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77)
의심은 의심을 부른다 (3)
자신들은 왕수왕을 몰래 데리고 왔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오광훈은 그들이 이렇게 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경찰을 배치하는 경우 나중에 사건이 벌어질 걸 알면서도 고의로 방치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서, 그 대신에 노형진의 정보 팀이 감시하다가 신고한 상태였다.
“어떻게는 네가 알 바 아니고.”
남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찍어 누르고 있던 손을 빼지 못했다.
차라리 그냥 익사하게 두면 이득이지 않을까 하는 짧은 고민을 하는 순간.
탕!
“끄아아악! 귀! 내 귀!”
오광훈은 그 남자의 귀 바로 옆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아무리 공포탄이라지만 귀 바로 옆에서 총소리가 터졌으니 남자는 귀를 부여잡고 비명을 빽빽 질렀다.
그가 손을 놓자 왕수왕은 다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푸하!”
“새끼, 엄살은.”
오광훈은 귀를 부여잡고 소리를 빽빽 지르는 남자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하여간 미필 새끼들은 답이 없어요.”
물론 오광훈도 미필이다.
전생에서는 범죄 이력으로 인해 군대를 안 갔고, 이번 생에서는 진짜 오광훈이 먼저 군대를 다녀온 터라 경험이 없다.
“잡아가.”
“네, 검사님.”
그 둘이 잡혀 들어가자 오광훈은 왕수왕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후회할 짓 하지 말라고.”
“거…… 검사님.”
“얀마, 지 자식도 죽이는 새끼가 너 하나 안 죽이겠냐? 툭 까고 말해서 너 같으면 네 자식 죽일 자신 있어?”
그 말에 왕수왕은 부들부들 떨었다.
물론 박운방의 집안에서는 진짜로 왕수왕을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다만 왕수왕에게 겁을 주어 다시는 입을 열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그들은 왕수왕이 실수로 정보를 흘렸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니 그저 적당히 겁주고 다시는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오광훈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애매하게 원한만 남긴 셈이 되었다.
“가자.”
오광훈은 아주 따뜻하게 왕수왕에게 옷까지 덮어 주면서 일으켜 세웠고, 왕수왕은 고개를 푹 숙이고 끌려 나가는 남자들을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만일 자신이 구출되지 않았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그는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
“가세요.”
“뭐?”
자신을 고문하던 놈들이 잡혀간 후에 왕수왕은 진술을 했다.
그리고 진술이 마무리되자 경찰이 하는 말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가시면 됩니다.”
“가라고요? 나 지금 공격당했는데?”
“일단 진술은 끝났고요. 병원 검사 결과도 특별히 이상은 없다고 하니까 가시면 될 거예요.”
“아니, 씨발. 경찰이 뭐 이따위야? 야! 서장 불러! 내가 죽을 뻔했는데 뭐? 가라고? 내가 나가서 죽으면?”
“저희가 범인을 잡았으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범인을 잡기는 뭘 잡아? 지금 진범은 따로 있는데!”
“진범이 누군데요?”
그 말에 왕수왕은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말을 못 하는 왕수왕에게 경찰은 무심하게 말했다.
“일단 그곳에 있던 두 사람은 모두 자기들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네요.”
“그놈들이 나를 왜 공격하는데?”
“돈 문제라고 하던데요? 돈을 빌려 가서 떼먹으려고 하셨다면서요?”
“아니, 내가 언제?”
“현금으로 2억 5천이나 빌려줬다고 하던데.”
2억 5천. 그건 외부에 드러난, 왕수왕이 이번 사건에 들인 돈이다. 공탁금 2억과 변호사비 5천.
“내가 언제!”
“그러니까요. 그쪽에서 그렇게 나올 거라고 하더라고요. 현금으로 빌려줬더니 딱 잡아떼고 있다고. 그래서 욱한 거라고.”
경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죄를 뉘우치고 있는 상황이고 원인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고.”
“빌린 적 없다니까!”
“그러면 그 공탁금이랑 변호사비는 어디서 나셨어요? 그렇게 물어보면 알 거라던데?”
“그건…….”
말할 수 없다.
그걸 말하는 순간 자신은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왕수왕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했던 것과 똑같이 당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일단 그쪽 변호사분께서는 그 부분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하시니까.”
“그쪽 변호사분이라니?”
“가해자 쪽 변호사요.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고도 하고, 납치 감금이기는 하지만 신체적인 상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고문할 때 물고문만 한 덕분에 신체적인 상해는 전혀 남지 않았다.
“그다지 처벌이 강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아니, 내 말 안 들려? 주범은 따로 있다고!”
“그러니까 누구인지 말씀하시라니까요. 주범이 누구인지 말도 안 하고 무작정 따로 있다고만 하시면 저희가 어떻게 수사합니까?”
“그…….”
왕수왕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공개를 하자니 무섭고, 공개를 안 하자니 또 다른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
“누구예요, 주범이?”
“씨발.”
왕수왕은 말을 못 하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햐, 독하네, 새끼. 나 같으면 분다.”
오광훈은 입을 꾹 다물고 나가는 왕수왕을 보면서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자신이 당한 것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 사실은 누가 의뢰를 했고 어쩌고저쩌고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왕수왕은 입을 꾸욱 다물고 밖으로 나갔다.
자신을 공격하라고 한 게 박운방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이거 의리가 있다고 해야 하나?”
노형진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는 왕수왕을 보고 쓰게 웃었다.
“의리는 개뿔. 내가 누차 말하지, 이 바닥에 의리는 없다고? 결국은 돈이야.”
“돈?”
