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34)
소매치기에 전과 4범 출신 아버지. 아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란 존재는 언제나 감옥에서 있어 느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존재였다. 당연히 그 사이가 좋을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 손주도 낳았습니다.”
“그래?”
자기보다 더 잘 아는 노형진의 말에 안가는 입맛을 쩝쩝 다실 수밖에 없었다.
“도와주시면 만나게 해 드리지요.”
“무슨 수로? 몰라서 못 만나나. 아는데 안 만나서 그렇지.”
이룩한 것도 없고 가진 재산은 더 없다. 소매치기로 먹고살았지만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방법이 있습니다.”
“무슨 수로?”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끄응…….”
그는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아이가 태어났다는데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무슨 염치로 간단 말인가?
“선택하시면 됩니다. 한 번만 장갑을 벗으시면 됩니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걸 훔치기에 그러는 거야?”
“별거 아닙니다. 핸드폰 하나만 훔쳐 주시면 됩니다.”
“핸드폰?”
그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김백진은 속이 쓰려 죽을 맛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영업정지를 받았을 때만 해도 속이 터질 것 같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자신이 쉴 수 있는 기회였다. 자신의 동생에게 일단 넘겼다가 다시 복귀해서 거래만 다시 받으면 된다. 그래서 기분 좋게 해외여행이라도 가려고 했다.
“망할 변호사 새끼 같으니라고.”
그런데 그런 그의 기분을 잡친 것은 다름 아닌 변호사인 노형진이었다.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 녀석.
“그래, 그 녀석이 알면 뭐해.”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면서 집으로 가는 차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번 기회에 동남아라도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와야겠군.”
그는 애써 사건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하면서 코너를 돌 때였다.
“으악!”
갑자기 코너에서 노인 한 명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는 비명을 지르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노인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면서 넘어졌다.
“어이쿠야!”
다행이 부딪치는 느낌이 없었기에 김백진은 화가 끝까지 나서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이 노친네가 미쳤나!”
“야, 이놈의 새끼야! 제대로 운전 안 해?”
“뭐라고? 이 새끼가! 자기가 튀어나와서는 무슨 지랄이야!”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잡는 김백진. 하지만 그 이상 화낼 수가 없었다.
“어머, 어머, 저거 봐.”
“완전 적반하장이다.”
“자기가 과속하고는 노인의 멱살을 잡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 그중 몇 사람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대기 시작하자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빨을 빠드득 갈았다.
“망할 노친네 같으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김백진은 노인네의 멱살을 잡고 있다가 놓고는 다시 차로 들어갔다. 노인은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쫓아오려고 했지만 이미 그의 외제 차는 벌써 저 앞으로 가는 중이었다.
“진짜 재수 없다.”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담?”
누구 하나 다친 사람이 없었기에 사람들은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각자 자기 길을 가기 시작했고, 노인은 힘없는 걸음걸이로 어디론가 향했다. 그러자 그곳에서는 노형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옛날 같지 않아.”
그러면서도 안쪽에서 핸드폰을 꺼내 드는 노인. 그는 바로 안가였던 것이다.
“두 번이나 놓쳤어. 전 같으면 한 번에 나왔을 텐데 이제는 손이 떨려서 영…….”
“뭐, 다시 하실 일 있겠습니까?”
“하긴 그렇기는 하지.”
그는 핸드폰은 노형진에게 건네주자마자 다른 쪽 주머니에서 하얀 장갑을 꺼내서 자신의 손에 끼었다. 이질적인 모습이었지만 어쩐지 그는 그게 안심되는 듯한 얼굴이었다.
“손 털고 다시는 안 한다는 생각에 끼고 다녔는데 말이야. 이제는 버릇이 돼서 없으면 영 찝찝하네.”
“그게 좋은 겁니다.”
“뭐, 일단은 내가 한 약속은 지켰는데 젊은 변호사 양반은 어떻게 지킬 거야?”
“기다리세요. 후후후.”
노형진은 작은 아파트 앞에 서 있었다.
“실례합니다.”
노형진이 벨을 누르자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누구세요?”
“아, 영진 군 일 때문에 왔습니다만.”
“영진요?”
“네.”
“잠시만요.”
딸깍 소리와 함께 나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였다.
“제 아이가 뭘 잘못했나요?”
쪼르르 달려와서 엄마에게 달라붙는 아이. 노형진은 그런 아이를 바라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냥 경고를 좀 해 주려고요.”
“경고?”
“네.”
“누구신데요?”
혹시 협박이라도 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에 섣불리 문을 열어 줬나 하는 얼굴이 되는 여자. 하지만 노형진이 협박할 생각 같은 건 없었다.
“다른 건 아닙니다. 그냥 지나가는 무당이라고 생각하세요.”
“무당?”
“네, 그런데 아이 말입니다. 병원에 데리고 가셔야 할 겁니다.”
“아니, 병원에 왜요?”
멀쩡하게 잘 놀고 있는 아이다. 병원에 갈 이유가 없다. 물론 노형진이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마도 백혈병일 겁니다.”
“네?”
그 말에 애 엄마는 사색이 되었다. 아동 백혈병. 부모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병중 하나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았다.
“그럴 리가요……. 그걸 리가…….”
“급성이라서 지금은 티가 안 납니다. 데리고 가 보면 아시게 될 겁니다.”
“거짓말이죠? 이거 장난 맞죠? 카메라 같은 거 어디 있어요?”
“장난 아닙니다. 믿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하지만 무슨 병이든 초기에 잡는 게 중요하다는 거 아시죠?”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전 이만…….”
