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44)
“뭐라고?”
유민택은 노형진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는 겁니다.”
“그게 말이 되나? 전에도 말했다시피 우리나라는 자동차 산업이 포화 상태일세.”
있는 기업도 안 팔려서 난리인데 새론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압니다. 그러니까 성화처럼 편법을 쓰는 거죠.”
“나도 알지 하지만 이미 쓸 만한 건 새론이 모조리 점유하고 있다니까.”
새론이 한국에 들어오는 브랜드 중 잘 팔리는 것은 모조리 선점한 상태. 그러니 아무리 대룡이라고 할지라도 없는 차를 만들어 팔 수는 없었다.
“압니다. 하지만 이번에 손예은 변호사와 함께 다니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구조에 대해 좀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이 있더군요.”
유민택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해 멍하니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우리나라 수입 자동차의 수익 구조를 아십니까?”
“당연히 차를 팔아서 나오는 거 아닌가?”
당연한 거다. 수입해 온 차를 팔아 수익을 낸다. 그게 기본적인 방식이다.
“맞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니, 사실 다른 방식이 수익 면에서는 자동차를 파는 것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좋다고? 그런 게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는 게 없었다.
“부품입니다.”
“부품?”
“네.”
“그게 왜 수익 구조인가? 말이 안 되는데?”
“그건 유 회장님과 성화의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장님은 그걸 이해하지 못하시는 거구요.”
“설명해 주게.”
“쉽게 말해 부품은 산업용품입니다.”
노형진은 그를 위해 생각한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사치품이다. 그래서 들여올 때 엄청난 관세가 붙는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대부분 해외보다 심한 경우 두 배 가까이 비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치품에 속해서 세금이 비싼 데다가 성화에서 터무니없는 수익을 붙이니까.
“그리고 그 후에 자동차가 고장이 나면 당연히 수리하죠. 문제는 그 수리비 역시 터무니없다는 겁니다.”
문짝 하나에 1천만 원, 범퍼 하나에 800만 원 같은 식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일단 외제 차라고 하면 피하게 되고 도로 위의 깡패라고 할 정도로 부담을 가지게 된다. 오죽하면 외제 차들 때문에 보상한도를 1억에서 2억 이상으로 올리겠는가?
“흠…….”
“문제는 말이죠, 부품은 사치품이 아니라는 거죠.”
“응?”
“부품은 산업용에 들어갑니다. 쉽게 말해 세율이 완성된 자동차에 비해 무척이나 낮다는 거죠.”
“아, 뭔 뜻인지 알겠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건 다름 아닌 성화다. 수입 차라는 이유로 무조건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것이다.
공임도 문제다. 다른 국산 차들은 공임이 20만 원에서 비싸야 30만 원 수준. 대형 사고가 나야 100만 원을 넘긴다. 그런데 단지 수입 차라는 이유만으로 성화의 공임은 무조건 80만 원부터 시작된다.
“물론 차량마다 특징이 있으니 외제 차의 기술을 알고 있는 사람의 공임은 비싸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단순 교체까지 그럴 필요는 없죠.”
가령 외제 차의 엔진이나 브레이크 등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그 기술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니 비싼 게 인정된다. 하지만 단순히 엔진오일 교환, 또는 단순 에이컨 냉매 충전 같은 건 다를 이유도 없고 다르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화는 일단 공임을 비싸게 부른다.
“결과적으로 똑같은 엔진오일을 쓰는 국산 차의 교환비는 8만 원인 반면 외제 차의 교환비는 80만 원을 넘죠.”
“그러니까 자네는 부품을 수입하면 된다는 거군.”
“네, 최소한 성화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의 수익을 빼앗을 수 있을 겁니다.”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유민택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부품을 수입해 온다. 그건 좋은 생각이기는 하다. 하지만 거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일단 두 가지 문제가 있네. 하나는 회사에서 우리한테 부품을 주겠냐는 거야. 독점 계약이 되어 있지 않나? 독점 계약이 되어 있다면 우리가 가지고 올 방법은 없어 보이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는 단연 독일 차다. 튼튼하고 안정적이며 또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알아봐야겠지만 모든 곳에서 다 주지는 않을 거야.”
회사가 여러 곳이니 주는 곳도 있겠지만 주지 않으려 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명분이 없지 않나?”
일단 자신들은 수입해서 팔지 못한다. 독점권이 성화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A/S를 위해서 부품을 팔라고 하면 주지 않을 게 뻔했다.
“그래서 제가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무슨 소리인가, 아까부터?”
유민택은 고개를 갸웃했고 노형진은 옆에 있던 손예은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손 변호사가 얼마 전에 차를 한 대 샀습니다. 국산 차죠.”
“그런데?”
“그런데 어차피 수입 차도 현지에서는 국산 차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
“그거 아십니까? 우리나라에서 중고차를 모아서 동남아로 수출하는 거?”
“그거야 알지. 얼마 전에 그것 때문에 말이 많았잖나.”
새 차를 사서 바로 수출해 버리는 놈들이 많아지자 기업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차량 구매자에게 차를 주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그걸 해외에 판다는 말도 안 된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데 독일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당연히 없겠지. 그런 게 있을 리가 없…….”
말을 하던 유민택은 입을 다물었다. 머릿속에 노형진이 생각하는 계획이 뭔지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렇군……. 거기서는 수입 차가 국산 차지.”
“그렇지요.”
“하하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요.”
거기에 가면 국산 차.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고가의 수입 차이지만 거기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국산이라는 뜻이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엄청난 양의 중고차들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고 차량을 수입해서 파는 건 불법이 아닙니다.”
“그렇지!”
