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09)
“그…… 그러지 말게, 노 변호사. 우리는 동문 아닌가.”
다급한 마음에 어떻게 해서든 노형진의 마음을 돌리려고 하는 검사.
“그런 식으로 보면 우리나라 판사, 검사, 변호사 중 동문 아닌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이보게…… 한 번만 봐주게.”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나가 주십시오.”
“그러지 말고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게. 이번 일이 좋게 해결되는 것이 자네에게도 좋은 것 아닌가?”
“좋습니다.”
그 말에 얼굴이 환해지는 검사. 하지만 그다음 말은 그를 마지막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퇴거해 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으셨으니까 정식으로 주거침입으로 고발하겠습니다.”
“뭐라고?”
“주거침입 말입니다.”
“이봐.”
“제가 틀린 말했나요?”
아니다. 만일 주인이 나가 달라고 했는데도 나가지 않는다면 그건 명백하게 주거침입에 해당된다.
그리고 그걸 안 검사는 사색이 되었다.
“내일 기사를 기대하세요.”
“노 변호사!”
“무 변호사님, 당장 경찰 부르세요. 주거침입 현행범에 대한 체포를 요청하십시오.”
그 말에 검사는 절망이 뭔지 느끼기 시작했다.
다음 날.
담당 검사가 피해자 변호사의 사무실에 들이닥쳐 폭행을 가하다가 잡혀 갔다는 사실이 온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경악하고 있던 국민들은 검사가 폭행해서 사건을 무마하고자 할 정도라는 사실에 도대체 선이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사건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부담을 가지는 것은 다름 아닌 가해자들의 변호사였다.
“말이 안 통합니다.”
“그래요?”
“네, 새론이라는 곳……. 아무래도 저희에게는 부담스러운 상대입니다.”
그들도 대형 로펌이라고 하지만 대룡의 지원을 받는 새론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더군다나 새론 혼자서만 끼어든 것도 아니고 아예 대룡에서 기업 차원의 지원을 하고 있는 판국이라 어떻게 제어할 수가 없었다.
“사건 은폐라도 안 됩니까?”
“그게 무리입니다. 우리가 손쓰는 것 이상으로 대룡에서 손을 쓰고 있습니다.”
“끄응…….”
자신들은 사건을 감추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언론에 뇌물을 찔러 주고 사건의 전달을 감추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대룡이 더 많은 혜택을 주기 때문에 기자들이 들어 먹질 않았다.
아니, 애초에 대룡이 끼어들었는데 아무리 나름 대형 로펌이라고 하지만 고작 변호사 집단에 지나지 않는 그들의 부탁을 들어줄 기자는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이 봤을 때 피해자는 자신들이었다. 꼬리를 친 건 그년이라고 생각하니까.
“일단…… 최대한 여기저기 손을 쓰고 있는데…….”
“부탁드립니다.”
“법원 쪽은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겠지만…… 언론 쪽은…….”
“아버님들이 나서서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수로 말입니까?”
“법 쪽으로는 이빨도 안 먹히니 다른 쪽으로 한번 압력을 넣어 봐야지요.”
변호사의 말에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가 아는 사람이 있으니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다음 날, 노형진은 그들이 보낸 그 손님이라는 작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노형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장님은 왜 오신 겁니까?”
“노 변호사님, 아무리 그래도 지역 시민들을 위해서 조금 양보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역 시민들을 위해서요?”
“네, 이 지역이 자꾸 안 좋은 쪽으로 언론에 나가다 보니 지역 경제도 죽고 지역 이미지도 좋아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보니.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저도 공분을 감추지 못하지만 그래도 지역의 발전과 시민들의 안녕을 위해서…….”
그 후로도 잡설이 길었지만 결과적으로 말해서 그의 부탁은 지역이 안 좋은 일로 언론에 자꾸 나가는 건 지역적으로 문제가 되니 최소한 언론 플레이는 멈춰 달라는 것이다.
‘웃기네.’
하지만 그 이면을 모를 노형진이 아니었다. 저쪽에서는 지역의 이름이 더러워지는 걸 말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더 이상 가해자들의 신상이 퍼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게 시장님의 선택이십니까?”
