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Treasure Sword RAW novel - Chapter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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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총주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구겨졌다.
그가 가진 게 이토록 허망한 것이었나? 바닷가 모래밭에 쌓아놓은 모래성보다도 못한 것이었나?
전임맹주…… 아니, 이제는 전임맹주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마인 주한극이 겨우 열댓 명, 정확히 말하면 열여섯 명의 수하를 데리고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무너트렸다.
강서성 전체가 뚝 떨어져 나갔다.
양가창법의 진수를 익혔다는 자가 주한극에서 창도 디밀지 못했다. 그와 싸워보기는 커녕 열여섯 명의 수하 중에 무작위로 나선 듯한 무인 한 명도 이기지 못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군사가 맹주에게 강서성 사건을 이야기하는 동안, 그는 묵묵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한극이 나타났다?”
맹주가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사마소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 허허허! 나왔단 말이지? 강서성을 피로 물들이면서. 허허허! 그 사람……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나왔군. 조금 더 쉬었다가 나와도 되는데 역시 성격이 급해.”
마출성이 웃었다.
옛말에 지위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맹주와 부맹주 시절의 마출성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계가 깊어졌다. 맹주 초기에는 강력한 무공으로 공포심을 조장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도 차츰 가라앉았다.
이제는 여유를 부린다.
빠져나갈 수 없는 덫을 종종 쳤고, 거기에 걸려든 사람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덫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
맹주 앞에서 본심을 드러내지 마라. 덫에 걸린다.
공포를 조장하는 칼날은 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끈끈하게 펴져있는 암계는 피하기 어렵다. 무심히 한 발만 헛디디면 꼼짝없이 걸려든다.
거미줄에 걸린 나방은 자유를 잃는다.
오로지 거미에게 삶을 구걸하는 수밖에 ㅇ벗다.
청천명 수장들 중에는 이미 덮에 걸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덫에 걸렸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덫이 있고, 걸린 사람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맹주는 덫에 걸려들었다고 해서 즉시 치지 않는다.
맹주는 느긋하게 지켜본다. 언제든 필요하면 설치해놓은 덫을 끄집어 낼 게다.
반란이 일어날 때만 해도, 수혼검사가 오랫동안 맹주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다.
그는 순한 사람이다.
반란은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서 일으켰다. 그는 명목상의 인물이며, 반란을 일으키는 명분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니 맹주직을 오래 유지할 수 있겠는가.
허수아비로 올려놓은 맹주를 오랫동안 유지시키겠는가.
사마소가 곧 본색을 드러낼 게다. 그가 전권을 휘어잡을 것이고, 맹주를 좇아낼 게다.
사마소는 지다성 운벽슬도 함께 정리했다.
청천맹에서 지략으로 자신과 겨룰 수 있는 사람을 맹주와 동시에 쓸어냈다.
그가 암계를 쓴다면 막을 사람이 없다.
이번에 맹주를 몰아냈을 때처럼…… 이와 같은 일을 얼마든지 벌일 수 있는 사람이다.
젊은 무인들 중에서 툭 치고 나오는 자도 있을 수 있다.
이번 반란에서 제일 공이 많은 사람은 검군 군장이다.
그가 제일 앞장섰다. 그가 가장 많은 활약을 했다. 맹주를 칠 때도 최전선에서 직접 들이쳤다.
그 때문에 검군의 희생이 가장 컸다.
그가 욕심을 부린다고 해도 하등 이상하지 않다.
음흉하기로는 용권풍 풍주를 따를 사람이 없다. 그러니 그가 나설 지도 모른다.
어쨌든 수혼검사는 이용만 당하다가 내쳐질 것이다.
그런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다.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수호검사는 완벽하게 맹을 장악했다.
그는 오웅이 나설 기회를 주지 않았다. 표면상이지만 외총의 역할이 커지면서 오웅 무단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네 수장의 입지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가장 앞장서서 반란을 주도했던 군장이 지금은 가장 낮게 가라앉았다.
지금 군장을 주시하는 사람은 없다.
검군의 무서움도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 그들은 여전히 백색 무복을 입고 있다. 무인다운 명예를 뽐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봐야 예전보다 위상이 많이 죽은 건 사실이다.
사마소는 그래도 입지를 넓혔다.
