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67)
무려 서른네 명이나 되는 강간범들이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단순 강간뿐 아니라 미군의 조직적인 은폐로 인해서 그들은 더 이상 처벌받지 않은 채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닙니다. 물론 이 나라를 위해서 희생한 군인들의 희생정신은 보답 받아야 합니다. 또한 그들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 숭고한 군인들의 희생을 이 범죄자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사용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이 사실을 알면서 주변의 군인을 그것도 한국에서 주둔했던 군인을 마냥 존경과 감사의 의미로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게 될까요?”
그건 뻔하다. 사람은 존경과 감사를 가지는 것보다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 더 빠르니까.
“결과적으로 미군이 범죄를 은폐하고 감춘 덕분에 진정으로 이 나라를 위해서 노력한 수많은 장병들이 그들과 같은 시선을 받아야 합니다. 그게 과연 손해가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요?”
갑자기 숙연해지는 분위기.
“우리는 우리를 위해서 희생한 수많은 장병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그들의 이름을 덮는 범죄자들을 단죄해야 합니다.”
“이야.”
“완전 분위기 탔어.”
드림 로펌은 완전 이겨 가는 분위기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주변에 범죄자가 있다는 공포감과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 희생된 사람들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는 죄책감이 뒤섞이면서 분위기가 자신들에게 넘어왔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정부 측 변호인이 찍소리 못 하는 거 봐요.”
“그렇게 말입니다. 호호호호.”
정부 측 변호인은 방어해야 하는 방향성도 잘못 잡은 데다가 은폐된 범죄자들이 결국 걸러지지 못하고 미국 내에서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에 어떻게 방어할지 갈피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노 변호사님,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러세요?”
“네?”
“아니, 아까부터 표정이 심각해서요.”
“사실은 어떤 소문에 관한 생각이 나서요.”
“생각?”
“한국은 이상하게 주한 미군의 범죄율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교하면 상당히 높죠. 심지어 바로 옆인 일본에 비교해서도 말입니다.”
사실 한국보다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있는 주한 미군의 범죄자가 더 많다.
“그게 이상한가요?”
“네, 이상한 일이죠. 살짝 많은 것도 아니고 세 배 이상이 난다는 건 이상한 일이니까요.”
“세 배요?”
“네.”
“확실히 다른 나라에 비해서 질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강하지요.”
노형진이 신경을 쓰는 것은 자신이 돌아오기 전에 돌았던 소문이었다.
‘아니, 소문이 아니라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 당시 미국의 기밀을 공개하던 사람이 한 명이다. 그는 미국의 추한 비밀을 알려야 한다며 기밀을 공개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주한 미군에 대한 정보였다.
‘등급제라…….’
병사들을 등급으로 나누고 그중에서 질이 좋은 사람은 유럽으로, 질이 중간급은 일본 등지로, 그리고 질이 가장 좋지 않은 사람은 한국으로 보낸다는 계획서였다.
‘하긴 그게 엄청나게 파장이 컸지.’
사실 어떻게 보면 미국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유럽은 문제를 하나 일으키면 전 유럽이 발칵 뒤집혀서 말이 많고 일본은 무마는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극동의 중요 방어선 중 하나다. 특히 미군이 제일 많은 오키나와의 경우, 반미 분위기가 강해서 조심스러웠다. 그에 반해 한국은 어떤 문제가 생겨도 정부가 은폐해 주고 주한 미군 근처 주민들도 그쪽에 생활이 예속되다시피 한 상태라 주한 미군의 범죄를 봐도 모른 척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만 억울한 셈.
“그런 말이 있어요?”
“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죠. 세상에 누구라도 문제가 될 만한 곳에 위험한 인물을 보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겁니다.”
“흠…….”
“그런데 그걸 어떻게?”
군사기밀이라면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이 군사기밀을 풀기는 했지만…….’
그 당시 그것이 군사기밀이라고 한 적은 없었다.