우리나라에서 중고차를 모아서 다른 나라에 팔듯이 다른 나라에서 중고차를 모아서 우리나라에 파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건 중고차니까 아무래도 관세가 약하지요.”
일단 수입이기는 하지만 중고다. 즉, 사치품에 들어가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가치가 떨어진다. 당연히 세금도 적 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중고차를 수입해서 팔게 되면 우리가 A/S를 위해서 부품을 수입할 자격이 되는 거죠.”
“그렇지. 그쪽에서는 손해 보는 게 없으니까.”
도리어 이쪽에서 자신들의 시장이 커지는 것을 환영할 것이다.
“그리고 말입니다. 해외에서는 딱히 정품을 안 써도 됩니다.”
“뭐?”
“우리나라에서는 차량용품중 소모품을 무조건 정품을 써야 한다고 마구 겁을 주지만 말입니다. 해외에서는 정품이 아니더라도 기술력이 인정된 기업의 부품은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
“네.”
그렇다면 그걸 수입하면 부품의 가격이 더욱 싸진다는 소리다.
“그리고 부품역시 중고가 있지요. 그쪽에서는 국산 차인 만큼 폐차되는 양도 어마어마할 테니까요. 그걸 수입한다면 지금 수입 차를 쓰다가 부품이 없어서 못 쓰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좋은 생각이군.”
그렇게 하면 실적을 쌓을 수 있으니 나중에 해외 자동차 기업에 그 실적을 들이밀어서 성화의 독점권을 가지고 오거나 병행 수입할 수도 있다. 그럼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자신들이 훨씬 유리할 것은 당연한 일.
“도대체 그걸 어떻게 생각한 건가?”
“뭐, 우연이죠.”
손예은의 자동차가 고장 났을 때 부품의 시장성에 대해서 알았고 중고차 시장에 한 방 먹으려고 준비할 때 그쪽 시장에 대해 공부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시스템이 완성되니 자연스럽게 하나의 작전이 나온 것이다.
“중고차는 엄청납니다. 수많은 차들이 있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국내에 들어와서 비싼 가격에 팔린 후에 다시 중고가 된 게 아니라 그쪽에서 현지 가격에 팔린 후에 중고가 된 걸 사는 거니까 결과적으로 성화에서 나온 차들에 비해 무척이나 싼 가격이 될 겁니다.”
가령 성화에서 1억짜리 차를 판다고 치면 국내에서 그걸 중고로 사려면 못해도 7천만 원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본국에서는 그게 아니다. 원래 가격이 6천 정도 될 텐데 그걸 중고로 구입한다고 하면 4천 정도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똑같이 나온 똑같은 연식의 똑같은 성능의 차량이 성화 출신의 차는 7천인데 대룡의 차는 4천에서 5천 사이.
“그렇게 되면 성화는 부품 수입은 확 줄어들 겁니다.”
사실 성화의 주요 수익원은 차량 판매가 아닌 부품이다. 그것도 무려 60% 이상의 수입을 부품에서 얻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룡에서 부품을 수입하면서 수리하게 된다면 사람들이 비싼 성화로 갈 리는 없으니 결과적으로 차량 판매 쪽 수익만 남게 된다.
“그리고 싸고 믿을 만한 중고차가 있으면 일부 차량 판매도 우리 쪽에 넘어오겠지요.”
그럼 성화의 예상 수입은 30% 미만으로 떨어진다. 그 정도면 일반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수익이 줄어든다고 해서 고정비가 줄어드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성화는 서비스를 줄일 겁니다.”
결국 악순환이 된다. 사람들은 찾기 힘든 성화 대신에 대룡으로 올 게 뻔하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하실 게 있습니다.”
“먼저 할 거라니?”
“일단은 내부 정리부터 해야지요.”
“내부 정리?”
손예은 변호사는 노형진의 말대로 이번 사건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중고차 딜러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구조로 움직입니다. 아십니까?”
중고차 딜러는 기본적으로 다 개별적으로 움직인다. 자동차를 사서 팔거나 기업에 최소한의 임금을 받는 대신 판매한 만큼의 인센티브를 받는 형태이다. 하지만 대룡은 전혀 다른 형태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바로 월급제다.
“차를 팔면 좋습니다. 하지만 그걸 위해서 거짓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딜러들. 물론 일을 아예 하지 않아도 월급은 주는 건 아니다. 이쪽에도 월급과 인센티브가 있다. 다만 월급이 전처럼 최소한의 생계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적지는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믿음을 판다는 생각으로 움직여 주십시오.”
“네!”
딜러들은 활기차게 이야기했고 손예은은 그런 그들에게 법적인 문제에 대해 강의를 시작했다.
“일단 차량 판매 시 고지 내용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같은 시간 노형진은 이번 사업을 담당하게 된 정승진이라는 사람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진짜 좋은 생각이군요.”
처음에 노형진의 말을 들은 정승진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럴 겁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딜러를 만나는 것은 솔직히 일반적인 서민에게는 무척이나 고심스러운 일입니다. 일단 딜러라는 직업 자체의 이미지가 안 좋고 그에 속한 사기꾼들이 워낙 물을 흐려서요.”
가진 사람들이야 어차피 외제 차도 일시불로 사 버리니 고민이 없겠지만 일반 서민들은 중고도 수천이 넘는 차들을 사는데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맞아요. 저도 사회 초년생 때 돈이 없어 중고를 사는데 얼마나 고민이 많았던지.”
“그래서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 겁니다.”
원래 중고차 딜러들에게는 중고차 관리 시스템이 있다. 그 시스템에 들어가면 전 국에 있는 모든 중고차가 뜬다. 그리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차를 고르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 방법이다. 아니, 이런 방법으로 해야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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