비망을 키웠고, 내총주와 외총주를 손아귀에 장악했다.
현재 청천맹에서 맹주 다음으로 실권을 움켜쥔 자, 제이인자는 사마소다.
이 부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내총관이 무슨 일을 할 때마다 그의 결제를 받는다. 외총관이 출타를 할 때마다 수ㅗ하라도 되는 듯 일일이 보고한다. 출타에서 돌아온 후에도 대소사를 상의한다.
청천맹을 움직이는 동력에는 맹주의 입김보다는 사마소의 입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장악한 것도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맹주가 그에게 덫을 쓴다면…… 덫에 걸려들기만 한다면…… 그가 가진 장악력이라는 것은 한 순간에 사라져버릴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사마소는 굳건한 이인자가 아니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운 이인자다.
반란을 일으킬 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사람…… 수혼검사! 그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이제 그 수혼검사의 영도력,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임 맹주 주한극이 살검을 뽑아들었다. 맹주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사마소가 말했다.
“단단히 벼르고 나선 것 같습니다. 강서성이 공포로 휩싸였습니다. 주한극이 마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욕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아주 좋은 전략이죠.”
“그 친구가 원래 사람 겁주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어. 나도 그 친구 앞에 서면 어찌나 오금이 떨리던지. 하하하!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겁이 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니까.”
맹주는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 손을 들어보였다.
사실이 그랬다. 그는 맹주 앞에서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맹주가 하라는 대로 하는 거수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맹주다. 맹주가 옛날에 겁먹었던 일을 스스럼없이 말한다. 그런 일을 숨기지 않을 만큼, 태연하게 말할 만큼 강해졌다. 무공이야 옛날에도 승부를 내지 못할 만큼 강했었지만…… 지금은 인간 자체가 강해졌다.
사마소가 차분하게 말했다.
“비성검문이 맹주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맹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원래 비성검문이 그 친구 사문이야. 그 친구 사문이 두어 개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비성검문이지. 열 살 부터 열다섯까지 비성검문에서 수련했고, 그 다음에 문파를 떠났는데…… 열여섯부터 스물둘까지의 행적이 드러나지 않아. 그것 좀 조사해봐. 내 진작 말하려고 했는데, 깜빡 했네.”
“알겠습니다.”
“그 친구…… 다음 행동은 뭘 것 같은가?”
“이리 직접 오지는 않을 겁니다. 주 맹주와 비성검문 정도로는 어림도 없으니까요. 당분간 외곽을 돌면서 변죽만 올리겠지요. 광서성(廣西省))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봐, 광서성이라는데 대책 없어?”
맹주가 외총관을 보면서 말했다.
외총관은 대답을 못했다. 식은땀만 흘렸다.
맹주가 비성검문과 함께 움직인다. 비성검문 검수 열여섯 명과 함께 돌아다닌다.
대주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맹주는 천하제일인이다. 비성검문은 신비에 쌓인 검문이다. 그들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검초가 유성처럼 흐른다는 간단한 몇 마디 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을 대주가 어찌 감당하겠나.
광서성으로 간다고? 그래서 어쩌라고? 그들에게 피하라는 명이라도 내릴까? 아니면 결전을 독려할까?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다.
주한극을 치기 위해서는 맹주가 직접 나서줘야 한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비성검문 검사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오웅 무단이 나서야 한다. 이들만이 그들을 상대할 수 있다.
헌데 맹주가 자신에게 묻는다.
맹주 자신은 나설 의향이 없다는 뜻이다.
외총광은 입술만 달싹거릴 뿐 입을 열지 못했다.
“쯧! 사람이 변변찮다가도 제 몫을 해줘야 할 때는 해줘야 하는데…… 넌 어찌 늘 그 모양이야?”
맹주가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
“죄송합니다.”
외총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잘 생각해 보고 능력이 없다 싶으면 사직해. 괜히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그러다가 제 명에 못 죽는 놈들 많이 봤어. 쯧! 미련한 놈들이지. 제분수를 모르고 설치면 한 순간에 끝장나. 그런 곳이 무림 아닌가. 아직 그만한 이치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쯧!”
맹주가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본인 스스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라는 강력한 주문이다.
사직하라? 그런 거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하겠다.
