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콰당!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부서지며 한 인물이 대전 안으로 튕겨들어 와 바닥에 쓰러졌다.
“크으으!”
피투성이가 된 상태에도 그 사내는 검을 지팡이 삼아 자리에서 일어나려 발버둥을 쳤다.
퍽!
그러나 날아온 소도가 이마에 박혔고, 그 힘에 장수는 뒤로 나자빠지며 쓰러졌다.
미동조차 없는 것을 보면 단숨에 절명한 것이 분명했다.
팽일로는 죽은 장수의 칼을 집어 들며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태화전으로 들어서는 두 명의 사내를 향해 짙은 살기를 끌어올렸다.
군도를 단단히 움켜쥐며 기회를 노리던 팽일로는 태화전으로 들어서는 두 사내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온몸에 힘이 풀리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유는 단 하나.
두 사내가 자신이 아는 이였고,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혈육인 장남 팽무강과 이복동생 팽일도였던 것이었다.
“어, 어떻게? 아니 네가 왜 이곳에 있느냐?”
팽일로는 피가 타는 듯한 고통을 삼키며 외쳤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팽무강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놈! 잘못을 아는 녀석이 이러는 것이냐!”
“부디 소자를 죽여주시옵소서! 부디!”
팽무강이 피 묻은 환도를 움켜잡으며 단숨에 신형을 날려 팽일로를 향해 내려찍었다.
“히익!”
팽일로는 재빨리 군도를 들어 팽무강의 환도를 막았다.
쾅!
“큽!”
칼과 칼이 마주치는 순간 팽무강의 눈이 부릅떠졌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힘에 그는 충격을 받고 뒤로 날아가 용상 아래 단에 부딪혔다.
“흡!”
팽일로는 깊게 숨을 내쉬며 다시 신형을 바로 세웠다.
엄지와 검지 사이가 저릿하며 축축한 것이 조금 전 충격에 찢어진 듯싶었다. 하지만 그런 잔 것에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죽이세요, 숙부!”
팽무강의 말에.
“크르르르르!”
팽일도가 기괴한 울음을 터트리더니 문신들 사이로 뛰어들어 칼을 마구 휘둘렀다.
격도 없고, 식도 없었다.
그저 본능에 의한 살육이랄까.
팽일로는 급한 마음에 몸을 날려 팽일도의 칼을 쳐냈다.
“크하앗!”
팽일도가 팽일로를 향해 울음을 터트렸다.
“……!”
짐승의 것처럼 송곳니는 길고 뾰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팽일도의 눈이 핏물이 든 것처럼 붉었다.
“일도야!”
“크크르르, 크학!”
팽일도는 다시 한 번 울음을 터트리며 팽일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쾅쾅쾅― 쾅쾅!
“크으!”
팽일로의 눈가에 잔경련이 일었다.
초도 식도 없는 어설픈 칼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팽일로는 압도적인 팽일도의 힘에 밀려났다.
“태장군!”
카강― 카가가강!
격한 쇳소리와 함께 다급한 음성이 용상에서 터져 나왔다.
“젠장!”
그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팽일로는 알아차렸다.
팽일로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용상이 있는 곳으로 다시 몸을 날렸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두 명의 무신들이 죽었고, 다섯 명 남짓한 무신들이 힘겹게 팽무강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죽을 때까지 은신의 삶을 살아가는 수신호위 넷이 모습을 드러내고 황제 주치를 보호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
팽일로는 입술에 피가 나도록 깨물며 팽무강의 등으로 다가가 군도를 휘둘렀다.
그 살기를 느낀 것인지 팽무강의 몸이 움찔거렸으나, 그것은 아주 잠시였다. 이내 그가 아랑곳하지 않고, 막아선 무신의 어깨를 밟으며 주치를 향해 몸을 날린 것이었다.
서걱!
섬뜩한 파음과 함께 팽무강의 등이 깊게 갈라졌다.
