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92
92. 법정을 두려워 한 조비 악몽을 꾸다
장합은 작금의 상황이 너무나 힘든 최대 위기 상황임을 깨닫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였다.
그리하여 내놓은 결론은 바로 이것이었으니.
“학 부관 이대로 있다가는 유비 군의 포위도 모자라 북원을 함락할 것이 분명한 오장원 촉군의 공격까지 받게 되어 이 진창성이 함락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네.”
장합의 말을 들은 학소는 참담하지만 동의할 수밖에.
“예, 좌장군. 소장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학소가 자신의 말에 동의하자 장합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어렵사리 말하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택할 선택지는 하나일세. 바로 결사대를 이끌고 유비를 공격하는 일이지.”
장합이 결사대로 유비를 기습한다고 하자 학소가 놀랐다.
“장군 그것은 너무나 위험한 방법입니다!”
학소의 우려에 장합이 침통한 얼굴로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고 있네. 그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방법인지를. 분명 저들은 아군의 기습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을 터이지.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네.”
이에 학소는 장합이 말하는 바가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군 그 말씀은?”
장합은 학소가 자신의 생각을 맞췄다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결사대를 이끌고 유비를 공격하는 척하며 자네와 나는 장안으로 퇴각할 것이야.”
장안으로 퇴각한다니! 말이 퇴각이지 도망치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그리되면 진창성의 약 1만 이상의 병력을 내버리는 꼴이나 다름이 없는 것. 하여, 학소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장합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장군, 그리되면 이곳 진창성의 1만이 넘는 병사를 방기(放棄) 하고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지 않습니까?”
학소의 지적에 장합이 굳은 얼굴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결국은 우리가 장안으로 퇴각을 하면 자네의 말대로 그리되는 셈이지.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끝까지 항전을 한다면 죄 없는 병사들이 죽어나갈 것일세. 대신 우리가 목숨을 걸고 사지를 빠져나가면 성은 곧 함락이 되겠지. 하나, 그리되면 아군 병사들은 촉왕 유비에게 항복을 할 것이네. 한데 말일세. 촉왕 유비는 함부로 포로를 대하거나 살상하지 않는 자라네. 그리하여 아군 병사들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야.”
항장 출신인 장합은 그래도 병사들의 목숨을 아끼는 장수였고, 촉의 군주 유비의 성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기에, 작금 진창성의 병사들이 항복을 하게 되면 필시 유비는 병사들을 죽이지 않을 것을 확신하는 것이리라.
이러한 장합의 말에 학소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은 반대이나 어쩔 수 없이 장합의 말에 수긍한다는 뜻이었으니…
“예, 알겠습니다. 장군…”
학소가 어렵사리 동의를 하자, 장합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리되면 아군에게도 작은 이점이라도 생기게 될 걸세. 바로, 아군 병사들이 포로가 되면 유비는 이를 관리하느라 신경이 분산될 것이야. 거기다 1만이 넘는 아군 병사들을 먹이느라 유비는 군량 또한 많이 소모하게 되겠지.”
이는 원 역사에서 ‘형주 공방전’ 당시 우금의 7군 3만을 포로로 잡은 관우가 포로들의 식량까지 책임지느라 오나라와 공동으로 관리하는 군량 창고를 손권의 양해도 없이 턴 일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일로 그렇지 않아도 형주를 완전히 손에 넣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손권은 이를 빌미로 관우를 쳤던 것이다.
이렇게 적 포로가 만 단위 이상으로 갑자기 생기게 되면 포로들의 입을 채우기 위해 소모되는 군량이 엄청난 것이다.
장합은 이를 노린 것이니 분명 인의군자(仁義君子)로 잘 알려진 유비가 진창성의 1만여 포로를 살피기 위해 많은 군량을 소모할 것임이 자명한 것이리라.
* * *
곧 장합은 결사대 1천을 선발한 후 그들의 앞에 서서 비장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담아 진심을 말하였다.
“형제들이여! 지금부터 우리들은 성문을 나아가 적의 대군을 기습할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위험한 작전이기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리하여 지금이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는 함께 하지 않아도 좋다!”
장합의 말에 1천 결사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목소리로 우렁차게 답했다.
“좌장군께서 친히 결사대로 뽑아주신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장군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장합은 다른 부관에 성의 수비를 맡기는 한편, 학소와 함께 결사대 1천을 이끌고 유비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성문을 열고 힘차게 달려 나갔다.
진창성의 성문이 열리며 장합의 1천 결사대가 튀어나오자, 유비 군은 긴장을 하며 곧장 대응에 나섰으니.
바로 조운과 요화 등의 장수가 정예 병사를 이끌고 장합의 결사대에 맞섰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호위대장 진도는 혹시 모를 장합의 유비 공격에 대비하여 유비의 주위를 호위군으로 철통같이 보호하였다.
