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598)
같이 죽자, 이 새끼들아 (2)
“제가 왜 그들을 흔들면서 왔을까요? 사실 그들에게 싸움을 거는 대신 얌전히 내용증명을 보여 주었다면 그들도 어쩔 수 없이 통과시켰을 겁니다. 그런데 왜 굳이 구치소장에게 그 난리를 치게 만들었을까요?”
“그건…….”
노형진이 심심해? 그들이 괘씸해서?
아니다.
“원하신다면 다음번에 올 때 해외 언론의 기자들을 데리고 오지요.”
“……!”
해외 언론의 기자들이라면 두한의 말에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진실을 말하면 그만일 뿐.
그리고 두한이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해외 언론에까지 압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만일 당신이 두한의 약점에 대해 해외 언론에다가 이야기하려고 한다면 두한은 어떻게 할까요? 당신을 지금처럼 놔둘까요?”
“그…….”
그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거기를 공격할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니까.
당연히 공관종에게 뒤집어씌운 모든 죄를 풀어 주고 그를 풀어 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고작 그걸로 해외 언론이 기사화시켜 줄까요?”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현실이지요.”
“그게 무슨……?”
“해외 언론에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망명 신청을 하세요.”
사유는 간단하다.
두한의 압력으로 인한 생존 불가능.
“그게 받아들여진다면 그건 정치적인 문제가 됩니다.”
설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인 두한의 압박에 의해 망명 신청을 한 사실이 해외 언론에서 이슈가 되지 않을까?
당연히 망명 신청은 두한의 약점 공개와 더불어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어샨지처럼 말이지요.”
“어샨지…….”
미국의 비밀을 터트리고 해외로 튄 어샨지의 문제는 확실히 국제적 문제가 되었다.
물론 두한은 더 곤란할 것이다.
어샨지는 미국의 비밀을 터트렸지만 두한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 집단. 당연히 비밀을 터트린다고 하면 더더욱 두려울 수밖에 없다.
국가의 불법행위를 처벌할 집단은 없지만 기업의 불법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집단은 있으니까.
“특히 그 기자가 속한 나라의 정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그 기자가 속한 나라의 정보라…….”
“미국이라든가 말이지요.”
노형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고, 공관종은 그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정보가 떠올랐다.
미국에서 징벌적 배상을 두들겨 맞은 두한이다.
차량 방사능 문제로 인해 두들겨 맞은 상황에서 두한은 그걸 무마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썼다.
당연히 그 돈은 뇌물이었다.
“생각나는 게 있으신가 보네.”
그 돈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면 과연 어떻게 될까?
아마도 미국은 발칵 뒤집어질 테고, 다시 한번 두한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기자들을 진짜로 불러야 합니까?”
아무래도 워낙 큰일이다 보니 데리고 와서 터트렸다가는 곱게는 못 끝난다.
“뭐, 불러서 뭘 말하든 그건 당신 마음 아닙니까?”
“아!”
일단 이렇게 큰 건이 아니라고 해도 기자에게 뭔가를 말하는 건 자기 마음이다.
“다만 기자를 불러올 수 있는 건 저뿐이라는 점을 기억하시고요.”
그 말에 공관종은 침을 꿀꺽 삼켰다.
노형진의 말이 맞다.
기자들끼리 오거나 한다면 입구에서 잘라 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노형진? 이미 한번 이 난리를 치면서 들어왔는데 과연 구치소에서 막을까?
“불러 주십시오, 제발.”
살 수만 있다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뭔들 못 하겠는가?
“그러면 진실을 말해 주세요.”
“진실요?”
“네, 진실요.”
“벌써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걸 시킨 건 상부라고요. 이사급이 한 명이 나가는데, 그에게 자리 하나 만들어 주려고 한 거라고.”
“네, 뭐, 알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안다. 그걸 몰라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노형진이 이렇게까지 한 건, 그 안에 숨겨진 다른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나가는 이사가 한두 명도 아니고, 그들에게 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요.”
당장 공관종도 이사지만, 그는 퇴사한다 해도 이런 혜택을 못 받는다.
당연하게도 모든 이사들이 다 그렇게 대우받을 리가 없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이사는 파리 목숨이다.
이사는 관리직이라 법적으로 보호도 못 받는다.
그래서 일부 기업의 경우는 쉽게 자르기 위해 승진시키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사가 나간다고 기업을 차려 준다고요? 하!”
그 말에 노형진은 코웃음을 쳤다.
“더군다나 이사가 퇴직금을 받아 봤자 얼마나 받는다고요.”
진짜 로열에 핵심 이사이고 오래 근속했다고 해도 퇴직금은 3억이나 4억 정도 될 거다.
진짜 아주아주 잘 대해 줘서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고 10년 이상 근속했다면 한 5억?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그 기술을 적용하는 데 드는 장비의 가격이 한 대당 7억입니다만?”
한 대당 7억이고, 그 공급량을 감당하려면 못해도 네 대는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그것만 해도 28억.
거기다가 공장을 하기 위한 부지와 건물도 있어야 한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요, 정승 개 죽은 데는 문상을 가도 정승 죽은 데는 안 간다는.”
두한의 핵심 이사라고 하면 은행 같은 곳에서 대출을 해 주겠지만, 이미 퇴직하고 나온 이사에게 은행에서 최소 50억이나 되는 돈을 빌려줄까?
‘완전 개소리지.’
이사로 퇴직할 정도면 나이가 엄청 많다는 뜻이다.
그런 그를 뭘 믿고 50억에 가까운 돈을 빌려준단 말인가?
물론 만일의 상황에는 건물과 땅과 기계를 담보로 잡아서 빼앗으면 되지만, 그래도 손해는 어쩔 수가 없다.
