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90)
“좋은 말씀 들으시면 좋다니까요.”
슬쩍 앞을 가로막으면서 노형진을 벽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남자. 하지만 그 틈에 슬쩍 시야가 드러났고 노형진은 비슷한 남자 두 명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뭐야?’
모른 척하고 있지만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당황하는 두 사람을 보고 노형진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자신은 변호사다. 더군다나 적이 많은 편이다. 그러니 백주 대낮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한 건 없으리라.
‘칫.’
노형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지고 있던 것을 슬쩍 꺼냈다.
“안 비켜 주시면 후회할 겁니다.”
“자자, 그러지 마시고 조상님의 공덕에 감사하면…….”
노형진에게 말하면서 접근하는 남자. 노형진은 더 이상 시간을 끌면 곤란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실력 행사를 하기로 했다.
“후회할 거라고 했습니다.”
“조상님에게 감사하면…… 끄르르르륵.”
남자는 노형진을 밀어붙이다가 갑자기 눈을 까뒤집으면서 뒤로 넘어갔다. 평소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던 전기 충격기로 그 남자를 지져 버린 것이다.
“어어?”
“뭐야?”
아니나 다를까, 멀찌감치에서 따라오던 두 사람이 그걸 보고 당황하는 눈치였다. 노형진은 도망가려다가 아차 싶었다.
‘이런 젠장.’
자신을 잡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젊은 아가씨. 그 여자는 놀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알아차려서 그런 건지 자신을 더욱 꽉 잡았다.
‘지져?’
하지만 상대방은 자신과 너무 가까이 있다. 더군다나 손을 잡은 상태에서 땀이 흥건하게 나 있는 상황이니 아무래도 전기 충격기로 지져 버리면 그 역시 감전될 게 뻔했다.
‘할 수 없다. 일단은 엎어치기로.’
내동댕이치고 도망가려고 하는 노형진. 그런 노형진이 움직이려고 하자 더욱 손을 꽉 잡는 여자.
노형진이 막 그녀를 패대기치려고 하는 순간 그녀가 갑자기 손을 꽉 잡으면서 매달렸다. 그리고 그다음에 한 말에 노형진은 그녀를 공격하려는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 저 좀 구해 주세요!”
“엇?”
“제발 저 좀 구해 주세요.”
“뭐라고요?”
“빨리요. 도망가야 해요! 어서!”
노형진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그가 고민한 시간은 짧았다.
“뭐야!”
“잡아!”
멀찌감치 있던 녀석들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냅다 뛰기 시작한 것이다.
“어서요! 도망가야 해요!”
“젠장.”
보아하니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안 그러면 도망가자는 게 아니라 죽자고 매달렸을 것이다.
“뛰어요!”
노형진은 그녀의 손을 잡고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이힐을 신은 그녀가 빠를 수가 없었고 노형진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했다.
“택시”
끼이이익!
택시가 보이자마자 바로 앞으로 뛰어든 것이다.
“야, 이 미친놈아! 죽으려고 환장했어?”
택시 기사는 놀라서 마구 삿대질하면서 욕했지만 노형진은 그녀를 차에 밀어 넣고는 문을 닫았다.
“납치범들에게 쫓기고 있으니까 빨리 달려요.”
“납치범?”
“네.”
택시 운전사는 고개를 돌렸다가 사람들을 넘어트리면서 죽어라 뛰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는 급하게 문을 잠그고는 그대로 내달렸다.
“하아.”
노형진은 뒷좌석에 기대앉으면서 왠지 잘못 코가 꿰인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 *
“요즘은 편의점에서 여자 친구도 파나 봐?”
“지금 농담이 나오세요?”
“그럼 어디 결혼식장에서 납치라도 해 온 거야? 근데 평일인데 결혼식이 있나?”
“농담이 나오시나 보네요.”
노형진은 한숨을 푹 쉬었다. 하긴 편의점 다녀온다고 나간 사람이 다짜고짜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으니 송정한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 여자 때문에 강북까지 찍고 왔습니다. 택시비가 엄청나게 나왔다고요.”
“거참…….”