장합은 애초부터 유비의 포위망을 뚫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유비를 공격할 의사도 없었다. 오히려 진도가 상당한 병력으로 유비의 보호에 나섰기에 이는 장합이 도망치기 좋은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렇게 군주가 친정을 나서며 생기는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적의 기습에 군주를 보호하기 위해 상당한 군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이는 그만큼의 병사들이 적에 맞서 싸울 수 없다는 말로 아군의 공격력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장합은 학소와 함께 1천 결사대를 이끌며 진짜 죽을힘을 다해 조운과 요화에 맞섰다.
조운이 얼마나 무서운 장수인지를 잘 알고 있는 장합이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있겠나. 그저 싸워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수밖에.
장합은 기합까지 넣어가며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조운과 맞서니 조운에 필적하는 위력이 나왔다.
요화가 궁수대로 그런 장합을 맞추려 하였고, 장합의 무용을 지켜보던 유비가 급히 손을 들어 이를 말리니.
“장합은 조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장이다! 화살을 쏘지 말고 반드시 생포하라!”
이는 지난날 조조가 장판파 싸움에서 아두(유선)를 구하기 위해 대군 사이에 홀로 뛰어들어 신기의 무공을 펼치는 조운을 보고, 그가 탐이 나 화살을 쏘지 말고 반드시 생포하라 명한 것이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듯 군주라면 뛰어난 장수를 보면 견물생심과 같은 마음이 동하는 법이니.
유비도 장합을 생포하여 귀부시키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이리라.
이러한 유비의 명령 덕에 장합은 화살을 맞을 걱정을 하지 않고 싸울 수 있었다. 하나, 상대는 조운이었기에 장합이 아무리 잘 싸운다고 한들 나머지 결사대 1천은 점점 주검이 되어 갔다.
그렇게 결사대 1천이 성을 나서기 전 장합에게 맹세 한대로 목숨을 바쳐 싸워준 덕에 마침내 장합과 학소가 도망갈 틈이 생겼다.
이에 장합은 망설임 없이 학소와 함께 그 틈으로 빠르게 말을 달려나갔고 결국 사지를 벗어나는데 성공을 하였다.
유비는 장합을 놓친 것이 아까웠으나, 곧 지휘관이 부재가 된 진창성에 총공격을 명했다.
‘장합이 결국 도망을 쳤군. 참으로 좋은 장수인데 이렇게 놓치게 되다니 안타깝구나! 한데, 장합이 도망치게 되어 성을 지키는 장수가 없게 된 셈이니 이때를 노려 아군이 총공격을 해야겠어.’
“적장이 도망쳤으니 저 진창성을 지킬 장수가 없다. 전군, 성을 총공격하라!”
그렇게 유비의 명이 전군에 전달이 되었고, 곧 유비 군은 진창성을 향해 총공격에 나섰다.
대장이 도망치는 것을 본 진창성의 병사들은 망연자실해 하며 유비의 총공격에 이내 항복을 하게 되니, 유비는 진창성을 손쉽게 함락하게 된 것이다.
* * *
그리고 장합과 학소가 진창성을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북원을 무혈입성하였던 위연이 지원군을 이끌고 진창성에 도착을 하였다. 하나, 이미 장합이 도망친 뒤였던 것.
유비는 위연이 북원을 함락하고 지원군을 이끌고 오자 그의 공을 치하하였다.
그러자 위연이 공손히 두 손을 모으며 아뢰기를.
“대왕, 소신은 그저 상서령이 명한 계책에 따라 움직인 것뿐입니다. 그보다 대왕께서 이리 진창성을 직접 함락을 하시니 정말로 대단한 무훈이십니다!”
위연이 자신의 공을 법정의 계책 덕분임을 알리며 유비의 공훈을 높이 평하자, 유비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인 또한 위 장군처럼 상서령의 계책대로 한 것 뿐이오. 그리되자 정말로 이곳 진창성을 쉽게 함락할 수 있었소.”
그러며 유비는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으니 그것은 비단 주머니였다.
위연이 그것이 무엇인지 묻자 유비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를.
“이것은 상서령이 만약 과인이 진창성을 함락할 경우 풀어보라며 건넸던 비단 주머니요. 아마 이 안에 상서령의 신기묘산의 계책이 적힌 쪽지가 들어있을 터이지.”
곧 유비는 비단 주머니를 풀어 보니 정말 글쪽지가 들어 있었고, 유비는 접혀져 있는 종이를 꺼내 펴 보니 과연 법정의 계책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즉시 읽은 유비는 만족하는 얼굴이 되었고, 곧 법정이 남긴 비단 주머니의 계책에 따라 움직였던 것이다.
과연 법정이 유비에게 전한 비단 주머니의 계책은 무엇일까?
