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597)
“안 간다는 소리 하지 말라고요?”
“그래.”
양채영은 어리둥절했다.
지브토바가 자신을 러시아로 데리고 가고 싶다고 했다. 그냥 가는 것도 아니고, 아예 귀화시키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런데 가지 않을 거라는 소리를 하지 말라니?
“너는 확실히 재능이 있어. 아마 이쪽으로 간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겠지. 하지만 여전히 혼자야. 그리고 윗놈들은 자신이 당한 창피를 잊어버리는 놈들이 아니거든.”
노형진은 어린 양채영에게 말하면서도 입맛이 씁쓸했다.
고작 중 3짜리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다니.
“그러면…… 차라리 러시아에 보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아빠!”
“채영아, 아빠는 괜찮다. 너는 꿈이 있잖니. 난 네가 좋다면 그걸로 된 거야.”
“아빠를 두고 내가 러시아에 가서 운동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운동하는 게 힘들잖니?”
“그거야 그렇지만…….”
“나는 네가 러시아에 귀화해서 제대로 지원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난 싫어요!”
양채영은 울상이 되어서 외쳤다.
그리고 노형진 역시 그런 양채영의 말에 동의했다.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네? 어째서요?”
“러시아 대통령이 인재를 좋아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승패에 집착하기도 합니다.”
“네?”
두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노형진은 그들을 보면서 슬쩍 웃었다.
“그는 승리를 위해서는 뭐든 하는 타입입니다.”
“뭐든요?”
“네, 뭐든요. 승부 조작이나 도핑 같은 것까지 시키는 사람입니다.”
“헉!”
두 사람의 눈이 커졌다.
그 두 개 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즉각적으로 퇴출될 만큼 나쁜 짓이다.
“지원은 확실하게 받을 겁니다.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확실히 양채영은 외모도 그렇고 몸매도 그렇고, 상당히 서양인 체형이다.
동양인이 체조에서 불리하다고 하는 체형적인 부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소리다.
‘거기에다 동안 외모도 중요하지.’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노화가 느리다. 그래서 외국인 심판들의 눈에는 훨씬 어린 소녀처럼 보인다.
거기에다 재능이 있으니 진짜로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기억에 없는 걸 보니 아마 여기서 주저앉았겠지.’
자신이 없었다면 운동을 그만둬야 했을 테니까.
“허.”
“그러면…….”
“러시아로 가면 메달을 딸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그건 확실하지요. 하지만 그걸 제대로 인정받기는 힘들 겁니다.”
노형진은 머릿속으로 상황을 다시 한 번 상상해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아주 높지.’
러시아에서 벌인 집단 도핑 사건.
그 사건은 시기로 보면, 지금 양채영이 러시아로 떠난다고 가정했을 때 아직 한창 활동 중일 무렵 벌어질 일이다.
‘아무래도 이방인인 그녀의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명령에 저항하기는 힘들겠지.’
그러니 운이 나쁘면 메달을 따도 박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러시아에 가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아버지는 우려 섞인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금메달이 좋다고 하지만 딸이 몸 상해 가면서까지 따는 건 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남이 인정하지 않는 메달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국민들은 그걸 모르죠.”
“네?”
“양채영 양이 갈지 안 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그러면?”
“저는 지금부터 이미지 작업을 할 겁니다.”
“이미지 작업?”
“네. 때때로 국뽕은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거든요.”
두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 * *
-차라리 러시아로 가라! 개 같은 대한민국.
-씨발. 천재는 못 꺾어서 안달이 난 더러운 헬조선.
인터넷에서는 여론이 비등했다.
일부는 차라리 러시아에 가서 제대로 지원받으면서 성공하라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런 결말을 원하지 않았다.
-아직 시작도 안 한 아이를 보내는 건 좀…….
-맞아. 한국도 천재를 키울 수 있다고.
-지랄. 천재가 자기 딸내미 인생 막을까 봐 자르라고 하는 협회랑 뭔 일을 해?
-그놈이 미친놈.
-미친놈이 대부분 아닌가? ‘빙신연맹’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데?
-캬, 금메달 회식 김치찌개 클라스.
-그걸 고쳐야지, 왜 해외로 보내?
-그러면 네가 키워 주든가.
인터넷에서는 두 집단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었다.
물론 양쪽 다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그냥 휘발유를 들이붓는구나.”
사실 이렇게 충돌이 계속되는 것은 노형진이 계획한 것이었다.
슬슬 잠잠해질 만하면 기사를 터트리면서 계속 이슈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야 관심이 계속되지.”
“언제까지?”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
“국뽕?”
“그래.”
국뽕.
좋게 말하면 애국심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국수주의.
“물론 채영이가 러시아로 가도 주변에서 나쁘게 보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한국을 선택하면 훨씬 좋게 보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지 작업을 해야 하고, 이미지를 좋게 하려면 당연히 한 명이라도 더 알아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 국뽕을 일으킨 것이다.
“이제 이 싸움의 종지부를 찍어 보자고, 후후후.”
노형진은 씩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