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331)
“그 정도면 대형 건설사도 타격이 클 텐데 말이지.”
김성식 역시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망할 놈들이 언제 망할지 속이 터지는군.”
“김 변호사님이 가지고 온 정보대로라면 쉽게 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요.”
송정한이 김성식이 가지고 온 정보를 언급하자 김성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라가 망해도 돈이 우선인 놈들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제가 중수부에만 있었어도 다 털어 냈을 텐데.”
“그랬으면 좋겠지만요.”
김성식이 가지고 온 정보는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최재철이 압력을 넣어서 팔각수에 대출을 알선하고 있다는 것.
“한두 푼도 아니고 수천억이 그렇게 쉽게 나갈 줄이야, 허허.”
송정한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사실 지금 팔각수의 상황을 보면 대출해 줘서는 안 된다.
기업이 부실해졌고 적자가 커서, 막말로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니까.
“그러니까 기업들이 방만 경영을 하지요. 대충 하다가 손해 봐도 로비하면 대출 나오고, 그걸로 까먹다가 정 안되겠다 싶으면 정부 지원 자금 요청하면 그만이니.”
“끄응…… 부정하지 못하겠군.”
“이래 놓고 정부가 한 말이 뭐? 샴페인을 일찍 터트려?”
피식 웃는 송정한.
“IMF 때 말씀하시는군요.”
“그래. 그때 정부와 언론에서 그렇게 난리를 쳤지.”
물론 그 당시 소비문화가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긴 했다. 하지만 주원인은 그게 아니었다.
“애초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월급으로 살아간다는 걸 통째로 무시하더군.”
“그렇겠지요.”
즉, 기업이 적절한 대가를 지급했다면 가계가 그렇게 무너질 일은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방만 경영으로 월급을 주지 않아 가계가 흔들리게 된 것은 철저하게 감춘 채로, 모든 책임을 돈을 쓴 국민들에게만 돌리려고 했다.
그래서 그때 했던 말이 바로 우리나라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것이었다.
“그놈의 샴페인은 나라가 망해도 터트리지 말라고 할 겁니다.”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요. 지금은 저놈들의 자금줄을 말리는 게 시급합니다.”
최재철과 팔각수는 일종의 상호 보완체 같은 관계다.
최재철은 권력을, 팔각수는 자금을 관리하는 것이다.
“아무리 서로 멀어졌다고 하지만 과거를 공유하는 이상 그들은 서로 떨어질 수 없을 걸세.”
“그러니까요. 그러니 지금이 중요한 겁니다.”
팔각수의 자금이 부족해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지금, 그 자금줄을 막을 수만 있다면 팔각수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
“자네 힘으로 어떻게 안 되겠나?”
송정한은 노형진을 바로 보면서 물었다.
변호사 노형진이 아닌, 미다스라 불리는 노형진의 이면.
하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무리입니다.”
물론 자신이 운영하는 자산이 적지는 않다.
그러니 그걸 투입해서 싸움을 걸면 흔들 수는 있겠지만, 그 대신 자신이 드러나게 된다.
“아차 하면 제가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음…….”
지금 정부에서 미다스를 그냥 두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게 일종의 CIA의 자금을 담당하는 기업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자국 내 정치인과 기업에 적대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한다면 그걸 캐물으려고 할 건 뻔한 일.
“그러면 우리가 드러나겠군.”
“네.”
물론 노형진이야 해외로 뜨면 그만이지만, 최재철의 성격을 봐서는 그 공격 대상에는 노형진뿐만 아니라 새론 그리고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저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돈을 써야 하겠지요.”
“그게 문제로군.”
뒷조사를 해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은 최재철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걸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막지 못하는 법이니까.
“티가 나지 않게 조금씩 조일 수는 있겠지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는 없을 겁니다.”
“후우.”
노형진의 말에 다들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대출을 얼마나 받아 갔지?”
“벌써 5천억을 받아 갔다고 합니다. 추가로 3천억을 대출해 준다고 하고요.”
“으음…….”
이미 받아 간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추가 자금은 막아야 한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아무리 새론이 규모가 커도 은행에 압력을 가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유민택과 대룡을 끼어들게 할 수도 없다.
“내부에서 뒤흔들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회의는 상당히 오래 진행되었다. 하지만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권력을 적으로 돌리니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군.”
“그러니까요.”
그들이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는 그때, 무태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혹시 내부에서 누가 고발하게 하면 안 될까요?”
“내부 고발요?”
“네. 우리가 적절한 보상만 준다고 하면 내부에서 누군가 입을 열 것 같기도 한데.”
“전이라면 확실히 가능하기는 했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무리라고 생각하네.”
김성식은 그런 무태식의 계획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어째서요?”
“내가 중수부에 있으면서 내부 고발을 한두 번 봤을 것 같나? 하지만 내부 고발이 이루어져도 대부분 흐지부지돼. 내부 고발자를 잘라 버리고 계속 진행하거든.”
“하지만 언론에 터트리면…….”
“언론이 누구 편인지 잊은 건가?”
“아…….”
무태식은 자신의 계획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알아차렸다.
내부 고발을 해서 이슈를 타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슈 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음…… 내부 고발은 불가능하다라…….”
무태식은 머리를 북북 긁었다.
“그러면 마땅한 방법이 없어 보이네요.”
