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46)
노형진은 의심스러운 땅 주인을 추적했다.
땅을 사기 위해서는 정확한 양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수치를 들었을 때,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전국에 대략 200만 평 이상입니다.”
“미쳤군요.”
개발하는 곳은 한 곳이 아니다.
당연히 여러 곳이었고, 그렇게 모은 땅이 무려 200만 평이다. 그것도 확실하게 확인된 것만.
“우리가 찾지 못한 땅까지 염두에 두면 300만 평 이상이라 생각합니다.”
무태식은 피곤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말했다.
“그사이에 이렇게 많이 샀다는 건…….”
“아무래도 홍안수의 개인 자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노형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홍안수는 일본의 스파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국부를 효율적으로 일본에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스파이가 군사정보만 보내는 게 아니다.
현대에는 도리어 돈이 중요한 정보가 된다.
전국에서 개발되는 수많은 땅. 그곳에 들어가는 돈은 십수 년간 몇백 조는 될 것이다.
“일부는 대놓고 일본인 명의더군요.”
“아마도 그건 정보를 얻은 일본인이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군요.”
노형진의 말에 소파에 기대어 있던 무태식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뭐가 아쉬워서 일본에 정보를 넘긴 건지.”
혀를 끌끌 차는 무태식.
하긴, 그는 홍안수가 일본의 정식 스파이라는 걸 모른다.
“돈이 문제겠지요. 아무리 홍안수라고 해도 수십만 평을 살 수는 없을 테니까.”
200만 평이라고 하면 평당 40만 원이라고 해도 8천억이다.
홍안수가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 돈을 몰래 동원할 수는 없다.
“만일 재개발된다고 하면 일본으로 못해도 5조 이상의 돈이 흘러갈 겁니다.”
“후우.”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말이 5조이지, 노형진이 대동과 싸우면서 깎은 자산이 5조가 안 된다.
나라가 망할 정도의 돈은 아니라고 하지만 한국의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의 돈이다.
‘그러니까 신도시가 망하지.’
더군다나 이렇게 개발된 신도시들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돈이 빼돌려졌으니 제대로 인프라를 구축할 자금이 부족해지고, 인프라가 없으니 누가 거기에 들어오려고 하겠는가?
당장 직장이 있어야 사람들이 신도시에 간다.
하지만 직장은 모조리 서울에 몰려 있고 신도시라고 해도 서울까지는 두 시간씩 출퇴근 지옥을 겪어야 하니, 가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회사를 거기로 옮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멀쩡하게 있던 기업이 굳이 자리를 옮길 이유는 없다.
“일단 중요한 건 땅의 대부분이 차명이라는 겁니다.”
“명의자의 신분은 확인해 봤습니까?”
“이미 확인해 봤습니다. 많으면 1만 평, 적으면 3천 평 정도 되더군요. 그리고 대부분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죽거나 실종되거나…….”
“노숙자 같은 사람들이군요.”
노형진은 대충 이해가 갔다.
노숙자들의 명의를 이용해서 땅을 사 두면 대부분의 경우 추적이 불가능하다.
“어떻게, 가능하십니까?”
노형진은 고개를 돌려서 고문학을 바라보았다.
법적인 내용을 알아보는 건 무태식의 영역이지만 그 관련자들을 찾아내는 것은 고문학의 영역이다.
“충분히요. 노숙자들을 찾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실종자라고 해도, 그 가족을 찾아서 협조를 요청하면 됩니다.”
“도울까요?”
“하지 않을 리가 없죠.”
갑자기 수십억의 돈이 생기는데 말이다.
“그런데 홍안수가 보복하지 않을까요?”
“그건 힘듭니다. 홍안수가 차라리 조폭이라면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다.
더군다나 이 문제로 국회와 대판 붙게 될 사람이다.
“만일 그와 관련해서 홍안수가 실소유자나 그 가족을 겁박하게 되면 국회의원들이 가만있지 않겠죠.”
그럴 수밖에 없다. 그는 현직 대통령이다.
그런 그가 그들에게 수를 쓴다는 건, 그 땅을 산 국회의원에게도 뭔 짓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그렇게 땅을 판 사람들을 가능하면 한데 모여서 살게 할까 생각 중입니다.”
“아, 지역 경호를 하실 생각이군요.”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돈이 생긴 사람들이다.
굳이 일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대통령의 힘이 빠지는 몇 년만 지나면 그들은 안전해진다.
“만에 하나라도 대통령이 한 명이라도 죽이면 일이 커지는 거지요.”
지역에 모여서 사는 사람들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돈이 있는 지역 주민들과 돈이 없는 지역 주민은 대우가 다르죠.”
당연히 그들은 국회에 이야기할 테고, 국회는 홍안수에 대한 감시와 더불어 강력 수사를 요구할 것이다.
