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97)
우발적 살인 (1)
오선하의 실종 신고는 같이 연극을 하던 사람들이 해 줬다.
그리고 그동안 가출로 접수되어 있던 오선하에 대해 경찰은 눈에 불을 켜고 수색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서세영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말했다.
자신들이 신고하긴 했지만 그래도 뭐랄까, 너무 설레발을 치면서 요란하게 털어 댄다고나 할까?
“우리가 무서워서 그래.”
노형진은 자신들에게 사전 청취를 하고 떠나는 경찰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가 무섭다고? 뭐가? 우리가 잡아먹기라도 한대?”
“엄밀하게 말하면 새론이 무서운 거지.”
“이해가 안 가는데.”
“너는 아직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잘 모르니까.”
서세영이 로스쿨을 노린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법률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녀는 학생이고, 그녀가 법조계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 새론은 생각보다 유명하거든.”
힘이 있고,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
여기서 말하는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으로 보복하는 것도 포함된다.
“잘못 걸리면 인생 막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기업, 그게 우리 새론이야.”
“그런데?”
“우리가 거기에서 그 난리를 쳤을 때 저놈들은 우리를 몰랐어. 하지만 나중에 우리가 사건을 뒤집고 꼬투리를 잡았지. 그러면 상부에서 당연히 우리에 대해 알아봤겠지.”
“아하! 그렇구나!”
“제일 하수가 자신들이 얼마나 강한지 자랑하는 놈들이야.”
하지만 노형진은 그 대신 꼬투리를 잡고 감사 팀을 불렀다.
그리고 그 찝찝함에 새론에 대해 알아본 자들은 새론이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당연히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려고 발악하겠지.”
이대로 찍혀 있으면 인생은 끝장이다.
그걸 모를 리가 없다.
당연히 살길을 찾는 쥐새끼처럼 이리저리 찔러 댈 것이다.
“그게 오선하 씨의 실종 사건이야.”
새론이 담당하고 있는 사건, 그걸 잘 해결해야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 우리가 그냥 경찰에 가서 신고하고 협조를 요청했다면 이 사건과 관련된 우리의 모든 행적이 백운주류로 흘러들어 갔을 거야.”
하지만 그들은 새론에 대해 알아봤으니 자신들이 적대하고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도 알았을 것이다.
“우리는 입도 뻥긋 안 하고 협박한 셈이지.”
백운주류냐 아니면 새론이냐,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새론뿐이다.
“백운주류에서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그저 뇌물 정도지만…….”
물론 백운주류는 지역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힘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경찰의 승진이나 미래 준비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는 확실하게 미래를 박살 낼 수 있으니까.”
확실하게 미래를 박살 낼 수 있는 존재와 기껏해야 미래에 약간의 풍요를 줄 수 있는 존재.
그 두 존재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니까 우리를 편들어 줄 수밖에 없지.”
“편들어 준다는 표현보다는 꼬리를 말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은데.”
“네 말이 맞다.”
만일 이쪽에 찍혔다는 느낌이 없었다면 경찰이 이렇게까지 열성적으로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네가 나설 차례지.”
“차량에서 피가 나왔다고 신고하라고?”
“그래. 그리고 그러면 답이 나올 거야.”
피가 나왔지만 그게 진짜 사람의 피인지, 그리고 사람의 피라 해도 오선하의 피인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은 그저 추측일 뿐이다.
“추측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노형진은 차분하게 말했다.
“가서 경찰에 신고해. 이미 오선하 씨의 유전자는 확보해 둔 상태야. 남은 건 유전자 검사뿐이지.”
이어 진지하게 덧붙였다.
“이제 경찰에서 시위를 당길 시간이야.”
***
홍혜인은 비행을 준비 중이었다.
오늘은 로스앤젤레스까지 가야 하는 긴 비행이었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막 대기실에서 나가려던 찰나였다.
“홍혜인 씨.”
“네, 과장님.”
“오늘 비행은 취소되었으니까 대기하세요.”
“네?”
홍혜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비행이 취소되다니?
“비행기 트러블인가요?”
만일 기체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종종 그런 경우가 있기에 혹시나 해서 묻는 홍혜인.
그리고 주변의 시선도 다 그랬다.
그러나 과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홍혜인 씨만 대기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스탠바이 하세요.”
“저만 말입니까?”
“네, 대기하세요.”
홍혜인은 왠지 기분이 찝찝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마음대로 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일단 짐을 옆에 두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같이 비행하기로 했던 동료들은 뭔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잠깐 이야기하다가 각자의 비행 준비를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
‘뭐지?’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기다리던 홍혜인의 눈에 어떤 사람들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명백하게 승무원이 아닌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여기는 승무원 대기실입니다. 다른 분들은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홍혜인은 그들을 내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홍혜인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나가 주세요.”
“홍혜인 씨?”
“그렇습니다만?”
고개를 끄덕거린 두 남자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경찰입니다.”
“경찰요?”
경찰이라는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홍혜인.
그런 그녀에게 경찰은 더더욱 심각한 질문을 던졌다.
“차량 번호 30 지 ○○○○번 빨간색 로망스. 전 차주분이시죠?”
“네, 그런데요.”
“같이 가시죠. 수사받으실 게 있습니다.”
홍혜인은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차량과 관계된 경찰 수사라고 하면 생각나는 건 하나뿐이니까.
“임의동행인가요? 거절하겠습니다.”
“아니요. 체포 영장입니다.”
품에서 영장을 꺼내는 경찰.
그걸 본 홍혜인은 지금 상황이 어떤지 바로 알아차렸다.
