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93
93. 불타오르는 장안
이렇게 법정을 너무나 두려워 한 나머지 조비는 악몽까지 꾸게 되고, 이는 최악의 결정을 하는 촉매가 되었으니.
바로 조비가 장안을 버릴 생각을 하고 만 것이다.
‘법정 놈이 조금 있으면 이곳 장안으로 대군을 이끌고 들이닥칠 것이야. 그리되면 내가 꾼 악몽처럼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는 것이지. 촉 책사 법정이 공격해서 아니 함락된 아군 성이 없었어. 놈의 술수는 예상할 수 없고 악랄하여 분명 이곳 장안이라 해도 금시에 놈에게 무너지게 될 수 있는 것이야. 아무래도 법정 놈이 장안으로 들이치기 전에 짐이 장안을 떠나야 할 수도 있겠어…’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 조비였으나, 조진이 급히 장안으로 5만 병마를 이끌고 오자 그를 보고는 일단 안도를 하였다.
“정서장군! 드디어 짐을 구하기 위해 왔구려!”
“폐하, 신이 너무 늦게 와서 송구할 따름입니다. 신이 곧 5만 병마를 장안성에 빈틈없이 배치를 하여 촉적의 공격에 대비를 하겠사옵니다.”
조진이 이리 조비를 안심시켰으나, 조비의 장안을 포기하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였던 것이다.
* * *
여기서 진창성의 유비 군의 상황을 살펴보자.
유비는 진창성으로 지원 온 위연을 반기며 그의 공을 치하하였고, 이어서 법정이 일전에 건넸던 비단 주머니의 계책을 확인하게 되었으니.
유비는 비단 주머니의 쪽지를 보고서 너털웃음을 웃더니, 위연에게 법정의 쪽지를 보이며 말하였다.
“여기 위 장군이 어찌해야 할지도 나와 있구려.”
유비는 쪽지를 위연에게 건네어 위연도 이를 확인하게 되었으니, 위연이 확인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대왕, 진창에서 장안 공격위 장군 오장원에서 장안 공격]
그리고 쪽지의 밑에는 다른 내용이 더 있었다.
[위 장군 북원 함락 시, 대왕과 합류 장안 협공]위연은 법정의 비단 주머니 계책을 보고는 법정의 심모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지존인 유비도 마찬가지였으니.
“상서령은 마치 작금의 우리 상황을 이미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예상을 하고 있었군! 역시 상서령은 희대의 책사야!”
유비의 법정 칭찬에 위연도 가세하였다.
“그러게 말이옵니다 신기묘산의 계책이란 상서령을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이어 유비가 말하기를.
“위 장군, 어서 상서령의 계책대로 움직입시다!”
유비의 명에 위연이 군례로 이를 받들었으나, 위연은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예, 대왕. 하온데 포로가 1만이나 생겼는데 이를 어찌해야 할는지요?”
위연의 물음에 유비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것은 이미 상서령이 과인에게 수차에 걸쳐 주청 한대로 처결하면 될 것이오.”
즉, 유비는 예의 법정이 진언했던 대로 포로 약 1만 1천여 명을 성도로 보내 제갈량의 일을 돕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포로를 성도까지 연행하는 것은 우선 위연의 부장인 구부가 1천여 병사로 가정성까지 포로를 데리고 간 후에 가정성에서 등지가 성도까지 포로를 이끌고 가는 것으로 유비는 명을 내렸다.
이리 되자 장합이 애초에 계획하고 예상했던 1만여 포로로 인한 유비 군의 군량 낭비나 관리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라.
그리하여 유비는 곧 친정군과 위연군까지 합쳐 약 3만 수천여 가 넘는 대군을 이끌고 장안을 향해 쾌속 진군을 시작한 것이다.
* * *
다시 장안으로 돌아와서.
결사대를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사지를 벗어나 도망친 장합과 학소도 장안에 도착하였다.
장합과 학소로부터 진창성을 유비에게 빼앗겼다는 비보를 직접 전해 들은 조비는 장안을 포기하는 것을 더욱 굳힐 수밖에 없었으니.
“뭐? 무어라? 진창성을 유비에게 빼앗겼다고? 이런! 정서장군마저도 5만 병마를 모두 이끌고 장안으로 왔는데 좌장군마저 진창성을 촉적에 빼앗기다니! 그렇다는 이야기는 유비 놈이 이제 곧장 이곳 장안을 노릴 것이라는 말이 아닌가!”
