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233
232화 뒤로는 깊은 강이…… 앞에는 여포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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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싸움이 시작되려던 그 때. 조운이 끼어들었다.
“장군, 소장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이미 저들은 노 장군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조운이 다가와 속삭이듯 말하자 여포는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노식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상산 조 자룡이다! 너희들 중에 상산 조부 출신이 있다면 어서 나와라!”
천하 창술의 총 본산이라 불리는 상산 조부. 하지만 조부 출신의 무사들은 공손찬이나 원소의 휘하로 임관하여 고작 졸백 자리를 얻을 뿐이었다. 때문에 이곳에도 세 명의 조부 출신 졸백들이 있었다.
세 명의 장한들이 앞으로 나와 조운에게 읍했다.
“부사가 조부의 이 공자를 뵙습니다.”
“격도가 이 공자를 뵙습니다.”
“양관이 이 공자를 뵙습니다.”
이들이 예를 거두자 조운이 물었다.
“조부의 차남으로서 그대들에게 권하겠다. 여포 장군께 투항하라!”
그러자 부사가 두 손을 모아 들었다.
“그리는 안 되겠습니다. 공손 장군에게 한 번 사관하였는데 어찌 섬기는 주인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졸백 자리 겨우 얻어놓고 사관이라니······. 공손찬이 네 이름을 기억이나 한다더냐? 공손찬 아래 계속 있어도 장수의 반열에 오르지 못함을 너희도 알 텐데?”
“항복하면 몸값을 내줄 가족도 없습니다.”
“여포 장군에게 사관하면 될 일. 공손찬의 휘하에 계속 있으면 지금의 처지를 면할 수 없다. 그가 자랑하던 무패전승의 백마의종은 여포 장군의 군대에 대패를 면치 못했다.”
조운은 창평 대전의 결과를 이들에게 알려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리고는 달콤한 제안을 했다.
“조부의 무사들은 어느 군대의 장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고작 졸백이나 시키는 멍청한 주인을 위해서 아까운 목숨을 버릴 것이냐? 나와 함께 여포 장군을 섬기자. 실력으로 당당히 장수의 반열에 올라라.”
난세에 사내로 태어나 창칼을 든 이상 장군 소리는 들어봐야하지 않겠는가. 난세의 무인이라면 이 달콤한 유혹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으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자들이 너무 많았다. 격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공자, 조부 출신 무인의 체면이 있지 어찌 주인을 바꾸겠습니까?”
그의 말에 조운이 코웃음 쳤다.
“흥! 체면과 평판 때문에 주위의 눈치를 보고 제 할 일을 하지 못한다? 너희들이 무슨 공족이라도 되느냐? 차릴 체면이 어딨으며, 누가 그대들의 평판을 만든단 말인가?”
조운은 세 명의 졸백을 지나 대담하게도 적병들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병사들은 조운의 기세에 눌려 그에게 길을 내주는 형편이었다.
“투항하라! 공손찬 아래에서 너희는 그저 이름 없는 병사일 뿐이지만 여포 장군께 투항하면 너희 중에서 장수의 반열에 오를 자도 나올 것이고, 장군의 반열에 오를 자도 나올 것이다.”
조운의 말에 부사, 격도, 양관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공자, 저희 세 사람은 이 공자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부사의 말에 조운이 손을 높이 들며 병사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현명한 선택이다. 지금 옳은 선택을 하는 자는 반드시 후대할 것이다.”
이에 부사, 격도, 양관을 따르던 병사들이 주위 눈치를 보며 몰려나와 그들 곁에 섰다. 수백에 불과한 작은 숫자지만 투항의 첫 물꼬를 텄다는 것이 중요했다.
* * *
조운을 향해 병사 하나가 칼을 겨누었다. 기습을 하지 않고 당당히 겨루어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자세만 봐도 그냥 병사로 썩히기에는 아까운 자였다. 조운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대체 무엇을 위해 내게 검을 겨누는가?”
“유주의 영웅이신 공손 장군을 위해서 이 한 목숨 아끼지 않고 당신과 함께 죽겠소.”
“공손찬이 무슨 유주의 영웅이란 말이냐? 네놈은 공손찬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이 멋지고 사내다운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착각이다.”
병사가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았으나 일개 병사의 살기에 주눅이 들 조운이 아니다.
“황건적이 유주에서 미쳐 날 뛸 때 공손찬이 그들로부터 유주를 지켰느냐? 황건적이 가축을 도살하듯 유주의 백성들을 해칠 때 대체 공손찬은 무얼 하고 있었느냐?”
조운의 말이야 말로 공손찬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공손찬은 하북 최대 군벌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군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황건동란 때 그저 근거지를 지키고 있었을 뿐 황건적과 직접적인 싸움을 피했다.
외적을 격퇴한 공은 크나 내적을 막지 않은 과오 역시 크다 할 것이다.
“여포 장군은 유주 북변을 짓밟던 황건적 십만의 군세를 단기로 맞선 유주의 구원자이시다. 또, 여기 계신 노식 장군께선 황건적과 싸워 나라를 지킨 구국의 영웅이신데 어찌 이 분의 말을 따르지 않고 공손찬을 따르고자 하는가? 그러고도 너희가 유주의 사내라 할 수 있는가?”