노형진은 그 남자들이 차량이 있을 가능성도 따져 봐야 하기 때문에 그걸 확인할 겸 또 아무래도 직장이 가깝다 보니 그들의 관심도 돌릴 겸 강북까지 갔다 와야만 했다.
“자네에게 돈은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그건 그렇기는 합니다만.”
난데없이 자신을 구해 달라고 매달린 여자를 버리고 도망갈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나저나 이야기가 잘되어 가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잘하겠지. 그래도 같은 여자인데.”
“그 얼음 공주가 잘할지는…….”
일단 데리고 왔지만 공포감에 부들부들 떨고 있어서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노형진은 직접 대화하지 못하고 손예은 변호사를 붙여서 대화해 보도록 했다. 일단 같은 여자니까 좀 나아질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다른 여자를 붙였어야 하나.”
심지어 송정한조차도 고민하는 그때였다.
“누구를 말이죠?”
송정한의 사무실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예은.
“아니야. 그냥 직원 문제야. 그래, 어떤가?”
“좀 진정되었습니다. 적당한 이야기도 들었구요.”
“그래? 그럼 뭐라던가? 역시 노 변호사를 노린 건가?”
송정한은 농담하면서 물었지만 한편으로는 노형진을 노린 일종의 납치 미수가 아닌 걱정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손예은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그건 아닌 것 같더군요.”
“아니라고?”
“신흥 종교입니다.”
“신흥 종교?”
“네.”
“뭔 소리입니까? 신흥 종교라니요? 이런 ‘도를 믿습니까?’ 같은 행동은 오래전부터 있지 않았나요?”
이런 행동을 하는 특정 종교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런 만큼 그들의 행동은 일단 사기일 수는 있어도 그들을 신흥 종교로 분류할 수는 없다.
“과거의 그 종교가 아니라는군요. 같은 방식을 쓰지만요.”
“네?”
과거의 그 종교가 아니라는 말에 노형진은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신성도라는 종교랍니다. 그런데 요즘 공격적인 방식의 포교를 한다고 하더군요.”
“공격적인 방식의 포교?”
“네.”
“신성도? 처음 들어 보는데?”
심지어 송정한 조차도 처음 들어 본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은 이야기를 들어 보면 좀 치밀하게 움직이는 것 같더군요.”
“치밀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네. 노 변호사님에게 접근한 것도 딱히 납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돈을 갈취할 목적이었다고 하더군요.”
“하아?”
노형진에게서 돈을 갈취하려고 했다는 말에 다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손예은은 그런 두 사람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기 있는 한세은 양 말로는 상당히 치밀하게 준비되었다고 하더군요.”
새로운 종교가 생기면 가장 필요한 건 돈이다. 돈이 있어야 세력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사이비 종교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신성도는 말 그대로 사이비 종교다. 그런 사이비 종교에서 돈을 가장 빠르게 벌 수 있는 돈은 뭘까? 공장? 아니면 헌금?
아니다. 갈취다.
“그런데 왜 ‘도를 아십니까?’ 같은 짓거리를 하고 다닌 거야?”
“유명하니까요.”
“아!”
‘도를 아십니까?’라고 불리는 행동은 유명하다. 당연히 자신들이 따라다니면서 그렇게 갈취해도 그들은 그쪽 종교를 욕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다른 종교라고 생각을 못 할 테니까.
“방법이야 그렇다고 치고……. 아니, 갈취는 아니잖아?”
아까 시도했던 일은 명백하게 납치다. 아무리 ‘도를 아십니까?’ 쪽 사람들이 사람들을 귀찮게 한다고 해도 납치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까 벌어진 것은 거의 납치 직전의 상황이었다.
“알 것 같네요.”
“알 것 같다고?”
“네, 대포 차 같은 거죠.”
“대포 차? 끄응…….그렇군.”
대포 차는 차주와 모는 사람이 다른 것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대포 차를 모는 인간들은 불법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른다. 모든 기록이 차주의 명의로 남기 때문이다.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를 아십니까?’라는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유명한 것이니까요.”