“그냥 소문이 그래서요. 비밀 해제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말에 엠버가 눈을 번쩍 떴다.
“혹시 기밀 해제 된 서류를 뜻하는 거 아니에요?”
“기밀 해제? 아!”
그 말에 노형진은 기억이 났다.
“맞다! 기밀 해제 된 서류!”
기밀 해제 된 서류란 일종의 가치의 한계다. 일반적으로 모든 군사 관련 서류들은 기밀로 처리한다. 하다못해 그날 식단조차도 대외비라는 이름으로 보호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보호 기간이라는 게 있다. 30년 전의 식단이 지금은 의미가 없듯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군사 서류 중 상황이 종료됐거나 의미가 없어진 것들은 기밀 해제가 되어 공개된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문제는 그 안에 엄청난 양의 서류가 있다 보니 대부분 해제가 되도 찾지 못한 채로 방치되면 잊히기 마련이다.
“분명 그 안에 뭔가 있었어.”
지금이야 한국 사람들이 그 존재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 안에는 전쟁 당시에 벌어진 생생한 보고를 포함한 여러 가지 정보들이 넘쳐났다. 그래서 그 안에서만 잘 찾아도 충분한 정보가 나올 정도였다. 가끔은 현대에도 유지되고 있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이게 다 그거라고요?”
기밀 해제 된 보안 서류의 양은 엄청나다. 더군다나 이 모든 게 죄다 서류로 되어 있다. 그 모든 것이 매년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미국이 뭐가 좋다고 그걸 정리해서 나중에 알아보기 쉽게 만들겠는가?
“이걸 찾을 생각은 아니지?”
남상주는 얼굴이 해쓱해진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찾아야지요.”
“그래도…… 이건…….”
“국가를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생각보다 쓸 만한 게 많을 겁니다.”
“쓸 만한 거라니?”
“별별 정보가 다 있기 마련이거든요.”
이 안에는 개인적인 서신이나 전리품부터 한 국가의 약점이 될 만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일본의 약점도 이 안에서 나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먼 미래는 생각해 보지 않아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뭔가 일본의 약점이 될 만한 문건이 나왔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거, 제대로 팀을 꾸려서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쩌면 이건 보물산이 될지도 모르는 곳.
하지만 남상주는 그 압도적인 양에 질려서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아…… 난 모르겠네.”
“걱정 마세요. 저 혼자 찾을 테니까.”
“혼자? 이 안에서? 이 사람아 그게 사람이 할 짓이야?”
“네, 전 가능합니다.”
“허…….”
남상주는 혀를 내둘렀다. 척 봐도 제대로 정리된 것도 아닌 엄청난 양인데 그 안에서 찾겠다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합니다. 후후후.”
노형진은 씩 웃었다.
“헉헉…… 빡세다…….”
노형진이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 서류에 있는 기억을 읽어 내는 것이다. 원래는 그걸 일일이 다 읽어서 내용을 확인해야겠지만 기억을 읽어 내면 금세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상당히 오래 걸리고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이었다.
“자네…… 이걸 다 찾아낸 건가?”
완전히 초주검이 된 노형진이 의자에 널부러진 채로 축 늘어져 있자 다가온 남상주의 눈이 여느 때보다 더 커졌다. 차곡차곡 쌓여 있는 엄청난 양의 서류들 때문이었다.
“하하하…….”
“이게 다 우리 소송과 관련된 것들이라고?”
“그건 아니고요.”
처음에는 소송에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찾다 보니 그것보다는 다른 것에 관련된 것들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노형진은 차마 그걸 버릴 수가 없었다.
“이건 미군이 그 당시 친일파로 분류한 한국 정치인들의 명단입니다.”
“음…….”
