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철옹성처럼 지켜지는 총사령부는 서부 전선의 모든 것을 움직이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최고 전쟁위원회가 활발히 돌아가고 있지만 그곳은 정치 성향이 강한 후방 조직. 그 어떤 이견도 없이 서부 전선의 머리는 이곳, 총사령부다.
내가 야전으로 뛰쳐나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몽고메리 같은 놈들이 헛짓거리 못 하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군대란 본디 계급에 따라 완벽한 권력 구조가 형성되어야만 한다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내가 보직을 받지 않은 채 잠시 물러났을 때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성장했을 참모단.
자기 나라에서는 어깨 좀 펴고 다닐 동맹국 지휘관들.
그리고 실질적인 대육군의 전투를 책임지고 있는 육공의 장교들까지.
비록 대리인 격으로 참여한 이들이 많지만 여하튼, 내가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은 최근 들어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독일군 때문이었다.
실망스러웠던 동맹. 손발이 맞지 않아 분리시켜놨거늘 더욱 따로 놀게 된 타국군. 서로 간의 불신은 커져만 가고 어째서인지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든다.
‘아예 베를린을 천천히 잡을 계획이었다면 몰라도.’
이미 폴란드가 무너진 마당에 베를린마저 피해가 크단 이유로 포기할 순 없다.
“다들 왔으니, 내 예전 이야기부터 하나 꺼내봅세. 아마 다들 아는 이야기일 거야.”
질타를 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난 진심으로 이들이 나와 같은 목표를 바라보길 바랐다.
“내가 막 소령이었던 시절. 33연대를 실질적으로 이끌던 때였지. 대전쟁이 어떻게 돌아갈지 아무도 모르던 때였고, 딱 바다로의 경주에 양국이 끝없는 대치를 시작할 때였네.”
숨 돌릴 틈도 없이 우린 북부로 향했다.
조금이라도 적을 밀어내기 위해. 참호라는 새로운 구조물을 우회해 적을 공격하기 위해.
서로 생각하는 바가 똑같으니 마치 옆으로 달리며 나아가는 구도가 되었다.
“내가 북부에 도착했을 때, 아라스는 최전선이었어. 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아라스로 향했지. 우리 연대가 시작된 곳. 우리가 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던 곳이었으니까.”
훈시 따위 할 줄도 모르는 지휘관이었던 내가 당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하나 기억나는 것은 그때 우린 스스로가 불나방임은 잘 알았다는 것 정도.
“우린 아라스를 사수하다가 인근 전선이 정리가 되면 반격하게 될 상황이었네. 헌데 변수가 생겼어. 하필 적이 아라스로 몰려온 거야. 적 지휘관은 막스 폰 파벡 중장. 본인이 이끌던 군단 하나를 끌고 직접 왔었지.”
군단급 전투에 브루제 장군은 후퇴를 원했었고 나중에는 책임 회피할 준비부터 했다.
뒤늦게 아미앵 사령부가 적의 움직임을 포착했지만 지원군을 보내주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아라스 전투. 아마 다들 들어봤을 거야. 최초로 참호전의 무서움을 알려준 전투니까.”
그전에는 땅에 구덩이 몇 개 파고 들어가 엄폐하는 수준이었다면 아라스의 참호는 조잡할지언정 극단적으로 수비만을 위한 구조였다.
“파벡의 군단은 압도적인 화력과 병력을 가졌고 잘 훈련된 정예였네. 허나 내가 이겼어. 그것도 압도적인 교전 비율로.”
파벡은 독일 제국에서도 알아주는 보병 전문가였고 실제로 슐리펜 계획 당시 벨기에 주요 도시들을 점령했던 주역이었다.
그런 그가, 아르덴의 벌레한테 물려 도망쳤다.
“난 지금 내 자랑이나 하고자 부른 게 아니야. 여기서 하나 묻지. 그럼 파벡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
파벡은 아라스를 빠르게 점령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객관적으로 근거 있는 전투를 개시했었고 당시 전투 교리로는 완벽에 가까운 지휘를 선보였다.
그럼에도 졌다. 참호란 그런 것이었으니까.
‘지금 딱 우리의 상황을 보는 것 같지.’
졌던 이유야 시간이 흐르고 나선 온갖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해석하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럼 반대로 이기려면 막스 폰 파벡은 어떤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가장 먼저 내 질문에 답한 것은 한 영국 장교였다.
“존 베레커 장군의 지휘 참모로 있는 레일 윈스턴입니다. 화력 우위가 확실하니 좀 더 시간을 들여 포격을 해야 했습니다.”
“파벡은 하루 종일 사전 포격을 했었네.”
“완전히 말입니다. 2-3일에 걸쳐 적 진지가 와해 될 정도로 포격하면 되지 않았겠습니까?”