* * *
서쪽의 유비를 보았으니 이제 동쪽의 법정을 볼 차례로 이하의 서술은 법정의 시선이 되겠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나는 성동격서의 계책을 입안하여 조위 군을 농락하며, 조비를 장안이라는 올가미에 가두어 아군이 여러 방향에서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조비를 장안에 가두는 ‘올가미 작전’을 쓸 수 있었던 데에는, 내가 조위의 주력군 약 10여만을 수차에 걸친 큰 싸움으로 말 그대로 녹여 버렸기 때문이니.
하여, 당장 조위 군의 구원군이 올리 만무하였고, 온다고 해도 예전과 같은 정예는 아닐 터였다.
그리하여 동관에서 단단히 틀어막으며 적의 구원군을 막는 한편 나는 이제 2군의 주력으로 장안을 들이치면 되는 것이다.
즉, 작금까지의 결과는 약 8할이 나의 구상과 맞아떨어졌고, 이제 아군은 제때에 3로 군이 장안을 들이쳐 포위를 하면 될 상황이리라.
이렇게 나의 장안 공략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였으나, 내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위의 군주 조비가 보통 사람과는 다른 반사회적인 성격파탄자라는 것이다.
그의 이런 못된 성격이 결국은 엄청난 파국을 불러오게 된 것이니 여기서 장안의 조비가 어찌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 * *
장안의 조비는 이제 이름만 들어도 자신도 모르게 경기를 일으키게 만드는 법정이 언제 장안으로 쳐들어 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편히 잠도 들지 못하고 전전반측(輾轉反側) 하였다.
그러다 어렵사리 잠에 든 조비는 악몽을 꾸게 되니, 조비가 어떠한 악몽을 꿨는지 그의 꿈속으로 들어가 보자면.
– 조비의 꿈속.
작금 조비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법정이 참말로 대군을 이끌고 장안에 들이닥쳤다.
아직 조진이 대군을 이끌고 조비 자신을 구원하러 오기도 전에 말이다.
법정은 정말 무서운 책사로 곧 장안을 엄청난 기세로 공격을 하니, 장안의 1만 수비군으로는 법정의 공격을 막지 못했고, 결국은 장안이 함락이 되었다.
조비는 도망치기 위해 용포를 벗어던지고 미복으로 갈아입고는 장안을 빠져나가려 하였다.
한데 조비는 법정의 군사에게 들켜 사로잡히게 되니, 조비는 온몸이 밧줄로 꽁꽁 묶인 채로 법정의 발아래로 끌려가 무릎이 꿇려졌다.
조비는 온 힘을 다해 반항을 하였다.
“놔… 놔라! 짐을 놓으라는 말이다!!”
그러자 조비를 향해 법정이 무서운 얼굴을 하며 역시 무서운 목소리로 조비를 꾸짖었다.
“네 이놈 조비! 감히 네놈이 천자를 겁박하여 제위를 찬탈하는 대역 죄를 저질렀단 말이냐! 네놈이 그러도고 무사할 줄 알았더냐! 오늘 네놈을 붙잡았으니 천하에 천자를 해하는 대역을 저지른 자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똑똑히 보이도록 할 것이니라!”
법정의 꾸짖음에 조비는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려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어서 법정은 두 손을 모아 누군가에게 아뢰는데, 오라에 묶여 있는 조비가 그를 바라보자 바로 그는 한중왕 유비였다.
“대왕, 대역 죄인 조비를 잡았으니, 응당 거열형에 처하여 천하 만민에 대역 죄인의 최후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똑똑히 보여야 할 것입니다!”
유비는 법정의 주청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명을 내렸다.
“좋소! 대역 죄인 조비를 당장 거열형에 처하라!”
그렇게 유비의 명이 떨어지자 도부수(刀斧手)들이 순식간에 조비를 에워싸고 끔찍한 형벌을 집행하려 하였다.
조비는 온몸에 엄청난 고통을 느꼈고 비명 소리를 질렀고, 곧 조비는 악몽에서 깨어났다.
“으악!! 놔라! 놓아라!”
조비의 비명소리를 들은 내관이 즉시 안으로 들어 조비를 살폈다.
“폐하, 무슨 일이시옵니까?”
내관을 본 조비가 다급하게 물었다.
“짐의 팔다리는 제대로 붙어 있는 것이냐?”
조비의 이상한 질문에 내관이 조비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아뢰었다.
“예, 폐하. 폐하의 용체(龍體)는 무사하시옵니다.”
내관의 답변에도 믿기지가 않는지 조비는 자신의 몸을 만지며 자신의 팔다리가 온전히 붙어 있는지를 살피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내관에게 이리 묻는 것이었으니.
“법정! 법정 놈이 장안을 공격하고 있느냐?”
조비의 물음에 내관이 황당해 하며 아뢰었다.
“폐하, 그런 일은 없사옵니다.”
내관의 말에 조비는 안도의 한숨을 다시 한번 내쉬었다.
“휴… 꿈… 꿈이었구나…”
한데 이렇게 법정에 대한 공포로 악몽까지 꾸게 된 것이 조비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만드는 촉매가 되고 말았던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