“그렇지?”
상대방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이건 뭘 해도 답이 없어 보인다.
노형진은 그 말을 듣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보니 김 변호사님, 얼마 전에 내부 고발 사건 하나 해결하셨지요?”
“아, 그 사건 말인가?”
정부에서 어떤 물건을 샀는데 성능 미달의 물건이 공급되었던 사건.
워낙 성능이 부족해서 담당자가 반려시켜 버렸는데 갑자기 성능 조건이 완화되어 결과적으로 구입하게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문제는 그 완화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
원래도 그다지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기술 수준이 90년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담당자가 그걸 고발했다.
“그거 어떻게 되었나요?”
“그거야 복직했지.”
담당자는 그걸 보고 뭐가 있음을 알아채고는 그에 대해 고발했다.
심지어 그것보다 성능이 더 좋은 물건이 더 싸게 나왔는데 그건 터무니없는 이유로 반려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걸 고발하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직되었다.
김성식은 그 사건을 담당하여 복직 소송을 했고, 그 결과 복직을 할 수는 있었다.
물론 내부에서 괴롭힌다면 그거야 어쩔 수 없지만.
“흠…….”
노형진은 침묵을 지켰다.
“왜 그러나?”
“아니, 뭐든 실마리가 잡힐 것 같아서요.”
“실마리?”
“…….”
하지만 말이 없는 노형진.
다른 사람들은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노형진은 확실하게 해결책을 만들어 냈다.
“잠깐 점심이나 먹고 올까요?”
“그러지요.”
그렇게 점심을 먹고 커피까지 한 잔씩 하고 돌아와 다시 자리에 앉은 사람들.
그제야 생각이 정리됐는지 노형진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그 이후에 다른 건 조사하셨나요?”
“뭘 말인가?”
김성식을 바라보면서 묻는 노형진.
흐름이 끊어졌던 김성식은 어리둥절해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왜 해직되었는지 말입니다.”
“그거야…… 모르지.”
“역시나 그렇군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그리고 미소 띤 얼굴 그대로 말했다.
“방법이 보입니다.”
“오! 역시나!”
“그 전에 점심이나 먹고 오죠. 배고프네요.”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잡고 씩 웃는 노형진.
“우리는 먹었는데.”
“네? 어느 틈에요?”
노형진은 당황하면서 시계를 바라보다가 허망하게 웃었다.
“한번 놓친 점심은 안 오는 법이라네, 하하하하.”
“끄응…….”
그런 노형진을 보고 송정한은 크게 웃었다.
* * *
“대상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노형진이 간단하게 밥을 먹고 난 후에 다시 시작된 회의.
노형진이 한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대상을 바꾸다니?”
“저도 공익 제보자 사건을 여러 번 했지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한 사건도 많이 봤고요.”
“그렇지.”
흔한 사건이 아니기는 하지만 세상에는 양심적인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은 양심을 지켰다는 이유로 보복을 당한다.
“그런데 그 기록을 곰곰이 생각해 보다 보니 우리가 잊고 있는 법이 있더군요.”
“우리가 잊고 있는 법?”
“공익신고자보호법.”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법이 있던가?”
“작년에 생긴 법입니다.”
“아아…… 기억나네. 작년 말쯤에 시행한다는 것 같았는데, 맞지?”
“네.”
“하긴, 새로 생긴 법이니 대부분이 잘 모를 걸세.”
변호사라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니다.
새로운 법이 계속 생겨나고, 그 법도 개정되곤 하니까.
특히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법은 따로 찾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공익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지요.”
대부분의 내부 고발자, 즉 공익 신고자들은 100% 해직 당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회사의 횡포에도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 법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저항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법을 모르다 보니까 저항하지 못하는 거죠.”
“그 법으로 싸울 수 있다고?”
“네. 아마 대부분의 기업들도 그 법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있을 겁니다.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까요. 일단 당해 본 적이 없으니 대부분 전처럼 편하게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해직시키겠지요.”
“그 법으로 어떻게 싸운다는 건가?”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신고한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인사상의 불이익도 줘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그 불이익과 관련해서 싸운 적이 있나요?”
“으음…….”
김성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노형진이 뭘 말하는지 알아차렸다.
“없군.”
“네, 없습니다.”
단순히 해직했다가 복직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복직을 해도 터무니없는 업무에 발령을 보내거나 책상만 주고 담벼락을 보고 있게 하거나 하는 식으로 집요하게 괴롭히면서 나가도록 만드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모르지만 이제는 명백하게 불법이지요.”
“음…….”
“하지만 그에 대해 싸운 사람이 없는 것 같더군요.”
“그렇군……. 없지.”
송정한도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인정했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의뢰를 맡아도 딱 복직까지만 신경 쓴다. 새론도 그랬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것도 명백하게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이거든요.”
“그렇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익 신고자 대부분은 익명으로 하지요. 안 그런가요?”
“맞네.”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신고하는 순간 피해가 돌아올 걸 뻔히 알면서 대놓고 실명으로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법적으로 정부에서는 그 내부 고발자의 신원을 익명으로 처리해서 그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런데 100% 드러나지요. 그 점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그 부분은 너무 뻔해서 문제 삼지도 못했군.”
누군가 내부에서 회사에 알려 주는 것이다.
그리고 워낙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다들 신경도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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