그걸 받아 든 남상주는 얼굴을 찌푸렸다. 익숙한 이름들이 여럿 보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일제시대에 일본 놈들이 한국에서 계획적인 학살을 했다는 증거고요. 또 이건 6.25 전쟁 때 미군 내에서 벌어진 한국 국민에 대한 전쟁범죄에 대한 정보들입니다.”
서류들을 밀어서 주던 노형진은 마지막 물건을 들고 씩 웃었다.
“그리고 이게 우리가 찾던 놈이죠. 후후후.”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노형진은 자신이 찾던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이 싸움의 승패를 나눌 열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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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하겠습니다.”
다시 시작된 소송.
노형진은 증거를 바리바리 싸 들고 현장으로 향했다. 자신들이 아무리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드바이스는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에서도 이번에 작심하고 나온 것 같은데요?”
전보다 숫자가 늘어난 인원들을 보면서 엠버는 얼굴을 찡그렸다.
“지난번에 그렇게 졌으니까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런데 있잖습니까. 그래 봤자예요.”
아무리 숫자가 많아 봐야 그들이 다 발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에는 그냥 말장난하는 것일 뿐이다. 삼백 명의 변호사가 있다고 해서 삼백 명이 다 일하는 건 아니니까.
“우리는 대한민국을 최고우방으로 대우해 왔습니다.”
드디어 입을 연 미국의 변호사. 그는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말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대한민국을 최고의 우방으로 대우해 줬는데 소송하는 싸가지 없는 놈들이라는 것.
‘쯧쯧…… 어쩌다가 저런 녀석이 나온 거지?’
상식적으로 저런 변명이 여기에 먹힐 리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저런 식으로 발언한다는 건 실력이 없다는 뜻이다.
‘아니, 잠깐…… 뭔가 이상한데.’
개인 소송도 아닌 집단 대 집단으로 벌이는 소송, 그것도 상대는 미국 정부다. 그런 쪽에서 저런 변호사가 나올 리가 없다.
‘뭔가 노리는 게 있군.’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리고 그 내면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는 사이 상대방 변호사는 진짜 노형진도 생각하지 못한 공격을 시도했다.
“그 부분을 입증하기 위해 한국 측에서 파견된 노형진 씨를 증인으로 요청합니다.”
“엥?”
“나?”
사람들의 시선이 모조리 노형진에게 모였고 노형진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자신이 증인이 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뭐지? 압박이라도 넣으려는 건가?’
확실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별로 효과가 없는데?’
그는 미국 변호사가 아니라서 뒤에서 조언해 줄 수 있을지언정 전면에 나설 수는 없다. 즉, 그의 발언은 이 사건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는 소리였다.
“노형진 씨, 안에 있습니까?”
“네.”
노형진이 앞으로 나서자 법원 직원은 그를 증인석으로 안내했다.
‘이거 참, 생소한 경험일세.’
지금까지 증인으로 나선 적이 없었던 노형진이었기 때문에 왠지 증인석에 서서 바라보는 세상이 참 달라 보였다.
“증인은 선서하세요.”
“선서……. 증인은…….”
노형진이 선서를 마치고 나자 정부 측 변호인이 다가와서 노형진을 노려보았다.
“증인, 증인은 한국 사람이 맞습니까?”
“네.”
“그럼 증인은 우리 미국이 수많은 희생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을 해방시켜 준 것을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만.”
“‘네, 아니요.’로만 답하세요.”
말하려는 찰나, 그는 노형진의 말을 끊어 버렸다. 그러자 노형진은 그들의 계획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네, 아니요.’로만 답하는 방식은 증인이 변명하거나 쓸데없이 말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그런 목적으로 쓰기보다는 자기들이 원하는 답을 받아 내기 위해 쓴다는 것이다. 가령 그 장소에 있었냐는 질문에 ‘네.’라고 하면 그 사람은 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를 범인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척 보아하니 상대방은 자신들이 희생해서 한국을 도와줬는데 배은망덕하다는 식으로 공격할 모양이었다.
‘하긴 미국은 사람 아닌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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