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950)
넌 어차피 죽어 (1)
권우설은 미칠 것 같았다.
물론 날림으로 공사한 자신의 잘못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누구나 그렇게 공사해 왔다. 그런데 자신만 이렇게 당해야 하는 현실이, 그는 억울했다.
“젠장.”
“사장님, 어쩌죠? 검찰에서는 송정한 의원을 조지라는데.”
당연히 권우설의 회사는 발칵 뒤집어졌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해 모두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송정한을 건들면 분명 새론, 아니 마이스터에서 우리를 조질 거야. 야, 우리가 마이스터를 이길 수 있겠냐?”
“턱도 없죠. 마이스터나 미다스가 아니라 노형진인가 하는 그 변호사 한 명도 못 이길 겁니다.”
“그러니까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이렇게 모인 거 아냐!”
권우설은 뻔한 말에 소리를 버럭 질렀다.
“걱정만 하지 말고 해결책을 말해 봐, 해결책을!”
하지만 그런다고 해결책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양쪽에 호랑이가 버티고 있는데 말이다.
“김 변, 어떻게, 방법 없어?”
그나마 똑똑한 김 변호사에게 권우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김 변호사는 브로커로서 자신이 뇌물을 여기저기 뿌릴 때 그걸 도와준 사람이다. 그러니 그가 적당한 사람을 소개해 준다면 혹시나 다시 한번 돈으로 틀어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권우설의 기대는 무참하게 무너졌다.
“힘듭니다, 사장님. 이번에는 양쪽 다 너무 거물이에요.”
“이런 씨입…….”
그 말에 권우설은 울고 싶어졌다.
“이게 첩첩산중이라는 건가.”
울상을 한 권우설.
그런 그에게 호랑이까지 찾아왔다는, 그의 멘탈을 나가게 하기에 충분한 소식이 전해졌다.
“저기 사장님, 노형진 변호사라는 분이 찾아오셨는데요.”
“뭐?”
회의실 문을 열고 조용히 말하는 비서의 말에 권우설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호랑이를 피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데 호랑이가 눈앞까지 왔다는 소리에 그는 삶의 희망마저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드…… 들어오시라고 해.”
아무리 그가 깡이 좋아도 노형진을 알면서도 피할 수는 없었다.
잠시 후 들어온 노형진을 본 권우설은 침을 꼴깍 삼켰다.
“안녕하세요, 노 변호사님.”
“음…… 반갑지는 않죠? 그죠?”
노형진은 웃고 있었지만 권우설은 울고 싶었다.
“그러니 대표님, 거래하죠.”
“그래요?”
“네, 거래요. 아니면 그냥 돌아가고요.”
노형진은 돌려서 말하지 않았다.
“그, 무슨 거래를 하시자는 건지…….”
“모른 척하신다면야, 뭐.”
노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보니까 회사 임원분들이랑 대책 회의를 하시던 모양인데.”
좌중을 스윽 둘러본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감옥에 가실 분들이 몇 분이나 될지 궁금하네요.”
그 말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자…… 잠깐만요. 네, 거래하시죠. 네, 거래…….”
“일단 들어나 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노형진은 권우설의 말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지금 검찰에서 협박받고 계시죠, 송정한 의원님 가족을 건드리라고?”
“…….”
“뭐, 그걸 뭐라 하는 건 아닙니다. 정치라는 게 그런 거니까요. 뭐, 그거 하지 말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네?”
이건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게, 당연히 하지 말라고 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해도 괜찮다니?
“저기…… 어떤 내용인지 아시는 겁니까?”
“아마도 수원에 계신 송정한 의원님의 따님과 사위분을 통해 송 의원님께 뇌물을 줬다는 내용일 텐데. 아닌가요?”
“…….”
“건설업은 뻔하죠. 사실 여기저기 빼돌린 돈도 많을 테고.”
실제로 건설업을 하면서 준 뇌물이 한두 푼이 아니다. 족히 50억은 빼돌려서 이미 수원과 주변에 뇌물로 쓴 상황.
검찰은 그 종착역을 송정한으로 이야기하자는 거였다.
“그걸 하라고요?”
“네.”
혼란스러운 상황.
설마 노형진이 송정한을 배신하는 것일까? 그러면 최고의 상황이 된다.
하지만 권우설의 추측처럼 노형진이 송정한을 배신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 술을 마시고 실수를 좀 해 줘야 하겠는데요.”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해야 한다고요?”
“네. 그건 알아서 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소름 끼치는 노형진의 미소에 권우설은 악마의 미소가 뭔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 * *
“그러니까 터트리자고?”
송정한은 노형진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네, 이참에 검찰에서 같은 수법을 못 쓰게 해 놔야 합니다. 검찰에서는 수십 년 동안 이 방법으로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정치인을 몰락시켜 왔습니다.”
실로 검찰에서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가짜 제보를 받아 한 사람을 조사해서 탈탈 털어 버리고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
나중에 무죄가 나와 봐야 그는 이미 사회적으로 말살된 상황.
그 방법으로 다른 사람도 아닌 전직 대통령까지 죽였던 검찰이다.
당연히 한국에서 그 방법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건 그렇지.”
“물론 우리가 작심하고 권우설을 협박해서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있죠. 하지만 한국은 넓고 회사는 많습니다. 그중 어떤 곳이 또 이런 수작질에 동참할지 다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하긴,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
설마 딸과 사위까지 건드리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던 송정한이다.
하지만 검찰은 없는 죄라도 만들어서 송정한을 막고 싶어 하는 상황.
