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416)
의혹이 전부라고? (2)
검사가 판사 하나 콕 집어서 기소해 버리는 순간 판사는 권력을 잃어버리니까.
무죄를 선고할 수는 있지만 3심까지 갈 경우 최소 4년에서 5년은 업무에서 배제당할 수밖에 없다.
뇌물 수수 같은 걸로 조사받는 판사가 계속 판결을 맡을 수는 없으니까.
현실적으로 그 기간 동안 배제당할 상황이라면 결국 승진 코스에서 멀어지는 데다가 결국 밀려난 시점부터 포기하고 나가서 변호사나 해야 하기에, 알게 모르게 판사들은 검사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특히나 정치적 사건에서는 더더욱 그런 성향을 보이는 게 현실이었다.
“기자 쪽은요?”
“그쪽은, 윗선은 어떻게 할 수 있지만 일선 기자들이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노형진은 헛소리하면 언론사가 아니라 기자를 조져 버리지 않습니까?”
“끄응, 그렇죠.”
언론사 조지는 거야 대충 검찰에서 벌금 조금 처분해 주면 땡이기에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대형 언론사들에 벌금 500만 원 정도는 하룻밤 룸살롱 술값도 안 되는 돈이니까.
하지만 노형진은 기자를 조진다.
단순히 벌금 수준이 아니라, 진짜 자살할 때까지 조진다.
언론사는 노형진과 굳이 싸우기 싫어서 그 꼴을 보고도 그저 방치하고.
그러자 이제는 그게 소문이 나서, 기자들은 노형진과 관련된 거라고 하면 설설 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노형진을 도발하거나 어떻게 뜯어먹으려고 했다가 자살한 기자가 스무 명은 된다고 하니까.
문제는 노형진이 선공을 당한 경우에만 그렇게 움직이기에 언론 탄압이니 뭐니 할 수가 없다는 거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떠들어 봤지만 그건 언론사가 아니라 헛소리를 한 개인의 문제라고 언론사에서 선을 그을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노형진과 마이스터와 전면전을 해야 했으니까.
“그쪽도 일단은 말을 못 한다고…….”
“젠장. 역시 그 새끼들은 답이 없어.”
사실 이해는 간다.
기업이 덤벼도 못 이기는 게 노형진인데 그런 사람과 목숨 걸고 싸우라니.
물론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는 기자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그런 기자들은 노형진과 부딪칠 일 자체가 없다.
노형진은 그저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또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자신을 건드리는 놈들에게만 보복할 뿐이고, 그런 놈들은 노형진이 그런 짓을 하든 말든 관심을 안 가진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냥 당해 줄 수는 없지 않소?”
안주원은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어떻게 해서든 송정한이 대통령이 되는 걸 막아야 해.’
그도 그럴 게 민주수호당에서 송정한 퇴출에 가장 앞장선 게 자신이니까.
송정한만 없으면 자신이 민주수호당 대선 후보 1순위라 생각했고, 실제로 대선 후보가 되었다.
문제는 당에서 쫓겨나 그저 그런 무소속이 될 거라 생각한 송정한이 신당 창당을 넘어 양 정당에서 사람을 흡수해서 무려 제3당이 되어 버렸다는 거다.
자신이 한 짓이 있으니 당연히 보복당하는 게 두려운 안주원 입장에서는 송정한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했다.
“다 같이 국민의 노예가 될 거요? 우리는 주인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니오?”
“후우~.”
그 말에 다들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강용안과 안주원의 시선은 최당식에게 향했다.
어쩔 수가 없는 게, 현실적으로 이제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정당이라면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송정한은 아니다. 그놈은 말이 안 통한다.
“다른 당원들과는 말이 안 통합니까? 솔직히 우리국민당에 간 놈들 중에도 도긴개긴인 놈들 많지 않습니까?”
도긴개긴이라는 말에 강용안과 안주원은 불편한 얼굴이 되었지만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실제로 개혁파 의원들이 많이 넘어가기는 했지만 프락치 노릇 한다고 간 놈, 여기서 자리 못 잡아서 쫓겨난 놈, 돈에 혹해서 넘어간 놈도 있었다.
개혁파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런 놈들이 들고일어나서 당을 뒤집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물론 그쪽 당 사람들도 만나 봤소. 하지만 핑계가 없어요, 핑계가!”
안주원은 갑갑한 듯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송정한 그놈이 쥐고 있는 권력이 너무 강해요. 당을 뒤집어엎고 권력을 쥐려면 송정한을 몰아낼 만한 핑계가 있어야지요.”
정책적 실책이나 부패, 하다못해 범죄와 연관해서 몰아내야 하는데, 정책적인 실패는 아예 없고 부패는 가진 돈이 많아서 의미가 없다.
“확실히 당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선거에서 불리한 건 사실이니.”
그러니 자신들이 권력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국민당 내부에서 송정한을 축출하는 것.
실제로 개혁파 대통령 후보들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당 내부에서의 반발이다.
같은 당이지만 결국 자기들이 권력을 쥐고 흔들 수가 없게 되니 어떻게 해서든 쫓아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수호당은 자기네 소속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병신 짓을 한 적도 있을 정도니까.
“핑계야 우리가 만들어 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순간 듣고 있던 최당식이 좋은 방법이 있다는 듯 얼굴을 밝혔다.
“핑계를 만들어 준다고?”
“네.”
“뭐, 또 뻔한 짓 하려고 하나?”
강용안은 최당식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검찰이 할 줄 아는 건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바로 누명 씌우기.
물론 일반인이라면 그거 하나로 충분히 인생을 조져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대방에게는 노형진이 붙어 있다.
