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35)
더군다나 감추는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사용한다면 더더욱 감춘다고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 20년이나 지난 감춰진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능력을 자랑할 만한 홍보거리니까.
“드러냄으로써 의심받지 않는다 이거구나.”
“드러난 조직일수록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단순한 착각이지.”
노형진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어찌 되었건 이번 의뢰는 끝이야. 하지만 그들과의 전투는 제법 오래가겠지.”
“이길 수 있을까?”
“그건 모르겠어. 솔직히 신경을 안 쓰면 내가 편하기는 한데.”
자신을 죽인 것에 대한 원망?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는데 과거에, 아니 이제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 때문에 누군가를 증오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범죄는 너무 답이 없어.”
우주에서 무한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우주 그 자체와 인간의 욕심뿐일 것이다.
과거에 국민 방위군 사건이라는 것이 있었다. 6.25 전쟁 당시 지원병을 보내기 위해서 국민들을 군대로 뽑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된 것이 그들에게 가야 하는 식량과 보급품을 정부의 당직자들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모조리 빼돌리는 바람에 몇만 명이 굶어 죽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이라는 게 그렇다. 내 욕심을 채우려고 하면 남의 목숨은 아무런 가치도 없게 되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둘 수 없지.’
최재철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인 것을 알고 있는 노형진의 입장에서는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전쟁은 지금부터야.”
노형진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마이 프레셔스 (1)
“이게 뭐래요?”
아버지의 집으로 왔는데 낯선 뭔가가 있었다.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는 성모마리아상이었다.
“아는 분이 주시더구나. 골동품이라고 하던데?”
“골동품요?”
“그래, 너희 엄마가 좋아하더라.”
“그래요?”
하긴 자신은 무교이고 아버지도 무교이지만 어머니는 천주교를 믿고 계신다.
다른 사람이 무슨 종교를 가지든 신경을 안 쓰기에 가족 내 종교전쟁 같은 건 벌어지지 않지만.
“종교물로 도배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거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 싶어서 말이지.”
광신에 빠져서 집 안을 도배하는 것을 질색하는 아버지지만 어머니가 천주교를 믿고 있는데 성모마리아상 하나 두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선물이 들어온 거라고요? 이거 제법 비싸 보이는데.”
“어쩌겠냐,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아하…….”
어깨를 으쓱하는 아버지를 보고 노형진은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갔다.
자신도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아버지 역시 노형진의 투자 정보를 이용한 덕분에 재산이 1천억이 넘는 부자가 되었다.
그걸 가지고 사업을 하거나 떵떵거리면서 폼 나게 사는 게 아니라고 해도, 돈은 여러모로 삶을 바꾸게 된다.
‘만나는 사람들 자체가 달라지지.’
물론 과거에 인연이 있던 친구들과 연을 끊어 버린다는 게 아니다. 돈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돈이 있는 사람들과의 인맥이 연결된다는 소리다.
그러니 누군가 어머니를 위해서 이런 선물을 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골동품이라고요?”
“그래, 18세기 물건이라고 하더라.”
“호오.”
노형진은 그 물건을 이리저리 바라보았다.
자신이 무교이기는 하지만 천주교의 성모마리아상을 보면 절로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보관 상태가 좋네요.”
“그러니까 미안해 죽겠어. 이런 건 비싸겠지?”
“부담되시나 봐요?”
“뭐, 주니까 받기는 했는데 부담이 안 되면 거짓말이겠지. 비싼 양주라도 하나 줘야 하나?”
“아버지 양주가 비싸 봤자 이것만 못할걸요.”
“끄응.”
머리를 부여잡는 아버지.
그걸 보면서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하긴 갑자기 부자가 된 아버지시니 부자들의 씀씀이에 대해서 잘 모를 것이다.
물론 양주도 어마어마하게 비싼 게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걸 아버지가 들으면 손이 떨려서 사기는커녕 질색할 것이다.