“네?”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시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역이라……. 그래서 지역을 강간의 왕국으로 그냥 두시려고요?”
“강간의 왕국이라니요! 말이 심하십니다!”
“집단 강간이 벌어지고 그걸 덮으려는 지역을 뭐라고 표현할까요. 그럼 강간촌? 강간 자유 구역?”
“이보시오! 말이 심하지 않소!”
쾅!
노형진은 탁자를 ‘쾅’ 소리 나게 두들겼다.
“지금부터 제가 뭘 할지 알려 드릴게요. 조용히 들으세요.”
노형진의 분위기에 눌린 시장은 입을 뻐끔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 돈 많습니다. 수십억? 까짓 푼돈 없어도 됩니다.”
땅 판 돈으로 투자한 영화는 계속 대박이 나서 돈이 돈을 부르는 상황이었다.
“지금 피해자 소녀의 집을 제가 살 겁니다. 그리고 그곳을 전시장으로 만들 겁니다. 전시장 이름은 강간의 고향쯤으로 하면 좋겠네요. 그리고 개관식을 할 때 시장님의 행동에 용기를 얻어서 개관을 결심했다고 하면 유권자들이 참 좋아할 겁니다.”
“크흠…….”
“그리고 영화에도 투자해 볼까 합니다. 참 맛깔 나는 소재 아닙니까? 무려 마흔 명이나 집단 강간에 연루되었는데 영화로 쓸 만하지 않겠습니까?”
“헉!”
물론 반쯤은 진심이다. 미래에 이번 사태를 주제로 무려 두 편이나 영화가 만들어진다. 큰돈은 못 벌지만 적자는 안 본 영화다. 그거면 된다. 그 정도면 충분히 투자할 의사가 있다.
“아, 그리고 기숙사도 만들까 합니다.”
“기숙사?”
“네, 여기 보니까 땅값이 싸더라구요? 적당한 빌라 몇 개 사서 기숙사를 만들 겁니다. 그리고 특채 조건도 달아야겠네요. 강간범 출신 출소자 대환영이라고 하면 제법 많이 오겠습니다.”
“이보시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스릴 넘치는 관광지가 될 겁니다. 관광을 할 것이냐, 강간을 당할 것이냐. 전 세계 여자들이 아주 미친 듯이 몰려오겠네요. 아! 그러고 보니 기네스북 기록도 알아봐도 되겠네요. 마흔 명이나 집단 강간에 연루된 사건은 없을 것 같은데. 근데 범죄 기록이라 인증될지는 모르겠어요. 이건 어때요? 도시 입구마다 ‘마흔 명 집단 강간의 대기록. 강간의 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제가 비석을 세워 드릴게요. 물론 필요한 땅도 제가 구입하고 세우는 돈도 제가 낼게요.”
“이보시오, 노 변호사! 말이 심하지 않소!”
“뭘 이걸 가지고 심하다고 그래! 저 애는 그것보다 천배 만 배는 더 심한 꼴을 당했어! 근데 기어들어 와서 사건을 수습한답시고 가해자 편을 드는 당신들이 뭐? 심하다고?”
노형진은 살면서 그다지 화를 많이 내는 타입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화를 안 낼 수가 없었다. 아무리 범인을 지키는 게 변호사라고 하지만 그건 직업상의 어쩔 수 없는 부분일 뿐이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상식, 아니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신을 뽑아 준 시민들이 당신을 뽑은 게 강간범을 지켜 달라고 뽑은 거야, 아니면 지역 발전을 위해서 뽑은 거야?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뭐? 시민을 팔아먹어서 강간범을 지키려고 해?”
“크흑!”
시장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돈이 좋냐?”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시장은 발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개무시당하는 경험은 그로서 처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에게 존대해 줄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돈으로 싸우고 싶다면 내가 돈으로 싸워 줄게. 한번 덤벼 봐.”
그래, 법대로 하자 (1)
시장에게 한 말. 반은 농담이었고 반은 진담이었다.
아직 영화에 투자할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다른 약속, 즉 도시로 들어오는 주요 도로마다 탑을 세워서 기록하겠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지고 있었다.
“이런 미친.”
도시에 들어오는 입구에 서 있는 탑.