“글쎄, 시간에 쫓기는 입장과 참호의 특성을 생각하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군.”
참호 포격은 대규모이거나, 정교하거나. 둘 중 하나의 조건은 무조건 갖추어야 한다.
괜히 소형 박격포가 기관총 다음으로 핫한 아이템이었던 게 아니다.
“3군단 참모장, 오귀스트 쉬펭입니다. 단기간의 전투로 끝내려던 게 역시 패착 아니겠습니까? 그때의 지휘관들은 기관총의 무서움에 대해 몰랐을 때니까요. 또한 소총병의 낮은 숙련도, 병과들의 협동력 부족 등을 생각하면 조금씩 갉아먹으며 전진했으면 달랐을 겁니다. 설령 그 과정에서 피해가 있다 한들, 병력 우위를 생각하면 가능했을 겁니다.”
“바로 접근이 아니라, 순차적 진 격이라. 피해만 감안하면 꽤 나쁘지 않지. 그때의 우린 포병 전력이 많이 부족했었으니까.”
당시의 내가 끌어들이고 순간적인 화력으로 적의 앞을 녹인 점을 잘 캐치했다.
“허나 뒤에 더 준비된 참호가 있었다면 난 과감히 1선 참호를 버렸겠지. 그럼 불과 몇백m 전진하기 위해 적은 개짓거리를 한 상황으로 변할 테고.”
진짜 그랬다면 난 점점 비어가는 전선에서 아예 군을 물렸을 거다.
더는 이어지는 답이 없자 난 시간 끌지 않고 답을 알려줬다.
“파벡 장군은 본인이 우위에 있단 생각을 버렸으면 되네. 피해를 ‘감수’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었다고.”
파벡이 만약에 본인이 동등 혹은 불리한 위치라고 생각했다면. 거기까진 아니어도 진짜 모든 것을 걸 자신이 있었다면.
“아마 기병부터 전부 끌어모아 아라스 위와 아래부터 끊어버렸겠지. 뒤는 남겨놨을 거야. 그러고선 단순 아라스 점령이 아닌 아라스 섬멸로 작전을 바꿨다면. 그래서 처음부터 군단의 절반을 버릴 각오로 쳐들어왔다면…. 지금의 나는 없겠지.”
아무리 내가 잘 준비하고 우리 연대가 훈련되었다 한들.
‘상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후퇴하는 게 아니라면, 전멸.’
아라스는 무조건 파벡의 것이 되었을 거다. 실질적인 피해도 반까지 가지도 않았을 거고.
“난 지금 우리 연합군들의 상황을 보면 딱 파벡 중장 생각이 난다네.”
병력의 양과 질 어느 것을 따져보아도 우리가 우위에 있다. 점령해야만 할 도시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명백히 난 서두르고 있다.
이쯤 되니 다들 내가 다음 주문할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한 모양이다.
가볍게 시작한 과거 이야기가 어느새 우리들의 분위기를 이렇게까지 가라앉게 만드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실만 말합세. 적은 약한 곳을 노리고 있어. 실제로 지난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아주 잘만 먹혔고. 마치 이리가 사슴 무리를 사냥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단 말이야. 감히 우리를 먹잇감처럼 대했다고. 내가 두 눈 똑똑히 지켜보고 있는데 말이지.”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애당초 적의 전략이 먹혔다는 사실 자체가 아주 불쾌하고, 날 분노하게 만든다.
“난 아라스 이후 벨기에를 제집 앞마당 정원으로 만들어버린 파벡을 대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서부 전선에서 볼 수 없었네.”
보병 대장까지 역임했다고 들었으나 그가 다시는 야전 지휘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앞으로 베를린 점령까지는 한시적으로 지휘관의 자율권이 회수될 걸세.”
“그런!”
“그냥 앉아. 자네보다 높은 사람들하고 다 이야기가 끝난 사항이니.”
참고로 대육군이야말로 누구보다 지휘관의 자율권이 보장된 군대라고 생각한다. 현장의 판단에 의존도가 높았고, 때론 계급의 권한을 넘어선 사후보고가 만연한 군대다.
“예외는 없어. 이제는 전부 직접 통제할 테니.”
아마 잘못된 지시로. 혹은 변하는 상황에 알맞지 않은 명령으로 많은 피해가 생길 거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죽음에 관한 불만은 고스란히 전공과 따로 적립될 것이고 내게 돌아오겠지.
그래도 상관없다.
난 저 베를린을 손에 넣어야만 할 것 같다.
이 자리는 전략 회의 따위나 하려고 만든 자리가 아니었다.
확실하게, 내 손에 모두의 지휘권을 회수하는 자리였다.
“각자 위치로 돌아가서 확실하게 전하면 되네. 혹여나 날 시험하지 말길 바라. 진심으로 말이야.”
