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904)
세상의 무서움 (3)
‘그리고 공부 잘하는 고 3 일진도 있기 마련이지.’
슬슬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
멍청한 학교의 일진 놀이를 해 봐야 미래는 시궁창이니, 좋은 머리로 좋은 대학에 가서 과거를 세탁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싶어 하는 머리 좋은 일진이 없을 리가 없다.
그 상황에서 다른 곳도 아니고 소년원에 간다?
인생 조지는 거다.
당연히 그걸 알아챈 머리 좋은 일진은 슬슬 손절할 시기를 재기 마련이다.
‘영원한 우정? 지랄한다, 진짜.’
대부분의 일진들 사이에 영원한 우정 같은 건 없다.
왜냐하면 학교에 다닐 때야 함께 권력을 누리는 맛에 우정을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대학에 가면 손절하기 때문이다.
특히 좋은 대학을 간 일진은 아예 연락처를 바꾸면서 과거와 선을 그으려고 한다.
일진이었다는 과거는 그녀들에게 결코 좋은 기록이 아니니까.
특히 지금처럼 방송에서 잘나가던 연예인들조차 일진설 하나에 훅훅 가는 때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일진 출신이라고 하면 좋은 직장도 구하기 힘들고, 좋은 혼처도 나오지 않는다.
세상에 대해 알수록 과거의 일진 기록이 자랑스럽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서로 연락하면서 일진 출신이라고 거들먹거리며 몰려다니는 놈들은 대부분 인생 실패자들, 즉 과거에 학교에서 짱 먹은 게 유일하게 자랑거리인 타입들뿐이다.
‘그리고 고 3쯤 되면 슬슬 분리되지.’
공부 잘하는 일진은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하고, 공부 못하는 일진은 자기들끼리 뭉쳐 다니면서 그런 배신자들을 욕한다.
‘그러니 말하는 사람 빼고 인생을 조져 버리겠다는 말을 들으면, 뭐.’
당연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먼저 나선다.
어차피 손절할 타이밍이고 다시는 안 볼 애들이니까.
“어…… 저도 봤어요, 저도! 분명 그랬어요! 다른 애들이랑 이야기해서 인생을 조져 버릴 거라고! 강간당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한 명이 눈치 빠르게 자리 하나를 선점하자 다른 한 명이 나머지 자리도 빠르게 차지했다.
그제야 다른 학생들은 아차 싶었지만…….
“끝. 두 자리 다 찼고요. 나머지 분들은 소년원으로 가시면 되겠네요.”
“아니, 잠깐만요! 잠깐만…….”
“아, 할 말 없구요. 알아서들 하세요. 두 학생, 이름하고 전화번호만 좀 줄래요?”
두 사람의 전화번호만 받아서 나오는 노형진의 등 뒤로 학부모와 학생끼리 싸움이 벌어졌다.
“썅. 뭐 하는 짓거리야! 그걸 꼰지르냐?”
“지랄. 너희가 병신 짓 한 걸로 왜 내 인생을 조져야 하는데?”
“아니, 당신들! 애를 어떻게 키웠기에 우리 애한테 피해를 줘!”
“뭐야? 아니 왜 먼저 배신하고 지랄이야, 지랄이!”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면서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김승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고발은 안 하실 거죠?”
“안 합니다. 그냥 겁만 준 거예요.”
“그런데 왜?”
“아마 권보연은 가출할 겁니다. 보니까 가출 경험도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은데 세상도, 부모도 만만하니까 친구들 집에 가서 자면 될 거라 생각하겠지요. 실제로 지난번 가출에서도 친구 집에서 지낸 모양이던데.”
하지만 손절당한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온 세상에서 버려진다는 게 어떤 건지 과연 알까?
“슬슬 버릇을 좀 고쳐야지요.”
* * *
권보연은 노형진의 예상대로 가출했다.
그때마다 권수락이 설설 기며 집에 들어오라고 읍소했기에 이번에도 그런 방법으로 기를 꺾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는 좀 달랐다.