청천맹에 사직이란 건 없다. 사직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맹주의 사생활이나 비밀에 대해서 환히 꿰뚫고 있는데, 그런 사람이 중원을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내버려둘 사람이 아니다.
“도주의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
그가 혈랑도객 도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도주는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하! 이거 무슨 황감한 말씀을. 살다보니 총관께 도와달라는 소리도 다 듣는군요. 하하하! 미안하지만 안되겠습니다. 저희 애들은 칼을 들본지 꽤 오래 되어서. 또 총관께서 항시 말씀하시지 않으셨소. 이제 무단은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한극 쯤은 가뿐히 넘어서시리라 믿습니다.”
외총관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실수다. 주한극이 되살아날 줄 몰랐던 것이 실수다. 비성검문이 그의 사문이었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꼬.
“도주와 함께 중원 바람이나 쐬어볼까 해서 드려본 말씀이외다.”
그는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쯧! 쓸데없이 자존심 내세우지 말고, 광서성 애들이나 살려봐. 거 시체도 못 치우게 한다면서? 그게 말이나 돼?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럴 수 없지. 강서성에도 사람을 보내. 청천맹을 위해 일하다가 죽은 사람들이데, 시신을 방치한대서야 말이 돼? 그 정도도 못하겠거든 당장 사직해!”
맹주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외총관은 당장 사마소를 찾았다.
“정말 섭섭하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뭐가 섭섭하시다는 것인지.”
사모소는 짐짓 모르겠다는 시늉을 했다.
“군사께서는 맹주의 사문이 비성검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 않나. 그 정도는 말해줄 수 있었지 않아.”
“총관께서는 정말 모르셨습니까?”
“……”
“흠! 정말 모르신 듯하군요. 뜻밖입니다. 그 정도는 모두 다 알고 있는 일인데.”
“모두가 다…… 알아……?”
“그때 말입니다. 무창산에서 맹주를 추격할 때, 비성검문 검사와 겨룬 적이 있죠. 검군과 혈랑도객이 몇 명 당하기도 했는데…… 아! 총관께서는 그 자리에 없으셨군요.”
“음!”
외총관은 자책했다.
그때 그런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외총을 확장시키는데 급급해서 무심히 지나치고 말았다. 그런데 신경을 쓰느니 괜찮은 고수들을 영입하는 게 더 급했다.
주한극은 죽은 자이다. 살아있다고는 하지만 청천맹을 향해서 해코지를 할 정도로 세력을 일구지 못한다. 그는 이미 죽어서 매장된 자나 다름없다.
그런 자에게 누가 신경을 쓰는가.
“저, 군사…… 이제 어찌해야 할지. 저들로는 맹주를 막지 못하네 하물며 비성검문가지 따라붙어서야.”
“하하하! 아까 도움을 청하시던데, 직접 찾아가서 부탁을 해보시지요.”
“아, 아까는 다급해서……”
“아무리 다급해도 내 것이 있고, 남의 것이 있는 법입니다. 그쪽에 손을 내미셨는데, 이제 또 제가 도와드린다면 이거 몰골만 사납게 되는지라……”
“군사, 그러지 말고 좀 도와주시게.”
외총관은 절박한 심정에서 말했다.
사마소가 엷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맹주를 상대할 방법은 없습니다.”
“……!”
“잊으셨습니까? 모두들 한 마음이 되고도 혈황검 그 한 자루 검 때문에 나서지 못했던 것을. 맹주님도 나설 수 없을 만큼 강한 자라는 걸 아셔야지요.”
“그, 그럼 어찌하는가?”
“몰살당하세요.”
“휴우! 아까 일은 정말 미안하네. 그러니 이제 그 일은 이만 잊어버리고, 이번 한 번만 도와주시게. 정말로…… 부탁하네. 내 정말로 진심을 다해서 충성하겠네.”
외총관은 머리까지 숙였다.
사마소에게 충성해왔다. 모든 일을 그에게 보고했고, 지시를 따랐다. 그런데 이렇게 내쳐지는가.
사마소가 웃으면서 말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나서도, 혈랑도객이 나서도 주한극은 막지 못합니다. 아직도 모르십니까? 그저 당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알 건 알아야지요. 두 가지를 파악하세요. 첫째, 주한극의 병기가 무엇인지 파악하세요. 부러진 혈황검인지, 아니면 다른 검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