고통에 몸이 움츠러들 법도 하건대 팽무강은 단숨에 허공으로 몸을 날려 주치를 향해 검을 내려찍었다.
“갈!”
그동안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던 수신호위 사군자 중 ‘매’가 나서 팽무강의 검을 막아섰다.
콰앙!
팽무강의 힘을 이겨내지 못해 매의 한쪽 무릎이 바닥을 찍었다.
하지만 단 한 치도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쐐애애액!
그러는 사이 난과 죽이 팽무강의 목과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들어 갔다.
어느 하나 즉사를 면치 못하는 사혈이었다.
그 공격에도 팽무강의 눈은 주치에게서 벗어나지 않았다.
푹― 푹!
난과 죽의 검이 팽무강의 목과 심장을 파고들었다.
비록 성공의 기쁨은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일차로 막아선 매도 목과 가슴을 찌른 난과 죽도, 마지막 보루로 주치를 보호하고 있던 국도 기쁨과 안도의 눈빛을 띄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주 미약한 틈.
“크핫!”
팽무강은 그 미세한 틈을 파고들었다.
“크하앗!”
팽무강은 몸에 두 자루의 검이 꽂힌 상황에서도 환도를 들어 주치의 가슴을 향해 빛살처럼 찔러들어 갔다.
“헛!”
주치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고,
“헙!”
“……!”
주치를 보호하던 수신호위 사군자도, 그 곁을 지키고 있던 상선 이윤도 저마다 경악을 드러내거나 비명으로 심정을 터트렸다.
팽무강의 환도가 주치의 가슴을 찌르기 직전.
팟!
한 신형이 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팽일로였다.
푹!
팽일로가 주치의 몸을 가리고 그를 대신해 검을 온몸으로 막은 것이었다.
“끄으.”
팽일로의 입술에서 핏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아버지.”
팽무강이 그런 팽일로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무강아.”
“죽여주십시오. 어서 빨리!”
“무강아!”
팽일로의 목소리가 격해지자, 팽무강의 눈동자가 초점이 잃더니 급격히 표정이 바뀌었다.
팽무강은 언제 슬픔을 내비쳤다는 듯 비릿한 미소를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시작입니다.”
팽무강의 목소리.
하지만 팽일로는 알아차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눈앞의 팽무강이 아닌 야현임을.
“히익!”
팽일로는 너덜너덜해진 입술을 다시 깨물며 군도를 휘둘렀다.
서걱!
단칼에 팽무강의 목이 잘려 허공에 잠시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크하아악!”
팽무강이 죽자 팽일도가 거친 울음을 터트리며 마구잡이로 환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푸학!
팽일로는 복부에 박힌 검을 뽑아 군도와 환도를 양손에 쥐고 팽일도를 향해 다시 몸을 날렸다.
여기서 팽일도를 죽일 만한 인물은 자신밖에 없었다.
아니, 자신이 죽여야만 했다.
팽무강의 죽음과 연관이 있을까? 아니면 야현의 뜻이었을까?
팽일도는 그냥 미친 사람처럼 허공에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푹!
팽일로는 의미 없는 칼부림 속에서 군도로 그의 가슴을 꿰뚫고, 환도로 그의 목을 쳤다.
툭!
팽일도의 수급이 바닥에 떨어져 구르다가 굵은 기둥에 부딪히며 멈췄다.
쿵!
팽일로는 그런 팽일도의 수급을 한참이나 쳐다보다 무릎을 꿇었다.
“으아아아아아아!”
팽일로는 고개를 들어 울부짖다가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태장군!”
“태장군!”
살아남은 무신들이 그런 그에게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폐하!”
그 와중에 살아남은 장보가 용상으로 달려가 바닥에 엎드렸다.
“이 일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천인공노할 역모이옵니다! 팽 태장군과 그의 가문을 멸하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구족을 멸해야 할 것이옵니다!”
“폐하!”