-이 개 같은 썅년. 너 연락하면 죽인다. 알았냐?
“뭐?”
-연락하지 말라고, 썅년아.
잘 곳이 필요해서 일단 전화한 가장 친한 친구, 아니 친한 친구라고 생각한 사람에게서 바가지로 욕먹은 권보연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녀는 전화가 끊어지자 다시 걸었지만 차단되었는지 좀처럼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어이가 없어서 다른 아이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욕설뿐.
-개 같은 년.
-나가 뒈져, 썅년아.
-너는 내 눈에 띄면 뒈진다. 알았냐?
아무도 그녀와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다. 돌아오는 것은 욕설뿐.
갑작스러운 상황을, 권보연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물론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자신의 제안에 좋은 생각이라고, 걸레 같은 선생 년 인생을 망쳐 버리자며 찬동한 건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을 버리다니.
“뭐야, 씨팔?”
권보연의 입에서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건 여전했다.
“이게 뭔…….”
권보연은 눈을 찡그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 *
권보연은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서둘러 학교로 갔다.
그녀는 밤새도록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전이라면 찜질방이라도 갔겠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코델09바이러스로 인해 찜질방이 영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추운 겨울에 벌벌 떨면서 밖을 돌아다녀야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그녀를 반긴 건 어젯밤보다도 더 차갑다 못해 무서울 정도의 냉대였다.
무시? 차라리 무시였다면 속이라도 편했을 거다.
“야, 존나 뻔뻔하네.”
“그러게. 그렇게 우리를 찌르고도 면상을 들고 학교를 오냐?”
머리를 톡톡 치면서 자신을 위협하는 친구들.
아니,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아니, 뭘 찔렀다는 거야?”
“지랄. 아직도 이러네.”
“뻔뻔한 거 보소.”
“미친년.”
한두 명도 아니고 최소 대여섯 명이 자신을 에워싸고 위협하자 권보연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썅년이.”
물론 그녀라고 해서 마냥 당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일진이었으니까.
하지만 수적으로 이미 밀린 상황에서 그녀가 쓸 수 있는 저항 수단은 없었다.
“이 썅년이 미쳤나!”
달려드는 순간 누군가 그녀의 배를 발로 찼다.
그리고 그녀가 쓰러지자마자 일제히 그녀를 발로 밟기 시작했다.
“이 개 같은 년아, 우리 팔아먹으니까 좋아?”
“씨팔 년, 나가 죽어.”
이미 쓰러진 상황이라 그녀는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녀를 살린 건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야, 가자.”
“너 이따 두고 보자.”
“너, 선배님들이 보자니까 학교 끝나고 남아라. 도망치면 죽는다.”
그 말에 권보연은 숨이 턱 막혔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자신은 패거리에서 내쫓긴 걸 넘어서 표적이 되었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표적이 된 경우 어떤 식으로 당하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단순히 빵 셔틀을 시키는 거야 담당 일진 것만 챙기면 되지만, 표적이 되면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전학을 가든가, 아니면 자살하든가.
물론 근처로 전학을 가도 소용없다. 일진 사이에서 소문이 싹 도니까.
애초에 이미 자신은 두 번이나 학교 폭력으로 전학한 상황. 과연 주변에서 받아 줄 학교가 있을까?
“딴 곳에서 온 년을 받아 주는 게 아니었어.”
“그러니까.”
우르르 몰려나가면서 차갑게 말하는 일진을 본 권보연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더럭 겁이 났다.
선배들에게 불려 나간다. 그 경우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지 않는가? 자신이 했던 일이니까.
권보연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다급하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 뭐야?”
“저년 튄다, 저거!”
“썅년아, 네가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목소리가 높아지고 뒤에서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따라오는 일진은 없었다.
이미 한번 범죄로 엮인 상황이라 혹시나 다른 방식으로 엮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넌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이 썅년아.”
“눈에 띄면 죽는다. 알았어?”
권보연은 욕설을 들으면서 미친 듯이 뛰어서 학교를 벗어났다.
그 뒤로는 무심한 시선이 따라붙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