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168)
그러나 인터넷에서 그걸 본 사람들은 하고도 모른 척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악플러들을 어떻게 처리하지? 그냥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다 고소해? 개인적으로 사정이 있는 거 아니야?”
“사정? 무슨 사정? 다른 범죄라면 사정이 있을 수 있지. 배고파서 라면을 훔치거나 아이를 먹이기 위해서 분유를 훔치거나 하는 거라면 이해해. 하지만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온갖 욕설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해?”
“네가 말했잖아,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다고.”
“개인적 스트레스는 확실히 문제야. 그리고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지. 그러나 그것 때문에 죄가 용납되어서는 안 돼. 가령 누군가 스트레스를 버티지 못하고 운전 중인 운전기사를 칼로 찔렀어. 그래서 교통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었다면? 그는 스트레스 상태였으니 봐줘야 해?”
“그건 아니지.”
“마찬가지야.”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건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가 엉뚱한 곳에 풀면 그건 범죄다.
“그렇게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라면 차라리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행동을 그만두든가.”
“하긴 그러네.”
사람을 칼로 찌르면 어차피 회사에서는 잘린다.
가족이 문제라면 차라리 가족에게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하면 된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용납되는 건 아니야.”
“흠…….”
손채림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럼 고소나 고발로 해결해야 하는 거야?”
“애석하게도 그게 성공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어.”
“그렇지?”
많은 사람들, 특히 연예인들은 이러한 악플러나 범죄자의 표적이 많이 된다.
가장 흔하게 보이고, 자신들을 처벌할 정도의 권력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이라는 방패가 자신들을 보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악플러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 과거에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선처하는 분위기였지.”
온갖 거짓말로 상대방을 모욕해도 대한민국의 연예인들은 그들이 팬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참아야 했다.
결국 너무 심하다 싶으면 고소하기는 했지만, 처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모욕죄나 명예훼손은 친고죄이자 반의사불벌죄거든.”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예인들은 그렇게 자신에게 패악질을 하던 녀석을 잡아도 선처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훈계 정도에서 끝내지, 제대로 처벌한 경우가 드물다.
“하긴 그러네.”
손채림도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끔 그런 뉴스가 나오면 결국 ‘선처’라는 단어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었다.
“선처하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야. 이러한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는 처벌이 약하거든.”
결국 기껏해야 벌금 또는 집행유예 정도다.
아주 가끔 실형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상황이나 상대방이 정치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때의 이야기지, 대부분의 경우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처벌 자체가 그다지 강하지 않은 데다가 그게 언론에 나가는 경우는 없으니까.”
“그런가?”
“너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녀석이 처벌을 받았다는 뉴스 본 적 있어?”
“없는 것 같아.”
“그래. 그러니까 두려움이 안 생기는 거야.”
악플러들도 한두 번 해 본 게 아니다. 조금만 인터넷을 찾아보면 악플러 관련 처벌이 약한 것을 알 수 있다.
거기에다 언론에는 그들의 처벌이 기사화되는 경우가 없다.
그 판결이 나올 때쯤이면 이미 그 사건은 소위 말하는 떡밥으로서는 그 가치가 오래되어 상실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지.”
“다른 이유?”
“전에 말했잖아,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전 세계적으로 처벌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고.”
애초에 그런 죄목이 생긴 이유가 명예를 이유로 너도나도 결투를 해 대자 그걸 막고자 생긴 것이다.
시대가 발전하고 인류의 생각도 바뀌면서 그걸 형사적으로 처벌하기보다는 민사로 해결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당장 우리나라도 그건 마찬가지거든.”
형사로 처벌하기보다는 민사로 손해배상을 받아라, 그러한 분위기 때문에 형사적 고발이 들어가도 강한 형량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당연스러운 선처가 거의 의무화되어 있는 상황이라.”
“그러면 어쩌지?”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선처를 빙자한 요구를 차단해야지.”
맨날 잘못했다고 하면 뭐 하나, 그 이후에 바뀌는 것이 없는데.
설사 그 후에 그가 정말로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모욕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가해자가 다른 피해자를 찾아가는 경우도 많지.”
사건은 기본적으로 일대일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언론에 나가거나 하지 않는 이상 당사자 간의 소송이라는 뜻이다.
만일 가해자가 A라는 연예인을 모욕했다가 선처를 받은 후 B나 C에게 찾아가 똑같은 짓거리를 한다고 해도, 그들은 처음이라 생각하고 선처해 준다는 것이다.
“취하된 것은 전과로 남지 않으니까.”
그러니 상대방이 알 수가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그럼 어쩌지?”
“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가야지.”
“전 세계적인 추세?”
“그래, 민사.”
“그게 될까? 좀 그렇잖아. 연예인이 가해자에게 민사를 건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스러운 일이야. 형사도 제대로 못해서 취하하는 거 못 봤어?”
“알아. 그러니까 그 녀석들을 이용해야지.”
“이용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런 악플러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
“뭔데?”
“관심.”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씩 웃었다.
“관심을 원하면 관심을 줘야지.”
* * *
수찬성은 얼마 전 기자들에게 받은 쪽지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어쩌지, 씨발?”
