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728)
자본주의의 몰락 (2)
아무리 변명하고 항변한다고 해도 그들의 행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그들이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미다스는 우리 쪽에서도 적지 않은 수익을 가지고 가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소송 전에 모조리 털어 냈지만, 어찌 되었건 미다스와 마이스터가 의료 회사에 투자했던 것은 분명 사실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쪽에서 손실이 있다고 해도 이쪽에서 수익으로 보충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건 말장난입니다. 아실 텐데요? 이런 사업과 투자의 기본은 믿음입니다.”
보험사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놈들이 주주를 상대로 사기를 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 주주를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것은 보험사를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것보다 쉽다.
보험사는 환자 기록이라도 넘겨받지, 주주는 그냥 결산 보고서만 받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어떤 믿음을 가지고 거래를 하란 말입니까?”
노형진의 말에 상대방은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알게 모르게 주주들을 속였겠지.’
한국의 기업들도 분식 회계를 해 가면서 주주들을 속이는 판국에 미국의 기업이 안 할 리 없다.
물론 그 속임수에 살짝 속이느냐 아니면 아예 병신을 만드느냐 수준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주식회사들은 주주에게 어느 정도 속임수를 쓴다고 봐야 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거였다면 도대체 우리는 왜 만나자고 한 겁니까?”
아무리 봐도 미다스는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미다스, 아니 노형진이 만나고자 한 것에 대해 대표들은 짜증스럽다는 표정이 되었다.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넘쳐 나는데 이런 시간을 내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무리인 상황이니까.
“여러분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약간의?”
“여러분들, 지금 환자들 때문에 곤란한 상황 아닌가요?”
“끄응…….”
노형진이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엠버는 노형진의 말에 따라 환자들을 포섭해서 병원의 부도덕 행위로 인해 보험이 정지된 이상 그 책임을 병원에서 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원에서는 그 요구를 받아들여 병원에서 치료비를 감당하도록 판결했다.
사실 미국 재판부의 입장에서도 그것 말고는 다른 판단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두 개 병원이 정지된 게 아닌 상황에서 아무 잘못도 없는 환자에게 돈을 감당하라고 하면 사망자가 몇십만 명 단위로 나올 수도 있는 일이고, 그러면 최소 정권이 뒤집어지거나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당연히 각 병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 판결에 따라 치료를 계속해야 했다.
“문제는 거기에 들어가는 약품이나 소모품의 가격이지요.”
“후우.”
미국의 의료 카르텔에는 당연히 그걸 생산하는 공장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나마 소모품 같은 경우는 가격이 그다지 비싸지는 않다. 공산품이니까.
하지만 의약품의 경우는 진짜 가격이 미쳐 날뛰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게 뭡니까?”
“간단합니다. 우리 미다스의 사회 지원 기업 중에는 제약 회사가 있지요.”
“제약 회사? 아!”
정확하게는 노형진이 특허의 허점을 이용해서 만든 제약 회사다.
새로 독립한 가난한 나라였던 동티모르, 그곳은 새로운 독립국이라는 특성상 제대로 된 조약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당연히 특허 관련 조약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그곳에서 노형진은 복제 약을 생산해서 빈국에 제공함으로써 그동안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치던 다국적 제약 회사들에 엿을 먹인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약은 가격이 싸지요.”
노형진은 싱글거리며 웃으며 말했다.
“그걸 미국에 공급할 수 있다면 여러분들에게 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장난합니까?”
“절대 못 할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어차피 로비스트들에게 주는 돈은 어마어마할 텐데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뭐, 우리가 빈국에 뿌리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팔 건데, 그러면 적당한 이득을 남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살짝 눈빛이 흔들리는 사람들.
노형진이 뭘 말하는지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적당한 도움을 주신다면 저희도 적당히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거지요.”
“큭.”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파멸이 거의 확정적이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그들의 삶은 지옥행이다.
악마 같은 보험사들의 변호사들이 최후의 동전 1센트까지 모조리 털어 갈 테니까.
“하지만 남의 거라면…… 뭐 손대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만일 그들의 이름으로 재산이 있다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길거리에서 살아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남의 이름이라고 하면 그들은 최소한의 삶은 유지된다는 거다.
‘인간은 망할 것 같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기 마련이지.’
노형진이 노리는 게 그거다.
저들에게 ‘지푸라기’를 던져 주는 것.
“로비스트들을 통해 해당 제약 회사에서 나오는 약들을 미국에서 팔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지금까지 노형진은 그 동티모르에서 나오는 약을 미국에 팔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제약 회사들의 어마어마한 로비 때문에 쉽지 않았다.
물론 노형진이 공격적으로 로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어차피 약값은 세계 복지 재단을 통해 부자들이 내니까.
‘하지만 미국이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
돈이 넘치는 미국. 그 미국을 공략할 수 있다면 노형진의 입장에서는 약간 욕심을 부려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판매 허가가 나오면 결과적으로 미국에 있는 제약 회사들도 타격이 크다.’
기회가 된다면 그가 그곳을 먹어 버릴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내에서 동티모르산 약의 판매를 허가받아야 하는데…….
‘나 혼자 로비할 필요가 없지.’
지금 다급한 건 병원들이다.
그들이 로비하면 통과는 생각보다 쉽게 될지도 모른다.