“그래. 자기를 공격한 게 박운방인 건 아는데, 박운방이 돈을 쥐고 있잖아. 그러니까 말을 안 하는 거지. 솔직히 여기서 분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분다고 해서 박운방의 집안의 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 만큼, 잘못 건드리면 저쪽에서 진짜로 이쪽을 죽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나는 너희를 건드릴 생각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안전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머리가 좋다고?”
“머리가 좋다기보다는 그냥 본능 같은 거야. 저런 놈들이나 나나, 머리를 써서 살기보다는 본능에 기대서 사는 놈들이잖아. 그리고 힘 있는 사람을 건드리면 인생 꼬인다는 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기도 하고.”
“그건 틀린 말은 아니네.”
때때로는 본능이 이성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하는 건 사실이니까.
“그나저나 어쩔 거야? 보아하니 저 새끼, 절대 입 안 연다.”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긁적거렸다.
“뭐, 그러면 박운방을 건드려아지.”
“그 새끼가 건드린다고 해서 입을 열겠니?”
“그게 아니라, 이런 경우는 반대거든.”
“반대?”
“왕수왕은 생각이 없고 본능에 충실한 타입이지만, 반대로 박운방은 생각이 많은 타입이야. 이런 타입들은 의외로 자기가 자기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제법 많아.”
실제로 노형진도 그런 경험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번 생에서야 그런 실수를 안 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지난 생의 초보 변호사 시절에는 도리어 너무 많이 생각하는 바람에 상대방이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 엉뚱한 쪽으로 방어 준비를 해서 재판에서 낭패를 겪은 적도 있었다.
“생각이 많다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야. 자가당착이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거든. 당장 봐 봐. 박운방이 왕수왕을 공격할 필요가 있었을까?”
“흠, 없었겠지?”
아마도 박운방은 겁을 줄 목적이었겠지만, 어차피 왕수왕은 죄를 뒤집어쓰고 기꺼이 처벌받을 생각이었다.
그 대신에 박운방이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 줄 거라 생각했으니까.
“물론 왕수왕이 지금 그를 건드릴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고문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워서 입을 꾸욱 다물고 나간 왕수왕이다.
그런 그가 박운방에게 어떠한 행위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생각이 많은 박운방은 좀 다르게 받아들이지 싶은데?”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생각이 많으면 의심도 많은 법이거든요, 후후후.”
***
노형진은 왕수왕이 박운방을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기에 더 이상 그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찾아가서 설득해 봐야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테니까.
그 대신에 왕수왕이 속해 있던 조직에 사람을 보냈다.
그들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는 알고 있었고, 질이 안 좋은 놈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의심스러운 놈 하나만 감시해 달라?”
“네. 그런 일 해 준다고 들었는데요?”
“안 하지는 않는데…….”
PC방 주인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사실 조직이라고 보기도 애매하지만, 또 동시에 조직이 아니라고 보기도 애매한 게 이들이다.
물론 현행법상 폭력 조직은 맞다.
자기들끼리 이름 지어서 뭉치는 경우도 있지만 행동 자체가 폭력성을 가진 집단이라면 경찰이나 검찰이 조직으로 판단해서 이름을 붙이고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조직 이름이 설사똥이 뭐냐?’
애써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정보 팀 요원은 속으로 끅끅거렸다.
오광훈 검사가 알려 준 정보에 따르면 검찰 쪽에서는 설사똥파라는 황당한 이름을 붙인 모양이었다.
물론 저들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할 건 뭔데?”
“그냥 그놈이 어딜 다니는지 확인만 좀 해 주시면 됩니다. 특히 어떤 여편네를 만나는지요.”
“여편네라……. 바람피웠나 보구만.”
PC방 주인은 무심하게 말했다. 그런 의뢰는 생각보다 많으니까.
그리고 그런 경우에 자신들은 대부분 둘 중 하나다.
여자를 감시하거나 남자를 감시하는 것.
여자를 감시하는 건 이혼을 위한 증거를 모으는 거고, 남자를 감시하는 건 사회적으로 몰락시키기 위한 정보를 모으는 거다.
상대방이 공무원이거나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평판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정보를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네. 가능할까요?”
“쪼금 비싼데.”
“상관없습니다. 제대로 감시만 해 준다면야.”
그 말에 PC방 주인은 씩 하고 웃었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왕수왕에게서 2억이나 털어먹은 상태였다.
물론 그 2억은 통째로 다시 털렸지만, 돈이라는 건 한번 써 보면 더 가지고 싶게 마련이다.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말이다.
“좋아. 깔끔하게 3천.”
무려 3천만 원. 절대 작은 돈이 아니었다.
“선불 천, 나머지는 중간에, 그리고 마지막에 천.”
그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그러면 제가 원하는 대로 해 주시는 거죠?”
“그럼. 확실하게 정보를 캐 줄게.”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PC방 주인은 자신이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
“설사똥파에서 감시를 붙인다고 했다고?”
“그래, 확실하게 감시를 붙인다고 했어.”
“좋아. 그러면 다음 계획을 실행하면 되겠네. 그런데 조직 이름이 설사똥이 뭐냐?”
“자기들이 쪽팔려 할 만한 이름을 붙이라면서?”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하네.”
그들은 왕태고등학교의 졸업생 출신으로 묶여 있는지라 그들만의 이름이 없었다.
하지만 오광훈이 설사똥파라는 이름을 붙여 버렸으니 이제 그들은 설사똥파라는 이름으로 기록에 남게 될 것이다.
“그쪽은 이상한 짓은 안 하고 있어?”
“응. 하는 걸 보니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더라고.”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들이 조직으로서 이름을 짓지 않았다고 해서 불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