조비가 이리 당황하며 목소리를 높이자 장합은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조비의 염려가 현실이 되어갔으니. 바로, 서쪽에서 유비가 대군을 이끌고 장안을 향하고 있다는 척후의 급보가 올라왔다.
이렇게 서쪽에서 유비와 위연이, 동쪽에서는 법정이 거의 동시에 장안으로 진격을 시작하였고, 동쪽의 법정을 주시하던 척후가 법정의 장안으로의 진군을 조비에게 알렸다.
조비는 유비의 장안 진군에는 생각보다 크게 놀라지 않았으나, 법정의 장안 공격이 임박해오자 용상에서 벌떡 일어설 정도로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손이 덜덜 떨렸다.
“결국, 결국 촉 책사 법정 놈이 대군을 이끌고 짐이 있는 이곳 장안을 공격해 오는구나!”
사실 조비는 법정에 대한 공포로 꾸었던, 자신의 몸이 거열형에 처해지는 악몽을 계속 꾸고 있었다.
이로 인해 조비는 신경증이 생길 정도였으니, 정말 법정이 곧 있으면 장안을 들이칠 상황이 되자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리하여 조비는 장안을 도망칠 결심을 굳혔다.
그리하여 조비는 조진에게 명해 자신을 보호하며 즉시 장안에서 퇴각할 것을 명하니, 조진은 이에 조비를 말리려 하였다.
“폐하, 작금 장안에는 6만이 넘는 대군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이 이미 무관을 통해 전령을 보내 낙양의 구원군을 불렀습니다. 거기다 이곳 장안은 난공불락의 성이고 군량도 충분하오니 촉적이 아무리 강한 공격을 해온다고 해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신이 촉적을 막아내면 필시 아군의 구원군이 제때 도착하여 적을 안팎에서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오니 폐하! 장안에서 퇴각하겠다는 명을 거두어주십시오!”
하지만 이미 법정에 대한 엄청난 공포로 사로잡힌 조비의 귓등에 조진의 간언이 들릴리 만무하였으니.
“6만? 그래, 아군은 겨우 6만이오! 6만! 정서장군도 법정 그놈이 아군의 10만 대군을 어린애 다루듯이 꺾은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소? 거기다 놈은 성을 두고 싸우는 공방전에서 연전연승이오. 서막이 그리 준비를 잘했던 무위성(고장성)에서도 놈은 어렵지 않게 성을 함락했소. 이곳 장안? 장안이 아무리 난공불락이라 해도 법정 놈이라면 아군이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성을 공격하여 얼마 지나지 않으면 성이 함락될 것이라는 말이오! ”
그만큼 법정이 들이닥치면 작금 6만의 병력으로도 장안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 조비는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로 법정에 대한 공포심이 조비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조진에 이어서 장합, 곽회 등도 조비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장안을 버리지 말라 간청을 하였으나, 이미 조비는 마음을 굳힌 후였다.
“짐은 이미 결정을 하였소! 짐은 장안을 떠나 허창으로 돌아갈 것이니 제장들은 그리 알고 짐을 보호하며 퇴각을 준비하시오!”
조위 황제 조비의 명이니 조진 이하 장수들이 그저 따를 수밖에.
“예, 폐하. 신 등이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조비는 장안을 떠날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치자 성격파탄자 다운 명을 내렸다.
바로 조비는 장안을 버리며 장안의 모든 것을 불태우라 명한 것이다. 장안성 근처 백성들의 가옥과 백성들의 곡식까지 전부.
조진 이하 신하들이 조비를 뜯어말렸지만 이미 결정한 조비의 고집을 말릴 수 없었다.
“어허! 이는 짐의 추상과 같은 명이니라! 어서 짐의 명대로 시행하지 못할까?”
그렇게 조비의 명에 따라 장안의 모든 것은 금시에 불길에 휩싸이며 타들어가기 시작하였으니, 곧 백성들의 원망소리와 통곡소리가 장안을 뒤덮었다.
백성들이 그러든 말든 조비는 불타오르는 장안을 보며 큰 소리로 웃기까지 하였다.
“하하하! 자 보아라! 유비, 법정 놈아! 짐이 갖지 못하면 귀 큰 놈 네놈도, 책사 법정 네놈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러며 조비는 삶의 터전과 식량을 모두 잃은 백성들을 강제로 끌고 퇴각을 시작한 것이다.
한데, 조비는 백성을 보호하기는커녕 그저 조비의 퇴각을 쫓아오게만 할 뿐이었으니, 조비의 대군을 따라 급히 봇짐을 싸고 이를 이고 지고 가족들과 함께 피난길에 오른 백성들이었기에 심적, 외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 * *
한편, 나는 2군을 이끌고 장안에 거의 도착하여 장안을 공격해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장안을 감시하고 있던 척후로부터 급보가 전해졌다.