만일 자신들이 시도하다가 안 되면 방금처럼 여러 사람이 에워싸고 갈취한다. 물론 경찰에 신고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경찰은 어디를 수사할까? 당연히 과거에 있었던 종교 단체를 수사할 것이다. 그쪽으로는 유명한 일이니까.
“하긴…… 요즘은 ‘도를 아십니까?’라는 말이 조롱의 대상이니까요.”
시대가 발달하고 인터넷이 퍼지면서 과거처럼 그것에 쉽게 당하는 사람은 없다. 도리어 인터넷에 여러 가지 조롱 글이나 대처법이 올라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래도 도를 아시느냐고 따라 하는 것은 크게 돈은 안 되지요.”
“그래서 좋게 말하면 공격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강제로 갈취한다 이건가?”
“그럴 겁니다. 어차피 경찰에 접수된다고 해도 수사 방향은 신성도가 아닌 다른 쪽으로 방향이 돌아갈 테니까요.”
“치밀하군.”
“네.”
자신들은 돈을 삼키면 그만이다. 더군다나 경찰은 어찌 되었건 종교 문제라고 하면 터치하는 것을 싫어한다. 한국이 종교적 자유가 있는 것도 있지만 종교라는 것이 무척이나 집단적인 것이다 보니 잘못 건드리면 경찰서를 습격하는 것도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그들의 광신은 상상을 초월하니까.
“그리고 그런 건 상대적으로 소액이죠. 실적은 안 되는데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크다 보니까 경찰들도 잘 수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끄응…….”
“머리 잘 썼네요.”
“그런데 왜 노 변호사한테 도와 달라고 한 거야?”
송정한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렇게 범죄 집단이라면 노형진에게 도와 달라고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충 알겠네요. 그런 집단에 정상적인 사람이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그런가?”
“네, 시커먼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압박을 가하는데 누가 들어 주겠습니까? 도망가지 않으면 다행이지.”
“설마?”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일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그들과 엮이면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 것이겠지요.”
노형진은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상황이 대충 이해가 갔다. 어떤 식으로 엮여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건 그녀가 저들과 엮이면서 그들은 한세은에게 일종의 얼굴마담을 맡겼을 것이다. 그녀가 다가가서 사람을 잡아 두면 다른 사람들이 그를 압박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나오면 되잖아?”
“낯선 사람들에게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는 인간들이 과연 한세은 양 같은 사람을 협박하지 않았을까요?”
“끄응…… 대충 알겠네.”
송정한도 상황이 이해되었다. 조금만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이비 종교에 있으려고 할 리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나가려고 할 텐데 그걸 그냥 둘 리 없다.
‘사이비 종교는 신도가 나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지.’
그래서 신도가 나간다고 하면 살인도 서슴없이 하는 게 사이비 종교다.
“결국은 그들은 나가지 못하게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20대 초반의 예쁘게 생긴 아가씨라니, 얼굴마담으로는 최고 아닙니까.”
“그렇지요. 안 그래도 그러더군요, 협박당했다고.”
“가족이라도 잡혀 있는 거야?”
“차라리 그거면 신고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들이 주소를 안다더군요.”
“끄응…….”
차라리 잡혀 있는 거라면 경찰에 신고해서 구출 작전을 짜면 된다. 하지만 상대방이 가족의 주소나 일하는 곳 등을 안다고 하는 것을 협박으로 판단하려면 엄청나게 증거가 많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경찰도 그걸 협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많아지는 탓에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용케 나왔군.”
“내부에서 그녀에 대한 결혼 이야기가 나왔답니다.”
“결혼?”
“네. 상부에 있는 신도가 그녀에게 결혼을 신청했다고. 그런 경우 대부분 허락이 나는데 여자는 거부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노형진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 과거 어떤 종교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거…… 골 때리는데?”
“왜 그러나?”
“아니요……. 그냥…… 데자뷔 같아서요.”
“자네도 그런가?”
“네.”
“끄응…….”
“하여간 그녀가 도망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겠군요.”
“네.”
함께 다니는 한 명의 남자. 그 남자와 따라다니는 두 명의 남자. 그들은 함께 일하는 동료임과 동시에 그녀를 잡아 두는 일종의 감시 역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한테 도와 달라고 한 거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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