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288)
한국과 외국의 다른 점. 그건 실험 대상에 있다.
한국의 경우 소비자단체가 약소해서 실험을 위해 기업에 물품을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에 반해 해외의 소비자단체들은 물품을 요청하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산다.
물품을 요청하면 공정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 사건도 그렇고.’
노형진이 손채림에게 말해 준 것이 있었다.
바로 시승용 차량 사건.
모 자동차 회사에서 기자들에게 시승 행사를 하기로 했는데, 일정에 오류가 있었는지 기자들이 현장에 갔다가 시승용 차량이라고 딱 붙어 있는 차량을 발견한 사건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제작 과정부터 따로 관리했던 것이다.
시승용이 이 지경이니 실험용 물품 청구를 받았을 때라면 더 생각해 볼 것도 없다. 그 실험 결과가 엉터리일 것은 당연한 일.
“그 부분은 우리가 도와 드릴 수 있습니다.”
“도와주신다고요?”
“네. 모든 물품은 우리가 구입해 드립니다.”
“네?”
당황하는 당직자.
한 종도 아니고, 실험 대상을 선정하기 시작하면 수십 종이 될 테고 각 브랜드마다 하게 되면 수백 종이 될 수도 있다.
그러자면 못해도 수억에서 수십억의 예산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걸 다 내주신다고요?”
“네.”
“으음.”
당직자는 약간은 곤혹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너무나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주는 것도 아니고, 물건을 선택하면 자신들이 결제만 한다고 하니까 공정성은 의심할 나위도 없다.
“도대체 왜요?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요?”
“사실은 얼마 전에 생각지도 못한 뉴스가 나왔습니다.”
노형진이 만들어 낸 뉴스지만 상관없다. 일단은 목적을 완수하는 게 우선이다.
손채림은 그 뉴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당직자는 납득이 되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쪽에서 우려할 만한 상황이군요.”
“네. 우리가 조사해서 방사능과 관련이 없다는 소식을 전한다면 편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믿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거든요.”
당직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것이 당사자가 내놓은 실험 결과를 믿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검사해 달라 이거군요.”
“양심적으로 하실 테니까요.”
“그렇지요. 그리고 우리도 어쩌면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이들의 최대 목적은 자국민의 안전이다.
그냥 헛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우려가 나온 이상 안전을 위해서라도 테스트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테스트는 오래 걸릴 겁니다. 수량이 적은 것도 아닌 데다 수많은 종류에 대해서 다 하자고 하신다면 몇 달은 걸릴 거예요.”
“아, 걱정하지 마세요. 그 부분은 우리도 감안하고 있으니까요.”
손채림은 씩 웃었다.
시간 따위는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바로 검사한다는 것.
“그러면 쇼핑하러 가 보실까요, 호호호.”
손채림은 주머니에서 노형진의 카드를 마법처럼 척, 꺼내 들었다.
* * *
“뭐라고?”
얼마 후 코리아 타임라인 단독으로 엄청난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과 유럽 사회단체들이 한국산 수입품 전 품목에 대한 방사능 검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었다.
“이거 이거, 우리나라 망하는 거 아냐?”
“설마!”
“설마가 아니야. 그쪽에서도 뭔가 걸리는 게 있으니 수억씩 들여서 검사하겠지. 안 그래?”
“끄응.”
“아, 큰일이네. 어쩌지?”
“그래도 정부에서는 괜찮다고 하잖아.”
그때, 그들 뒤에 있던 한 남자가 스윽 끼어들면서 비웃음을 날렸다.
“그 말 나왔을 때 멀쩡한 때가 있었나?”
“아, 김 부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IMF 터지기 전에도 정부는 괜찮다고, 멀쩡하다고 했어. 6.25가 터지기 전에도 정부에서는 멀쩡하다고 했고. 우리나라에서 뭔 일이 터질 때마다 정부가 한 말이 그거야. 우리는 괜찮다, 안전하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생업에 종사하라.”
이야기하던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인생이 부장보다 짧기는 하지만 그게 현실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물론 다행히 안전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쪽에서도 의심되니까 검사하는 게 당연하잖나.”
“그건 그런데…….”
“세상에 정치인만큼 못 믿을 놈도 없는 법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커피를 뽑는 부장을 보면서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나 같으면 주식 판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슬며시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서둘러 어디론가 전화하기 시작했다.
“아, 저기, 주식을 팔려고 하는데요…….”
* * *
대한민국은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다 오해 아니냐, 괜찮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찌 되었건 각 나라에서 대한민국을 노리고 있다는 느낌으로 인한 술렁거림은 지우지 못했다.
물론 각 정부는 그럴 일은 없다고 말했으나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이쯤이면 사람들의 관심이 이쪽으로 쏠린 것 같지?”
일본의 방사능 유출로 인한 대한민국의 피해.
“네, 충분히요.”
노형진은 유찬성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충분하다 못해서 넘칠 정도였다.
“이제 슬슬 팔각수에 한 방 먹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팔각수라……. 팔각수가 넘어가면 최재철은 눈이 뒤집힐 텐데.”
“그렇겠지요.”
사실 팔각수가 넘어간다고 해서 최재철에게 재산적 피해가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팔각수는 최재철과 공범이다.
그들은 최재철을 밀어주면서 성장했고, 그 덕분에 최재철이 권력의 핵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넘어가게 된다면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팔각수는 최재철을 쥐고 흔들 겁니다.”
아무리 최재철이 능력이 좋고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유찬성과 야당을 건드릴 수는 없다.
