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어차피 오랜 옛날에 훌훌 털어버린 집념이다.
대족장은 쓸데없는 잡념을 털고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패배를 모르는 전사.
자랑스러운 전사들이…….
죽어 가고 있었다.
부릅떠진 눈에 믿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야현의 키보다 한 배 반가량 큰 다크 엘프 전사가 거무튀튀한 기운이 일렁이는 곡도로 야현의 배를 베어왔다. 야현은 검강의 크기를 줄이는 동시에 더욱 강하게 응집시키며 다크 엘프 전사의 곡도를 맞부딪혀 갔다.
차장창창창창!
마기를 담은 곡도가 흡사 유리처럼 산산이 부서졌다.
곡도가 부서질 줄 몰랐던 듯 마계 전사의 혼을 담은 다크 엘프 전사는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런 그의 눈에 야현의 사악한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마계의 대리인이라고 부른다지요?”
혼이 바뀐 다크 엘프 전사에게 그 말이 들릴 리 만무할 터, 그럼에도 야현은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 피 맛이 궁금하였는데, 본인에게 주심이 어떤지요?”
야현은 맹수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다크 엘프 전사의 목을 물었다.
“크아아아아―.”
목이 물린 다크 엘프 전사는 몸을 부르르 떨며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면서 야현을 떨쳐내기 위해 거칠게 몸부림쳤다.
차악!
그 힘이 가볍지 않아 야현은 그의 목 살점을 입에 머금은 채 그의 목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퉤!”
야현은 살점을 내뱉으며 피로 더욱 붉어진 입술을 혀로 핥았다.
“맛있어.”
그 어느 피보다 달콤했다.
어둠의 기운보다 더욱 순수한 마계의 기운 때문인지 모른다.
“그런데 독이야.”
너무나도 순수하게 어두워서다.
자신의 힘은 어둠의 기운뿐만 아니라 정심한 전진의 내공도 기반으로 한다. 그 내력이 흔들릴 정도로 마계의 기운은 한없이 어두웠던 것이다.
많지 않은 피를 마셔서 다행이지 자칫 다크 엘프 전사가 몸부림치지 않았다면 그 피 맛에 현혹되어 정도를 지나칠 뻔했다.
지금도 육체 내에서 날뛰던 마계의 기운을 겨우 달래 어둠의 기운으로 감싸 흡수하고 있었다.
“후후후.”
드러난 포악한 기세와 달리 내부는 텅 빈 것만도 못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 순간임에도 야현은 오히려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 속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허장성세(虛張聲勢).
하지만 자연스럽고 당당한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도 오만하게 보일 정도로 오연한 행동에 다크 엘프 전사들은 오히려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스으윽―
야현은 야월의 검극을 바닥에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바닥을 긁으며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크크크크크.”
서너 걸음 내디뎠을까.
갑자기 야현이 스산한 웃음을 터트렸다.
짧게 감겼다가 다시 떠진 눈.
검붉은 안광이 폭사되었다.
내부의 싸움이 끝났다.
그렇다면 다시 시작이다.
살육의 시간이.
* * *
“으으으으으.”
대족장의 눈에 핏발이 들어섰다.
핏발 선 눈 끝에는 야현이 있었다.
그의 주위로 피바람이 불었다.
늑대 사이에 선 사자의 모습인가?
아니, 사자야 맹수 중의 맹수라고는 하지만 기껏 짐승에 지나지 않는 미물일 뿐이다.
오우거.
몬스터 중의 몬스터.
최상위 포식자.
무지막지한 살육자.
현재 야현의 모습은 오우거였다.
화려한 검초도 없었다.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검초로 막는 건 부수고, 생명을 가진 것은 베었다. 포악한 오우거가 닥치는 대로 주변의 것들을 살육하는 장면이 대족장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게 허망하게 자랑스러운 다크 엘프 족의 전사, 마계의 혼을 이은 전사들의 육신이 찢기며 죽어가고 있었다.
“…….”
무어라 명령을 내려야 하지만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한 오래였다.
그런 그의 앞에 피로 흠뻑 젖은 야현이 섰다.
히죽.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흐읍.”
그 미소에 정신을 차린 대족장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치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모, 모두 죽일 참이오?”
대족장은 그의 뒤로 이어진 혈로, 그 길 위에 쌓인 전사들의 시신을 빠르게 일견하며 흔들리는 눈으로 물었다.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만이 복수를 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을 저 깊은 가슴속에 감추며 가면을 썼다.
비굴한 가면을.
대답 대신 야현은 더욱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사, 살려 주신다면 제국의 첨병으로…… 큭!”
야현은 횡설수설 말을 더듬는 대족장의 어깨에 야월을 얹었다.
“아쉽지만 모두 죽을 것입니다.”
“……!”
“그리고 다프니 족은 이 땅 위에서 지워질 것입니다.”
“어, 어찌! 어찌하여!”
“그러는 편이 다크 엘프 왕국을 좀 더 손쉽게 꿇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현은 왼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본인은 관대하고도 친절하지요? 그냥 죽여도 되는 그대에게 이리 친절히 설명을 하는 것을 보면.”
“이, 이익!”
“크하하하하하하!”
야현은 대족장의 목을 베는 동시에 광오한 웃음을 터트렸다.
“죽여라! 한 놈도 빼놓지 말고!”
야현의 명에.
“진군하라!”
“모조리 죽여라!”
힉스 공작과 헤크 공작의 명이 숲을 뒤흔들었다.
* * *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숲.
벌레들도 숨을 죽인 듯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벌레의 울음소리 대신 숲을 채운 것은 붉은색과 그 색이 뿜어내는 혈향뿐이었다.
어두운 숲, 유일하게 빛이 둥근 형태로 스며드는 곳이 있었다.
그 아래 야현이 양팔을 활짝 펴고 고개를 젖힌 채 비릿한 혈향을 만끽하고 있었다.
태양이 주는 불쾌함, 그리고 희미한 고통.
야현은 그것들이 주는 감정에 살아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태양.
뱀파이어에게 애증의 상대다.
인간이었을 때는 자신을 보듬어 주는 어미의 품이었지만 뱀파이어로 변한 뒤로는 고통을 주는 칼날이 되어버린, 애타게 갈구하지만 더 이상 다가설 수 없는 존재.
그 빛 아래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어둠의 일족이지만 성스러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유는 하나.
야현을 바라보는 뱀파이어들의 머릿속은 조금 전 끝난 전쟁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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