“홍안수는 미치겠군요.”
“확실히요.”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덕분에 우리도 돈 좀 만지고요.”
사실 노형진은 이번 일을 자기 돈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계획대로라면 들어가는 돈의 수십 배를 찾아올 수 있다.
“중요한 건 홍안수가 힘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아, 물론 일본도 좀 빡치겠지요.”
만일 일본이 무차별적으로 개발 예정지를 산다고 하면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의심스러운 땅의 대부분은 한국인 명의로 구입되었다. 아니면 기업 이름으로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좀 쇼핑할 시간일 것 같군요.”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물고 물리고
노형진은 관련 자료를 권종갑과 조상수에게 넘겼다.
그렇잖아도 자신의 뒤를 캐고 다닌다는 의심에 홍안수에게 불만이 있던 두 사람은 그걸로 홍안수를 흔들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포문은 조상수가 열었다.
애초에 조상수는 그에게 배신당한 민주수호당 소속이고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이니까.
이 정보에 따르면 현 대통령이 막대한 재개발지를 차명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이 건에 대해 명확하게 답해야 합니다.
조상수가 포문을 열자 홍안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는 자신을 밀어주는 자유신민당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자유신민당은 조심스러운 논평을 발표했다.
정확하게는, 권종갑을 비롯한 비파벌에서 선빵을 쳤다.
당연히 이건 정치적 모욕입니다. 홍안수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땅을 차명으로 구입했다는 것은 증거도 없는 모욕입니다. 민주수호당은 의미 없는 흑색선전을 그만두길 바랍니다.
“이야, 이거 역시 정치꾼들이라니까요.”
노형진은 권종갑의 논평을 보고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왜요? 그는 홍안수를 도와주는 거잖아요?”
“도와주는 게 아니라 ‘멕이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거하게 ‘멕이는’ 거죠.”
“네? 어째서요?”
“자유신민당에서 먼저 그건 헛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홍안수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당연히 부정해야 한다. 내 땅이 아니라고 말이다.
만일 여기서 내 땅이라고 해 버리면 일이 곤란하게 돌아간다.
“그런 상황에서, 자유신민당이 기존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홍안수를 공격하기도 애매해집니다.”
아마도 은근슬쩍 홍안수를 도와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홍안수의 편을 들었지요. 그러면 그 땅의 소유주임을 인정하는 순간, 홍안수는 자유신민당의 지지자들을 속인 꼴이 되는 겁니다.”
“아하! 그렇게 되겠네요. 그리고 자유신민당이 도와주기도 애매해지네요, 자기들을 속인 셈이니까?”
“그렇지요.”
고연미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홍안수는 현 상황에서 이제 부정할 수밖에 없지요.”
환장하고 미칠 노릇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보통 부정하고 나중에 슬쩍 빼돌리지 않아요?”
“맞습니다. 전임 대통령도 그랬지요.”
사기를 친 기업의 대표라는 직함이 찍혀 있는 명함이 있는데도 자기 것이 아니라고 딱 잡아떼었다.
당연하게도 퇴임한 후에는 다시 그곳을 손아귀에 넣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전에 우리가 움직일 겁니다.”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코트를 걸쳤다.
“이제 그 땅의 주인들에게 접촉해서 구입할 거니까요.”
“진짜 바쁘기는 하겠네요.”
고연미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명단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들이 진짜로 팔지 않으려고 하면 어쩌지요?”
“그러면 별수 없지요.”
진짜 충성심이 강하거나 홍안수가 두려워서 팔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짜로 수십억이 생기는데도 팔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럴까요?”
“확실합니다. 더군다나 이런 차명 계좌는 사실 홍안수와 관련이 없는 사람의 이름을 쓰거든요.”
“네?”
“수사할 때 어디부터 털겠습니까?”
당연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부터 털 것이다. 친구나 친지, 가족 등등.
그래서 차명으로 뭔가를 감출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차명의 대상자와 실질적 주인의 접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까딱 잘못하면 걸리니까.
“아마 이 명의자 대부분은 자기가 차명으로 걸렸다는 것 자체도 모를 겁니다.”
“그래요?”
“명의 도용하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요.”
당연히 그들에게 갑자기 수십억의 땅이 생겼다고 그걸 팔라고 하면 대부분 계약서에 서명할 것이다.
“그러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몇몇이 안 판다고 해도 어차피 우리가 살 땅은 넘쳐 납니다. 땅이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못 사겠죠.”
고연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노 변호사님은 우리랑 같이 안 움직이시나요?”
“아, 저는 좀 큰 건을 하려고요.”
“큰 건요?”
“네.”
노형진은 문 바깥으로 나가면서 씩 웃었다.
“인생은 큰 거 한 방이지 않습니까,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