여포 역시 조운의 말을 듣고 깨달은 바가 있었다.
‘공손찬은 자신의 세력이 미약할 때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외적과 싸웠던 영웅이었다. 하지만 큰 세를 얻고 나서는 오히려 초심을 잃고 그 힘으로 자신의 안위를 지키고 욕심을 채울 뿐이었다.’
공손찬을 생각하자 자신도 모르게 유우의 이름도 떠올랐다.
‘유 종정 역시 십만의 군세를 얻자 초심을 잃은 것일까? 삼사의 별에서 정기를 받았다는 유 종정조차 그러하다면 이 여포도 그리 변하지 않을까? 마땅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사람을 괴물로 변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바로 욕망이다. 인의군자라 칭송받는 유우조차도 그 욕망을 뿌리치지 못했다. 여포는 자신 또한 욕망에 사로잡혀 괴물이 될까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그렇다면 마땅히 본받아야 할 자는 누구인가?’
답은 금방 나왔다. 병사들 앞에 무릎 꿇고 투항을 호소하고 있는 명장 노식이 여포의 해답이었다.
조운의 활약으로 분위기가 절정에 치달았을 때였다. 노식은 땅바닥에 이마를 거듭 찧어 박았다. 삼고두에 노식의 이마는 피로 물들었다. 핏물이 눈두덩이를 타고 흘러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지만 노식은 개의치 않았다.
“나, 노식은 공손찬이 유주의 영웅이 되기를 바랐으나 황건 동란에 몸을 움츠렸고, 거부와 공족, 명문가의 피난만을 받아들였을 뿐, 유주 백성을 지키지 않았다.”
모두들 쉬쉬하던 공손찬의 치부가 낱낱이 밝혀지자 하나둘씩 병장기를 버렸다.
“유주의 자제들이 바른 길을 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니 유주의 아들들이여! 부디 마지막 기회를 버리지 말라.”
노식이 피 끓는 심정을 담아 호소했다. 그러자 결국 이만이 넘는 자들이 노식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포가 나아가 노식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노식은 그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장군께서 거두셨으니 이제 장군께서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여포의 말에 노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식은 오늘의 일로 인해 자신이 다시금 현역으로 복귀하게 될 줄은 몰랐다.
“위월, 악진, 조운! 너희는 노 장군을 도와 이곳의 일을 수습하라.”
* * *
가후는 여포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열심히 말을 재촉하고 있었다. 적토가 보조를 맞춰주지 않았다면 가후는 진작 점이 되어 뒤로 사라졌을 터였다.
“선생, 내가 여기서 시간을 너무 지체한 건 아닌가 싶소.”
“걱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결국 계성 성주가 갈 곳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전해는 기병들을 데리고 전장을 이탈했었다. 하지만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한창 신나게 도망치고 있겠지만 결국은 뛰어봐야 벼룩이라는 얘기였다.
“계성 성주를 따르는 오환돌기가 수천에 이른다 하던데······.”
여포는 공손찬의 이만여 병력을 얻자 오환돌기에도 욕심을 냈다. 하지만 가후는 이를 단호하게 끊었다.
“장군, 삼군오환의 돌기들은 탐내지 마십시오. 솔중왕이 말하기를 삼군오환은 뿌리만 같을 뿐 원수와 같다했습니다.”
“그럼 하는 수 없지. 모조리 쓸어버리는 수밖에······. 어서 포구수로 갑시다.”
“예, 장군. 계성 성주에게 절망이 무엇인지 맛보게 해주어야지요.”
여포와 가후는 그렇게 포구수로 말을 몰아갔다.
정신없이 줄행랑을 놓던 전해는 포구수로 진로를 정해 달리고 있었다.
‘두 번씩이나 매복을 두다니······. 여포, 이 놈! 아둔한 척 세상의 이목을 속이고 있었던 효웅이란 말인가.’
전해는 분한 마음을 삭히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설마하니 매복을 두 번씩이나 할까 싶었건만 이렇게 당하고 보니 황망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이만에 이르는 보병들을 두고 도망쳐왔으니 그 심정이 오죽할까.
하지만 주력은 기병이다. 지금의 군세만 유지해 공손찬과 합류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인 퇴각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위해 여포가 준비해놓은 선물은 이제 시작이었다.
“군리 서황이 너희를 오래 기다렸느니라!”
전해는 안개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서황과 당예기들을 보고 놀라기보다는 신경질이 났다.
“매복을 세 번이나 두다니! 여포, 이 벼락 맞아 죽을 놈아!”
매복을 세 번씩이나 당하다보니 전해는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안개 속에서 밀려드는 횃불의 행렬은 상대의 병력이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을 만큼 많아 보였다. 그러니 지금은 그저 달리고 또 달려 이곳을 빠져나가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두고 보자. 주공의 군대와 합류만 하면 네놈들 따위······.’
덕분에 서황은 도끼질 몇 번 해보지 못하고 그들을 보내주어야만 했다.
“쫓을까요?”