그는 자신과 동일한 이름을 가진 배우에 대해서 악플을 달았다.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자기는 삶이 힘들어서 지치는 데 반해 그는 잘나가는 연예인이 되어서 수많은 여자들의 환호성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플을 달았는데…….
“씨발…….”
그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기자가 보낸 메일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새벽일보의 박환우 기자입니다.
귀하가 말씀하신 남자 배우 수찬성의 남창 혐의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해당 제보로 국민의 알 권리를 지켜 주십시오. 신문사에서는 해당 사건을 조사 중입니다.
쉽게 말해서 자신을 취재하고 싶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가 한 말이 다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연예인 수찬성이 남창을 한다는 증거는커녕 그와 일면식도 없다. 심지어 어떠한 접점도 없다.
단순한 질투로 글을 올린 것뿐이다.
그런데 그걸 기자들이 덥석 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쩌지…… 어쩌지…….”
인터넷에 돌아다니면서 글을 싸질렀지만 증거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어쩌지…… 어쩌지…….”
그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몇 번이나 연락이 왔고,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여보세요. 저기, 글을 삭제하고 싶은데요. 네? 자기 스스로 하라고요? 하지만 양이 너무 많다고요.”
자신이 다니는 사이트만 수십 개이고 기사들은 수백 개다. 도무지 자신이 삭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도 안 나는 것도 수두룩하다.
“씨발…… 큰일 났네.”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하다가 문득 자신에게 온 메일 하나를 발견했다.
흔적을 지워 드립니다.
흔적이라는 말. 설마 자신을 도피시켜 준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걸 열었다.
그건 스팸 메일이었다.
인터넷에 자신이 썼던 글을 찾아서 삭제해 준다는 업체.
그걸 본 수찬성은 서광이 비추는 듯했다.
“그래, 이런 곳이라면 찾아서 삭제해 줄 거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는 닉과 이름만 알려 줄 수 있다면 이들은 금방 삭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저기, 삭제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그는 사정을 말하고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희망은 얼마 안 가서 절망으로 바뀌었다.
“500만 원요?”
500만 원. 자신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런데 그 돈이 비용이란다.
-하신 말씀이 사실이라고 하면, 차라리 싼 것 같은데요? 기자들이 찾아간다면서요?
“으으으…….”
기자들에게 얼굴이 팔리면 자신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은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네…… 할게요.”
* * *
“진짜 치사한 거 알지?”
노형진은 히죽 웃었다.
“우리가 용돈 벌이 좀 하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
“잘못은 아니지만.”
“벌금으로 내는 것보다는 나을 텐데?”
“그건 그렇지.”
손채림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벌금보다는 좀 더 많기는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징벌이 될 것이다.
“그런데 삭제할 거라는 건 어떻게 안 거야?”
“악플러 대부분은 현실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지만 그 현실에 대항할 능력이 없거나 그럴 생각도 못 하는 사람들이거든.”
“그래?”
“그래. 악플러들은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활동하지. 하지만 기자들이 끼어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익명성이 깨진다는 거야.”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면서?”
“맞아. 그래서 더 이율배반적이지.”
이들은 관심을 받고 자신이 잘난 걸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지만, 그로 인해서 처벌을 받거나 자신의 현실을 침범당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그들은 누군가 자신의 현실에 적극적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겁을 먹어.”
“그래서 기자 이름으로 그런 메일을 보낸 거구나.”
“현실을 까발리는 직업 중에서 기자만큼 확실한 존재가 또 있을까?”
“하긴.”
기자가 취재해서 사회에 자신이 까발려졌을 때 그들이 입을 타격은 어마어마하다.
당장은 익명성 때문에 알려지지 않아서 이런 짓을 해도 자신을 욕하는 사람은 없다.
법적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어차피 이러한 모욕이나 명예훼손 같은 경우는 처벌이 경미해서 낄낄거리면서 나오면 그만이다.
하지만 만천하에 자신이라는 존재가 드러나고 나면 자신을 그동안 알던 사람들이 구역질 난다는 얼굴로 자신을 보게 될 것이고 사람 취급도 못 받게 될 것이다.
“확실한 증거가 있는 상태에서 말하는 거라면 모르지만 악플을 달고 그런 거짓을 말할 때 증거가 있는 경우 봤어?”
“못 봤지.”
“결국 그들의 선택 사항은 하나뿐이지.”
현실이 자신을 덮치기 전에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지우는 것.
“그러니 우리도 용돈 벌이 좀 하는 거지.”
기자를 접촉시키기 시작하자 인터넷상에서는 무서운 기세로 글이 삭제되어 갔다.
‘이런 건 흔하게 봤지.’
어떤 사이트에서 집단적으로 모욕하다가도 그 당사자가 분노가 치밀어 고소하겠다고 나서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로는 법대로 해라, 우리는 안 무섭다 하면서도 뒤에서는 자기 글을 삭제하기 바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자신이 삭제할 수 있는 자들은 서둘러서 삭제하고 있었고, 너무 양이 많아서 삭제할 엄두도 못 내는 자들은 관련 업체의 홍보 메일이 오자 미끼를 덥석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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