제대로 된 탑도 아니고 그냥 콘크리트로 굳혀서 만든 탑이다. 그리고 그곳에 써 있는 거대한 이름.
“강간의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쪽도 아니고 도로 양쪽에 웅장하게 서 있는 탑을 본 시장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아래에는 심지어 강간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과 신상이 공개되어 있었고 더 아래에는 ‘이 탑의 건립에 용기를 주신 시장님에게 감사합니다.’라는 감사의 문구까지 적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뒤쪽에 비어 있는 자리에는 ‘이 자리는 이 강간의 도시를 빛내 주신 수많은 분들을 위해서 비워 둡니다.’라고 써 있었는데 그곳에는 세 명의 이름이 써 있었다. 피해자에게 고향의 이름을 더럽혔다면서 욕했던 경찰과 노형진의 멱살을 잡았던 검찰 그리고 시장.
“당장 철거시켜!”
보고받고 부랴부랴 달려온 시장은 펄쩍 뛰었다. 그러나 비서관은 진땀을 흘리면서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럴 수가 없습니다.”
“뭐? 왜!”
“사유지인 데다가 개인의 물품입니다. 만일 파손하거나 철거시키면 모조리 배상해야 합니다.”
“뭐라고?”
불법적으로 세운 것도 아니고 자신의 땅에 자신의 돈을 들여서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는 답변.
‘이런 미친.’
설마 노형진이 진짜로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장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일은 점점 커져 가고 있었다.
강간범들에 대해서 혹독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여론은 심해져 가고만 있고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수습하려고 조금이라도 가해자 편을 들거나 가해자에게 유리한 질문을 하면 일단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된다.
물론 고발이 들어가도 확정되지 않으면 기록에 남지 않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노형진이 노린 건 그게 아니었다.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이 들어가면 일단 사건 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경찰청 내부 규칙상 관련 사건에 참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시의원들이 들고 일어나고, 장난 아닙니다. 지금 도시에 먹칠하려고 작정했느냐고요.”
노형진은 아예 대놓고 언론에 말했다, 시장에게 사건을 무마하려는 압력을 받았으며 이에 화가 나서 자신이 돈을 들여서 이런 물건을 만들었노라고.
새기는 것도 아니고 거대한 틀을 만들어서 콘크리트를 부어서 만들면 그만이기 때문에 아주 도시 곳곳에다가 도배해 주겠다고 말이다. 물론 해당 지역 시민들이 욕하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
“젠장…….”
결과적으로 이걸 철거하려면 재판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상대방은 변호사다.
“이럴 줄 알았다면…….”
시장은 후회했다. 다음 선거에서 다시 당선되기는 물 건너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예 대놓고 도시 자체를 강간의 왕국으로 각인시킨 시장을 누가 과연 뽑아 주겠는가?
“망했다.”
그는 울상이 되었다.
“빨리 잡혔군요.”
노형진은 서류를 챙기면서 피식 웃었다. 아니나 다를까, 노형진에게 고소가 들어왔다. 사유는 명예훼손과 불법 건조물.
“다급하기는 한 모양입니다.”
“그렇겠지요. 도시 자체가 강간의 왕국 취급을 받고 있으니까요.”
아마 이 도시에는 치명적인 타격일 것이다. 물론 노형진은 미안하지 않다. 애초에 저런 녀석들을 자기네 동네 사람들이라고 편들어 준 녀석들이 이 도시 사람들이다.
그런 도시를 강간의 왕국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면 뭐라고 표현한단 말인가?
“그런데 좀 과한 거 아닌가?”
“그래 보입니까?”
“그래, 언론에 공개한 것도 그렇고 그런 탑을 세운 것도 그렇고.”
남상주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노형진이 이번 사건에 감정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좀 진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냉철한 이성만이 우리를 보호해 준다고 한 사람은 노 변호사였어.”
그 말에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보호해 주지요. 하지만 상대방까지 그걸 알 필요는 없습니다.”
“뭐?”
순간 남상주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이 되었다. 상대방까지 그걸 알 필요는 없다는 게 무슨 뜻인가 몇 번 되짚어 보던 그는 깜짝 놀랐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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