공장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건물은 공장용 가건물인지라 건물의 가치가 설치비에 비해 없다고 봐도 무방한 데다가, 그런 장비는 중고가 되는 순간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질 테니까.
“그게…….”
아니나 다를까, 노형진이 몰아붙이자 공관종은 살짝 고민했다.
노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말 안 하려고 하신다면야.”
“아, 아닙니다. 아니에요. 하겠습니다. 사실은 그 기술, 저희가 가지려고 했습니다.”
예상대로 공관종은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그 기술을 그대로 집어삼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저희가 공정에 직접 적용하면 소송에 걸릴 테니까요.”
그 소송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공장을 외부에 만드는 거다.
외부에 공장을 만들고 그들이 소송해서 상대방이 말라 죽게 한 후에 그 기술을 자신들이 꿀꺽하는 거다.
그 공장을 외부에 둬도 되고, 아니면 자신들이 공장을 헐값에 넘겨받아도 된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이나 특허는 그런 식으로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냥 맨입에 털어 넣는 것이다.
어차피 그 기술을 빼앗으면 장비는 구해야 하니까.
당연하게도 그 과정에서 장비는 사실상 중고니까 가격은 더 다운된다.
물론 대출을 넘겨받아야 하지만, 어차피 기업 입장에서는 대출은 피할 수가 없는 존재다.
도리어 그 대출을 핑계로 일종의 상계가 가능하다.
가령 대출이 50억이라고 하면, 땅과 건물 가격의 값어치를 당사자끼리 후려쳐서 50억으로 맞춰 버리면 대기업은 땡전 한 푼 안 들이고 기술과 특허 그리고 공장을 넘겨받는 셈이 된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공관종은 그 말을 하면서도 살짝 놀랐다.
사실 이 방법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알음알음으로 하고 있지만 정부에서조차도 실태를 몰라서 방치하고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누구도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한두 해 보는 것도 아니고.’
다른 변호사들이나 검사들은 설마 그런 방법이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해서 전혀 눈치도 못 채고 있겠지만, 노형진은 이미 그딴 짓거리를 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노형진이 굳이 태상에서 끝내지 않고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태상에 의뢰받은 건 끝나서, 태상은 다시 일거리를 받아서 일을 시작한 상황이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겠지.’
두한에서 또다시 태상을 찍어 누르려고 할 건 뻔한 데다가, 그런 식으로 기업의 기술을 빼앗는 건 한두 해 이루어진 짓거리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3년이 길다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3년을 투자해서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 가치가 있는 기술을 공짜로 빼앗을 수 있다면 기꺼이 한다.
“그걸 진술해 줄 수 있습니까?”
“그걸 해 달라고요? 기자회견이라도 해 달라는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한국에서는 절대 안 터집니다.”
설사 외국에서 그게 기사화되어도 한국에서 다시 기사화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단 그 방법을 쓰는 대기업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상생을 주장하는 대룡 정도나 그 방법을 쓰지 않을 정도로, 대부분의 기업이 그 방법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인터넷에서 터트린다?
이 정도 일을 인터넷에서 터트려도 관련 글을 삭제하는 건 대기업의 힘으로는 어렵지 않다.
애초에 사람들이 쓰는 사이트들은 대기업의 광고로 먹고산다. 그런데 그런 글들이 올라왔는데 놔둘 리가 없다.
검색어 조작이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고, 조금만 이야기가 이상하면 바로 차단해 버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 뭐 인터넷은 중요한 게 아니라서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당신처럼 죽을 사람이 한 명 더 있지 않습니까? 흐흐흐.”
노형진의 말에 공관종은 소름이 돋았다.
그동안 노형진이 악마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정말 이토록 악마 같은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네……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지금 그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가 악마라 해도 손을 잡아야 했다.
***
지금 죽을 것 같은 사람이 과연 공관종뿐일까?
아니다. 공관종은 법적으로 죽을 것 같지만, 무상의 창립자인 나인수는 돈 때문에 죽을 것 같았다.
“아니, 이야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무슨 이야기 말인가?
“납품을 우리 쪽으로 넘겨준다면서요!”
-그거야 불법행위가 없었을 때의 이야기고, 불법행위가 있다면 우리가 납품받아 줄 이유가 없네.
“권 전무님, 제발! 이러지 말아 주십시오. 저 죽습니다.”
-미안하네. 하지만 아무리 자네가 우리 회사 사람이었다지만 불법행위를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납품을 받나, 이 사람아.
“회사에서 시킨 거 아닙니까!”
-지금 우리가 만만해 보이나? 왜 그런 헛소문을 퍼트리려고 하는 건가? 지금 우리랑 전쟁이라도 하자는 건가?
“그게 아니라, 그냥 다 필요 없습니다. 다 털어 낼 테니 제발……. 한 푼도 안 받아도 좋으니 제발 채권만은…….”
-미안하네. 나도 방법이 없어. 불법행위를 한 업체와 거래를 계속 이어 가기에는 사회 분위기가 안 좋아. 이만 끊겠네.
‘딸깍’ 소리와 함께 끊어지는 전화.
“전무님! 전무님!”
나인수는 절박하게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통화는 끊어진 후였다.
그는 다시 한번 회사로 전화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차가웠다.
-전무님이 사장님 전화는 더 이상 돌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김 비서, 이럴 건가!”
-함부로 부르지 마십시오. 당신은 하청 회사였던 곳의 사장일 뿐입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가차 없이 끊어지는 전화에 나인수는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망했다, 망했어.”
사업하는 데 드는 돈은 한두 푼이 아니다.
노형진은 50억을 추측했지만 사실 그가 쓴 돈은 그보다 많은 65억이었다.
당연하게도 나인수에게 그런 돈이 있을 리가 없다.
나인수는 퇴직금과 더불어 은행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