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58)
그리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장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음.”
노형진 역시 복사된 주주명부를 보면서 신중하게 생각했다.
내부에는 그다지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상당수 주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러던 중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상한데?”
“왜?”
“이거 봐. 사장 이름이 없어.”
“응?”
아무리 살펴봐도 최고 주주 이름들 사이에 사장인 신대욱의 이름은 없었다.
“전문 경영인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만…….”
하지만 하는 짓거리를 봐서는 전문 경영인은 아닌 듯했다.
“왠지 뭔가 자꾸 걸리는데.”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명부를 확인했다.
사실 명부라는 것은 특별한 정보를 담은 것은 아니다. 그저 누가 주주인지 정도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 갱신되지는 않았군.’
손채림을 대신해 아직 조말영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하긴 오늘 참석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걸 갱신하기 위한 것이니까.
‘이상한데.’
노형진은 주식의 이름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려 17%의 주식을 가진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한국 문화는 보통 최대 주주가 사장을 한다. 그러나 그가 사정이 있어서 못 하면 다른 사람을 시키기는 하지만…….
‘그런데 그 사람이 사는 곳이 왜 영광동이야?’
자신이 아는 영광동은 잘사는 동네가 아니다.
전형적인, 오래된 중산층이 살며 점점 몰락해 가는 곳이다.
그런 곳에 주식의 17%를 가진 사람이 산다?
‘채림이랑 비슷한 타입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노형진의 신경을 거슬리는 부분이 또 있었다.
‘도대체 여기서 왜 연금공단이 튀어나와?’
이곳에 대한 주식을 상당수 가지고 있는 곳. 그곳은 다름 아닌 연금공단이다.
연금공단이 주식 놀음으로 돈을 버는 거야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연금이 바닥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진짜 연금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주식 놀음에서 계속 실패해서 그렇다.
정확하게 말하면 연금공단의 돈을 정치인들이 쌈짓돈 파먹듯이 주식으로 파먹은 거지만.
어찌 되었건 연금공단이 여기저기 주식을 가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여기는 규모가 작은데.’
여기는 연금공단이 관심을 가지기에는 규모가 작은 곳이다.
주식회사이기는 하지만 비상장 기업이다.
상장 기업과 비상장 기업은 취급이 전혀 다르다. 그리고 연금공단이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누군지 모를 사람의 주식이 17%, 그리고 연금공단의 지분율이 20%. 다 합하면 37%군.’
전체에서 손채림의 지분을 빼고 나면 85%다. 그런데 그중 37%라면 상당히 큰 수치다.
‘거기에다 일부 주주들을 손아귀에 넣는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수치.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이들이 이번 사태의 배후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자, 이제 보셨지요? 바로 표결에 들어가겠습니다!”
사장은 약간 긴장한 듯하면서도 애써 호기롭게 외쳤다.
“황용서 씨는 미리 찬성 의사를 밝혔습니다.”
노형진의 예상대로였다. 17%의 지분을 가진 사람은 증자에 찬성.
“그리고 연금공단에서도 찬성하셨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투표.
일단 사전에 의견을 표현한 사람들에 대해서 발표하고 난 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투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몇 번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승기는 점점 회사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현재 43 대 35로 증자가 유리합니다!”
승리를 자신하면서 외치는 사장.
‘그런 식으로 흔들리는 사람들을 꼬시겠다 이건가?’
두 집단의 표를 합하면 78%. 거기에 아직 손채림이 내지 않은 15%를 합하면 93%가 된다.
아마도 나머지 7% 소액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건 거래형 주식일 것이다. 그러니 그게 등장할 리 없다.
결과적으로 사장 일파의 승리라는 뜻이다.
“더 이상 의견 표현하실 분 없으면 가결을 선포하겠습니다.”
노형진은 손채림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어? 왜?”
“반대해.”
“왜?”
“저들이 감추는 게 있어.”
“음.”
노형진의 말에 손채림은 잠깐 고민하다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녀는 주식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노형진이 누구보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안다.
“전 반대하겠습니다.”
조용히 있던 손채림이 손을 들어 반대를 표하자 사장은 피식 웃었다.
지금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는 9%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그래요? 성함이……?”
“손채림입니다.”
“손채림?”
다들 명부를 확인했다.
그런데 거기에는 손채림의 이름이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올라가지 않을 정도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가 미미하다는 뜻인데…….
“그래요? 반대요? 알겠습니다.”
가소롭다는 듯 말하는 사장과 똥 씹은 표정으로 그런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
바로 이때쯤이 노형진이 나타날 시점이었다.
“아, 주주명부에는 손채림으로 되어 있지 않을 겁니다.”
“네?”
“손채림 양의 주식은 유언에 따라서 승계된 주식입니다. 아직 주주명부가 갱신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기존 주주의 성함으로 등재되어 있을 겁니다.”
“그래요? 그러면 성함이……?”
“조말영입니다.”
그 순간 다들 얼굴이 굳었다.
조말영.
이 회사의 2대 주주이며 15%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바로 직전에 모두가 주주명부를 확인했으니 사람들이 그 이름을 모를 수가 없다.
“조말영 씨라고요?”
“네.”
“허허, 말도 안 되는…….”
사장은 현실을 부정하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서 갑자기 조말영이 왜 튀어나온단 말인가?
그가 알기로 회사가 생긴 이후 단 한 번도 주주총회에 참석한 적이 없는 사람인데.
“여기, 법원의 허가서와 유언장 사본입니다.”