노형진은 할 말을 다 한 것처럼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마치 깜빡한 것처럼 다시 몸을 돌려서 마지막 말을 던졌다.
“아, 그리고 말입니다. 제가 보니까 애를 살릴 수 있는 카드는 아버지가 쥐고 계세요. 그거 안 놓으면 애 죽습니다.”
“…….”
노형진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다시 몸을 돌려서 아래로 내려왔다.
“뭐, 내가 해 줄 건 이 정도뿐이지.”
노형진이 그들을 만난 건 원래 2년 후다. 아이가 2년간 백혈병으로 투병했지만 결국 유일한 방법은 골수이식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애 아버지는 적합한 사람을 찾다가 포기한 상태였다. 그 후에 그는 자신이 버렸던 아버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노형진을 찾아온 것이다. 노형진은 그의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고 천만다행으로 적합 판정이 나왔었다.
“뭐, 이쪽은 이쯤에서 해결했고.”
결국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 사람은 자신의 분노를 꺾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면 노형진이 할 만큼 한 셈이다.
“이제는 내 일을 해야겠지. 후후후.”
노형진은 자산의 손에 들린 핸드폰은 즐거운 표정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하나도 안 위험해. 한두 번 해 본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이번 녀석은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던데?
-자기가 어쩔 건데?
전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 노형진은 그가 왜 그렇게 핸드폰에 집착한 건지 알 수 있었다.
“녹음 내역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고문학은 핸드폰을 끄면서 내용을 정리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이 안에 있는 내용은 그들이 일으킨 사건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에 대한 녹음도 들어 있더군요.”
“그래요?”
“네.”
노형진의 예상대로 그들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전부터 라이벌 업소가 들어오면 지속적으로 해 오던 일이었던 것이다.
“이 개자식들…….”
이를 빠득빠득 가는 서광수였다. 그는 도저히 이 녀석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당장 경찰에 신고합시다!”
“네! 그래야 합니다!”
서광수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서 당장이라도 경찰서에 가려고 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성관중은 그런 그를 말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아니, 어째서요? 이런 확실한 증거가 나왔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 확실한 증거를 써먹으면 안 된다는 거죠.”
“뭐라고요?”
“노 변호사님, 계획 없으십니까?”
성광중 변호사는 섣불리 뛰어가는 대신에 노형진을 바라보면서 다른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노형진은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다른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노 변호사님은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 아닙니까? 하하하. 일을 하시려면 확실하게 하시는 분이니 어줍잖게 경찰에 신고하는 걸로 끝내시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하하.”
그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잘 아시네요.”
“그럼 뭐,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있지요. 그대로 돌려줄 때가 되었거든요.”
노형진은 뭔가를 꺼내서 들었다. 그건 전에서 성관중과 서광수가 봤던 물건이었다.
“그건?”
“솔직히 말해서 말입니다. 이번 사건은 신고해도 기껏해야 벌금 정도입니다.”
“아니, 어째서요?”
“신고자인 서광수 씨가 생각보다 큰 타격을 입지 않았으니까요.”
피해자가 많고 그 피해액이 클수록 그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은 강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숫자라면 아마 형량이 바뀌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말에 성관중 변호사는 당당하게 손을 내밀었다.
“주십시오.”
“네?”
“미래의 제 고객님들이 될 분이신 것 같으니까 제가 만나도록 하죠.”
그런 그의 말에 노형진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다. 그는 서민을 대상으로 일하기를 원하니까.
“그러면 한번 능력을 좀 볼까요?”
노형진은 그에게 종이를 건넸고 성관중은 그걸 들고 미소를 지었다.
“확실하게 모시고 올 테니까 다른 일 좀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영혼까지 다 털어 줄게요. 후후후.”
얼마 뒤 상가 쪽에 난리가 났다. 엄청난 소장이 그들에게 들이 닥쳤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건 말도 안 돼”
몇몇 상인들에게 날아온 소장. 그건 다름 아닌 업무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이었다. 그것도 무려 쉰세 명. 지난 몇 년간 망해 나간 사람들의 숫자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말도 안 돼!”
“이거 어떻게 안 거야!”
상인회는 싸움이 나고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확실한 증거가 나타났기에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야!”
“왜 우리야!”
서로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그들은 이번 일이 벌어진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어디서 새어 나간 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진정들 해요! 이대로 가면 우리가 당합니다!”
서태섭은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쉽사리 진정될 리가 없었다.
“서회장!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왜 자네가 빠진 거냐고!”
“그게…….”
수많은 사람들이 고소당하고 민사소송을 당했지만 서태섭은 빠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분노는 더했다.
“이봐, 회장, 뭐해? 말려!”
“제가 뭐라고 해 봐야…….”
회장은 눈치를 보면서 우물쭈물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상인회의 실질적인 회장은 그가 아니라 서태섭이다. 두 번 이상의 연임을 막는 내부 규칙 때문에 그가 잠깐 대리하는 거지, 실질적으로 모든 걸 한 것은 서태섭인 것이다. 그런 서태섭의 말이 안 통하는데 그가 말린다고 해서 사람들이 듣겠는가?
“진정들 하세요!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마구 싸우는 사람들을 말리기 위해서 서태섭은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헛된 약속을 계속했다. 그러자 그게 먹힌 것인지 사람들은 조금씩 진정되는 듯했다.
“일단 고소가 들어온 분들은 상황을 알아보겠지만 이 일은 우리가 뭉쳐서 헤쳐 나가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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