바로 조비가 장안을 불태우고 있다는 급보였다.
‘아차! 조비 놈이 장안을 불태우고 도망치려는 것이로구나!’
이에 나는 마초의 기병대를 앞세워 급히 장안으로 달려갔다.
서쪽의 유비도 거의 장안에 도착할 무렵, 척후를 통해 장안이 불타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급히 친정군과 위연군과 함께 장안으로 급속 행군을 했다.
그리하여 유비 군과 법정의 2군은 거의 동시에 장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장안에 도착한 촉군의 눈에 들어온 장안의 모습은 정말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장안성 안팎의 모든 것이 씨뻘건 엄청난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그 장안성 밖에는 불지옥이 된 장안을 버리고 백성들이 막 피난길에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한데 조비는 대군과 함께 무관을 향해 도망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비는 조비의 만행을 보고서 그저 기가 찬 목소리가 나올 뿐이었으니.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천인공노할 만행을 벌일 수 있다는 말인가?”
조비는 유비의 촉군이 생각보다 빠르게 장안에 나타나자 기겁을 하였다.
거기다 저기 동쪽에서 마초의 기병을 앞세운 책사 법정이 오고 있지 않은가!
조비는 한눈에 책사 법정을 알아본 것이니, 악몽 속에서 계속 자신을 거열 하였던 법정이 눈앞에 생생히 나타나자 조비는 살기 위한 몸부림을 쳤다.
바로 자신부터 보호하라 다급하게 명한 것이다.
“촉적이 왔어! 짐을 잡으러 촉적이, 법정이 왔어! 어서, 어서 짐부터 보호하라! 어서!!”
그리하여 조진과 장합 등의 조위 장수들은 조비부터 호위하며 퇴각을 서둘렀다.
백성들은 그렇게 자신들을 보호하지 않고 꽁지 빠지게 도망치는 조비를 보며 원망의 울음을 터트렸다.
백성들이 낙오되는 것을 본 곽회가 급히 조비에게 달려가 간언을 하였다.
“폐하, 병사를 보내 백성들을 보호하고 촉적의 추격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자 조비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깟 백성이 무에 대수라고! 지금 중요한 것은 짐의 안위야! 어서 도망치지 않으면 법정 놈에게 짐이 사로잡혀 정말로 거열을 당할 것이란 말이다! 어서 짐부터 보호하라! 어서!”
그렇게 조비는 백성을 외면하고 조비는 조진 대군의 호위를 받으며 무관을 향해 도망쳤던 것이다.
* * *
유비는 불타오르는 장안에 당도하여 눈앞에 펼쳐진 아비규환의 현장을 보고는 망연자실하였다.
특히 불타는 장안을 빠져나와 피난길에 오르는 최소 수만의 장안 백성의 모습을 보고는 유비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날 형주에서 조조에 쫓길 때, 10만 백성들이 자신을 따라 피난길에 오르던 모습이 유비의 눈앞에서 다시 펼쳐졌으니 그도 그럴만하였다.
유비는 즉시 휘하 장수들에게 백성부터 챙기라 명하였으니, 이로써 조비의 퇴각이 더 용이해진 것이다.
이때 나도 동쪽에서 우선 마초의 기병과 함께 장안에 당도하였고, 나 또한 눈앞에 벌어진 참상에 기함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온통 화마로 뒤덮인 장안을 보며 내가 실수를 저지른 것을 깨달았다.
‘아차! 조비가 반사회적 성격장애인 것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성격파탄자 조비라면 이런 최악의 결정을 할 수 있으리란 것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는데…’
그랬다.
조비는 빼앗길 것 같으면 아예 없애버리는 것을 택하는 자다.
그것은 지난해(220년) 손권의 서진에 겁먹은 조비가 양번을 불태운 일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니.
이번에도 조비는 아예 장안 자체를 불태워 버리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내가 상대한 이가 정상이 아님을 나는 생각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나는 일국의 책사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했다. 하여, 나는 유비에게 달려가 그를 알현하고, 곧장 유비에게 당장 조비를 쫓아 조비의 수급을 거두어야 한다고 진언한 것이다.
“대왕, 어서 조비를 쫓아 공격을 해야 합니다. 지금 적은 도망치는데 정신이 팔려 대열이 모두 흐트러져 있기에 아군의 공격에 무방비한 상태입니다. 지금이라면 분명 조비를 붙잡아 역적의 수급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