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크하앗!”
야현의 말에 팽무강은 쥐고 있던 환도를 버리고 팽일도에게 달려들어 그의 목을 물었다.
그리고 달콤한 음료라도 마시는 듯 정신없이 피를 빨아 마셨다.
팽일도가 더욱 지독한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축 늘어졌다.
“크하아아―.”
포만감을 느낀 것인지 팽무강은 양팔을 벌리며 기분 좋은 울음을 토해냈다.
“훗.”
야현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며 조소가 흘러나왔다.
“……!”
팽무강의 기분 좋은 울음도 잠시, 그의 눈동자가 심하게 요동치는가 싶더니 이내 그가 자신의 양손을 쳐다보았다.
손에 가득 묻은 피.
그 손아래 말라버린 팽일도가 간헐적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기억.
“아아……, 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제야 알게 된 것이었다.
“아아! 으아아아아!”
팽무강은 팽일도의 몸을 움켜잡으며 미약한 울음을 삼켰다가 거칠게 울부짖었다.
“살리고 싶은가?”
야현은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물었다.
“살리고 싶으면 그대의 피를 먹여. 그러하면 살릴 수 있다.”
“죽여버리겠다!”
팽무강의 붉은 동공에서 가지가 자라나듯 흰자위에 핏발이 섰다.
“그럴 수 있다면 그리해도 좋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자는 죽어간다.”
야현의 마지막 말에 팽무강이 움찔거리더니 다급히 손목을 이빨로 물어뜯어 팽일도의 입에 피를 쏟아냈다. 처음에는 의미 없는 행동처럼 보일 정도로 팽일도의 몸은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경련이 줄고 평온해지는가 싶더니, 좀 더 시간이 흐르자 그가 눈을 뜨며 목이 말라 죽어가던 사람처럼 팽무강의 팔을 움켜잡고 피를 빨았다.
“숙부! 숙부!”
팽무강은 지혈도 하지 않은 채 팽일도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불렀다.
“크흐으으.”
“정신이 드십니까?”
“크르르.”
“숙부!”
팽무강이 여러 말을 걸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미 없는 반응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무엇을 말하는 거지?”
야현은 다리를 꼬며 무덤덤하게 반문했다.
“숙부 말이다!”
“살아났지 않나?”
“그걸 말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야현은 미간을 좁혔다.
그러자 팽무강은 권능, 지배에 눌려 자리에서 일어나 야현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야현은 그런 팽무강의 머리에 발을 올려 지그시 눌렀다.
“크으―.”
머리가 짓눌리는 고통에 팽무강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대는 본인의 즐거운 장난감이다.”
야현은 팽무강의 머리에서 발을 내렸다.
“일어나라.”
야현의 명에 팽무강과 팽일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팽무강.”
“……!”
팽무강은 이를 갈며 야현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런 모습에 야현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그대는 그대의 숙부를 데리고 지금 자금성으로 가라.”
야현의 명에 팽무강의 눈이 흔들렸다.
“황제를 죽여라!”
야현의 명이 팽무강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반드시 그대를 죽여버리고 말겠다!”
팽무강은 바닥에 떨어진 환도를 칼집에 갈무리하며 야현을 향해 살심을 드러냈다.
“황제를 죽이면 기회를 주지.”
“크으!”
팽무강은 입술을 깨물며 몸을 돌렸다.
“갑시다, 숙부.”
“크흐으으.”
팽일도는 대답으로 들리는 울음을 내뱉으며 팽무강과 함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야현은 새 잔에 식은 차를 따라 천천히 비웠다.
탁!
야현은 찻잔을 피로 물든 식탁에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마무리를 해볼까?”
야현이 닫힌 문을 쳐다보았다.
파장창창창!
문이 부서졌다.
야현은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 * *
태화전.
넓은 대전, 주치가 용상에 앉아 대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항상 대신들로 북적이던 대전이었지만 지금은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로 모인 신하의 수는 많지 않았다. 모인 신하들의 표정도 가히 좋지 않았다.
“민란은 어찌 되었나?”
주치의 말에 검은 갑옷 차림의 팽일로가 앞으로 반걸음 나서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북경 수도군으로 북경을 봉쇄하였고, 금의군과 동창 전 병력을 이용해 민란에 가담한 자들을 모조리 추포하고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진정된 것인가?”
“아직 주동자를 추포하지는 못하였고, 간헐적인 저항이 있사오나 표면적으로 민란은 진압되었나이다.”
“일단 한시름 놓아도 되겠구나.”
“완벽한 진압을 위해서 남은 것은 오로지 시간뿐이오니 염려놓으십시오, 폐하.”
주치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하오나, 폐하! 그건 단지 북경에 한할 뿐, 지방의 피해가 막심하다 하옵나이다. 민란의 구체적 규모도 파악이 되지 않을뿐더러 지방 수령이 죽어나가기를 부지기수라 하옵니다.”
이부 상서 장보였다.
병권 개혁 전 병부 상서를 역임했던 자로 팽일로와 정치적 척을 지고 있는 이였다.
당연히 팽일로의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파였다.