당예기 부장 하나가 물었지만 서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수백에 불과하고 적은 수천이 넘는데 추격은 무슨······. 게다가 군사 선생께서 추격은 하지 말라 하셨다. 횃불을 꺼라. 일각 후에 집결지로 간다!”
서황의 병력을 피해 달아나던 전해군은 숨을 돌리기도 전에 화웅의 군세와 맞닥뜨려야만 했다.
“이놈! 수급은 두고 가거라!”
갑작스레 튀어나온 화웅은 월도를 크게 휘둘러 한기의 오환돌기를 말과 함께 그대로 두동강 내버렸다. 그리고 화웅을 쫓아 나타난 수백여 기의 당예기가 전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게 놀란 전해는 감히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줄행랑을 놓았다. 그러자 그를 따라 오환돌기들 역시 전장을 이탈했다.
‘대체 어디서 이 많은 병력들이 나온단 말인가?’
전해는 여포군이 조운의 계책을 따라 여러 개를 이어 놓은 횃불을 든 것을 몰랐다. 그저 여포군 병력이 엄청나게 많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강이다!”
“포구수에 당도했다!”
쉴 새 없이 달린 전해군은 드디어 포구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약속된 부교는 어디에도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분명 주공께서 부교를 놓아 길을 열어주신다 했는데······.’
하지만 전해를 기다리는 건 부교가 아니라 여포군이었다.
“총사! 적병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부하의 보고에 전해는 이마를 짚었다. 부교가 없으니 강을 건널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 적병이 몰려드니 의도치 않게 배수진을 치게 된 것이다.
“결전을 준비하라!”
오환돌기를 비롯한 수천의 기병들은 밀려드는 여포군을 향해 진세를 꾸렸다. 뒤로는 포구수의 푸른 강물이, 앞으로는 여포의 대군을 맞게 되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일전을 피할 수 없었다.
전해는 알지 못했지만 여포군의 병력에 비해 자신의 군세가 더 많았다. 이곳에 모인 여포군은 이천에도 미치지 못하는 당예기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호만이 전사했기 때문에 일만에 이르는 호복기사들을 동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천의 당예기만으로도 충분했다. 이곳에는 여포와 휘하의 맹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월과 악진, 조운이 빠졌지만, 여포는 서황과 화웅, 장합과 장료를 좌우로 거느리고 나섰다.
여포는 화극을 어깨에 받쳐 들고서 천천히 적토를 몰고 나가다가 장졸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개전을 알렸다.
“단번에 몰아붙여라! 모조리 수장시켜버리겠다!”
그 말과 함께 여포는 화극을 비껴들고 맹렬한 기세로 돌진했다.
두두두두!
당예기 역시 무서운 기세로 달려나갔다. 이백으로 일천의 오환병들을 패퇴시켰던 그들이 아닌가. 이천의 당예기면 삼사천의 오환돌기들 따위가 어찌 상대할 수 있으랴.
전해군 기병들도 여포군을 향해 달려나와 격돌했으나 이미 사기는 바닥. 뒤로는 포구수 깊은 강물이 흐르고 있고 앞에는 강병이 달려오고 있으니 싸울 맛이 날 리 없었다.
물론 그게 아니라도 여포군의 용맹을 당해낼 수 없을 테지만······.
후웅!
희미한 달빛에 비친 화극의 월아가 바람을 가르며 궤적을 그렸다. 화극이 그리는 궤적 안에 있던 적병들이 무처럼 잘려나갔다.
화극은 마치 서황의 개산대부처럼 적병을 동강내다가도 화웅의 월도처럼 수급을 끊어내기도 했다.
이따금 잔영을 남기며 창극이 적병을 꿰뚫어 버리니 여포 주변의 적병들은 마치 시체가 되기 위해 달려드는 듯했다. 전해의 장수 하나는 여포에게 달려들었다가 칼 한 번 제대로 휘둘러 보지 못하고 여포의 솥뚜껑 같은 손에 머리통을 붙잡히고 말았다.
여포는 화극을 짧게 잡고 월아를 비수처럼 써서 수급을 취했다. 목을 잃은 적장의 몸뚱아리가 춤추듯 허우적거리자 주변의 적병들은 기겁을 하며 물러섰다.
푸- 흡!
서황의 개산대부에 가슴을 맞은 적병이 분수처럼 피를 뿌리며 튕겨져 나갔다. 화웅은 자신에게로 날아드는 적병의 시체를 단칼에 갈라버리며 서황을 흘겨보았다.
앙갚음이라도 하듯 화웅도 적병들을 쉴 새 없이 서황에게로 쳐내버렸다. 적병들이 날아들 때마다 서황은 기예라도 펼치듯 개산대부를 휘둘러 착실히 전공을 쌓아나갔다.
개전과 함께 한 무리의 오환돌기가 전장을 이탈하려 시도했다. 장합이 병력을 이끌고 그들의 뒤를 쫓아 추살했지만 이미 선두는 멀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탈주병들은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고순이 수천의 오환병들과 함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평 대전에서 대승을 거두었으나 여포군의 피해도 상당했다. 때문에 오환의 병력을 전면에 세우지 않았던 것이다.
“쏴라!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