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32)
“아오, 씨발…….”
그는 짜증을 내면서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응?”
한구석에서 한 남자가 여자를 마구 밟는 모습이 보였다.
“이 쓰레기 같은 년!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어?”
“아아악!”
“이 개 같은 년아!”
“미안해! 미안해!”
으슥한 골목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주변에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을 말릴 이도 없었다.
물론 박명성이 그들을 말릴 생각은 없었다. 사실 관심도 없는 사건이니까.
하지만 그는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웃어?’
욕을 먹으면서 남자에게 맞고 있으면서도 그 여자는 울지 않았다. 살려 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몸을 둥글게 말고 있기는 하지만,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오호라?’
그리고 박명성의 눈이 반짝거렸다. 바로 그녀가 무슨 타입인지 알아차린 것이다.
마조히스트 속성을 가진 여자인 것이다.
아직 어설프기는 하지만 그녀는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남자가 밟고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여자의 얼굴도 반반하다. 그리고 입고 있는 옷도 비싸 보이는 거고, 가방도 명품이다.
‘월척이다.’
안 그래도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저런 물건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조용히 남자의 뒤로 다가갔다.
“그만두지 못해!”
“뭐야?”
남자는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 외쳤다.
“뭐 하는 짓이야?”
“뭐 하는 짓이긴. 지나가던 정의의 사도다.”
“지랄하네.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꺼져.”
남자는 피식 비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박명성의 시선은 그가 아니라 여자에게 가 있었다.
‘역시나.’
보통 이런 상황이면 다른 여자는 도망가거나 숨거나 살려 달라고 구원자에게 매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자의 얼굴에 서린 것은 당황함 그리고 어이없음.
‘이 새끼들, 플레이 중이구만.’
마조 행위는 보통 매도라고 하는 모욕 단계에서부터 시작이다. 누군가 자신을 모욕하고 때리는 것에서부터 점점 심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매도당하면서 흥분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없는 이런 곳에서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제 시작하는 녀석들인 모양이었다.
‘흐흐흐.’
그리고 그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박명성은 씩 웃었다.
“웃어? 이 새끼가 증말 내가 누군지 알고…… 컥!”
남자는 말하다가 허리를 팍 꺾었다. 그리고 주저앉았다.
“쿨럭쿨럭.”
배를 부여잡고 쿨럭거리는 남자. 그리고 당황하는 여자.
“당신, 따라와.”
“네?”
“다친 것 같으니까 따라오라고. 치료해 줄 테니까.”
“하지만…….”
당황한 얼굴로 쓰러진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
박명성은 그런 여자에게 눈을 팍 찡그리면서 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낚아챘다.
“따라올래, 아니면 내가 가족한테 전화할까?”
“네?”
“누가 잡아먹는대? 상처는 치료해야 할 거 아냐. 집이 이 근처이니 내가 해 줄 테니까 따라와.”
“당장 그만…… 컥…….”
힘겹게 일어나던 남자는 박명성의 주먹에 나가떨어지면서 기절했다.
“헉!”
“따라올 거야, 말 거야?”
“가…… 갈게요.”
“좋아.”
미소로 가득한 얼굴로 여자를 데리고 그곳을 떠나는 박명성.
그런데 그들이 떠나고 나자 기절한 줄 알고 있던 남자가 스윽 일어나더니 허공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그러자 그걸 보고 있던 손채림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예요? 이게 정상이에요?”
다짜고짜 난입해서 따라간다? 그게 끝이라고?
“호호호.”
마담은 영상을 보다가 웃으면서 손채림을 바라보았다.
“원래 그래요.”
“그렇다고요?”
“네. 주인과 추종자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사람이냐죠.”
“그게 무슨 말이죠?”
“간단해요. 추종자를 빼앗고 싶다? 그러면 전 주인보다 더 강하고 이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해요.”
“별 미친…….”
“원래 그래요.”
만일 추종자를 자신이 차지하고 싶다면 그를 괴롭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추종자는 기본적으로 주인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주인이 없다고 해서 배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이 자신을 이끌 수 없다고 판단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 굴복하는 것이 저런 타입의 특성이다.
추종자와 지배자와 관계에서 지배자가 약하다고 판단되면 추종자는 더 강한 지배자를 찾아간다.
물론 그 관계가 오래된 관계라면 이렇게 급박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래되지 않은 관계라면, 더 강한 지배자에게 가는 경우도 종종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저렇게 어설프게 연기한 겁니까?”
“네.”
마담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남자도 여자도, 모두 마담이 데리고 온 그곳의 직원들이다. 그들은 박명성을 속이기 위해서 그곳에서 연기한 것뿐이다.
박명성은 거기에 속아서 추종자를 빼앗기 위해서 끼어든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거의 안 일어나요.”
“왜죠?”
“일이 커지니까. 살인까지 날 수 있어요.”
지배자 성향의 충돌은 생각보다 큰일이다. 심각한 경우 살인마저 불사하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배자 성향의 기본은 절대로 패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한번 패해서 추종자를 빼앗기면 자신의 자긍심에 상처가 되고, 그건 그런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큰 문제다.
“살인?”
노형진은 그 이야기에 문득 소름이 돋았다. 남궁선태의, 누군지 모르는 전 지배자.
“관계가 오래되면 살인도 불사한다고요?”
“말했다시피 그럴 수밖에 없죠. 추종자와 지배자 관계가 오래될수록 그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니까. 그리고 마조히스트 성향에게 가학 행위는 의미가 없죠. 그렇다면 그를 빼앗기 위해서는 지배자를 꺾는 수밖에요.”