“동행해 주시지요.”
“변호사를 불러 주세요. 전 그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겠습니다.”
***
서세영은 차에서 피가 발견되었다고 신고했다.
그러자 예상대로 경찰은 그 피를 조사해서 유전자 검사를 하고, 실종자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피해자가 특정되었다.
오선하. 바로 백운주류 차진광의 아내였다.
이미 노형진이 특정해 둔 상황이라 그녀와 연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려운 건 저 새끼지.”
유리로 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남자.
그가 홍혜인 옆에 딱 붙어서 작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들리지는 않지만 그 내용을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입 닥치고 있으라는 거겠지.”
홍혜인이 경찰서에 오자마자 달려온 변호사.
그 변호사는 홍혜인이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시키면서 조사를 방해했다.
경찰이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그녀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며 그 차량의 현 소유주, 그러니까 서세영이 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먹힌다는 거야.”
노형진이 서세영에게 그 차를 사 준 지가 벌써 3개월이 넘었다.
그 장비가 있는 공간은 그렇게 빨리 열 만한 이유가 없는 곳이었기에 그동안 신나게 타고 다녔다.
“그리고 신고했다고 해도 결국 중고차 시장에 있었던 시간까지 합하면 6개월의 공백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야.”
노형진도 예상한 듯 말했다.
만약 서세영이 가족이 아니었고 노형진이 오선하에게 의뢰받은 입장이었다면 그 역시 같은 방식으로 방어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재판에 들어가도 그건 충분히 먹힐 만한 주장이지.”
노형진은 착잡하게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이 순간 서세영 역시 다른 방에서 수사받고 있으니까.
어쩔 수가 없다.
두 명의 차 주인. 그중 누가 살인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서세영이 신고자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범죄행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범죄를 신고하는 행위는 생각보다 자주 벌어진다.
“너라면 충분히 빼 줄 수 있지 않아?”
노형진을 바라보면서 물어보는 오광훈.
사실 노형진이 원했다면 출석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서면조사 하나로 끝내 버릴 수 있다.
“알아. 하지만 세영이도 그걸 원하지 않고, 그렇게 했다가는 저쪽이 물고 늘어질 수도 있어.”
“물고 늘어진다고?”
“저쪽에는 백운주류가 있으니까.”
노형진보다 약하긴 하지만 의문을 제기할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고, 그 의문을 제기한다면 이후에 어찌 될지는 명백하다.
사람들이 봤을 때 똑같이 가능성이 있는데 한쪽은 체포 영장이 나오고 다른 한쪽은 서면조사만 한다면, 당연히 서면조사를 한 쪽이 돈을 가지고 은닉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는 도리어 우리가 더 불리하거든.”
새론이라는 이름, 그리고 노형진이라는 존재.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해도 권력자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적대적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도리어 세영이가 힘들어지니까 아예 처음부터 당당하게 조사받는 게 나아.”
“그런가?”
오광훈은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어찌 되었건 살인 사건이다.
단순히 편의를 위해 움직이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나저나 저 변호사는 차진광이 보내 준 거겠지?”
“그렇겠지.”
물론 홍혜인이 불렀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급이 높은 사람이다.
차장검사 출신인 저 변호사의 소속은 법무 법인 서라벌.
한국에서는 법무 법인 랭크 10위에 올라가 있는 곳이다.
물론 새론에 비하면 랭크가 낮긴 하지만 그래도 비싸기 그지없는 사람이다.
“시신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그게 궁금하기는 하네.”
경찰에서 이 잡듯이 뒤졌지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체가 없으면 살인도 없다.”
가장 기본적인 규칙.
그것 때문에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
“그걸 아니까 홍혜인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거겠지. 어쩌면 백운주류의 안사람이 될 거라 꿈꿀지도 모르고.”
백운주류는 엄밀하게 말하면 재벌은 아니다. 하지만 중견기업쯤은 된다.
한국에서 중견기업은 자산총액이 5천억 이상 10조 원 미만의 기업을 가리킨다.
물론 중견기업이라고 만만하게 볼 수는 없었다.
중견기업만 해도 한국 기준으로 기업들 중에서 0.12% 정도밖에 안 되는 데다가, 일반인은 꿈도 꾸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니까.
실제로 드라마에서 재벌가라고 나오는 사람들의 집은 현실에서 보면 중견기업급밖에 되지 않는다.
예산상의 문제로 진짜 재벌가의 집안을 꾸밀 수는 없으니까.
애초에 재벌이라는 사람들은 극도로 폐쇄적인 타입이라 내부의 상황에 대해 알 수도 없어, 재벌가 내부는 제대로 본 사람도 없다.
“내가 알기로는 백운주류의 총자산이 2조 정도 돼.”
한 지역의 패자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꿈도 야무지지. 가능할 리가 없는데.”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백운주류에서 홍혜인을 안사람으로 인정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야.”
차진광은 이미 오선하와 결혼했었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안에서는 오선하를 싫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차진광이 대학 다니던 시절에 눈이 맞아서 결혼한 것이었으니까.
“저런 집안은 서로 끼리끼리 붙어먹는 법이거든.”
실제로 평범한 사람이 결혼해서 준재벌가로 들어가면 그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다.
“아마도 오선하가 진짜 죽었다고 하면 차진광을 다른 집안과 결혼시키려고 하겠지.”
“하지만 차진광이 죽였다는 증거가 없잖아.”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까 일단은 백운주류를 흔들어야지.”
“백운주류를?”
“정확하게는, 저 변호사를 흔들어야지.”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과연 저 변호사가 무료로 변론을 해 줄지 두고 보자고,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