어차피 갱신하기 위해서 온 것이기 때문에 노형진은 이미 신분을 증명할 모든 서류를 구비해 놓고 있었다. 그러니 그것들을 제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보다시피 법원의 허가를 얻어 주식을 승계했으며, 그와 관련된 세금 역시 완납했습니다.”
“허억.”
“그러므로 15%의 주식은 손채림 양의 주식이 맞습니다.”
“어…… 어…… 그러면…….”
사장은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듯 말을 더듬거렸다.
그러나 이미 현실은 확정되었으니 뒤집을 수는 없다.
“43 대 50으로 부결되었군요.”
사장은 사회석의 양옆을 잡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대쪽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만세!”
“우와!”
“만세!”
그들은 신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이번 싸움이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턱을 문지르면서 생각에 빠졌다.
* * *
“찾으셨습니까?”
노형진은 서둘러서 회사로 온 후에 황용서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사를 부탁했다, 실제 살고 있는 동네가 어딘지.
사실 그를 찾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고문학이 찾아온 정보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그 사람 죽었는데요?”
“네?”
“1년 전에 사고로 죽었습니다.”
1년 전에 사고로 죽었다는 말에 손채림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면 그걸 물려받은 사람이 찬성한 거 아니야?”
“아니야. 그럴 수는 없지.”
노형진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왜?”
“생각해 봐. 너도 주식을 물려받았잖아?”
“아!”
주식의 권한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그 주식을 자신의 앞으로 등재해야 한다.
손채림 역시 그곳에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 노형진과 함께 여러 가지 서류를 내야 했다.
“그러면 주주명부에 그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재되어야지.”
그런데 죽은 황용서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건 말도 안 된다.
“이거, 작업 냄새가 나는데요?”
그걸 보고 있던 고문학은 약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작업요?”
“네. 보아하니 누가 바지를 세운 것 같은데…….”
여기서 바지란 진짜 바지가 아니라 바지 사장을 세웠다는 뜻이다.
“아니, 왜요?”
“그거야…….”
여전히 떨떠름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는 고문학의 표정.
노형진은 고문학이 저런 표정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누군가 세건유통을 삼키려고 한다는 뜻이군요.”
“세건유통을 삼키다니?”
“말 그대로 그 안에 있는 걸 모조리 훔치려 한다는 거야.”
“헐, 그게 가능해?”
“가능하지, 주주들의 권한이 약하다면.”
노형진은 회귀 전에 이런 사건들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으며, 지금도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소위 기업사냥이라는 방식이다.
“주식을 증자하고 그걸 싹쓸이하면 기업의 운영권을 빼앗아 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야. 그 후부터는 그 기업은 그 사람 거지. 보유 주식이 51%를 넘어간다면 사실상 개인 기업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리니까.”
노형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군가 기업을 탐내고 있는 것이다.
“누군지 알아냈습니까?”
“그건 아직…….”
“이거 위험한데.”
“왜 그런가요?”
“아직 누군지 알아내지 못했지만 상대방은 그저 그런 기업사냥꾼이 아닐 겁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주주 중에 연금공단이 있지 않았습니까? 세건유통이 주식을 상장한 곳도 아닌데 왜 연금공단이 끼겠습니까?”
두 사람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누군가 뒤에서 연금공단이 끼도록 만들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금공단을 끼게 할 정도로 파워가 강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어쭙잖은 국회의원들이 이런 부탁을 해 봐야 연금공단에서 이런 식으로 끼어들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1~2%도 아니고 무려 20%의 주식이다.
“아무래도 그 사망자의 후계자를 만나 봐야겠군요.”
가장 확실한 것은 이 사태를 알 만한 사람을 만나 보는 것뿐이었다.
* * *
“주식요?”
줄줄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던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런 거 없는데요.”
“없다고요?”
노형진이 황용서의 아들인 황대만을 만난 곳은 다름 아닌 노가다 현장이었다.
그는 이 겨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노가다를 뛰고 있었다.
“그런 거 할 돈이 있으면 어머니 병원비나 내죠.”
어깨를 으쓱하는 황대만.
‘진짜 그런 것 같은데.’
그가 사는 집은 작고 오래된 빌라다.
거기에다가 어머니는 병원에 있고, 그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노가다를 뛰고 있는 판국이었다.
“그러면 유산을 상속할 때 이야기도 듣지 못했나요?”
“상속할 유산이나 있으면 말도 안 하죠.”
어깨를 으쓱한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땀이 식기 시작하자 상당히 추운 모양이었다.
노형진은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그를 잡아당겼다.
“같이 가서 이야기하시죠.”
“하지만 일이 좀 많아서…….”
“조퇴를 부탁해 보세요.”
“그러면 일당이…….”
“제가 20만 원 드리겠습니다.”
황대만은 잠깐 고민하더니 한쪽에 서서 소리소리 지르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서 인사하고는 몇 마디 말을 나눴다.
이윽고 남자는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들기면서 뭐라고 했고, 황대만은 그런 그에게 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이쪽으로 향했다.
“유산이라도 물려받으면 한턱 쏘랍니다.”
피식 웃은 그는 수건으로 이제 거의 다 말라 가는 땀을 다시 한 번 닦았다.
“좀 기다려 주세요, 옷 갈아입고 나올 테니.”
그는 사무실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고, 잠시 후 노형진과 손채림 그리고 황대만은 조용한 커피숍에 마주 앉았다.
“그래서 아버지의 유산 중에 주식이 없느냐 이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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