농담이 아니라, 당장 대부분의 병원들이 기브업 직전일 테니 단 한 푼이라도 줄이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동티모르산 약은 확실히 어마어마한 비용 절감을 가지고 올 것이다.
“원래 가격의 50% 가격에 드리지요.”
“장난합니까? 원가를 우리가 다 아는데.”
“우리도 땅 파서 장사하는 거 아닙니다.”
사실 제대로 준다고 하면 10% 가격에만 팔아도 어마어마하게 남을 것이다.
당연히 그 원가를 아는 저들이 그 조건을 받아들일 리 없다.
“그 대신에 10%는 돌려드리지요.”
“뭐요?”
“기존의 50% 가격에 드리고, 그중 10%는 돌려드린다고요. 계좌를 지정해 주신다면 말입니다.”
만일 기존에 들어가던 약의 가격이 한 알에 1만 원이면 5천 원에 공급해 주고, 그중 천 원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거다.
물론 불법이다.
‘하지만 동티모르에 있는 회사를 조사할 거야 어쩔 거야?’
애초에 동티모르는 모든 게 주먹구구인 나라다.
전산도 제대로 깔려 있지 않으니 추적은 절대 쉽지 않다.
“으음…….”
그 말에 대표들은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게 절대 작은 돈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그 돈이 있으면 자신들의 파멸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최소한 그 돈이 있으면 온 가족이 길바닥에서 홈리스처럼 살 필요도 없어진다.
“원하시면 안전한 나라로의 이민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안전한 나라?”
“그렇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주택도 임대해야 되겠지요.”
그래야 법원에서 그걸 못 빼앗아 갈 테니까.
“끄응…….”
파멸이 코앞에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 누구를 놀리느냐고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정의감이 강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이런 짓거리를 하지도 않았겠지.’
몰랐다고 하더라도, 경영인이 되는 순간 그걸 멈췄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전문 경영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그러한 사기를 계속해 왔다.
즉, 이들은 지극히 이기적인 속성을 가진 자들이라는 거다.
‘애초에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약간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다고 했지.’
그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연구다.
그런데 조금만 사회생활을 해 보면 다 알게 된다.
남을 밟고 올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하는 게 사회이고, 특히 자본이 우선인 기업은 당연한 일이니까.
“20%.”
불쑥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순간, 방금 전만 해도 썩은 동태눈이던 사람들의 눈에서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망하는 회사? 거기에서 일하는 직원들?
그런 것들은 그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주머니로 들어올 돈이다.
“10%입니다.”
“다른 부속들도 미다스가 지정하는 회사에서 사 오는 걸로 하고 20%는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그 조건으로 13%까지 올려 드리지요.”
“그건 너무 적습니다. 우리 쪽도 로비하려면 돈이 제법 들어서요.”
“어차피 여러분들의 돈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로비로 날리나 소송으로 날리나 마찬가지인 거라서 막 퍼 주는 상황인 걸 제가 모르는 것도 아닌데요.”
어차피 여기서 아껴 봐야 징벌적 배상으로 모조리 빼앗길 판국이라 저들은 아주 막나가는 중이다.
그러니 저들의 자금이 들어간다는 건 개소리다.
“으음…….”
잠깐 고민하는 대표들.
그러던 중에 누군가가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우리가 정리 해고까지 하고 가지요. 그 대신에 18%를 주십시오.”
“흐음…….”
노형진은 그 말에 살짝 구미가 당겼다.
미국에서 의사나 간호사의 연봉은 어마어마하다.
‘하긴 그게 좀 문제이기는 하지.’
만일 병원을 인수하게 되면 그들을 그대로 넘겨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그 연봉도 그대로 인수하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건 좀 더 낮은 가격에 병원을 운영하려고 하는 노형진에게 짐이 된다.
‘하지만 해직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
이 상황대로라면 전국에 있는 수백 개 병원이 동시에 파산이나 매각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당연히 구직 시장에 수많은 의사들이 쏟아질 테고, 그 사실을 안 의사들은 마음이 다급해질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말은 그들이 재취업할 때 연봉을 상당 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일자리는 없는데 일할 사람만 넘쳐 나는 상황이면 누구든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미 잘린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의사이기 때문에, 보험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의사이기 때문에 보험이 없는 상황에 더욱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까.
만일 노형진이 병원을 인수하려고 한다면 그들이 연봉을 가지고 태클을 걸 수 있지만, 현재의 상황을 이유로 해직되면 법적으로도 명백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명백한 경제적 위기이니까.
‘그리고 연봉이 빠진 만큼 우리가 인수할 때 가격도 낮출 수 있고.’
노형진은 싱긋 웃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지만 이쪽에서는 더 내세울 조건이 있었다.
“추가로 병원의 매각 시 저희를 우선 협상 대상으로 할 것. 그 조건으로, 15%로 하지요. 더 이상의 협상은 없습니다.”
그 말에 대표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써서 로비해 보지요.”
그들의 눈에서는 광기가 번득거렸다.
***.
그들의 로비는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얼마 후 미국에서 해당 약들의 수입 허가가 났다.
멍하니 구경하다가 당한 미국의 제약 회사들은 난리가 났지만 이미 통과된 법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병원들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약값 때문에 병원은 파산 직전이었고, 그걸 막거나 늦추지 못한다면 환자가 죽을 수 있다고 겁을 잔뜩 줬으니까.
“허.”
유민택은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