그 뒤로 피를 뒤집어쓴 문신들이 우르르 몰려와 바닥에 엎드리며 소리쳤다.
“모, 모두 물러가라!”
“폐하!”
“이대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옵니다!”
주치가 축객령을 내렸음에도 문신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모두 물러가라 하지 않았느냐?”
주치는 그답지 않게 역정을 냈다.
“그만들 하시게.”
장보가 문신들을 타이르며 주치를 향해 몸을 한 차례 더 숙였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일단 소신이 임시 기구를 꾸려 향후 국정을 준비해놓겠나이다.”
“……그리 하라.”
지친 주치가 건성으로 대답하며 몸을 돌렸다.
“폐, 폐하.”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치가 휘청이자 상선 이윤이 그를 부축했다. 주치는 그의 부축을 받아 태화전을 나갔다. 주치의 눈치를 살피던 의관들이 서둘러 팽일로를 데려나갔다.
혈향이 짙게 벤 태화전에 남은 것은 장보를 필두로 한 문신들과 이도 저도 아니게 남아버린 무신들이었다.
“험.”
장보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곧게 세웠다.
주위에 남은 이들을 쭉 둘러보았다.
겁에 질린 문신들이야 어차피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문제 될 건 없었다.
아니, 조정 대신 팔 할이 죽어나갔는데 지금까지의 파벌이야 무슨 상관이 있으랴.
오히려 팽일로의 행보에 위기감을 느꼈기에 더욱 끈끈하게 뭉칠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험!”
“크흠.”
노쇠한 무신들, 노장군들이었다.
팽일로에게 온전히 붙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대놓고 반기도 들지 못하는, 장수라기보다는 이제는 정치꾼이 된 저들.
“뭣들 하시오?”
“음?”
“시국이 바람 앞의 등불일진대, 앞으로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셔야 하지 않겠소이까?”
정치꾼이 되었다고 한들 뼛속까지 정치꾼인 자신이 보기에는 한없이 어리석은 무치들이었다. 적당히 속을 긁어주면 된다.
지금처럼.
“험험. 우리가 할 일이 무어가 있다고.”
“아니, 노장군. 왜 그러십니까? 노장군들이 군을 단단히 잡아줘야 하지 않겠소이까?”
더욱이 병부 상서를 지냈던 터라 두루뭉술하게 인연도 맺어두었었다.
“상서께서 그리 말씀을 하신다니, 이 맹 모가 한 팔 거들지요.”
그래도 제법 친분을 나누었던 노 장군 하나가 장보의 눈빛에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임을 알아차리고 나섰다.
팽일로에게 집중된 권력.
그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물 신세가 된 것이 그들이었다.
전장에서 떠난 십수 년, 칼 드는 법도 잊은 지 오래다.
그렇다 보니 조금 전 황제를 노리는 살수가 왔음에도 제대로 그를 막아서지 못했다.
문신들만큼은 아니지만 살기 위해 우왕좌왕한 것은 사실.
말 한 마디에 목이 날아가는 조정의 정치다.
목이 날아가고 가문이 망하기 딱 좋은 구실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판을 새로 짠다면.
더욱이 황제의 목을 노렸던 것은 팽일로의 장남이자 그의 동생이 아니던가.
잘하면, 아니 분명 잃어버린 명예와 권력을 찾아올 수 있다.
“이 시국에 작은 힘이라도 된다면야 응당 조정의 녹을 먹는 신하로서 참석해야지요. 아니들 그렇소이까?”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눈치를 보던 무신들이 서로 먼저 줄을 잡겠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장보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이럴 게 아니라 한시가 급하니 어서들 나서지요.”
그리 말하고는.
“급한 대로 이부에 자리를 마련하게.”
앳된 문신에게 그리 말했다.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일단 이부로 모시지요.”
“자리가 문제인가?”
“암.”
“어서들 가세.”
장보는 마치 이들의 수장인 것처럼 크게 가슴을 펴고 태화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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