대전쟁 시절에 아군의 손에 처형당한 이들이 수천 명이었다.
비록 조프르의 10분의 1형 같은 짓은 안 하겠지만….
‘필요하다면 군기를 세워야지.’
내 리볼버는 언제나 장전되어 있다.
***
교리는 기본 교전 수칙부터 매뉴얼처럼 정해진 방식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정답에 가까울 확률을 높여 주는 것.
그게 교리다.
‘다만 신무기가 나오고 새로운 상황과 조건이 추가되면 전혀 달라지지.’
그 뒤에 새로운 교리가 쌓이겠지만 그 과정에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기존의 교리를 뛰어넘는 것.
어느 장교라도 한 번쯤은 상상하는 이것을 가장 잘하는 인간을 뽑자면, 발터 모델은 베르게르 모헬을 첫 번째로 꼽았다.
새로운 전장을 정확히 제시하고.
형성 과정, 구도를 넘어 파훼법까지 본인이 직접 보여준다.
폴란드를 성공적으로 점령하여 군단 참모장에서 지휘참모장으로 승진한 발터 모델은 한 가지 지독한 신념이 있었다.
‘모든 변수는 기동력에서 온다.’
발이 묶이는 즉시 화력이 곧 결과물이지만.
그전까지는 모든 것을 기동력이 결정한다.
모델의 기이하게 뒤틀린 사상에 모두가 그를 차량화 부대 광신자(Armee Modernisimus)라고 놀렸지만 그는 진심이었다.
이런 모델이 적의 약한 곳을 물어뜯는 계획에 적극 투입된 것은 이상하지 않은 전개였을 것이다.
그러나 모델은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어쨌든 우리가 불리하다. 가지를 치면 나무는 작아질지언정 죽지 않아.’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베르게르 모헬. 그는 기존의 교리를 무시하는 자다.
본인이 제시한 참호전을 본인이 넘어섰고, 온갖 포격 방식부터 정상적이지 않은 진격로는 상식 따위 없음을 증명한다.
‘그게 먹힌다는 게 문제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는다. 지난 수십 년간 독일을 괴롭혔던 그 이름을, 이제 여기서 막겠다.
분명 적은 변수를 보여줄 것이다.
아마 높은 확률로 기동력을 갖춘 기갑부대일 거다.
그러니 역으로 적 기갑의 위치만 잘 확인하고 혹여나 빠르게 이동하는 부대만 경계하면 변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정찰기가 한 번의 정찰보고를 위해 격추되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적 위치 파악에 희생이 늘어갔지만 모델의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적은 참지 않는다. 무조건 거침없는 반격을 위한 작전이 준비되고 있다. 그 작전은 일반적이지 않을 테고 아마 단숨에 베를린 점령까지 이어지는, 아주 말도 안 되고 과격할 것이다.
초기 대응과 한발 빠른 움직임만이 상황이 뒤집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체코 국방군이 계속 밀고 들어옵니다! 대대적인 진격입니다!”
“영연방군이 북부로 계속 투입되고 있습니다! 교전보다는 전선을 밀어내려는 것 같은데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프랑스군의 무차별 포격입니다! 이제는 가리지 않고 쏘고 있습니다. 분명 끝나는 즉시 바로 진격할 것입니다!”
엄청난 작전,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교리.
‘아, 아직 모헬의 진정한 수는 드러나지 않았다!’
지금 적은 무언가를 꽁꽁 숨기기 위해 저러는 거다. 교전 비율 따위나 따지며 희희낙락해선 안 된다.
“적 전차가 계속 밀고 들어옵니다! 이대로 적은 베를린을 포위할 생각입니다!”
분명 무언가 있어야 하는데….
하루하루 만 단위로 희생하는 이런 기이한 구조는 분명 대전쟁 시절에나 가능했던 전장인데.
“적 캐나다 3사단 전멸! 허나 곧바로 미군이 위치를 사수했습니다!”
“전선이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베를린이 적 포격 사거리 안에 들어갑니다!”
사방에서 적이 무서울 정도로 무식하게 밀고 들어온다.
‘…….’
순간 이상한 깨달음이 모델에게 다가왔다.
굳이… 모헬이 변수를 창출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인간의 감정을 가지지 못한 태생적인 악마다.
‘이, 이 미친 새끼가.’
위험성을 안고 무언가를 해, 본인들의 희생을 줄이기보다는.
그냥 동맹들을 총알받이로 앞세우고 대육군의 화력으로 밀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변수 없는 방식.
아주 전통적이고 확실하게 공장 프레스처럼 찍어 누르는 것.
변수는 지금 모델 그가 만들어야 했다.
모델은 급해졌다.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프랑스에 전역 따윈 없다-2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