“흠…….”
노형진은 턱을 스윽 문질렀다.
“그나저나 저런 성향의 여자가 있다니…….”
손채림은 아까 그 모습을 생각하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깨닫지 못할 뿐이지, 다들 그런 부분은 있어요. 다만 그게 발현되지 않을 뿐. 사람은 추종자, 아니면 지배자이니까.”
“헐.”
“어때요, 한 명 해 드릴까요? 당신은 지배자 성향이 살짝 있는 것 같은데, 적당한 추종자를 얻으면 그 성향이 꽃을 피울지도?”
“그래요? 하지만 난 여자인데?”
“박명성인가 하는 사람은 남자와의 관계였잖아요. 이런 관계에서 성별은 그다지 관련이 없어요.”
“흠…… 신기하기는 한데. 형진아, 어떻게 생각해? 내가 한번?”
“아서라.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노형진은 농담하는 손채림에게 피식 웃었다.
사실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절대 지배자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긴 내 인생도 책임지지 못하는 판국에 남의 인생까지 어떻게 생각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손채림.
“그나저나 위험한 건 아니겠죠?”
노형진이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위험성이다.
한번 절제를 하지 못해서 사람을 죽인 녀석이다. 그러니 또 같은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
“그건 아닐걸요, 당분간은.”
“당분간?”
“네, 당분간은. 자기 실수로 추종자를 잃었으니 상당히 조심할 거예요. 시간이 길어지면 모르지만.”
마담은 씩 웃으면서 말했고 노형진은 약간 씁쓸해졌다.
“그러면 빨리 해결해야겠네요.”
* * *
“괜찮아요?”
“나쁘지는 않아요.”
사무실에 찾아온 여자의 얼굴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화장으로 감추고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이런 무식한 놈.”
무태식은 여자의 얼굴을 보고 불같이 화를 냈다.
여자 얼굴을 때려서 이렇게 상처를 내는 놈이 어디 있단 말인가?
“확실히 알겠더군요. 그 녀석, 사디스트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어요. 자신의 가학성을 통제하는 법을 모르네요.”
그녀는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은 제가 자신의 추종자가 되었다고 확실하게 믿고 있어요.”
“그런가요? 설마…….”
“아니요. 제 지배자님은 다른 분이시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로 지배자 자리에 그가 올라갔다면 그녀가 자신들에게 거짓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던 사람은 제 지배자가 아니에요. 그냥 대역이죠.”
“그분이 그럼 이 작전을 승인한 겁니까?”
“네. 돈이 되는 일인데요, 뭐.”
“네? 돈이 되는…… 헐…….”
확실히 이번 사건을 마담에게 부탁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주기로 하기는 했다.
그런데 일은 그녀가 하고 돈은 지배자가 가져간다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챙긴다더니.’
딱 그 짝이다. 그걸 자연스럽게 말하는 그녀도 참 웃긴 일이고 말이다.
“그게 이상한가요?”
“네? 아, 네……. 솔직히 이해는 안 가네요.”
“걱정 마세요. 그냥 빼앗기는 건 아니니까. 전 나름 지능형이에요.”
“지능형?”
“지배자와 추종자라고 해서 설마 노예와 주인 관계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건 초보들이나 하는 실수이고…….”
비슷해 보이지만 좀 달라 보이는 게 그들의 관계다.
일반적으로는 그게 맞다. 하지만 똑똑한 추종자 계급은 그 관계를 역전시키곤 한다.
상대방이 사디스트이고 자신이 마조히스트라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추종자인 듯하지만, 자신은 쾌락을 제공하는 제공자의 입장이고 마조히스트는 그걸 소비하는 소비자의 입장이다.
그리고 세상에서는 공급자가 갑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제가 마조이기는 하지만 지배자이고 제 남친은 사디스트이지만 추종자죠. 제가 일반인인 제 남친을 이 세계로 끌어들인 건데요. 결혼도 준비 중이고. 돈이 있어야 결혼도 하니까.”
“네?”
손채림은 그 말을 듣고는 기가 막혔다. 서로 관계가 역전된 셈이라니.
“이해는 포기하겠습니다.”
노형진은 깔끔하게 선을 그었다. 그들의 세계를 자신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그런데 중요한 내용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네. 그 녀석이 이쪽에 대해서 전혀 몰라서, 생각보다 쉽게 말하더군요.”
“말하다니요?”
“그는 내가 자신의 추종자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녀가 슬쩍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시도하자 자신을 협박했다는 것이다.
“녹음 기록이 있나요?”
“네.”
“그건 좋습니다만, 그것만 가지고는 처벌하기가…….”
그녀를 투입한 것은 그에게서 쓸 만한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해서였다.
확실히 협박으로 고발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주미의 무죄를 얻어 낼 수는 없다.
“협박의 내용이 문제겠지요. 저한테 그러더군요, 마치 살인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처럼.”
“그렇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증거가 필요해요. 나중에 그저 협박용 멘트였다고 하면 의미가 없지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남궁선태는 아닌 것 같으니까.”
“뭐라고요?”
“제가 전 지배자에게 가려고 하자 그러면 그 녀석을 죽여 버린다고 했어요. 한 번 했는데 두 번은 못 하겠느냐고.”
노형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녹취록,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죽고 싶어!
-아니에요.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거야. 일전의 그 비리비리한 새끼한테도 좋은 거고. 그 새끼를 죽여 버리고 싶은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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