“관심은 이제 충분하다 해도, 팔각수에 한 방 먹이는 건 어떻게 할 건가?”
정작 이 관심을 팔각수로 넘기기가 어려운 상황.
노형진은 작은 노란색 장비를 꺼내 들었다.
“바로 이겁니다. 휴대용 방사능 측정 장비지요. 이걸 들고 돌아다니면서 측정할 겁니다.”
“측정?”
“네. 과연 국내에서 방사능이 측정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참 궁금하네요, 후후후.”
#뇌에 방사능을 쐤나?
따다다닥.
기계는 요란한 수치를 내면서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본 기자들과 주민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보십시오. 이거 보이십니까? 방사능 수치가 무려 안전치의 열 배입니다, 열 배! 방사능 아스팔트가 다른 곳도 아니고 애들 학교 앞에 깔려 있습니다. 이런데 뭐요? 대한민국이 방사능 안전지대라고요? 방사능은 한국으로 안 들어온다고요?”
유찬성은 목소리를 높여서 사람들에게 외쳤다.
때마침 아이들을 데리러 왔던 부모들이 그 목소리에 이끌려서 그에게 모여들었다.
“멀쩡한 길바닥에서 기준치의 열 배가 넘는 방사능 수치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안전하다는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믿을 수 있습니까? 네?”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기자들은 서둘러서 기사를 송고하기 시작했고, 주변에 있던 주민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몇몇 부모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학교로 뛰어갔다. 아직 아이가 학교에 있을 시간이었다.
“이곳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있다면 다른 지역은 어떨까요? 전국에서 이곳만 그런 걸까요? 전 정부의 말을 못 믿겠습니다!”
열변을 토하는 유찬성.
그동안 말로만 듣던 방사능이 실제로 발견된 것이라 다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손채림이 노형진을 쿡 찌르며 물었다.
“어떻게 안 거야?”
“뭘?”
“여기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거 말이야.”
“그냥. 우연히 들은 거야.”
물론 우연은 아니다. 원래도 얼마 후에 발견되는 곳이니까.
몇몇 사람들이 위험성을 생각해서 방사능측정기를 구입하여 들고 다녔는데, 그때 이곳이 발견되었다.
물론 정확한 위치는 기억하지 못해서 사람을 풀어서 찾아야 했지만, 그 존재를 증명한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이걸 통해서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거지.”
노형진이 그렇게 말하는 사이, 유찬성은 노형진의 말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재료들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떤 경로로 한국에 들어왔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자신의 고장을, 집을, 회사를 찾아 주셔야 합니다!”
유찬성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전 여러분을 위해서 토대가 되겠습니다! 정부를 믿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가족을 믿으십시오!”
그렇게 외치는 그를 보던 노형진은 문득 느껴지는 진동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완성되었습니다.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거대한 뒤집기 한판 (1)
노형진이 만든 것은 앱이었다.
‘대한민국 방사능 지도’라는 앱.
국민들이 자신의 집이나 회사 근처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서 올릴 수 있는 앱이었다.
‘최근에 핸드폰을 이용한 방사능 측정 장비의 판매량이 급증했지.’
물론 전문 장비만큼 정밀할 수야 없지만 국민들은 너도나도 그걸 사서 들고 다녔다.
그만큼 불안했고, 일부 수산물에서도 방사능이 나왔다는 소문이 돌아서였다.
전에는 자기만 알거나 카페에 올리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누구나 수치를 공개할 수 있는 앱이 생기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체계적으로 전국적인 감시망이 완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것만 노리고 그 앱을 만든 게 아니었다.
“어떤가요?”
“확실히 높네요.”
고문학은 상당히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노형진이 장비를 동원해서 측정하라고 한 곳에 갔다 왔으니까.
방사능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방사능에 심각하게 노출되었다는 뜻이다.
“불안하시면 요오드 알약을 드세요.”
“먹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네요.”
“얼마나 높던가요?”
“그나마 덜한 곳도 스무 배, 높은 곳은 마흔 배가 넘더군요.”
“생각보다 심각하군요.”
“심각? 이건 심각한 정도가 아닐세. 나라가 뒤집힐 일이야.”
모든 사람들이 다 돌아다니면서 측정한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주변에 국한된 이야기다.
그러나 노형진과 유찬성이 노리는 것은, 이러한 감시 시스템 구축도 물론 있지만 최재철에게 한 방 먹이려는 것도 있었다.
“역시나.”
“싸니까요.”
노형진이 집중적으로 살핀 곳은 다름 아닌 팔각수가 공사한 현장이었다.
그들은 신도시 건설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신도시 건설 현장에는 엄청난 양의 시멘트와 철근이 들어갔다.
바로 그 철근을 만드는 데 쓰인 것은 다름 아닌 폐철.
“그런데 말이야, 당장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응?”
뒤에서 듣고 있던 손채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왜?”
“아니, 그런 아파트에 사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아파트를 만드는 사람도 심각한 거 아냐?”
노형진은 움찔했다.
방사능의 농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지만 신도시 건설 급의 공사는 몇 달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1년, 2년, 3년, 길게는 5년까지 계속된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뭔 죄야?”
거기서 사는 사람들은 그저 거기서 나오는 방사능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최악의 경우 방사능 분진을 마시고 있는 셈이 된다.
그 말을 들은 송정한은 사색이 되었다.
“우리가 그걸 생각하지 못했구먼. 도대체 이 공사에 몇 명이나 동원된 거지?”
“글쎄요. 못해도 몇만이겠지요.”
신도시를 만들고 있으니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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