“사실 현재 상황에서 검찰만 입을 다물면 당분간은 조용해집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검찰 입장에서는 지금이 아니면 더더욱 공격하기 힘들어진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검찰은 어떻게 해서든 이걸 해낼 겁니다. 설사 권우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요.”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간단합니다. 일단 터트린 후에 뒤집어 버리는 거죠.”
“터트린 후에 뒤집는다. 보통 자네는 터지기 전에 무마하지 않나?”
“그거야 이쪽에 문제가 있을 때의 이야기죠.”
사실 이런 전략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그게 터진다고 해도 언론에서 제대로 전달해 주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니죠. 검찰 내부에서 정변을 일으킬 확실한 핑계가 된다는 거죠.”
“정변?”
“네. 우리가 사전에 막으면 검찰은 다시 같은 수작을 부릴 겁니다. 하지만 터진 후에 막히면 다시는 같은 방법을 쓸 수가 없죠. 이제는 공수처가 있으니까요.”
“아, 그건 그렇지.”
공수처가 생겼고 그들은 여전히 활동 중이다.
검찰의 가장 큰 소원이 뭔가? 바로 공수처의 해체다.
“우리가 사전에 터트리면 그들은 실행을 하지 않을 테고, 당연히 공수처에서 그들을 조사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터트린 후에는 공수처에서 확실하게 건드리겠지.”
건드릴 수밖에 없다. 검찰에서 범죄를 설계한 거니까.
“물론 그래 봤자 아래에서 좀 잘라 내고 말겠지만 최소한 그 기간 동안은, 아니 그 이후에도 상당 기간 윗선은 공수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확실히 그럴 거야. 공수처가 바보는 아니니까.”
“의원님도 사건의 기록이 왜 중요한지 아시지 않습니까?”
정형화된 사건 기록이 존재하면,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 기록을 보고 다시 추적하는 게 쉽다. 그걸 적용한 게 바로 새론이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공수처에는 아직 검찰의 사건 조작과 관련된 명확한 증거가 없다.
“그런가?”
“네. 사실 다 아는 거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사건이니까요. 애초에 기소권은 검찰이 다 쥐고 있는 거 아닙니까?”
“아, 그랬지. 나도 나이를 먹나, 자꾸 까먹는구먼.”
이런 식으로 사건을 조작해서 정치적 라이벌이나 주요 인사를 몰락시키는 건 사실 아주 흔한 경우다.
조선 시대에도 역모라는 이름으로 밀고를 통해 정적을 조져 버리는 일이 흔했으니까.
하지만 대한민국 건국 이후로 관련 사건의 기록은 전혀 없다.
왜냐,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시체가 없으면 살인도 없다고 했죠. 기소가 없으면 범죄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다들 이런 범죄가 있다는 건 알지만 공식적으로는 사례도, 판례도 없다.
“하지만 이번에 제대로 사례가 생기고 기록으로 남게 되면 나중에 비슷한 사건이 발견되었을 때 공수처에서 수사할 수 있는 정당한 권한이 부여되겠죠.”
법은 의외로 규칙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법을 가지고 장난치는 놈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아예 그런 규칙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는 법률의 세계에서 생각보다 아주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나?”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노형진의 계획이 참으로 그럴듯하기는 했다. 그의 말마따나 사건의 형태가 잡혀 있다는 것 자체로 법률계에서 가지는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나중에 억울하다고 말해도 그게 전달되지는 않을 텐데.”
“그러니까 ‘예언’하는 거죠.”
“예언?”
“인터넷에다가 글을 올려 둘 겁니다.”
“그러면 검찰에서 공격하지 않을 텐데?”
물론 송정한 입장에서는 그것도 나쁜 전략은 아니다. 최소한 지금 들어오는 공격은 확실하게 막을 수 있으니까.
“물론 그러겠지요. 단, 그 사실을 안다면 말입니다.”
“안다면?”
“인터넷에 얼마나 많은 글이 올라오는지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하루에도 수십 수백 수천만 개의 글이 올라온다. 그리고 대부분 묻혀 버린다.
일부 공감이나 분노를 일으킬 만한 사건들은 국민들이 알고 널리 퍼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그냥 그렇게 묻혀 버린다.
“일단 묻어 버리는 거죠. 아무리 검찰이라고 해도 그걸 추적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흥하게 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망하게 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인터넷에서 돈을 주고 ‘추천 조작’을 하면 사건을 흥하게 하는 거야 어렵지 않을 거다.
하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게 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아니,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한 상황인데 어떻게 주의를 돌린단 말인가?
“압니다. 하지만 그런 묻혀 버리는 사건들의 공통점이 있지요. 그 공통점만 지킨다면 대부분의 경우 묻어 버릴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후에 사건이 공개되면서 관련 글들이 소위 말하는 예언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흠…….”
송정한은 고민했다.
사실 여기서 멈추고 자신만 보호하려고 하는 거라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노형진도 송정한도, 그 정도 힘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검찰이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못 하게 한다 해도 언젠가 또다시 시도할 테고, 그중 한 번이라도 걸리면 타격이 크다.
아직은 선거가 멀었다지만 선거가 코앞인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또 일어나면 그야말로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자네의 계획을 좀 자세하게 들어 볼 수 있을까?”
“제 계획은…….”
노형진은 설명을 시작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 * *
얼마 후 인터넷에 예상치 못한 글이 올라왔다.
-내가 지난번에 술집에서 재미있는 소리를 들었다. 검찰에서 송정한 의원 딸하고 사위를 범죄로 엮어서 조지기로 했다더라. 이미 가짜 증언이랑 증인도 다 확보해 놨대. 수원에 있는 모 기업이라 카더라. 거기서 송정한 사위랑 딸한테 50억 줬다고 증언해 주기로 입 맞추고 증거까지 다 조작해 놨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