‘아직도 양주보다는 소주를 좋아하시는 분이니.’
노형진은 그걸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리고 성모마리아상에 슬쩍 손을 대 봤다.
“너 그거 건드리다 깨면 난리 난다. 등짝 스매싱으로 안 끝나. 너희 엄마가 얼마나 애지중지하는데.”
“알아요. 내가 무슨 초등학생인가.”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이런 골동품은 진짜로 보물 중의 보물일 것이다. 확실히 척 봐도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닦여 있고 주변에는 이런저런 성물들이 있다.
“그래도 골동품이라는 게 신기하잖아요. 우리 집 1호 골동품 아닌가요?”
“그렇기는 하네. 우리가 그런 것에 관심이 있어야지.”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시선을 신문으로 돌리는 아버지.
노형진은 그걸 슬쩍 만져 봤다, 지문만 안 남는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어?’
그 순간 노형진은 움찔했다.
‘뭐지?’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읽어 낸 골동품의 기억. 그건 자신이 예상하던 게 아니었다.
‘잘못 봤나?’
18세기 성모마리아상이라면 관련된 기억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기억에 나오는 사람은 동양인이었다.
‘이상한데. 이걸 거래한 상인이 동양인인가?’
그럴 수도 있다. 이런 물건이 한국으로 오려면 거래상을 통해서 와야 하니까.
노형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기억을 읽었다.
아까와 다르게 직접 읽을 생각을 하자 본격적으로 기억이 흘러들어 오기 시작했는데, 그걸 읽는 노형진의 얼굴에는 당황함이 서리기 시작했다.
‘어, 이게 무슨……?’
동양인이 맞다. 그건 아까 자신이 본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문제는 배경이다.
만일 이게 18세기 작품이고 골동품으로 온 거라면 그 뒤에 보이는 배경은 이런 걸 거래하는 사람의 사무실이나 경매장 같은 곳이어야 한다. 그런데…….
‘공장?’
보이는 게 공장이다.
높은 천장, 철골로 된 건물 그리고 시끄러운 사람들까지. 전부 공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맞다.
더군다나 그 뒤에는 그 같은 사람이 여러 명 있고 그 주변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이건…….’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절대로 이런 비싼 골동품을 관리하거나 거래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씻지도 않은 모습으로 매달려서 이것저것 하는 사람들의 옷은 꼬질꼬질했다.
그리고 그 기억의 주인의 생각을 봐서는…….
“끄응…….”
“왜 그래? 설마 깨 먹었냐?”
“그게 아니라요.”
노형진이 신음 소리를 내자 움찔하면서 바라보는 아버지.
노형진은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곤란한 듯 중얼거렸다.
“이거…… 가짜 같은데요?”
“가짜?”
“네.”
“그분은 별말 없으셨어요?”
“아무 말 없었는데? 설마.”
“설마가 아니라…….”
그 기억 속에 있는 공장을 보면서 노형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머니가 슬퍼하시겠는데.”
* * *
“가짜라고?”
“네.”
그걸 준 사람은 상당히 당황했다.
이준식 역시 아버지처럼 지방으로 낙향해서 사는 사람이라 친목을 다지려고 그걸 선물한 것이었다. 그는 근처에 만든 자기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그럴 리가. 그건 내가 오래 거래한 곳에서 산 건데.”
“골동품 수집이 취미신가 봐요?”
“그래.”
그 역시 적지 않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 가짜를 줄 리 없다.
‘이상하군.’
처음에는 그냥 모른 척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상대방이 진짜라고 줬는데 그걸 가짜라고 가지고 가서 따지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상대방 역시 속아서 샀을 가능성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했다.
보통 선물이라고 하면 명품 가방 같은 걸 생각하지 상대방의 종교적 기념물을 생각하지 않는데, 그런 걸 챙겨 주는 사람이 알고도 가짜를 준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노형진의 말에 상당히 당황했다.