어떻게 해서든 노형진과 송정한에게 누명을 씌우겠다고 증거조작에서부터 증인 조작, 심지어 증거 심기까지 별의별 짓을 다 해 봤지만 결국 모조리 실패했다.
단순히 실패에서 끝난 정도가 아니라 그때마다 검사들이 한 뭉텅이씩 모가지가 날아갔다.
한국검사회의 파워가 예전 같지 않다고 최당식은 징징거리지만, 사실 내용을 보면 한국검사회 놈들이 선빵 치다가 역으로 당한 게 대부분이다.
강용안의 비아냥거림에,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최당식의 눈이 희번덕거리면서 빛났다.
‘전이라면 살려 달라고 무릎 꿇고 빌어야 했을 새끼가.’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그랬다.
검찰의 캐비닛만 열면 강용안 따위의 인생 망가트리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두고 보자. 송정한만 조져 버리면 다음은 너다.’
최당식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를 박박 갈았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 해도 검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검찰에는 그럴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송정한과 노형진만 제치면…….’
그 후에는 다시 한번 검찰 천하가 올 거라 생각하며, 그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을 꿀꺽 삼키고 그 대신에 다른 말을 꺼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도 바보는 아니니까.”
“그러면?”
“그동안 노형진과 싸우면서 우리도 그놈에게 배운 게 좀 있습니다. 우리가 수사를 한다고 하면 분명 노형진은 지랄을 할 테죠.”
“그러겠지.”
“하지만 우리가 수사하지 않는다고 할 경우 도리어 곤란해지는 건 노형진과 송정한이라면?”
“뭐?”
“그렇게 해서 그놈이 수사해 달라고 빌게 만들 겁니다.”
눈을 번뜩거리는 최당식.
“그러기 위해서는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 *
노형진은 솔직히 이번 선거에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건 민주주의에 위배되니까.
자신이 나선다면야 송정한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럴 이유도 없거니와, 자신의 위협과 돈지랄로 만든 대통령이 과연 정상적인 대통령일까?
그랬기에 노형진은 송정한의 대통령 선거에서 완전히 뒤로 빠져 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터지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어이가 없군. 노 변호사, 내가 그렇게 보이나?”
“아니요. 전혀 아니죠.”
“내가 미쳤다고 방화를 저지르고 다녔다고? 이 내가?”
송정한에 대한 허위 사실이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년 전 송정한이 막 판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변호사를 시작하던 시절, 그 지역에서 연쇄 방화범이 활개를 치고 다녔다.
처음에는 쓰레기를 태우는 정도였던 방화는 점점 그 규모가 커져 인명 피해마저 발생시키고야 말았다.
그것도 무려 네 번이나.
그 화재로 인해 열세 명이 죽거나 다쳤고 재산 피해도 엄청났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사건의 진범이 송정한이며, 당시 영업이 힘들었던 송정한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밤마다 불을 지르고 다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냐고!”
새론의 회의실.
그곳은 일반적으로 의뢰인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지만 송정한이 단순 의뢰인도 아니고 워낙 보안이 중요한 사건이라 오늘은 송정한을 비롯한 새론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서 회의 중이었다.
그 와중에 기가 막힌다는 목소리로 외친 송정한은 치가 떨린다는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화가 너무 나니까 도리어 기운이 빠질 정도였다.
“송 의원님이 그럴 분은 아니죠.”
새론은 이 사건으로 인해 오늘 완전 비상이었다.
물론 송정한이 새론에서 나가 국회의원이 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론에서 그의 지분이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니고, 설사 그게 아니라고 해도 새론을 본격적으로 키운 사람이 바로 송정한이다.
그런 사람이 불을 질러 사람을 죽였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죠. 그런데 그게 더 웃긴 겁니다.”
인터넷에서는 그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일반적이지 않을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퍼지는 소문.
“누군가 뒤에서 작업하는 게 분명합니다.”
“여론 조작 작업이다 이건가?”
“네. 얼마 뒤면 대통령 선거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그리고 이미 송정한은 우리국민당 내부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상황이었다.
그 외에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우리국민당의 지지율을 만들어 낸 사람인 송정한을 이길 방법은 없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든 똥물이라도 튀겨 보겠다 이런 의도인 것 같네요.”
‘뭐, 이런 짓거리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사실 선거철만 되면 거의 100% 이런 일이 벌어진다.
특히 자기네 파벌이 아닌 다른 집단 소속 후보에게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붙는다.
뇌물죄나 갑질은 아예 기본이고 성추행이나 강간, 심지어 살인죄까지 가져다 붙이는 게 한국 선거판이다.
“그리고 종편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의원님을 막고 싶어 할 테고요. 지금 송 의원님은 언론에 손대고 싶어 하시잖습니까?”
“그래. 솔직히 한국 언론이 언론이야? 사내 신문이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중 하나가 바로 대부분의 한국 언론사들이 본사를 따로 둔다는 거다.
새벽일보나 애국일보 같은 대형 언론사는 아니지만 하루경제나 아시아경제 같은 곳, 또는 원미디어 같은 언론사들은 본사가 기업, 특히 건설업인 경우가 많다.
“언론이 자본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결국 진실도 사라지니까.”
그랬기에 송정한은 언론 개혁을 통해 기업의 의결권을 제한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언론사는 그걸 극도로 싫어한다.
“그러니까 물고 뜯고 신나게 떠드는 거죠.”
검증? 송정한만 조져 버리면 검증할 필요 따위도 없다.
그리고 어차피 걸려 봐야 처벌도 그다지 강하지 않다.
실제로 인터넷에 그런 소문이 돌고 있어 그걸 보고 썼다고 하면 그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