“일단 급한 불을 껐으니 지방의 민란은 차차 진압해 나가면 되지 않겠느냐?”
“황망하오나 폐하! 그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니오나 이러한 사태가 발발했음에도 그 전조를 파악하지 못하고, 또한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을 긴밀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라 사료되옵나이다.”
팽일로는 매서운 눈으로 장보를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 장보는 비릿한 눈웃음으로 일견하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더욱 낭랑한 목소리로 소리 높였다.
“폐하의 치세에 천하가 태평을 누릴지언대 이런 사안이 발발했다는 것은 조정의 근본이 바로 서지 않아 그러하옵니다.”
장보의 말이 기묘하다.
“조정의 근본이 바로 서지 않았다?”
“국조의 근본을 버리고 태조 이래 정보와 군권이 한 명의 신하에게 집중된 적은 없었나이다.”
“그 점을 책하려면 그만하라.”
“황공하오나, 폐하. 소신 단 한 말씀만 더 올리겠나이다. 자금의 사태로 폐하와 신들이 보지 못한 폐단을 보았으니 바로 잡는 것은 당연지사. 단지 소신은 그 부분을 말씀 올리려는 것이옵니다.”
“폐단?”
“민란은 발발하기 전, 반드시 그 전조를 드러내 보이옵니다. 분명 그 전조가 있었겠사오나 한 명에게로 집중된 조직에서 방대한 정보를 감당할 수 없는바, 필연적으로 가감, 취사의 과정에서 이와 같이 중대한 정보가 누락된 것이 분명하옵니다.”
병조 상서였던 장보이니 그 말이 타당하게 듣길 법도 했다.
“흠.”
주치의 입에서 무거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신음에 팽일로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옵니다.”
“계속하라.”
주치는 불편한 표정을 드러낸 팽일로를 잠시 일견하며 허했다.
“군권의 일원화가 얼핏 보기에는 매우 훌륭한 조직 같사오나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옵니다.”
“……?”
“예로부터 지방 군관에게 폭넓은 권한을 준 이유는 바로 작금처럼, 민란 등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함이옵니다. 분명 지금 군관인 성도군 대장군들은 수동적인 자세로 민란에 대처하며 팽 태장군에게 현실을 타파할 수 있는 군령을 내려달라 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장보의 말에 주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말인즉슨, 그의 말이 주치의 마음을 제대로 흔들었다는 방증이었다.
“그나마 파발이 제때 도착한다면 늦었지만 그래도 차분히 민란을 진압할 수 있겠으나, 파발이 도착하지 못한다면 민란은 들불처럼 더욱 크게 번질 것이 분명하옵니다.”
“그렇다면 조정에서 각 지방군으로 파발을 보내는 것은 어떤가?”
“그것도 좋은 방도이기는 하오나 지방군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굼뜨며, 전국적으로 일어난 민란에 파발이 제 시각에 맞춰 도착할지도 의문이옵니다.”
주치는 굳은 눈으로 팽일로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마음이 더는 흔들리지 않도록 반론을 펼치라는 의미였다.
“장 상서의 말은 참으로 교묘한 간언이 아닐까 사료되옵나이다.”
팽일로는 반걸음 나서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태장군은 어느 안전이라고 그런 막말을 하는가?”
장보의 파벌 중 일인인 한 신료가 나서서 팽일로를 향해 호통을 쳤다.
“조용하라.”
주치는 혹여나 시끄러워질까 서둘러 진화하며 팽일로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었다.
“장 상서의 잘못된 주장은…….”
팽일로가 다시 말을 하려는 그때였다.
어린 환관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급히 대전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경망스럽게 뜀박질을 하는 것인가!”
장보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호통쳤다.
평소와 달리 어린 환관은 호통을 무시하고 상선 이윤에게로 달려가 다급히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 말에 이윤도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눈이 화등잔처럼 부릅떠졌다.
“그 말이 사실이더냐?”
이윤답지 않게 제법 큰 소리로 어린 환관을 다그쳤다.
“그, 그러하옵니다.”
이윤의 눈이 팽일로에게로 향했다.
심상치 않은 눈빛에 팽일로가 의문을 드러내려 할 때였다.
“막아라! 죽는 한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대전 밖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카강― 창창창!
이어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으아악!”
“크헉!”
비명이 뒤를 이었다.
그 소란에 문신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대전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끄아악!”
다시 이어진 비명과 함께,
촤악!
햇살이 스며드는 대문 창호지에 붉은 피가 튀었다.
“히익!”
“허억!”
붉은 피 위로 섬뜩한 칼날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문신들은 화들짝 안으로 몸을 움직이며 기겁성을 터트렸다.
팽일로가 서둘러 대전 문 앞으로 달려가 굳건히 섰다.
그런 그의 뒤로 그를 따르는 무신들이 자리했다.
“어서 칼을 가져오라!”
팽일로의 명에 두어 명의 무신이 대전 쪽문으로 달려 나갔다.
“뭣들 하느냐? 어서 폐하를 안전한 곳으로 모시지 않고!”
팽일로의 엄명에 다시 다섯 명의 무신들이 서둘러 대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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