걸려서 당황한 게 아니라,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골동품이 가짜라는 거 모르셨습니까?”
“끄응…… 난 몰랐는데…….”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준식을 보면서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취미로 시작한 분이신가 보군.’
좋게 말하면 투자라고 생각하고 시작하지만 잘 모르는 상황에서 골동품이나 예술품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분한 공부를 하고 시작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가짜를 골라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럴 리가. 한두 개를 산 것도 아닌데.”
“네?”
“내가 오래 거래한 곳이라고 했잖은가. 그래서 믿고 거래한 건데…….”
“그러면…….”
노형진은 입맛이 씁쓸해졌다.
“다른 것 중에도 가짜가 있겠군요.”
순간 이준식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자신이 그곳과 거래한 게 벌써 10년째다. 그런데 가짜였다고?
“그쪽도 몰랐을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닐까?”
노형진의 아버지인 노문성은 그런 그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노형진은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요. 이런 곳은 대부분 그렇지 않아요.”
“아니라고?”
“네, 아무래도 금액이 크다 보니까요.”
골동품은 가격이 제법 많이 나간다. 당장 그가 노형진의 집에 선물한 성모마리아상도 3,500만 원이라고 했다.
“그런 걸 취급하는 업자가 그걸 못 알아본다는 건 말도 안 되죠.”
물론 사람마다 전문이 있으니 그쪽 전문가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쪽 업계는 서로 연계되어 있어서 서로서로 상대방의 물건을 감정해 주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허…….”
그렇다면 알고 팔았다는 소리다.
이준식은 허망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노형진은 왠지 씁쓸했다.
“원래 이런 쪽은 믿음으로부터 시작해서 사기로 나아갑니다.”
“뭐라고?”
“이런 고문서나 골동품 사기가 대부분 그래요.”
처음에는 진품으로 거래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믿음이 생기고 오래 거래했다 싶으면 한두 개씩 가짜를 주기 시작한다.
걸리면 자기도 몰랐다고 환불해 주면 그만이고, 안 걸린다면 계속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
“이런 걸 사서 주변에 감정을 요청하는 사람은 드물거든요.”
“끄응…….”
감정을 요청하는 것은 따로 돈도 들여야 하거니와 자신에게 어떤 비싼 물건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래처를 믿고 사지, 그 이후에 감정을 따로 하지는 않는다.
“미안하네. 난 그게 진짜인 줄 알고.”
이준식은 노문성에게 진짜 미안한 듯 얼굴을 붉혔다.
노형진의 아버지인 노문성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자네 잘못이 아닐세. 그 녀석들이 문제지.”
“그렇지, 끄응…… 내 이놈들을…….”
이를 박박 가는 이준식.
그런 이준식을 보면서 노문성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형진이 너는 그게 가짜인지 어떻게 안 거냐?”
“네?”
“너도 그다지 골동품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지 않으냐?”
“아…….”
확실히 그랬다. 자신도 아마 사이코메트리가 없었다면 그게 진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물건이니까.
“얼마 전에 사건을 해결했거든요.”
“사건?”
“네, 골동품 관련 사건이라서요 가짜 골동품을 확인하는 방법을 조금 배웠습니다.”
“으음…….”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그다지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할 만한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가짜라니…….”
“아마도 중국에서 만들어진 걸 겁니다.”
“중국?”
“네. 요 근래에 그런 일이 많다고 하더군요.”
사람들은 중국산이라고 하면 무조건 조악한 품질에 위험한 물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중국은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땅이 넓은 만큼 인재도 많은 게 중국이다. 그들이 작심하고 위조하면 알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음…… 이놈을 일단 신고를…….”
“안 됩니다.”
“뭐라고?”
당장이라도 신고해야 한다는 이준식의 말에 노형진이 반대하자 그는 어리둥절했다.
“일단 피해자부터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피해자?”
“네. 이런 사건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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